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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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DUMMY

섹터2는 흔히 시베리아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은 눈덮인 평원. 거수들의 핏물로 인해 자라난 식물들이 가득한 섹터1과는 확실히 다른 곳이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빙하가 떠다니고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섹터1에 길고 완만한 해안 지대가 있는 것과 달리 거수가 상륙하기에 마땅하지 않고, 기지에서 멀어 완충지대로 남은 그곳에 스무 대의 메카가 집결했다.


5조 3교대 형식으로 돌아가던 북극 수비대 기지의 엘리트 파일럿들이 대부분 투입되었고, 유화와 담당 세이버인 이루미까지 포함한 수.


여기에 메카의 정비와 수송을 맡은 인력, 워록-2를 위한 변형 금속이 들어찬 컨테이너들과 의료팀, 지휘부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북극 수비대의 전력 대부분이 투입된 것이었다.


파일럿의 편성과 이동, 진지 전개까지 걸린 시간이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아나디르 기지에 있었다더니 실력 하나는 확실하군.'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아나디르 기지는 한국으로 따지면 울릉도나 부산과 비슷한 위치의, 넓은 구역을 담당하는 기지였다.


그곳에서 현역으로 구르다가 바이퍼의 눈에 들어 시베리아 수비대로 온 안드로프는 본인의 지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세나. 파악은 끝났어?"

[네. 보스.]


유화의 물음에 세나가 바이저에 비치는 화면을 전환시켰다.


[플라시보라고 불리는 3.5세대 메카가 7대, 4세대의 안톤이 3대, 4세대의 호크아이가 1대, 4세대의 블랙 팬서가 4대, 4세대의 부커가 3대 총 18대 확인했습니다.]


[플라시보와 부커, 호크아이는 화력 지원형 메카입니다. 현재 장착한 무장은 철갑탄과 타격포입니다.]


[안톤은 중장갑을 장착한 메카로 방폭 장갑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만약 거수가 다수 몰렸을 때 안톤이 장갑을 전개하고 후방에서 화력을 쏟아내 대응하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랙 팬서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제작된 제품 답게 다재다능한 것이 특징으로 보스께서 해저로 투입될 때 지원하기 위해 함께 움직일 것 같습니다.]


지구의 최전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북극 수비대의 병력이라고는 하나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워록-2 같은 4.5세대 메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메카가 정상적인 개량을 받기 보단 마개조를 받은 것들.


하지만 유화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신예 메카가 4.5세대라고는 하나, 신 병기가 그렇듯 보급된 양이 많지 않다.


또한 정해진 거점에서 화력을 퍼부어 거수를 소탕하는 북극 수비대의 특성상, 최신예 메카의 필요도가 그리 높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타격포와 철갑탄.

거수에게 충격을 입혀 전진을 저지하는 무기인 타격포와 외피를 관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철갑탄.


3.5세대나 4.5세대나 포를 쏘아내는 성능은 비슷하니 비싼 돈을 들여 새 메카를 운용하는 것보다 한 대라도 많이 운용하는 게 이득일 것이다.


"엄청난데···."


북극 수비대의 객관적인 전력 분석을 끝마친 유화가 개인적인 감상을 입에 담았다.


스무대에 달하는 수의 메카가 동원되어 정렬한 광경을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실전은 처음이었다.


처음 본 것도 중국에서 대규모 전투 이후 열린 개선식을 몇 달 후 텔레비전으로 본 것 뿐.


실전을 위해 스무 대나 되는 메카가 일제히 정렬한 것은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보스, 지휘부에서 통신이 들어옵니다. 연결할까요?]

"연결해줘."

[알겠습니다.]


수신음과 함께 우렁찬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넘어왔다.


-닥터! 이쪽은 대충 준비가 끝났습니다! 닥터는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부표를 보니 괴물 새끼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 정찰 드론부터 투입해보겠습니다!


구우우웅.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워록-2의 고개가 돌아갔다. 돌아간 시야에서 비치는 거대한 바다 거북의 모습을 한 정찰 드론.

건장한 성인 남성 여섯 명이 낑낑대며 드론을 바다로 띄워보냈다.


-드론 카메라를 공유합니다! 접속 코드는 4332입니다!


안드로프의 신뢰.


유화의 현역 시절부터 존재했던 아나디르 기지 출신.

전방에서 대장직을 하고 있을 정도면 현역 시절의 유화의 명성을 알고 있었으리라.


아니디르쪽과 같이 작전을 한 적은 없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스크 같은 곳의 러시아 파일럿들과 합을 많이 맞춰보았으니.


어쩌면 보드카 때문일 수도 있을 테지, 쌍둥이 거수를 격퇴 후로 안드로프는 아무렇지 않게 기지의 기밀을 공유해왔다.


'무기 연구실을 보여준 것도 그런 이유겠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비밀 연구가 진행중인 곳을 기지의 대장인 안드로프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은근히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알려준 것을 보면 유화가 쌓아 올린 신뢰가 상당하다는 뜻이겠지.


[카메라를 연결하겠습니다.]


상념에 잠긴 사이 바이저에 시퍼런 광경이 비춰졌다.


영화나 다큐 채널은 되어야 볼 수 있을 법한 바다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영상에 나오는 떼지어 몰려다니는 물고기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생물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고요한, 죽음의 바다.


그 순간 시야 끝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시선을 돌리는 사이 바이저에 비치는 화면이 꺼졌다.


[접속 해제. 재접속합니다.]


세나 역시 당황했는지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재접속 실패. 영상이 재생되지 않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거수가 비쳤어. 그놈 짓이야. 포기해. 지휘부 다시 연결해줘."

[알겠습니다. 보스.]


"안드로프 대장?"


통신기 너머가 시끌시끌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안드로프의 고조된 목소리가 넘어왔다.


-예, 닥터! 무슨 일입니까?

"괴물 새낍니다."


러시아어로 그렇게 말하자 안드로프가 숨을 집어삼켰다.


"영상이 끊어지기 직전에 오른쪽 아래 구석에 형체가 보였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예, 저희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거의 픽셀 단위만 드러난 것을 어떻게 보았냐는 걸까. 당혹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넘어왔다.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준비 되셨습니까?"

-예, 닥터! 지금 지원 병력을 투입하겠습니다.


바이저에 비치는 시야가 후방 렌즈로 전환되었다. 세나의 분석대로 블랙팬서라 불리는 세 대의 메카가 기동하기 시작했다.


[밀폐 절차를 시작합니다.]


유화는 그들이 뒤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공기순환장치를 비롯한 개폐구들이 닫히며 워록-2의 거체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1만 8천톤에 부가 무장 1500톤. 약 2만톤에 달하는 질량에 의해 바다에 파도가 일었다.


쿠우웅.

해저 바닥에 발을 딛는 것과 동시에 자욱한 모래 먼지가 일었다.


"세나, 생명 반응 탐지해봐."

[네. 보스.]


거수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놈들의 생명 반응이 탐지될 정도면 이미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가깝다는 뜻이니까.

유화가 확인하려고 하는 건 자신이 카메라로 본 광경처럼 생물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무 것도 없어요. 보스. 이렇게 깔끔한 건 처음 보네요.]


생명 반응을 탐지하는 레이더는 텅 비어 있었다.

굳은 얼굴로 그것을 보던 유화는 혀를 차고서 눈앞의 광경에 집중했다.


"여기는 닥터. 드론이 요격된 지점에 도착했다."


통신기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러시아 억양이 섞인 영어. 후방에서 뒤따라오고 있는 파일럿들이었다.

대답을 들은 유화는 파괴된 드론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탐조등을 작동합니다.]


머리와 가슴께, 양팔의 손목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괴된 드론의 파편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파편 조각들을 살펴보던 유화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세나."

[네, 보스.]

"조각이 턱없이 부족하지."

[예. 보스.]


세나가 담담하게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본체 내부의 파괴된 부품만 있을 뿐, 드론의 전체적인 외형은 찾을 수 없습니다. 날카로운 것에 관통되어 파괴당한 뒤, 본체는 그대로 딸려간 것 같습니다.]

"그래."


유화가 고개를 들고 바이저를 들어올렸다.

콕핏 전면부에 설치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투명해지더니 바이저에 비춰지던 풍경을 그대로 비추기 시작했다.


"그럼 그 날카로운 걸 휘두른 놈은 어디 있을까."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

탐조등에서 뻗어나간 억센 빛 역시 금세 그 어둠에 잡아먹혔다.


유화는 그 어둠 속에서 적의를 느꼈다.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겠지."

[음파 탐지를···.]

"아니, 세나."


지옥 같은 탑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생존 본능.

어둠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화가 다시 바이저를 내리는 것과 동시에 말했딘.


"왼쪽. 방패."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등에 부착된 발전기 위에 덧댄 변형 금속들이 순식간에 풀려나왔다.

왼팔을 굽힌 채로 등 뒤로 가져가자 풀려나왔던 변형 금속들이 순식간에 워록-2의 왼팔에 달라붙었다.


방패가 어느 정도 형체를 갖추었다고 판단한 순간 유화는 왼팔을 몸체에 붙이고 힘을 주었다.


카아앙!


물속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날카로운 소리가 바닷속에서 울려퍼졌다. 시야가 저절로 전환되었다. 방패를 타격해온 기다란 촉수가 보였다.


길게 뻗어져 나온 촉수가 어둠 속으로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하나가 아니다.

그것을 확신한 유화가 말했다.


"세나, 캐논."

[동력을 전환합니다.]


발전기에서 생산된 동력이 오른팔의 캐논으로 흘러들어갔다.

다음은 몸체. 예측과 동시에 캐논암을 앞으로 뻗자 어둠 속에서 기다란 촉수가 쇄도했다.


콰앙!

캐논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거품이 솟았다.

고열의 플라즈마가 일대를 증발 시키면서 다시 물이 차올랐다. 바닷물에 캐논이 식으면서 발생한 기포. 유화는 검은 핏물이 뒤섞인 물거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펑!

촉수가 도달하려는 순간마다 캐논이 터졌다. 과열 때문에 마음껏 쏘아내지 못하는 플라즈마 캐논이 사방이 냉각수로 들어찬 바닷속에선 제한 없이 쏘아낼 수 있었다.


[보스, 정면입니다!]

"알아."


퍼엉!

촉수가 닿기 직전 쏘아낸 플라즈마가 바닷속에서도 식을 줄 모르고 촉수를 불태우며 기다란 살점을 타고 올라갔다.

살점을 태우며 따라 올라간 불길이 꺼지기 직전, 바이저에 비친 광경이 하나.


유화는 그 형체를 확인하고서 말했다.


"세나. 앞으로 전진할 거야."

[네, 보스.]

"방패를 앞세우고 전진할 테니까 동력 잘 조절해. 너만 믿는다."

[···네, 보스.]


구우웅.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바다 밑바닥에 깔린 모래가 먼지를 일으키며 워록-2의 거체를 가렸다.

유화는 방패를 들어올려 상체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콰드득!

거대한 형상에서 뻗어져 나온 촉수가 방패를 가격했다. 하나, 둘, 셋, 그러다가 여섯 개까지.


두꺼운 촉수들이 방패를 밀어내려 애썼으나 비슷한 체급의 거수마저 압도하는 막강한 출력 앞에선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다.


촉수를 가진 거수의 형체가 보였다.

성게 같은 본체에 여러 촉수를 단 형상. 유화가 맨몸으로 마주했던 것과 비슷한, 바닷속에서 움직이는데 특화된 개체.


유화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방패 위로 캐논암을 올린 순간, 세나가 동력을 전환했다.


방패를 부착한 왼팔을 지지대 삼은 캐논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을 일으키며 바닷물을 가르고 뻗어나갔다.


작가의말

내일도 연재 시간이 공지한 것보다 늦어질 경우 공지를 수정하겠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조카(11세, 휴대폰 압수 당함, 남자)에게 제 사자비를 지키느라 진땀 빼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즐거운 추석 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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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북극 작전 +5 24.09.04 6,281 132 13쪽
36 북극 작전 +5 24.09.03 6,443 126 13쪽
35 북극 작전 +5 24.09.02 6,636 130 16쪽
34 북극 작전 +8 24.09.01 6,792 141 14쪽
33 북극 작전 +7 24.08.31 6,955 148 14쪽
32 북극 작전 +8 24.08.30 7,093 146 12쪽
31 북극 작전 +5 24.08.29 7,287 154 14쪽
30 슈퍼스타 +8 24.08.28 7,352 164 13쪽
29 슈퍼스타 +7 24.08.27 7,344 148 15쪽
28 슈퍼스타 +9 24.08.26 7,393 154 14쪽
27 슈퍼스타 +11 24.08.25 7,688 149 13쪽
26 슈퍼스타 +4 24.08.24 7,782 160 12쪽
25 슈퍼스타 +7 24.08.23 7,825 1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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