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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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DUMMY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가장 거대한 생물은 땅이 아닌 바다에서 태어났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병기 역시 땅이 아닌 바다에 존재했다.


중량만 1만 7천 톤에 120m의 키를 가진 강철 거인은 유화가 현역이던 시절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인류는 배수량이 10만 톤에 달하는 움직이는 도시를 물에 띄우고 있었다.

전쟁 초기, ‘메카’가 개발되기 전 인류는 그때까지 써오던 가장 거대한 병기로 거수에게 맞섰다.


여러 가지 이유로 거수와의 전쟁에서 주력 병기는 메카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군이 활약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바로 지금처럼.


해안에 정렬한 군함들이 일제히 쏘아낸 포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온 수십 발의 포탄이 거수의 몸뚱이를 두드렸다. 고통에 찬 비명 같은 괴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아, 맞다. 넌 모르겠네.

“뭘?”

-해군 놈들이 어떤 괴물을 만들었는지.


혹시라도 휘말릴 것을 염려해 전장에서 빠져나온 유화가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긴 군함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전쟁 발발 후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이 된 전함이었다.


-10만 톤급 전함에 함대지 레이저 무기를 달았어.


어느새 해가 다 떨어져 어두워진 해안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눈 깜빡하는 사이 뻗어져 나온 붉은빛이 거수의 집게발을 관통했다.


-슈퍼레이저.


쿠웅!

빌딩 옥상에 달린 커다란 광고판 크기의 집게발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검에 꽂혀 버둥거리던 가재를 닮은 거수를 향해서도 포탄이 쏟아졌다.


-원래 도시를 직접 포격하는 일은 없지만···상황이 상황이니까.


포격이 끝없이 이어졌다.

메카가 개발된 후 해군이 주력이 되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해저에서 인류가 투사하는 화력을 그대로 뒤집어쓰면서 달려드는 거수에게 취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육상에 발을 묶인 거수를 일방적으로 포격하는 상황이라면 메카보다 해군이 훨씬 더 강했다.


-세이버 팀이 유나를 회수했어. 이제 너한테도 갈 거야. 병원에서 보자.

“나 멀쩡한데.”

-그래도 병원은 가야지 정신 나간 놈아.


터엉. 누군가 콕핏의 출입문을 두드렸다. 유화가 탑승하기 전, 콕핏이 받은 타격이 남아 있어서 문이 조금 비틀어져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여러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귀해줘서 고맙다.


헬멧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재구의 말. 유화는 대답하지 않고 헬멧을 벗었다.

동기화가 해제된 메카는 힘이 빠진 사람처럼 서서히 움직임이 멈추었다. 어느새 포탄 소리 역시 그치고 도시에 정적이 감돌았다.

두 마리의 거수가 형태조차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유화는 힘을 주어 콕핏의 문을 열었다.


“···어.”


문이 어지간히 열리지 않았는지 도끼를 들고 있었던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완파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메카가 더 이상 기동되지 않을 때까지 조종하고 있었던 파일럿.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 파일럿이 멀쩡히 걸어 나오자 그들은 일순 당황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본연의 임무로 복귀했다.


“괜찮으십니까? 세이버 팀입니다! 파일럿님을 구조하기 위해 왔습니다!”

“네. 갑시다.”


고개를 끄덕인 유화는 제 발로 콕핏 밖으로 걸어 나와 세이버 팀이 콕핏에 접근하는데 쓴 사다리차의 리프트에 탑승했다.

전투의 흥분으로 서 있을 뿐, 사실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두 눈을 크게 뜨고 유화의 몸짓 하나하나를 살피는 세이버 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시선들이 여럿. 유화는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러 대의 중형 드론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유화가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미친 새끼···.”


지휘통제실 한구석에서 나오던 라이브 뉴스를 보던 강재구는 그런 유화의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




대한민국 강릉이 예상 밖의 공격을 받아 3000명이 희생되었다. 도시의 3분의 1이 잿더미로 돌아갔다.


일본 교토부 해안과 돗토리현에 거수가 상륙했다. 1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6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울릉도를 지키던 경순양함 한 대가 침몰했고 한 대가 중파 당했다.


“SFCDA 아시아 지부의 마이키 총사령관을 비롯한 최고지휘부는 러시아 사할린스크의 보리스 노비코프 사령관의 해임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침공의 두 번째 공격은 안일함에서 비롯되었음을 경고하며···.”


“전문가들은 거수의 진화 속도가 가속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침공 역시 레이더와 부표 등 기존의 관측 체계가 거수의 움직임을 해안에 상륙하기 직전에서야 관측해냈고···.”


“저는 지금 완전히 무너진 강릉 세인트 존스 호텔 앞으로 와 있습니다. 두 번째 침공으로 도시 거주 구역의 2분의 1 이상이 불탔습니다. 갈 곳을 잃은 시민들은 여전히 대피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소식을 담은 뉴스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거수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와는 이례적으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지 않았다.

피해가 큰 것 이상의 희망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제니스 블레이드의 ‘설월’ 이유나 파일럿 등을 비롯한 파일럿들의 분전이 화제입니다. 정말 끝의 끝까지 맞서 싸운 처절한 전투 장면, 저희 YTN이 단독 보도해드립니다.”


연이은 전투로 정비가 채 끝나지 않은, 한쪽 팔이 없는 메카가 출격하는 장면이 화제를 불러모았다. 거수의 상륙을 꾸역꾸역 저지했으나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밀려나면서도 기어코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었다. 도시의 3분의 1이 쑥대밭으로 변했으나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건 분명히 이유나의 공이었다.


“이유나 파일럿은 분전 끝에 구조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의식이 없었고 현재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침대에 앉아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댄 채로 뉴스를 보던 유화가 강재구를 향해 물었다.


“근데 왜 나는 없냐?”


뉴스에서 이어지는 전투 장면. 유화가 개입하기 시작한 뒤 전투의 흐름이 바뀌고 마나 블레이드를 생성해 거수를 쓰러트린다.

이후에 추가로 습격해오는 두 마리의 거수와 해군의 등장까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담겨 있었으나 그 카메라 안에 유화의 모습은 없었다.


후릅.

병원 1층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로고가 박힌 종이컵을 내려놓은 강재구가 말했다.


“널 아직 세상에 내놓기는 이르지 않나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언제는 나보고 어그로 끌어달라면서.”

“CDA가 너를 모르겠냐? 접속 코드만 봐도 네가 로그인 한 거 알 거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연락이 많아. 아직 식별 코드가 없는 생도나 다른 아무개가 제니스 블레이드에 탑승했는지 진짜 천유화가 복귀했는지···.”

“상부에선 뭐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천유화의 복귀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 홍콩 기지에 내 오퍼레이터 하던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 말을 들어보니 거기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하더라.”

“왜?”

“왜긴 왜겠냐? 저거 봐.”


보호자 석에 앉아 같이 뉴스를 보던 그가 턱짓으로 뉴스를 가리켰다.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지. 막연하지만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그런 생각. 한동안 패배 의식에 쩔어 지내던 애들한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지.”


애초에 유화에게 주어졌던 알파라는 직위 자체가 그것을 증명했다.


오메가.

처음 지구로 다가온 최초의, 그리고 가장 거대한 거수.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유래를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놈의 이름은 오메가로 굳어졌다.

전쟁 중에 희망이 필요했던 사람은 오메가의 대척점에 있는 알파를 떠올렸다.

알파는 오메가에게 맞설 수 있다, 알파는 이길 수 있다. 이런 식이었다.


“근데 우리가 아직 준비를 덜 해놔서. 물론 언론도 네 이름은 다 알거든? 근데 저걸 네가 한 일이라고 공표할 준비가 안 됐어.”

“무슨 준비가 필요한데?”

“너 싫어하는 사람이 군부에 얼마나 많은지를 좀 생각해봐라. 근데 승인도 없이 메카에 탄 너를 물어뜯을 놈들이 없을 것 같아?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파. 맞다, 이건 네 거. 준다는 걸 까먹었다.”


자신의 컵과 똑같은 로고가 박힌 플라스틱 컵에 담긴 딸기 스무디를 내밀었다.


“오 땡큐.”

“그럼 나 간다?”

“어. 가라.”

“이제 왔는데 어디 가냐고 안 물어보냐?”

“어디 가는데?”

“용산. 대통령 만나러 간다.”


그렇게 대답한 강재구가 정복의 넥타이를 고쳐맸다.

어쩐지 병문안을 오는데 칼주름까지 넣은 정복을 입고 오더라니. 빨대의 비닐을 벗긴 유화가 물었다.


“대통령은 왜? 그 사람이 한가하다고 너를 만나준대?”

“자, 여기 있는 별 두 개 보이시죠? 이거 달고 있으면 만날 수 있어요. 누구 때문에 가는 건데 참나. 그리고 오늘 병문안 한 명 더 올 거야.”

“누가 오는데?”

“태원이 형. 비즈니스 얘기도 있을 거야. 그럼 나 진짜 간다.”

“어. 잘 가라.”


강재구가 떠난 병실에 남은 건 뉴스 앵커의 목소리뿐이었다.

유화는 큼직한 빨대를 구멍에 꽂고 뉴스를 보면서 딸기 스무디를 먹기 시작했다.


김태원.

사관학교 입학 당시에 이미 20대 중반이었던 민간 항공 정비사.

처음엔 메카의 정비에 관한 학과에 있어서 유화와의 접점은 적었으나, 그도 졸업할 때는 파일럿이 되었다.


유화의 또 다른 동기인 유소은처럼 자신이 바란 경우가 아니었다. 파일럿 후보생으로 입학한 생도들이 모두 죽고 나서 자리가 비자 결국 살아남은 생도인 그가 파일럿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지금은 현역이 아니라고 들었는데···무슨 비즈니스?’


똑똑.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의사나 간호사일 가능성은 적었다. 이미 유화는 눈에 띄는 외상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동기화의 후유증을 염려해 병원에 있을 뿐이었다.


“네.”


슬리퍼를 신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노크 소리에 대답하자 곧 정장 차림의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자신이 아는 김태원이었다. 인사를 하려고 손을 뻗은 순간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미친 새끼!”

“아, 형, 나 환자. 환자. 형.”

“환자는 무슨 너 존나 멀쩡하다고 재구가 그러더라. 이 새끼는 씨발 왔으면 연락을 해야지 다른 사람한테 소식을 듣게 만드네?”

“미안, 내가 좀 바빴어.”

“전화 한 통, 문자 한 번 남기는 게 그렇게 어려웠냐?!”


친근함으로 가득한, 욕설 섞인 대화와 함께 헤드락을 걸어오는 김태원. 힘으로 풀면 간단했으나 유화는 적당히 그것에 어울려주면서 그의 팔꿈치를 툭툭 쳤다.

헤드락을 푼 김태원이 숨을 헉헉거리더니 웃는 얼굴로 티비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그래서, 저거 진짜 너라고?”

“중간부터 나야.”

“중간부터···. 야, 유화야. 우리 오랜만에 만난 사이로 할 말 아닌 건 아는데···너, 현역 복귀할 거냐?”

“아직 고민하고 있어. 왜?”

“재구가 혹시 너한테 말해주디? 내가 어디서 일하고 있고 무슨 일 하는지?”

“아니. 어디서 일하는데?”


김태원은 유화의 질문에 명함을 내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HG중공업 기술 관리 이사.


“HG. 임원으로 입사해서 지금은 메카 만들고 있어.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아테나 프로젝트라고.”

“···아테나 프로젝트?”

“들어본 적 있어?”

“강재구 그놈이 말해줬어.”

“그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네? 5세대 메카 프로젝트야. 지금까지의 메카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놈. 그 아테나 프로젝트의 첫 기체의 파일럿으로 널 생각하고 있어.”

“···나?”

“그래. 너. 현역 복귀만 한다면 말이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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