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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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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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작전

DUMMY

“유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래. 마이키, 들어볼래?”

“···한 번 말해보라.”

“거수의 본성부터 다시 짚고 가자. 하나, 질량에 이끌린다.”


손가락을 하나 펼친 이카리가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는 옆자리에 앉은 유화의 볼을 콕 찌른 뒤, 다른 손가락을 펼쳤다.


“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게 이끌린다. 그치?”

“이 자리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니?”


거수의 생존 본능. 상어는 덩치를 가지고 위협이 될만한 것과 먹잇감을 구분하지만, 거수들은 그것과는 다른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일례로 육상에 상륙한 놈들을 상대할 땐 메카보다 거대한 빌딩이 있어도 놈들은 반드시 메카를 먼저 공격한다.


“없겠지. 우린 다들 최고잖아? 그런데 마이키, 넌 모를걸? 거수들이 생각하는 ‘위협이 되는 존재’에 인간도 포함된다는 거?”

“······그게 말이나 되니? 그 괴물 새끼들한테 우리는 개미 새끼만도 못한데.”

“비슷한 체급의 메카를 탔는데 이상할 정도로 목표가 되는 파일럿들이 종종 있었잖아. 이번에 소은이가 그랬구. 자, 한 번 봐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밀실의 벽면 디스플레이를 활성화했다.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켠 그녀는 한국어로 된 강릉 사태를 다룬 뉴스 영상을 재생했다.

유화의 존재가 언론에 풀린 후로 방송사들이 드론으로 촬영해 공개한 영상이었다.


“여기서부터야!”


제니스 블레이드가 일방적으로 밀리던 순간, 갑작스럽게 돌아간 거수의 시선.

놈은 마무리할 수 있는 제니스 블레이드를 내버려 두고 드론 카메라의 사각을 향해 달려갔다.


“이때 강릉엔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거수는 뭐에 위협을 느끼고 이렇게 움직인 걸까?”

“제니스 블레이드가 기능 정지를 일으켜서 그런 게 아니디?”

“저 때 잠깐 기능이 정지되긴 했지.”


마이키의 말에 맞장구를 친 강재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거수가 교전 중에 인식할 만큼 길진 않았어. 기능이 정지됐다고 해도 제니스 블레이드가 균형을 잡고 서 있는데 저런 이상 행동을 보인 거야.”

“이상 행동이 아니야! 지극히 본능을 따른 거지! 그때 저 사각지대엔 유화가 있었거든!”

“······천 동무가 저 괴물 새끼의 시선을 끌었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디?”

“응. 마이키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유화의 몸속에 흐르는 마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귀환자가 각성을 겪고 돌아오는 일은 잦았다. 마이키는 유화의 각성에 딱히 놀라워하진 않았다.

그가 가진 의문은 말에 과장이나 보탬이 없는 이카리의 입에서 ‘어마어마하다’라는 소리가 나온 이유였다.


“무어, 얼마나 많길래 그러니?”

“엄청!”

“그러니까 엄청이라고 한 게 어느 정도냐는···.”

“음···가늠이 잘 안 가는데···. 일단 나보단 많아!”

“이 아새끼야, 그리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니.”

“마이키가 저렇게 말하네. 유화야, 손 잠깐 잡아도 돼?”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 손바닥을 내미는 이카리. 유화는 잠자코 그녀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을 겹쳐 깍지를 낀 이카리가 유화의 손을 꾹 잡았다.

한동안 손을 꾹 잡고 주물 거리던 이카리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는 말했다.


“10?”

“십?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디 똑바로 말하라!”

“내가 1이면 유화가 10이라는 말이야!”

“고거이 무신···.”

“근거가 하나 더 있어. 볼래?”


동영상을 후반부로 넘긴 이카리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게 유나 혼자서 만든 걸까?”

“천 동무의 마나로 만들었다. 그 말은 이해했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이우?”

“유화의 존재에 거수들은 위협을 느낀다. 유화가 미끼가 돼서 바닷물 속에서 끄집어낸다. 그리고 텅텅 비어 있는 게이트를 팡! 날려버리면 끝난다. 그치?”

“전쟁이 그리 간단했음서 우리가 벌써 이겼겠디. 우리가 그 생각을 안해봤겠니? 저번에도 핵 수십 발을 바다에 떨궈서 그것들을 꺼내서 수를 줄일 만큼 줄이고 갔우. 근데 진짜 문제는, 저 해저 아래에 그 괴물 새끼들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거이디.”


마이키가 회색 두피를 문질 거리면서 유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빙하 땜시 바다 위에서 바다 아래를 측정하는 게 불가능하우. 잠수함을 집어넣어서 소나를 돌리는 것도 해봤우. 근데 그 괴물 새끼들 덩치가 조금 큰가? 아니디. 해저 지도가 이미 괴물 새끼들 때문에 엉망이 되는 바람에 그것들이 지형인지 움직이는 괴물인디 구분도 안 되우.”


하얗게 멀어버린 눈을 부릅뜬 마이키가 유화를 향해 물었다.


“동무에게는 확신이 있는 것이우? 그 괴물 새끼들을 전부 다 끄집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마이키.”

“······허?”

“이건 전쟁이라고. 왜 급하게 생각해. 길게 보자는 말이야.”


유화는 슬쩍 시선을 옮겨 강재구와 눈을 마주쳤다.

달 작전이 늦어지도록 시간을 끌어달라. 그때 자신에게 했던 부탁의 일환.


동시에, 자신이 탑에서 사선을 넘어오며 얻은 경험들.


“은연중에 이렇게들 생각할 거야. 멍청한 괴물 새끼들. 괜히 각성자를 헌터라고 부르겠어? 전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놈들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성가신 사냥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

“그러면 안 되더라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우?”

“생각을 바꿔보자. 이게 진짜 전쟁이라고 가정하자고. 현대전 말고, 인류가 창칼이랑 횃불 들고 짐승들이랑 영역 다툼하던 시절의 전쟁. 이카리, 지도 좀 띄워줄래?”

“리코라고 불러주면 해줄게!”“······리코. 지도 좀 띄워줘.”

“응!”


디스플레이 화면을 전환한 리코가 세계 지도를 띄웠다.

통상적인 세계 지도와는 달랐다. 나라 간의 국경 표시나 수도 표시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육지는 초록색 바다는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는 전술지도였다.

바다 위에 표시된 빨간 점 몇 개, 그리고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북극의 지형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초록···.”

“고맙다는 말 안 해 줄 거야?”

“···고마워, 리코.”

“헤헤.”

“아무튼, 여기서 초록색이랑 파란색은 인간의 영역. 빨간색은 거수의 영역. 이 빨간 영역을 한 번에 밀어낼 생각을 하지 말고 땅따먹기를 하자고. 러시아 북동부,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이렇게 하면 사방에서 밀고 올라갈 수 있어.”

“동무가 말하는 그 지점들, 다 기지를 못 짓는 곳이우다. 게이트랑 가까운 지점은 죄다 얼음덩어리고 멀어지면 거점을 짓는 의미가 없으니 말이오. 괴물 새끼들이랑 싸우다가 손가락이라도 분질러지면 한참 떨어진 기지까지 정비를 받아와야 한단 말이우다.”


통상적인 교전에서 메카가 정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거수를 격퇴하는 건 불가능했다.

호크아이 같은 원거리 화력 지원기라면 몰라도, 거수와 육탄전으로 싸우는 이상 반드시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용 얘기는 넣어두갔어. 그래도 무리우다. 각국에서 메카를 차출해도 네 곳이나 되는 거점에서 땅따먹기를 시작했다가 한 군데 빵꾸라도 나면 해당 국가는 발을 빼고 싶을 거 아니오. 저번 작전에 손해 본 나라는 달에 가는 것을 반대하겠디만, 또 북극 작전을 밀어붙였다가 안 봐도 될 손해를 본 나라도 반대할 것이우다.”

“그걸 해결할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마이키?”

“기건 또 무슨 말이디?”

“내가 생각해놓은 대책이 있어서.”


마이키의 되물음에 강재구가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밀실의 출입문이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열리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입구를 지키던 장교의 안내를 받아 밀실로 들어왔다.


“제가 좀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반갑습니다. 본부장님.”

“네. 오랜만입니다. 강재구 제독님.”


선글라스를 벗어 정장 외투의 가슴주머니에 넣은 그는 강재구와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뵙는 건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마이키 총사령관님.”

“···반가우이.”

“반갑습니다. 이카리 파일럿님. 오늘 오신다는 말씀을 못 들었는데, 설마 여기 계실 줄은 몰랐네요.”

“엥? 아, 반가워요! 그런데 재구야, 나 말 안했어?”

“네가 갑자기 찾아온 거야.”

“아, 그랬나? 그래서 자리가 4개 밖에 없는 거야?”


이카리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면서 앉아 있던 자리를 남자에게 양보했다.

그는 감사의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유화를 향해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천유화 파일럿님. 아니지, 이렇게 불러드리는 편이 더 나을까요?”


얼굴엔 옅은 주름이 생기고 새치가 군데군데 자라나 있었지만 유화는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천 선수. 거의 20년 만이죠?”

“···오랜만입니다.”


전쟁 전부터 유화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


“허태수 구단주님.”




#




하이그레이드 중공업, 통칭 HG 중공업. 현재는 HG그룹이라고 불리는 기업 집단.

전쟁 초기엔 메카의 엔진을 만들었고 지금은 메카 자체를 생산하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산 기업.


허태수는 그 HG그룹의 경영전략기획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80대에 들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회장의 장남이기도 한, 실질적인 HG그룹의 총수였다.


원래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에서 조선소와 석유 가공, 방위 산업 등을 하던 회사로 스포츠팀 몇 개를 후원하다가 유화의 팀을 알게 되어 스폰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로 대박을 쳤다.

중고딩들이 모여 만든 팀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스포츠 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갔으니까.

뷰어십만 10억이라고 했었나.


“어떻게 생각하면 그때 얻은 명성 덕분에 지금까지 저희 그룹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때 당시 대회 메인 스폰서였던 코카콜라보다 저희 회사의 홍보 효과가 더 컸으니까요. 그때 얻은 회사의 인지도가 엔진에 이어서 메카까지 수출할 수 있는···.”

“기래. 그건 알겠다우.”


유화에게 웃는 얼굴로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는 허태수의 말을 끊은 마이키가 밀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는 눈꺼풀 위로 난 흉터를 손톱을 세워 긁적이고는 입을 열었다.


“기래서 강 동무, 그 대책이라는 게 무엇이오? 새 메카? 아테나? 고거 말하는 것이디?”

“그래.”

“그거 아직 완성되려면 한참 남은 거 아니오? 테스트 파일럿에 이것저것 처리하다 보면 1년은 훌쩍 지나가지 않겠소? 그럼 요 작전 1년 후에 시작하자는 말 아니우다?”

“아, 일부 무장은 현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방금 말을 잘라먹혔음에도 불구하고 허태수는 전혀 기분 나쁜 내색을 내지 않고 말을 꺼냈다.


“물론 호환이 가능한 저희 자회사의 메카에만 장착 할 수 있지만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더군요. 무장 형태에 한정하면 두 가지 형태를 지금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기러니까···.”


흉터를 긁적이던 손톱으로 책상을 딱 소리 나게 두드린 마이키가 말했다.


“괴물 새끼들이랑 북극에서 땅따먹기하고, 가벼운 정비는 무장 교체로 때운다. 강 동무, 이거요?”

“그렇지.”

“기래?”


마이키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강재구를 향해 눈을 사납게 치떴다.


“거 보아하니 이미 나 빼고 다 얘기 끝난 것 같은데 내를 왜 불렀소? 그냥 작전 제안서 올리지 않고? 달에 가는 걸 반대하고 북극을 밀자? 기거 다 유소은이 때문 아니오? 지구에 발목을 잡히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우다! 결국 화성에 있는 둥지 까놔야 우리가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거 아니오?”

“마이키.”


사나운 시선이 자신을 향한다. 유화는 그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힘을 주어 말했다.


“지금 우리는 너를 설득하고 있는 거야. 네가 총사령관이니까. 너를 무시해서 미리 말을 맞춘 게 아니라, 너를 존중해서 설득할 준비를 한 거라고.”

“······.”

“아무리 험난해도 지구에 있는 전장을 극복하는 게 먼저고, 그걸 할 수 있는 게 나라고 설득하는 거야.”


그러니까.

유화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마이키가 손을 들었다.


“천 동무, 내랑 따로 이야기 좀 하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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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북극 작전 +6 24.09.01 6,456 134 14쪽
33 북극 작전 +6 24.08.31 6,607 138 14쪽
» 북극 작전 +7 24.08.30 6,735 138 12쪽
31 북극 작전 +4 24.08.29 6,927 145 14쪽
30 슈퍼스타 +7 24.08.28 7,002 155 13쪽
29 슈퍼스타 +6 24.08.27 6,991 139 15쪽
28 슈퍼스타 +8 24.08.26 7,049 144 14쪽
27 슈퍼스타 +10 24.08.25 7,343 140 13쪽
26 슈퍼스타 +3 24.08.24 7,439 1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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