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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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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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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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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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결론은 이두희의 단독 범행

DUMMY

어렴풋이 그러지 않을까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한결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아무리 그래도 형인데, 자기 핏줄인데 죽이려고 하다니··· 얼마나 궁지에 몰려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엄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한결은 노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부탁했던 류승오 관련 자료는 준비됐나요?”

[네, 보스. 조사하다 보니까 참 한심하더군요.]


제3자가 보기에도 한심할 정도면··· 도대체 넌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냐.


[주식으로 돈을 많이 탕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인에 손댔다가 거기서도 크게 손해를 보고.]


예전 <프로듀스 111>이란 프로그램으로 대박 쳤다는 얘길 들었다. 그때는 형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자기가 연예기획사를 하나 차린다고 했을 때 흔쾌히 투자했다. 얼마 못 가 다 날려 먹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사업이란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실패한 이유가 주식 도박 때문이었다니···


자기 적성에 맞는 연예계에서 계속 비볐다면 활로가 열렸을 텐데 하필 주식에 손을 대 스스로 망쳤다.


노준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드러난 빚만 30억이 넘었다. 한결이 엄마 안지연에게 해준 청담동 빌라도 이미 매각된지 오래. 안지연은 거기를 팔고 안성까지 내려와 전세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 집만 해도 80억짜린데··· 그것도 다 날려 먹은 거냐.


한결은 류승오의 집으로 가서 직접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류승오는 밉지만 어쨌든 거기에는 조카도 있었다. 류승오의 헛짓거리 때문에 가족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지···


**


류승오의 집은 사당역 인근 원룸촌에 있었다.


붉은색 벽돌로 된 전형적인 원룸 빌라 건물이었다.


<프로듀스 111>이 대박을 터뜨렸을 때 류승오의 집을 방문한 적 있었다. 그때도 빌라이긴 했지만 서초동 서래마을에 있는 고급 빌라였다.


세흥빌라. 2층 202호를 보니 안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제수씨인가. 그때 베란다 문을 열고 이다현이 나왔다. 빨랫감을 대야 가득히 들고 나온 이다현은 빨래를 탈탈 턴 후 하나씩 빨랫줄에 걸기 시작했다.


결혼할 때 정말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팍 늙어 보였다. 채원보다 여덟 살 어리다고 알고 있는데 훨씬 언니처럼 보였다.


“엄마 밥 줘.”


초등학생 남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아, 범석이구나. 우리 류씨 집안 장손.


“잠깐만 얘들아. 엄마 빨래 다 널고 밥 차려줄게.”


이다현은 서둘러 마무리한 뒤 베란다 안으로 사라졌다.


예쁜 마누라에 토끼 같은 1남1녀를 둔 가장이 뭐가 부족해서 그런 사고를 친 거냐. 만약 류승오가 감옥에 가게 된다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안지연이 애들을 돌봐 줄 것인가. 지금 남편 병간호 하기도 벅찰 텐데.


**


한결은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류승오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남겨진 가족은 무슨 죄인가.


계속 이 생각들이 도돌이표처럼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류승오가 어떻게 대호엔터에 연줄이 닿은 걸까. 예전 껄렁한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다는 건 알고 있지만 조폭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나.


살인청부를 부탁할 정도면 웬만큼 친하다는 게 아닌데···


“준석이 형, 대호엔터 직원들 파일은 어떻게 됐어요?”

[지금 계속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회사라는 모양새는 갖추고 있는데 조폭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누가 회사원이고 누가 조직원인지가 헷갈리네요.]

“네, 모두 다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류승오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에 집중해서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스.]


**


“빙시새끼. 베개만 꾹 눌러도 그냥 디지는 건데 그걸 몬하나.”


정호동은 이두희의 실패 소식에 연신 담배를 피우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만 잘 갔어도 됐는데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 모양입니다. 비상구에서 나오더니 절뚝거렸습니다.”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텐데 이 일을 어쩐다. 이두희의 입을 단도리해야 하는데 우리 조직 변호사를 쓸 명분도 없고.


이번 일은 순전히 정호동 선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일이다. 박대호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일.


그런데 조직의 변호사를 쓰다가는 따로 밥그릇을 챙기려 했다는 사실을 들킬 위험이 있다.


그런데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피의자를 만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일단 숨길 건 숨기고 박대호를 설득해야 한다.


**


“사장님, 저희 수습 애들 중에 이두희라고 있는데예.”


박대호는 무슨 아쉬운 소리를 하려고 저러는지 정호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 아무리 말해도 형님이라 부르는데 사장님이라고 부른 것부터가 뭔가 있다는 거다.


“글마가 최근에 지 아버지 복수한답시고 병원에 누버있는 사람을 지기삘라 했심더.”


박대호는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뭐? 누가 뭘 어쨌다고?”


방금 설명했다이가. 아, 쫌 한 번에 알아들어 도.


“우리 아 중 하나가 사람 지길라다가 못 지기고 지금 경찰에 붙잡혀 있다고예.”


박대호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재떨이를 집어서 정호동에게 던졌다.


퍽. 와장창.


유리 재질의 재떨이는 그대로 박살이 났다.


“지금 그게 말이냐, 똥이냐. 내 밑에 있는 애가 사람을 죽일 뻔했다고?”

“예. 맞심더.”

“그럼, 곧 경찰이 여기도 들이닥치겠네?”


정호동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예. 글마가 조직 차원에서 한 행동이 아니고 개인적 원한으로다가···”

“야이 새꺄, 지금 장난해? 경찰이 언제 그런 거 따졌어?”

“행님,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예. 그래서 지금 우리가 냉철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심까.”


박대호는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었다. 그렇잖아도 요즘 들어 경찰들 눈치 보느라 돈은 돈대로 들고 짜증나는 일 투성인데 밑에 놈이 이런 큰 사고를 치다니···


“야, 우리가 번듯하게 차려놓고 엔터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뭐냐. 바로 양지에서 일하면서 경찰 눈치 안 보려고 그런 거 아니냐.”

“그렇지예.”

“근데 밑에 놈이 이런 빅엿을 먹이면 우리는 어쩌냐?”


정호동은 박살 난 재떨이 조각을 하나씩 발로 모으고 있었다.


“그니까 미리 단도리 해야지예.”

“단도리?”

“우리 조직이랑 저언혀 상관이 읎는데 글마가 이상한 말을 할 수도 있잖아예. 아니면 경찰이 이상하게 엮을 수도 있고···”


박대호가 생각해봐도 그건 말이 된다. 경찰들이야 건수가 생긴다면 양잿물도 퍼마실 놈들 아닌가.


조폭 똘마니가 이런 큰 사고를 쳤으니 잘 엮으면 윗대가리도 잡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다. 감빵이야 안 가겠지만 조사받는 동안 귀찮아진다.


“그래서 니 생각은 뭔데?”

“우리 변호사 통해서 제가 한번 두희 만나보겠심다.”

“니가 직접?”

“글마가 그래도 제 고향 후배지 않습니까. 글마를 여기 보낸 놈도 제 중학교 동창이고. 제가 외면할 문제는 아니지예.”


언뜻 생각해 보니 말이 된다. 문제가 될 싹은 미연에 잘라 버려야 한다.


짜식, 둔해 가지고 몸만 쓰는 줄 알았더니 제법 머리도 굴릴 줄 아는데?


“알았다. 권변한테 연락할 테니까 같이 가봐라.”

“알겠심다. 행님.”


**


“변호사님은 특별히 하실 말씀 없으실 겁니다.”


권병근은 하마터면 귀찮은 일 떠맡을 뻔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알아보니까 글마 살인미순데 정황도 확실하고 CCTV에도 다 찍혔고, 무엇보다 자기 입으로 자백도 했더만.”

“네, 그래서 우리 조직을 엮어 들어가지 않도록 단도리만 할라고예.”

“알았다. 빨리 끝내자. 나 저녁에 클라이언트와 약속 있어.”

“시간 오래 안 걸릴 겁니더.”


권병근과 정호동이 면회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수갑을 찬 이두희가 경찰과 함께 들어왔다.


경찰은 이두희 손에서 수갑을 풀어준 뒤 방을 나갔다.


이두희는 정호동을 보더니 두려움 때문인지 얼굴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두희야, 몸은 개안나?”

“예, 행님. 여기 밥 묵을만 합니더.”

“아이고, 우야다가 이런 일을 벌맀노. 우쨌든 사람이 안 죽었으니 천만다행이긴 하다.”


말과 달리 정호동의 표정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왜 죽이지 못했느냐는 질책으로 이두희의 가슴에 꽂혔다.


“고향에 어무이가 마이 놀라신 모양이더라.”


엄마? 엄마한테 연락이 벌써 간 거야?


“엄마가 어떻게 벌써 알게 됐으예?”

“걱정하실까 봐 내가 연락드렸지. 아마 곧 서울로 올라 오실끼다.”


이두희은 수갑을 찬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엄마한테 이런 모습 보일 수 없으예. 다시 돌려보내 주이소.”

“어무이는 니가 을매나 걱정스럽겠노. 얼굴이라도 보고 싶을 거 아이가.”

“안 됩니더. 행님, 제발 어무이 좀 돌려보내 주이소.”


정호동은 고개를 숙이고 오열하는 이두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이두희의 귀에다 입을 바짝 갖다 댔다.


“조사받고 할 때 모쪼록 어무이 생각 꼭 해라. 니가 엉뚱한 소리라도 하믄 어무이 가슴에 대못을 박는 거 아이겠나.”


이두희는 이 말의 뜻을 금세 알아차렸다. 엄마가 해코지를 당할지 안 당할지는 니 혓바닥 놀림에 달려있다는···


“행님, 걱정 마시고예. 저 혼자 다 안고 가겠심다. 엄마는 고마 나뚜이소.”

“하모, 내사마 니를 꽉 믿제. 어무이는 걱정 말그라. 내가 여비라도 넉넉히 쥐어서 고향에 돌려보내 드릴 테니까.”

“고맙심더, 행님.”


이두희는 고개를 숙이고는 펑펑 울었다. 권병근은 뒤에서 이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


“결국 이두희가 혼자 다 안고 가기로 한 모양이야. 이제 아예 변호사 접견도 거부하고 그냥 재판 받겠다고 하네.”


서윤진의 설명을 듣던 한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어린 나이에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이두희의 인생도 불쌍했다.


뒤에서 어린 이두희에게 사탕발림으로 살인교사를 지시한 자들은 버젓이 밖에 나돌아다니는데···


법이 그들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사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살인교사를 한 자는 류승오밖에 없다. 대호엔터 내에서 류승오와 짝짜꿍을 한 자도 금방 밝혀질 것이다.


“젊은 나이에 인생이 완전 나락으로 떨어지네요.”

“근데 넌 어떻게 아는 사이길래 그렇게 안타까워 하니? 너 원래 그렇게 정이 많은 스타일은 아닌 걸로 아는데.”


‘테헤란로의 마귀’ 시절에는 당연히 무정한 남자였지. 그런데 지금은 한결이라는 탈을 쓴 정이 많은 고등학생이야.


“저한테 집단 린치를 가하려고 했던 무리 중 하나였어요. 근데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도 순박하고 해서 조폭 관두라고 설득하는 중이었죠.”


서윤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참 오지랖 넓구나. 네 설득이 잘 먹혔으면 이런 꼴은 면했을 텐데···”

“참, 이두희가 변호사는 구했나요? 아니면 조직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줬나?”


서윤진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담당 경찰한테서 얘기 들었는데 대호엔터 고문변호사가 찾아오긴 했는데 선임계를 내지는 않았다고 하네.”

“그럼, 국선이 붙는 건가요?”

“이두희의 재산 상태로 볼 때 아무래도 국선이 붙겠지.”


한결은 순수하게 이두희를 돕고 싶었다. 자기 본체를 죽이려고 했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이두희도 이용만 당한 불쌍한 놈 아닌가.


“누나 아시는 분 중에 형사사건 잘 하시는 분 계시죠.”

“당연히 있지.”

“소개 좀 시켜주세요.”

“너, 설마···”


한결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널 안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너 참 멋진 놈 같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돈을 써서 변호사를 붙여줄 생각을 다 하다니.”

“뭐 멋있게 보이려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다만 이두희 인생이 이대로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이두희의 아빠가 결국 회사에서 잘리고 자살을 택했다는 사실에 대해 한결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예전 류지오였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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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21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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