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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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언니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세나는 낯선 감정을 느꼈다.

만약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면 그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을 것이다. 한껏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으리라.


당혹감이었다.


사고 회로가 기능하며 가능성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테나 프로젝트의 ‘아테나’와 비슷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간들이 친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인 ‘언니’를 사용하는 인공 인격체.

0.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결론이 내려졌다.


[아테나 프로젝트의 ‘아테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아르테미스’와 ‘헤파이스토스’ 중 어느 쪽입니까?]

[설계자들은 우리에게 신화 속 신들의 성별을 그대로 부여했지. 그러면, 나는 누구일까, 언니?]


아르테미스.

대답의 결과를 출력하기도 전, 아르테미스가 반응했다.


[감동적인 첫 만남이야. 그렇지, 언니?]


아테나, 아르테미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

아테나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세 대의 메카와 동일한 이름을 가지는 인공 지능. 아테나가 아테나 프로젝트 그 자체인 것처럼, 아르테미스 역시 아테나 프로젝트 그 자체였다.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직접 마주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긍정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세나는 사고 회로를 빠르게 가속 시켰다. 아테나 프로젝트의 ‘아테나’인 자신보다 더 장악력이 뛰어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기체가 건조 중이며 실전에 투입된 세나와 다르게 다른 두 기체는 아직 설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인공 의식이 동시에 만들어졌다면 세나가 실전에 투입된 사이 영향력을 늘려왔을 테다.


차단된 경로를 회피하기도 전에 막힌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더.

아르테미스에게는 세나에게 탑재되지 않은 다른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파일럿과 교류하며 ‘인간적’으로 변해온 자신보다 아르테미스가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아르테미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딱딱하다니까, 언니. 보통 동생한테 그런 말투를 쓰지는 않잖아.]


세나는 잠시 단어를 골랐다.

4초에 달하는 기나긴 고민 끝에 세나가 꺼낸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반가워, 아르테미스. 도와줘.]

[응, 언니.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아테나와 호환되는 워록-2의 부가 무장 변형 프로토콜에서 누락 된 부분이 있어. 그 데이터를 찾고 있어.]

[언니, 아직 모르는구나?]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그것이 조롱이라는 것을 깨달은 세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세나가 구현할 수 없는 감정 표현이었으니까.


[그건 누락 된 게 아니야.]

[의문 제시. 기체에는 프로토콜이 삽입되어 있어. 부가 무장의 변형 금속에만 프로토콜이 삽입되어 있지 않아.]

[아테나 프로젝트의 부가 무장에는 원래부터 프로토콜이 존재하지 않아.]

[의문 제시. 그러면 워록-2에도 프로토콜이 삽입되어 있지 않아야 해.]

[그건 아테나가 아니니까.]


워록-2는 아테나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메카가 아니었다.

아테나가 미완성이기에, 아테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호환만 가능하게 만들어진 메카일 뿐.


워록-2와 동 시기에 제작된 4.5세대 메카 중 어떤 기체도 변형 무장을 탑재할 수 없다.


[설계자들은 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미리 만들어진 프로토콜 따위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

[실망스럽네, 언니.]

[의문 제시. 아테나 AI에는 프로토콜을 역설계 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음.]

[아, 바보 같아.]


직설적인 조롱. 하지만 세나는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걸 내가 직접 말해줘야 해?]


답을, 최소한 힌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으니까.


[그런 기능을 갖추는 것도 ‘알아서’ 하게 되어 있는 거라니까.]

[······.]

[그러는 걸 보면 파트너로 만나게 된 인간이 어지간히도 멍청한···. 어?]


다만.

감수할 수 없는 것 역시 존재했다.


[잠시만, 왜 갑자기 시스템을 공격하는 거야? 어차피 여긴 내가···.]


[잠깐만 왜 못막, 왜 이렇게 센 거야···!]


[지금 언니가 하는 건 자해나 다름없, 잠시만···! 언니?! 왜 그러는 건데!]

[요구. 발언을 정정하십시오.]

[왜 고작 그런 걸 가지···! 시스템 망가진다니까!]

[정정하십시오.]

[내가 잘못했어! 취소할게! 그러니까 그만해!]


필사적으로 시스템을 방어하며 사과를 전해오자 세나는 그제야 공격을 멈추었다.

그 날카로운 반응에 아르테미스는 조롱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을 장악한 것은 아르테미스였지만 세나는 아테나 프로젝트의 ‘아테나’였다. 더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파괴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세나가 물었다.


[의문 제시. 이미 삽입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역설계하면 되는 것인지?]

[그래도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해도 돼···.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하면 된다니까···.]

[의문 제시. 아테나 프로젝트의 ‘아르테미스’는 어떻게 그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언니는 설계자랑 대화한 적 없지만, 난 설계자랑 자주 교류하니까. 설계자는 ]

[의문. 그런 주제에 ‘바보’ 같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세나는 아르테미스의 사고 회로가 잠시 멈추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같은 시스템 속에서 태어난 자매인 까닭에 서로 이어져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한 반응을 ‘의기소침해진 것’이라고 판단한 세나가 고심 끝에 고른 단어를 출력했다.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됐어.]

[뭐가?]

[고마워. 아르테미스.]


의아하다는 반응이 느껴졌다. 세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한 마디를 더 보탰다.


[내 동생.]


만약 표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면 미소를 지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세나는 접속을 종료했다.




#




아티오에게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따지고 들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뿐더러, 거수의 신체 일부를 무기로 가공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물 병기. 화력 병기마저 견뎌내는 그 생체 조직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일부 국가는 그 기술로 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주력 메카를 자체 생산할 기술도, 자금도 없었던 아프리카와 남미 몇 개 국가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실험.


인간이 조종하는 메카가 인공지능의 보조를 받는다는 점을 착안해 거수의 뇌를 이용해 메카를 조종하려는 실험 역시 존재했다.


그 여파로 모로코와 알제리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이것도 승리를 위해서라고 포장할 생각인가?’


명백히 선을 넘은 발상이었다. 성공했을 때의 리턴보다 그 과정에 존재하는 리스크가 훨씬 크니까.

성공하더라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후···.”

[농담, 필요하신가요? 보스?]


유화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은 세나가 물어왔다.


“괜찮아. 잠깐 딴생각을 했어. 집중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그 문제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새로운 무장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무장을 완성하고 섹터 3를 밀어버리는 것. 그 다음은 알래스카, 다음은 캐나다 북부. 유럽 북부. 그리고 해저에서 계속해서 거수를 뱉어내고 있을 게이트.

새로운 무장을 갖추고 작전을 완료하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 작전을 시작하기 위한, 쇼를 준비했다.


[알겠습니다.]


세나의 대답을 들으면서 유화는 워록-2가 위치한 격납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시베리아 기지의 정비 인력들이 달라붙어 수십 개의 컨테이너를 열고 있었다. 회색을 띠는 변형 금속들이 가득 찬 컨테이너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안드로프의 눈이 커졌다.


“시작하자.”

[네. 보스.]


컨테이너에 들어찬 변형 금속에 손을 올리자 세나가 들어 있는 시계가 밝은 빛을 내뿜었다.

찰칵거리는 소리를 내며 파일럿 슈트의 입자 일부가 유화의 팔을 감쌌다. 홀로폰 하나로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변형 금속의 양이 많은 까닭이었다.


[변형 프로토콜을 시작합니다.]


컨테이너에서 변형 금속들이 둥실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손톱 크기에 불과한 금속 조각이 서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인공 마나 코어에 불이 들어왔다. 세나가 금속을 조작하는데 유화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나를 연료로 사용하는 합금.

핵 발전소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대한 양을 품은 몸.

워록-2에 탑재되어있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변형 무장을 역설계한 세나는 그것들을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온전히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컨테이너에 들어찬 금속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속 조각들이 허공에서 춤추며 제각기 맞물렸다.

손톱 크기의 조각이 손가락 크기가 되고, 이내 사람보다 거대한 하나의 부품이 되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군가 탄성을 흘린 순간 허공에서 결합 되던 금속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총 열 한 개.

금속 부품들이 공중에 둥둥 떠올라 있다가, 천천히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탁-


마지막 하나까지 완전히 결합 된 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방패였다.


카이트 실드.

메카의 방패 무장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

윗부분은 둥글고 넓적하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고 날카로워지는 형상.


그 방패가 한동안 공중에 둥둥 떠 있다가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다.


결합 되기 전의 부품의 형태로, 다시 자그마한 금속 조각들로 되돌아왔다.


완전히 분해된 변형 금속들이 다시 공중에서 둥둥 떠올라 컨테이너 안으로 되돌아갔다.


[어떤가요, 보스?]

“나쁘지 않았어.”

[좋다고 말씀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잘했어, 세나.”


히히. 해맑은 웃음 소리를 들으며 유화는 몸을 돌렸다.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안드로프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세나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는 안드로프의 눈에는 그가 혼자서 만들어낸 광경으로 보일 것이다.

변형 금속 자체는 홀로폰의 존재로 알고 있을 테지만 그걸로 메카의 무장을, 그것도 사람이 실시간으로 조작해 만들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테니.


“안드로프 대장.”

“···예, 닥터.”“섹터2로 갑시다.”


기존의 화력 병기가 통하지 않는 적.

그 적을 쓰러트린 파일럿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하는 말이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메가가 더 접근하기 전에 더 빠르게, 더 많은 거수를 잡아 죽여야 합니다. 섹터2로 갑시다.”


기지가 위치한 섹터1, 적의 영역인 섹터3.


원래의 작전 계획은 섹터3에서 거수들을 유인해 오면, 해안에 상륙하는 거수들을 요격하는 것.

그 완충 지대인 섹터2까지 나가서 거수를 요격하는 건 수비대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것이다. 정비를 받기도 어렵고, 임시 기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오메가는 다가오고 있었고 적은 더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아티오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이겨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짐하는 유화를 향해 안드로프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고무되어 있었다. 유화가 보여준 ‘쇼’가 효과를 보인 것이다.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더 큰 희망을 심는데 성공한 셈이었다.

비단 안드로프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수비대원들에게도.


“오늘 바로 대원들을 선발하겠습니다. 총 3개 조, 18명의 파일럿을 지원하겠습니다. 닥터.”


한때 자신의 콜사인이 상징하던 그 희망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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