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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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쉬고 계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닥터! 상부에서 닥터를 찾습니다!"

"바이퍼입니까?"

"아뇨! 그보다 더 상부입니다!"


유리 안드로프는 여전히 기운찬 목소리로 외치며 유화를 브리핑실 한가운데의 거대한 모니터가 있는쪽으로 데려갔다.

시베리아 전장을 비추는 거대한 지도가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닥터."


익숙한 목소리에 유화는 고개를 들었다. 홀로그램으로 보았던 아티오가 모니터 너머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닥터."


아랍어. 그 중에서도 독특한 방언이 모국어인 그녀는 한국어 이름을 발음하는 걸 어색해했다.

프랑스어나 영어도 할 줄은 알지만 발음 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그를 콜사인으로 부르곤 했다.


"잘 지냈지, 아티오?"

"물론. 닥터, 이번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유화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실패한 적 있는 작전을 실패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실패한 작전이라고는 하지만 총사령관이라는 입장에서 발언하면 패전을 인정한 것이 되니까.


"알아. 많은 게 걸려 있다는 거."


두 번째 기회를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발판을 만들었다. 유화 자신이 실패한다면 아티오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진다.


"그래. 닥터. 부탁할게."


아티오의 목소리에는 피로와 긴장감이 묻어났다. 유화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2년 전 실패한 이유를 알아?"

"영하 수십도의 어두운 바다 아래,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수들. 그것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게이트 자체에 변수가 많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패턴을 분석하지 못했을 정도로."


유리 안드로프가 출격 대기실을 보여주며 말하지 않았던가. 북극 수비대만 쓰는 원격 동기화 기술이라고.

게이트가 거수를 뱉어내는 주기가 불규칙적인 까닭에 그런 기술까지 쓰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너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


은은한 미소를 지은 아티오가 말했다.


"지옥도 겪어본 사람이 제일 잘 알테니까. 그래서 소은을 설득한 거고."


발음 때문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재차 되새겨도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눈썹을 모으는 유화를 향해 웃음기를 지운 아티오가 말했다.


"그리고, 다음 알파를 이카리로 내정했지. 소은과 이카리는 달 작전에 참여해본 적 있으니까."


자신이 들어도 되는 대화가 아니었다. 그렇게 판단한 유리 안드로프는 식은땀을 흘리며 브리핑실 구석으로 들어가 귀를 막았다.


"닥터 너는 달에 열린 게이트와 지상에 열린 게이트가 동일하다고 판단하자마자 과감하게 게이트를 넘어 달에 가서 오메가의 둥지를 파괴했지. 그 결단력과 판단력을 높이 사. 그래서 이번 북극 작전을 맡긴 거고."

"내가 실패하면?"

"달 작전의 영웅이 한 명 밖에 남지 않겠지. 그 한 명을 중심으로 북극이나 달을 되찾기 위해 뭉칠 테고."

"그 한 명마저 실패하면?"

"인류의 권역이 크게 줄어들겠지. 지금처럼 결속되어 있기도 힘들테고."


그렇게 말하는 아티오의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거수들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또 강해져. 인류도 그에 맞춰 발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쉽지 않지. 오메가라는 존재가 있는 한 거수들이 언제까지고 이 수준에 머무른다는 보장도 없고."

"······."

"시간 싸움이야. 닥터. 시간은 적들의 편이고 우리의 작전 목표는 적들의 시간을 늦추는데 있지. 작전의 실패와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 대치하는 건 결국 똑같은 결과로 귀결되지."

"그 말을 나한테 하는 이유는?"

"네가 싸울 동기를 제공했을 뿐이야."


그래. 이게 원래의 아티오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다. 이겨야 하는 방법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것.

그녀가 여섯 대륙을 총괄하는 우주군의 총사령관이 된 이유일 것이다.


"내가 이 작전에 왜 뛰어든지는 알아?"

"알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물론. 그것도 살아서 돌아와야 가능하겠지?"


미간을 찌푸리는 유화를 향해 아티오가 도발하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브뤼셀 CDA사령부에 있어. 성공하고, 살아 돌아와서 나를 찾아와."

"······."

"내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를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아티오가 통신을 종료했다.

커다란 모니터가 검게 물들더니 다시 북극의 모습을 담은 작전 지도로 돌아왔다.


아무 말없이 화면을 계속 보고 있는 유화를 향해 세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혹시, 분노하고 계십니까?]

"아니."

[보스께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말을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네."

[보스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언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박수가 조금 올랐는데···.]

"체크하지마."

[제가 체크하는 게 아니라 기기의 헬스 앱이 알아서 측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값을 참고했을 뿐입니다. 데이터를 측정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게 제 본분입니다.]


농담을 던져서 기분을 풀어주려는 걸까. 세나의 의도를 눈치챈 유화가 피식 웃었다.

그는 감정을 털어내고서 구석에서 시선을 피하는 유리 안드로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브리핑 받으면 그 데이터도 잘 활용해봐."

[네. 보스.]


유리 안드로프가 유화의 시선을 눈치채고 헛기침을 했다. 벗겨진 머리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낸 그가 한층 더 커진 목소리로 외쳤다.


"예. 그, 지형을 브리핑해드리겠습니다!"


딱. 안드로프가 손가락을 튕기자 군인 한 명이 모니터를 향해 다가가 손으로 조작했다.

북극해의 지도가 브리핑실 중앙에 홀로그램이 되어 떠올랐다.


"북극해는 총 열 두 개의 섹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중 저희가 맡은 섹터는 세 개입니다! 섹터 1, 2, 그리고 3입니다."


안드로프의 손짓에 따라 지도가 시베리아 극동으로 확대되었다가 다시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섹터 1과 2는 안정적인 지역입니다. 바다가 깊지 않아서 여기 돌아다니는 거수들은 상륙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저희는 출격해서 요격만 하면 됩니다! 아마 기지로 오시는 과정에서 보셨을 겁니다!"


거수의 피로 물든 신록의 대지. 그 너머에 붙어 있는 바다가 섹터 1, 2라고 불리는 듯 했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었다. 붉게 물든 홀로그램으로 구성된 지형 지도에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보였다.

안드로프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섹터 3는 정반대입니다."


홀로그램이 확대되며 섹터 3의 상세한 모습이 나타났다. 절벽과 바다에 떠다니는 커다란 빙산. 끝을 모를 만큼 깊은 바다, 그리고 불규칙한 해류의 모습이 보였다.


"파도가 심해지면 웬만한 전투함들도 항해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메카도 해수면에서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심해로 진입해야하는데···."


그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해저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지형이 빌어먹게 험난합니다. 이 절벽 덕분에 저희는 수비할 범위가 줄어들지만 동시에 거수놈들이 돌아다니는 섹터3에 직접 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습니다. 진입로는 섹터2와 맞닿은 해안에서 쭉 돌아서 들어가는 건데···그러면 괴물놈들도 저희가 왔다는 걸 눈치챕니다."


안드로프가 군인을 향해 손짓하자 그가 패널을 조작했다. 화면 한가운데 떠오른 푸른점. 안드로프가 그것을 검지와 엄지로 집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렇게 빙산 근처나 해저 밑바닥에서 머무르다가 저희를 덮칩니다. 깊은 바닷속인 까닭에 어두워서 소나에 의존해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소나를 농락해버리니 참···."


고개를 저은 안드로프가 유화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핵도 여러번 떨어뜨려봤습니다. 그런데 거수는 죽지를 않고 폭발 때문에 해저 지도가 뒤집히고 빙하가 더 떠내려오니 답이 없었습니다."


그가 지도를 조작해 다시 시베리아 극동의 지도로 바꾸었다.


"거수를 바다에서 끄집어낸다고 하셨지요? 상부에선 그에 맞춰 상세 작전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어 거수의 수를 줄일 수만 있다면 북해 함대가 진입해 한동안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드로프가 유화를 바라보며 눈썹을 실룩거렸다.


"진짜로 이게 가능한 겁니까?"


그의 물음에 유화는 홀로그램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십여개의 푸른 점과 섹터1 해안가에 표시된 붉은 점 몇 개. 그리고 직전에 울린 사이렌.

아직 작전은 진행중이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지금 말입니까?"

"예. 추가로 출격 시킬거면 지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유화는 시계를 툭툭 두드렸다.


"세나. 아까 그거."

[네. 보스.]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슈트가 활성화되며 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인공마나코어가 위치한 가슴과 등을 감싸는 형태. 유화는 그 상태로 브리핑실 밖으로 나갔다.


"다, 닥터! 아직 워록-2은 격납고에 도착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메카를 타겠다는 말을 했습니까?"

"···에, 예?"

"미리 준비해두시죠."


유리 안드로프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유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복도를 지나 다시 헬기 포트가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차가운 냉기가 뺨에 닿는 것과 동시에 등에서 강철의 날개가 펼쳐졌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섹터 1부터 차례대로 둘러보자."

\네, 보스. 섹터 1로 향하겠습니다.]


유화의 몸이 빠르게 시베리아 상공을 가로질렀다. 녹색 평원과 깊고 푸른 바다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바다에서 기어 올라오는 거대한 회색의 괴물 역시.


[상륙이 한창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저 개체는 금세 요격 당할 겁니다. 그런데···.]


세나가 중얼거렸다.


[파도의 형태를 보니 최소 셋 이상이 더 상륙하겠군요. 북극 수비대가 꽤 고생할 것 같습니다. 저희한텐 희소식이지만요.]


섹터2까지 빠르게 지나친 유화는 홀로그램 지도로 보았던 절벽에 도달했다.

어지간한 높이는 뛰어내릴 수 있을 메카 역시 부담될 정도로 높다. 높이가 거의 1km는 되지 않을까. 섹터2를 통해 진입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절벽을 내려다보던 유화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빙산. 그 빙산으로 향하는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전방에 보이는 바다가 전부 섹터3에 해당하는 구역입니다. 거수가 관찰되진 않지만 아마 저 기이한 해류의 원인이 거수의 존재 때문일 겁니다.]

"그래. 한 번 들어가볼까?"

[전신을 감쌀 수는 없습니다. 잠수복 같은 장비를 갖추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얼굴만 감싸도 돼."

[알겠습니다. 그러면···.]


날아서 물 위에 떠다니는 빙판에 오른 뒤, 세나가 슈트를 한 번 더 변형시켰다. 가슴과 목 그리고 얼굴을 감싸는 형태.

남은 입자들은 창으로 변해 유화의 손안에 들어왔다.


"후···."

[긴장되십니까?]

"북극 바다에 다이빙을 해본 적은 없거든."

[너무 긴장하시면 쇼크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통제해드리겠습니다.]

"내 심장을 직접 만지겠다는 뜻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반만이래도 안 돼."

[농담입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은 유화는 빙하에서 미끄러지듯이 떨어져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차가운 수중 세계가 그를 감싸기 무섭게 세나가 말했다.


[보스, 오른쪽입니다.]

"어디서?"

[3시 방향, 약 1km 지점입니다.]


유화는 천천히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속. 유화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것보다 훨씬 더 어두운 지옥 속에서도 적의 모습을 본 적 있다.


[거수입니다. 보스. 등급은···람다급으로 추정됩니다.]

"그래. 봤어."


거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길었다. 문어를 닮은 형태. 유화는 거수의 움직임을 살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나."

[네, 보스.]

"저 놈의 시선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투창은 안 됩니다.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창을 이루는 입자가 없으면 아까의 형태로 변형해 비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던지겠다고 한 적 없어."

[알겠습니다. 하지만 투창은 안됩니다.]


분석이 너무 잘 되었다. 미간을 찌푸리는 유화를 향해 세나가 말했다.


[차라리 접근하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거수한테?"

[예. 첫 번째 공격만 회피하면 창을 추진체로 전환해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거수에게 접근해라···.

해볼만하다. 잠시 고민하던 유화가 그런 판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세나가 유화의 창을 추진체로 변형시켜 등에 부착시켰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곰곰펀치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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