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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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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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인간은 완벽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던가.

유화의 눈앞에 놓인 정육각형 금속은 무심코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디 한군데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금속을 훑자 차갑고 매끈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이상으로 변형하는 건 어렵습니다.]


손목시계가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정육면체가 흩어지며 삼각형으로 모여들었다.

한 꼭짓점을 중심으로 네 개의 삼각형이 모이고, 남은 금속들이 삼각형을 타고 오른 순간이었다.


타앙!


삼각형 면 하나가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지며 바닥과 부딪쳐 날카로운 소음을 일으켰다.


"닥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격납고 안을 슬쩍 들여다보는 특수부대원을 향해 그렇게 외친 유화는 다시 금속에 손을 가져갔다.


[정육면체 이상의 도형은 제 통제력이 부족해 회로없이 구축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컨테이너의 내용물 전부 동일하다면, 약 3.9톤 가량의 변형 금속이 되는데 이것들을 전부 다 통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그건 왜?"

[저는 본질적으론 아테나 프로젝트에 탑재될 인공지능 '아테나' 입니다. 아테나에 맞춘 변형 무장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변형 무장에 쓰이는 금속 자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제 영역이 아닙니다.]

"어려운 거야 불가능한 거야?"

[당장은 불가능하고, 차후에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유화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아테나다. 아쉬운 점이 있었어도 그것들마저 학습으로 극복했던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다니.

유화는 높이 쌓인 컨테이너 더미와 워록-2의 거체를 올려다보면서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것들을 잘 쓰려면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거지? 다른 메카에 들어가는 무장의 설계를 분석하면 그걸 설계도로 쓸 수 있나?"

[변형 무장은 무장보다는 변형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파일럿 슈트처럼요. HG내부 망에서도 변형 무장의 변형 과정에 대한 설계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메카의 무장을 복제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변형 시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세나를 향해 유화가 물었다.


"아까 낮에 그랬잖아. 원거리 무기가 필요하니까 슈트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것도 새롭게 설계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다만 기존의 회로를 가진 슈트를 개량 수준에서 변형하는 것과 아예 새롭게 만드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그래도 가능은 하다는거지?"

[네. 긍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유화는 그렇게 중얼대며 다시 컨테이너 더미들을 둘러보았다.


하얀 도화지와 물감.

그렇게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한 번 해보자. 시간은 오래 걸려도."

[알겠습니다.]


그의 진의는 조금 더 나아간 곳에 있었다.


창조의 영역.

학습하고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유에서 또다른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대단히 뛰어났으니까.


워록이 아닌 아테나를 타게 될 때 아테나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활용하기 위해선 언젠가 거쳐야 할 일이겠지.

결론을 내린 유화는 나름대로 만족하며 입을 열었다.


"세나. 정리하자."

[네. 보스.]


손목시계가 진동하더니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금속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금속 조각들이 컨테이너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을 보던 유화가 말했다.


"세나. 저건 원리가 뭐야?"

[어떤 원리 말씀이십니까?]

"저 금속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원리."

[변형 기술이 적용되는 금속들은 기본적으로 마나-티타늄 합금을 기초로 합니다. 정해진 형태로만 변형하는, 제 데이터 칩이 내장된 이 시계 같은 경우엔 아니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금속들은 마나에 반응해 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


유화는 그 말을 곱씹으며 격납고 입구를 지키던 특수부대원들을 향해 살짝 목례하곤 그곳에서 벗어났다.

한밤중이라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는 텅 빈 격납고에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삐이이익!

묵직한 메아리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가 유화의 귓가를 때렸다. 격납고에서 돌아다니던 이들이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벽, 천장, 바닥. 온갖 곳에 달린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거수가 몰려오는 곳···."


북극.

열 명도 넘은 파일럿을 잡아먹은 게이트. 더 퍼스트 엔젤이나 달 작전 당시의 게이트와도 비견할 수 있을 만한 크기.

하루에도 여리번 거수를 뱉어내는 그 게이트에서 또 한 번 거수를 뱉어낸 것이다.


-코드 옐로. 5조 위치로. 반복한다. 코드 옐로. 5조 위치로.


격납고의 불이 차례차례 켜지며 사방에서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유화는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자가 말했다.


"우리도 가보자."




#




"좋은 새벽이네 제군들! 괴물 새끼들이 또 새벽부터 지랄이로군. 한 번 시작해보자고!"


브리핑실로 올라가자 이미 안드로프가 그곳에서 부하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비록 군화 대신 슬리퍼에 단추가 한 계단씩 잘못 꿰매진 엉망인 차림새였으나, 보드카를 그렇게 마시고 새벽부터 저런 우렁찬 목소리를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 닥터! 괜찮으십니까? 잠은 좀 주무셨고요?"

"예. 코드 옐로라고 하던데 무슨 상황입니까?"

"괴물 세 마리 때문에 섹터 2에 띄워놓은 부표가 마구 요동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네 마리는 오렌지, 다섯 마리부턴 레듭니다."


발음이 조금 망가진 러시아어라 어려웠지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술기운을 싹 지워내고 지휘관의 모습으로 돌아온 안드로프가 벽면에 걸린 모니터를 가리켰다.


"섹터 1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입니다! 다 합쳐서 세 마리로군요. 덩치도 빌어먹게 큽니다. 이봐! 5조는 언제 준비되나?"

"여섯 명 중 4명은 동기화 준비 중이고 두 명은 진행중입니다! 격납고는 열렸습니다!"

"하라쇼!"


우렁차게 외친 안드로프가 마이크를 붙잡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엉덩이 붙이고 커피 먹을 시간 없어! 빨리 빨리 나가! 괴물 새끼들이 올라온다!"

"5조의 '이안'이 동기화를 완료했습니다. 지금 탑승합니다. 동기화 안정적입니다."

"'오데사' 역시 메카에 탑승했습니다. 동기화는 살짝 불안정하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좋아! 괴물 새끼들 위치는?"

"둘이 상륙을 시도중입니다. 하나는 아직 바닷속에 있습니다. 방금 총사령부에서 코드네임이 내려왔습니다. 아키루, 네온 그리고 네온2 입니다."


필요한 절차만 밟아가며 재빨리 싸울 준비를 끝마치는 모습. 유화는 자신의 현역 시절 기억을 문득 떠올렸다.


새벽에 정비사들과 쉘터에 남아 메카를 수리하다가 일본 쪽에서 처리된 줄 알았던 거수의 습격을 받았었지.


유화가 그 자리에 있었고 거수가 빈사 상태였기에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나, 지휘관의 허가도 없이 왜 멋대로 출격하냐며 그걸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다.


[보스. 심박수가···.]

"그 헬스앱 지워."


마른 세수를 하며 감정을 다스리던 와중 오퍼레이터 한 명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5조 '미하일' 동기화 실패했습니다! 지금 재시도 중입니다!"

"뭐? 미하일 이 새끼 또 누구랑 처 뒹굴다가···! 다른 파일럿 없나?!"

"1조 '아디스'가 아직 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경보가 울리기 직전까지 주점에 있었습니다."

"술 처먹은 놈을 어떻게 보내! 냉각탑 활성화하고 레일건 준비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유화는 안드로프를 향해 물었다.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멍청이 한 놈이 얌전히 대기 안하고 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괴물 하나에 메카 둘로 대응하는 게 프로토콜인데 일단···."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안드로프가 눈을 비볐다. 그는 잠시 유화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 보드카를 그렇게 드셨는데···?"

"멀쩡합니다. 이제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술을 마셔도 취하는 몸이 아니라서요."

"어, 어."


안드로프는 매끈한 머리를 매만지다가 결정을 내리고는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지? 미하일 자리엔 '닥터'가 출격한다!"


벽면에 달린 작은 모니터 하나에서 유화가 방금까지 있었던 워록-2의 격납고의 모습이 비쳤다.

원격에서 조작을 한 것인지 격납고 문이 저절로 열리고 있었다.


"가보겠습니다."

"예! 닥터! 승리를 빌겠습니다!"


유화는 안드로프를 향해 고개를 까닥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브리핑룸을 나섰다.


"세나."

[네. 보스.]


파일럿 슈트의 변형 금속이 관절부를 감쌌다. 처음 보았던 파일럿 슈트의 형태였다. 유화는 자신의 출격 대기실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유화가 헬멧을 들어올린 순간 시계가 칩 형태로 변형되었다.

하도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본 까닭일까.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먼저 준비를 했다.


"A1, 동기화 시작."

[동기화를 실시합니다.]


유화는 잡념을 지워내고 걸음을 움직였다.

원격 동기화. 메카가 출격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동기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유화는 방 한구석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세나의 말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워록-2의 콕핏이 위치한 곳은 머리. 유화는 뒤통수의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가동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종 조정을 시작합니다.]


조종석에 서자 메카와 감각이 이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동안 가만히 서 있던 유화는 감각이 안정된 직후, 팔과 다리가 조금 무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유화가 물었다.


"세나. 지금 동기화 몇 프로 찍혀? 80 조금 안되지?"

[네. 보스. 79.4 퍼센트 입니다.]

"잠을 조금 자둘 걸 그랬나."


실전 동기화율을 80을 못넘기다니. 현역 때도 1,2년차 이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쓴웃음을 짓는 유화를 향해 세나가 살짝 어이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4세대 이상의 메카를 첫 출격에서 70% 이상의 동기화율을 보인 것은 보스가 유일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니까."

[아마 저와 실전을 치르는 게 처음이라 긴장하신 모양입니다. 농담 필요하십니까?]

"긴장 안했어."


유화는 그렇게 답하고선 고개를 들어올렸다가, 다시 힘주어 고개를 내렸다.

헬멧에서 주황색 바이저가 나와 유화의 얼굴을 덮었다. 워록-2가 보는 세상이 그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곧, 워록-2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진동이 격납고를 뒤흔들었다.




#




섹터1의 해안에선 먼저 출격한 파일럿들이 대형을 갖추고 있었다.

기지에서 쏘아내는 탐조등이,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달 표면에서 비춰지는 희미한 달빛이 거수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평원을 뒤흔드는 묵직한 질량이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스, 통신 채널에 접속할까요?]


세나의 말에 그는 잠깐 고개를 돌려 대형을 갖춘 메카들의 모습을 보았다.

저들의 콜사인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 또, 자신을 아는 파일럿이라면 어려워할 수도 있었다.

유화에겐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런 식으로 의사소통에 약간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저들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아니. 우리는 우리끼리 하자."

[알겠습니다.]

"전투 데이터 저장하는 거 잊지말고."

[이미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했어."


마지막 말이 들렸을까.

워록-2를 제외한 다섯 대의 메카가 각자가 보유한 화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구경 포탄, 플라즈마 캐논, 마나 미사일 등등.

그 광경을 워록-2의 광각 렌즈로 바라보던 세나가 중얼거렸다.


[포격의 효과가 미미한 것 같습니다.]

"나도 봤어."


캐논암을 뜨겁게 달구고서 화력 투사에 거들까 생각하던 유화는 다시 오른팔을 내렸다.


세나의 말대로 포격이 의미가 없는 적이었으니까.


[기괴하군요. 데이터에 없는 유형입니다.]


하나는 왼팔, 다른 하나는 오른팔.

하체는 장식품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비대한 상체를 가진 두 마리의 쌍둥이 거수.

놈들은 각자 제 상체만큼이나 거대한 팔을 방패처럼 들이밀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11시라고 했는데 더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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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북극 작전 +6 24.08.31 6,885 147 14쪽
32 북극 작전 +7 24.08.30 7,017 1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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