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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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포격이 그치자, 두 거수가 동시에 거대한 팔로 땅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웅!


바이저에 비치는 계기판이 나타내는 진동 수치가 심상치 않았다.

발아래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베리아 수비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상대적으로 가벼운 메카들이 휘청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벼운 메카. 워록-2 같은 전면에 나서는 메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울 뿐, 그것들도 6천 톤을 넘는 괴물들이었다.


땅을 내리쳤을 뿐인데 저 정도라면···.

정면으로 맞는다면 워록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오오오오!


방패 같은 팔 뒤에서 머리를 드러내고 포효를 내질렀다.

그것을 기회라고 여긴 걸까. 북극 수비대의 메카들이 2차 포격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유화는 그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조금 뒤로 물러났다.

전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로 이동한 유화가 세나를 향해 말했다.


“세나, 남은 한 놈 찾아봐.”

[알겠습니다.]


퍼엉!

굉음과 함께 시야 한구석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시베리아 기지의 외벽에 세워진 레일건 포탑에서 뻗어져 나온 빛줄기였다.

강릉에서 마주친 거수를 일격에 도륙 낸, 현시점에서 인류가 거수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최고의 화력 무기. 하지만 유화는 그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다른 한 마리의 거수를 찾는데 집중했다.


[찾았습니다.]


레일건 포탑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이 찰나의 시간 동안 평야를 밝히자 광각 렌즈에 또 다른 거수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아직 바닷속에 있습니다.]


놈은 여전히 어두운 바닷속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쌍둥이 거수가 위험해지면 거들 생각일까, 아니면 기습을 노리는 걸까. 유화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보스, 지진파가 다가옵니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으나 예상대로였다. 두 마리의 거수는 레일건 포탑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는 다시 천천히 방패를 내리찍고는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두 동의 레일건 포탑. 다섯 대의 메카가 쏟아내는 화력. 끊임없이 몰아치는 화력의 폭풍 속에서도 놈들의 방패는 건재했다.

아무리 막강한 화력을 쏟아부어도 기세가 죽지 않고 착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세나, 옆으로 돌 거야.”

[네, 보스. 동력을 전환합니다.]

“상체가 저만큼 크면 회전하는 건 느릴 수 있어. 확실히 분석해.”

[알겠습니다.]


기이이잉···.

시뮬레이터로는 들을 수 없는, 등에 부착된 발전기의 동력이 기체를 가속 시키는 소리.


유화는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발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 발걸음에 동력이 실리며, 다음 발걸음이 조금 더 강해졌다. 다시 발을 뻗고, 더 강해진 발걸음으로 땅을 내딛었다.

1.8만 톤의 메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가속. 두 거수의 왼편으로 이동한 유화는 캐논암을 활성화시키며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조준을 보정합니다.]


바이저 위치에 붉은 점이 표시되었다. 거수의 옆구리. 어마어마한 두께의 방패 같은 왼팔의 범위를 조금 벗어난 곳.

타격을 입히기 힘들 것이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확신했지만 유화는 세나가 조준한 대로 플라즈마 캐논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아!!


캐논에서 뻗어져 나온 불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거수를 향해 쇄도했다.

직접 닿은 것도 아님에도 그 열기만으로 평원에 자라난 잡초들이 새빨갛게 타오르며 불의 장벽을 만들었다.

플라즈마 캐논이 적중하기 직전, 거수가 왼팔을 들어올려 땅을 찍었다.


쿠웅!

정면을 가로막던 방패의 각도가 틀어지며 사각에서 쏘아낸 워록의 플라즈마 캐논을 가로막았다.

수천 도에 달하는 플라즈마. 시뮬레이터에서는 웬만한 거수들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막강한 무기. 하지만 불줄기는 방패의 표면조차 녹이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세나, 봤어?”

[네. 분석 중입니다.]


흘러내린 플라즈마가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며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팔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린 거수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종의 고형광선인 듯합니다. 통상적인 거수의 이형 키틴질이라고 하기엔 비정상적으로 단단합니다.]

“고형광선?”

[고체의 성질이 부여된 빛입니다. 투사체 혹은 에너지 무기의 운동 에너지와 열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성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고체 상태의 빛.

본 적 있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거수가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파훼법은?”[거수들의 어깨 관절의 가동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은 듯합니다. 후방에서 타격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저걸 뚫어낼 방법은 없어?”

[제 분석이 맞다면 고형광선이 반복된 타격으로 유효하지 않게 될 때까지 화력을 투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나가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레일건도, 플라즈마 캐논으로도 흠집 하나 내지 못했는데 언제 화력을 쏟아내 쉴드를 깎아내겠는가.


[다른 방법으로는, 같은 고형광선 무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가능한 건?”

[고형광선을 타격했을 때의 반작용이 크지 않습니다. 근접해서 직접 타격하면 화력을 투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날 겁니다.]

“그렇게 해보자.”

[네, 보스. 화력 투사를 중지하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콰아앙!


또 다시 쏘아진 레일건이 거수의 방패에 정확히 명중했지만, 거수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저 거대한 방패 같은 외피가 모든 충격을 흡수하며, 거수는 다시 천천히 전진했다.


[동력을 전환합니다.]


재차 하체에 동력이 실렸다. 불바다가 된 평원을 짓밟으며 내딛는 메카들이 화력 투사를 멈추었다.

천천히 전진하던 거수들이 이상을 감지한 것인지 전진을 멈추었다. 왼쪽에 서 있던 거수가 머리를 돌려 워록-2를 보았다.


그때, 이미 워록-2는 최대 속도에 달해 있었다.


콰아아앙!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내달린 유화는 워록-2의 체중과 가속도를 실어 거수의 왼팔을 들이받았다. 전고가 80m에 달하는 워록과 맞먹는 크기의 방패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다.


[동력 전환. 최대 출력.]


순간적으로 막대한 힘이 왼팔에 실렸다. 워록-2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지며 방패를 강타했다.

타격이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방패는 견고했다. 세나의 분석대로 반작용이 크지는 않았지만 동력을 있는 대로 쏟아부어 때려 박은 까닭에 팔이 조금 얼얼했다.


[보스! 거수가···!]

“알아.”


거수가 왼팔과 함께 순간적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움직임 자체는 인지했으나, 근접한 까닭에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화는 워록-2의 장갑을 믿고 그걸 그대로 몸으로 받아냈다.

거대한 충격이 워록-2의 전신을 관통했다. 바이저에 빨간 경고등이 떠올랐다. 전신이 부서질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유화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충격을 받아낸 그는 그대로 다시 왼팔을 내뻗었다.


쩌엉!!

동력이 실린 주먹이 거수의 방패를 강타했다. 평범한 거수들의 키틴질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방탄 유리를 손으로 때리는 느낌과 유사했다.


쩌저저적!

거수의 방패에, 주먹이 꽂힌 곳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변. 그렇게 받아들인 걸까. 놈은 무식하게 방패를 들이밀지 않고 땅을 딛으며 반대쪽 오른팔을 워록-2를 향해 뻗었다.


카가가각!

날카로운 발톱이 흉부 장갑에 스크래치를 내며 지나갔다. 그 순간 세나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보스. 말씀드린 것처럼 관절 가동 부위에 제한이 큽니다. 방패를 무시하고 본체를 직접 타격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그 말대로였다. 바로 앞에 유화가 있는 지금, 놈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방패는 무겁게 땅에 박혀 있기만 할 뿐이었다.

유화는 그대로 왼팔을 뻗어 거수의 대가리를 붙잡았다.


“세나!”

[동력 전환!]


짧은 오른팔이 장갑을 마구 할퀴었다. 유효한 타격은 아니었다. 놈의 발톱보다 장갑이 훨씬 두꺼웠으니까.

유화는 워록-2의 무지막지한 힘으로 대가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든 뒤, 머리를 향해 플라즈마 캐논을 쏘아냈다.

폭음과 함께 캐논에 대가리가 날아간 거수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순간 놈의 쌍둥이가 워록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은 워록에게 닿지 못하고 밀려났다. 다른 메카 한 대가 그대로 몸을 들이밀어 거수와 부딪친 것이다.

유화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보스.]


다른 파일럿들의 통신 채널을 듣고 있는지 세나가 그렇게 말해왔다.

세나의 말대로 거수와 몸을 부딪친 메카가 잠시 유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철컥.

유화는 캐논암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전투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메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어서 다른 네 대의 메카가 각자의 방식으로 전투에 참전했다. 워록처럼 체급이 높은 메카가 거수를 향해 돌진해왔다.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화력 지원형 메카들은 틈이 날 때마다 거수를 타격했다.

메카는 다섯 대. 거수는 하나. 이미 파훼법까지 유화가 직접 몸으로 보인 상황이다. 워록이 참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싸움이 일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사각을 보완합니다.]


이변을 느낀 유화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바이저에 비치는 화면이 전환되었다. 오른쪽 어깨 쪽에 달린 광각 렌즈였다.

쭉 바닷속에 머물러 있던 거수가 괴성을 내지르며 바닷물을 가르고 뛰쳐나온 것이다.


“세나.”

[네. 보스. 말씀하십시오.]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어.”


쌍둥이 거수처럼 상체가 비대한 놈. 하지만 놈은 방패 따위를 가져서 비대한 것이 아니라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들처럼 팔이 길었다.

대가리는 양서류. 하지만 뛰는 모습은 침팬지와 판박이였다.


[어떤 것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지금 보여줄 게.”


끄르르륵!


괴기한 소리를 낸 놈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주먹으로 거수의 방패를 부수던 메카가 세 번째 거수의 난입에 급히 뒤로 물러섰다.

다른 메카들 역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거수가 양팔을 크게 휘두르며 메카가 접근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방패가 거의 다 부서진 거수가 무거워진 몸을 이끌며 세 번째 거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메카들이 물러난 사이, 거수가 기다란 팔을 쌍둥이 거수를 향해 뻗었다. 대가리가 날아간 거수와 방패가 거의 다 깨진 쌍둥이 거수. 둘의 몸뚱이를 붙잡은 거수가 쌍둥이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언젠가, 오메가의 둥지에서 보았던 광경.


융합.

미간을 일그러뜨린 유화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정적인 행동. 여느 때처럼 조언을 전하려던 세나는 그 순간, 동기화 되어 있는 유화의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격류에 조언하는 것을 멈추었다.


[······.]


치솟는 심박수.

인공 의식인 세나는 그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각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 감정인지 깨닫고 그런 판단을 내렸다.


끄르르륵!

워록이 한 발 앞으로 나서는 것과 동시에 거수가 반응했다. 개구리의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지른 거수가 쌍둥이의 몸뚱이를 끌어당기면서도 입을 쩍 벌려 워록을 향해 산성액을 뱉어냈다.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공격.

오른쪽 어깨를 크게 틀어 산성액을 피한 워록이 쌍둥이 거수를 거의 다 끌어당긴 거수를 향해 오른팔의 캐논암을 뻗었다.


꽈드드득!!


뜨겁게 달궈진 캐논암이 거수의 외피를 파고 들어갔다. 다시금 산성액을 내뱉으려는 거수를 향해 유화가 플라즈마 캐논을 쏘아냈다.

캐논에 내장이 터져나간 거수가 검은 피를 흩뿌리며 허물어졌다.


“근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 화력 투사도 가능한 무기.”

[그게 어떤 무기입니까?]

“글쎄. 지금 있는 워록 오른팔에 칼을 달아도 될 거고 아예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도 될 거고···.”


자신이 말한 것임에도 어떤 것일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구조의 질량 병기나 화력만을 투사하는 무기에 대처하는 거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그런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지금부터 만들어봐야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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