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부활했다고?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께름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흐.."
그녀는 올리데린의 권속 '아리아'였다.
"캬하핫!!!"
아리아는 올리데린의 명을 받고, 무지개를 사칭한 '강유이'를 암살한 범인이었다.
"아니지..아니야 재미있어졌어 캬핫!"
그녀는 방금 자신이 죽인 남자가 '무지개'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된 직후였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기분이 더 안 좋아보였다.
"저거저거 괜찮은 겁니까?"
"글쎄요.."
그 모습에 잔뜩 겁을 먹은 올리데린의 신도들이었다.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냥 아리아님이 해결해시게 두시죠"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결국 그들은 '아리아'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
.
.
소라는 내 생각보다 빨리 나와있었다.
"소라야"
"오빠!"
'와락'
"보고싶었어.."
"나두..ㅎ"
소라도 날 보고싶었는지 내 가슴에 작은머리를 기댔다.
'쓰담..'
"많이 기다렸어?"
"아니이.."
그래, 좋아한다는 건 이런 거였다. 예슬이가 죽은 후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이 다시 내 가슴 속을 물들였다.
"오빠 이거봐봐"
"뭔데?"
'!!'
소라가 내가 준 '윈드'를 내밀었다.
"어.."
"무지개가 이걸..줬어"
"아..봤어 신문에서"
"근데 있잖아 오빠..나 이상해"
"뭐가?"
소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무지개가..익숙해"
"그게 무슨...?"
"그니까..무지개 내가 아는 사람 같아"
"?!"
소라가 뭔가 눈치 챈 걸까?
"이상하지?"
"그러게..?"
"흐음..."
다행이다..아무래도 눈치 챈 건 아니였나보다.
"아닐거야.."
"그렇지? 내 주변에 있을리가 없지,,"
휴...
"아!맞다"
"뭐가?"
"오빠랑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그래?"
"응 가자!"
"어디로 가는데...?"
"있어..ㅎ"
그렇게 그녀가 날 데리고 온 것은...
"여긴...?"
"기억나?"
"어? 어...여긴"
"나 사실 여기서 오빠 처음 만났어"
"어?"
설마....
"그때 그 여자얘?"
"맞아 후후.."
"기억난다..하하 그때 걔가 너라고?"
"응!"
정말 놀랍다...그때 그 얘가 소라라고?
"이쁘게..잘 컸네?"
I"푸흐..뭐야 그게..."
우리 둘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갈 때 쯤이었다.
'띠링'
*올리데린의 권속 '아리아'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
"오빠? 왜 그래?"
"미안 소라야 잠깐 뉴스 좀 봐 볼래?"
[화면 속 이상한 여자 한 명이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뭐야..오빠 미안 나 가봐야겠다"
"어어..그래 가봐야지"
나는 아쉬움을 무릎쓰고, 소라를 보내주었다.
"하..."
이거....내가 나서야되나?
"세아소환"
*달의 요정 '세아'가 소환됩니다
"주인니임!"
"어어..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네?"
"네에..오늘도 '전생요정'을 보여주시나여?"
"아! 애니 말이지? 보여줄게, 대신 오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뭔데여?!"
"그게..사람들을 구해주면 좋겠어"
"네에! 알겠어여!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환영이져"
"고맙다"
"그럼 다녀올게여!"
세아가 권속을 막기위해 간 후..난 제1벙커로 돌아왔다.
"세아가 잘하고 있으려나..?"
.
.
.
올리데린의 권속을 만난 세아, 은신스킬을 펼친다.
"세아표 은신스킬!"
"니가 무지개야? 캬하핫!!"
"어떻게..내가 보이는 거야앗?"
"올리데린님께서 하사하신 이 두 눈 덕분이지 후훗"
세아가 아리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빨간 적안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다.
"흥! 세아는 은신 안 해도 강해!"
"끼흐흣..! 죽어!"
'띠링'
*달의 요정 '세아'가 올리데린의 권속 '아리아'를 처리했습니다
"벌써..?"
"다녀왔어여 주인님!"
"어서와..!"
"네에..ㅎ 이제 보여주실 수 있나여?"
"아, 애니말하는 거지 그럼! 맘껏 봐!"
"흠.."
가만히 앉아 작은다리를 뚱땅거리며 애니를 보는 모습을 보니, 무시무시한 적을 쓰러뜨리는 모습따윈 상상도 가지 않았다.
"뭐..됐나"
중요한 건 사람들을 구했다는 사실이지..음!
.
.
.
//저거 뭐임?
ㄴ 모름 아무것도 안 보임
ㄴ ㄹㅇ 아무것도 없는데?
//편집이지 이걸 속냐?
ㄴ 편집 아니라던데?
ㄴ 이왜진?
// 왜 갑자기 허물어짐?
ㄴ 호구와트 출신인데요 저도 저건 몰라요...
ㄴ ㄹㅇ 뭐냐고..
각성자들은 저마다 누가 '아리아'를 쓰러뜨렸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물론 곧 사람들은 누가 쓰러뜨렸는지 간단히 알게되었다.
//어? 무지개뜸
ㄴ ㄹㅇ이네..
ㄴ 무지개였네
//무지개가 사람들 몰래 살리고 감..
ㄴ 개간지...
ㄴ 대체 무슨 스킬을 쓰는 걸까?
ㄴ ㄹㅇ뭔지 감도 안 감..
//무지개님이 우릴 구원하셨다.
ㄴ 무지개님!
ㄴ 무지개님!!
ㄴ 이젠 익숙하다..ㅋ
.
.
.
"오, 역시 무지개가 떴구나"
나는 무지개가 뜬 걸 보며 말했다.
역시나 나의 영향력이 끼치는 곳이면 어디든 무지개가 뜨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냐하면...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해 잠시동안 소환수를 회수합니다]
"알파 그러면..세아를 부를 수 없는거지?"
[네 그렇습니다]
"뭐..이참에 쉬라고 하는 게 낫겠나?"
[소환수는 소환되지 않았을 경우 잠에 듭니다]
"잘됐네.."
나는 말과는 다르게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체를 들킬 위험도 줄고, 귀찮음..크흠! 내가 나서야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는데...
"뭐..아직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똑똑'
"아저씨다!"
"아저씨?"
'철컥'
"무슨 일이세요?"
문을 여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거!"
"무지개굿즈...?"
"어! 이거 내가 힘들게 구한거다?"
"아저씨..."
무열 아저씨..죄송하지만 제가 무지개예요...
나는 마음 속으로 심심한 사과를 하면서 애써 기쁜 듯 웃었다.
"하하..감사해요"
"그래!"
아저씨의 뿌듯해 보이는 미소가 날 진짜로 웃음 짓게 했다.
"그나저나 진짜 어쩐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고..너 혹시 삼겹살 좀 있냐?"
"아..찬성이한테 들으셨구나 드릴게요 잠시만요.."
"고맙다..아내가 먹고싶다고 성화여서 하하!!"
이런 아포칼립스 속에서도 무열아저씨는 결혼에 성공했고, 현재 아내분은 임신 중인 상태였다.
"근데..조금만 드셔야 되서 아쉽겠네요"
"그러게 말야, 임신 중이라 기름진 걸 많이 먹으면 안된다네"
"그렇죠..아저씨 많이 드세요"
'묵직'
"어이구..인석아 뭘 이렇게 많이 줘"
"소라가 많이 줬어요.."
사실은 제작스킬로 만든 거지만요...
"아무튼 정말 고맙다! 나중에 밥 먹으러 와라!"
"네~들어가세요"
그렇게 무열아저씨가 돌아가고, 소라한테서 연락이왔다.
>>오빠!
>>응 소라야
>>혹시 지금 만날 수 있어?
>>응!
>>그럼 거기서 기다렷!
>>그래 보고싶다!
>>ㅎㅎ 얼른 갈게
곧 소라가 오니 소라한테 줄 음식들 좀 제작해야겠다...
.
.
.
"오빠~"
"소라야 왔어?"
"근데 이건 뭐야?"
"으응, 선물"
"선물? 고마워..."
"별거 아니야 그.."
"이거..소고기잖아! 어디서 난거야?!"
"아는 사람한테 받았어"
"그런 걸 왜 줘..오빠 먹지!"
"나도 많이 먹었어"
"그래? 고마워 진짜.."
소라가 감동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와..이 여신이 내 여친?
속으로 낯간지러운 생각을 하면서 소라를 안아주었다.
'포옥'
그래..나는 이 조그만머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거다. 다름이 아니라..
"푸흐흐.."
"왜 웃어!"
"그냥..귀여워서"
"진짜아.."
우리 둘은 핑크빛 기류가 점점 흘렀고, 급기야..
"오빠.."
"소라야.."
.
.
.
맙소사 어제 내가 뭘한거지..내 머릿 속은 온통 살색으로 가득했다. 나는 괜히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오빠 어제..있잖아..."
"?!!"
"..좋았어"
"그..그래?"
다행이다 녹슬진 않았나보다...
"으응..우리 오늘 데이트 갈까?"
"좋지!"
나는 소라와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겼다.
"오빠 잘 가.."
"응 너도"
오늘도 어김없이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아쉬움을 눈에 담은 채로 서로에게 인사했다.
벙커로 돌아오자 이찬성이 날 반겼다.
"야 어디갔다 이제오냐!"
"소라랑 같이 있었지 왜?"
"무지개 남자인 거 봤냐?!"
"봤어..그게 왜?"
"그게 왜긴! 아주 큰 문제지!"
"..."
"난 누님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크흡.."
"그러냐..."
별거 아닌 걸로, 아니 내 얘길 하는 이찬성을 보고있자니, 약간의 한심함이 내 얼굴에 나타났는지 이찬성이 내게 말했다.
"넌..알고있었냐?"
"..아니"
"그럼 왜 그런 얼굴이야!"
"그냥..아무것도 아닌 걸로 그러니까.."
"이 자식...됐어 나 간다!"
자식..삐지긴
이찬성은 정말로 기분이 안 좋았는지 자기 방 쪽으로 들어갔다.
"나중엔 벙커도 만들어야겠지.."
안전한 벙커를 위해서는 좀비사냥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알파가 응답했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오!"
생각보다 빠르다..그럼 세아를 불러볼까?
"세아소환"
*달의 요정 '세아'가 소환됩니다
"쭈인님!"
"잘 쉬었어?"
"네에ㅎ"
"잘 잔 모양이네ㅋ"
그도 그럴것이 얼마나 푹 잤는지, 세아 입에 침이 묻어 있었다.
"헤헤"
"오늘도 좀비사냥 해줄 수 있을까?"
"당연하져!"
그리고 그에 응답하듯 시스템이 울렸다.
*'올리데린의 권속'이 부활했습니다
"부활..?"
"허업!"
세아도 놀란 듯이 조그마한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럼..."
"다녀올게여!"
"부탁해!"
그렇게 세아가 떠나고...
.
.
.
암흑 속 모인 올리데린의 신자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부활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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