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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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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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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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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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김충헌의 귀국

DUMMY

태기준이 자기 사무실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며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장님, 장재홍 인사실 상무님 오셨습니다.]

“어서 드시라고 하세요.”


거대한 원목으로 만든 나무문이 열리며 장재홍이 급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태기준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실장님.”


인사조차 잊은 채 태기준은 얼른 장재홍 손에 들린 서류봉투를 낚아챘다.


서류봉투는 셀로판 실로 봉해져 있었고, 그 위에 ‘Confidential’이라는 도장이 큼지막하게 찍혀있었다.


태기준은 셀로판 실을 곧바로 제거하고 봉투 안의 서류를 꺼냈다.


태기준은 서둘러 서류를 넘겨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난 후 서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장재홍은 바로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봉투에 다시 담았다.


태기준이 저토록 화가 난 이유가 충분히 짐작되기에 장재홍은 무슨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또 사장 승진에 실패했다.


김충헌이 태기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벌써 세 번째였다.


김충헌 부회장··· 우린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


태기준은 나이 서른이 됐을 때 한국으로 돌아와 세황물산에 취직했다. 일찌감치 사업에 눈을 뜬 태기준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원목사업을 한다며 라오스로 떠났다.


고급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라 좋은 원목을 구할 수만 있다면 사업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좋은 원목 구하는 것부터가 고인물들의 영역이었다.


이제 갓 사업에 뛰어든 신참에게 좋은 원목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현지 공무원들과 안면도 트고 접대도 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는데 말라리아가 발목을 잡았다.


말라리아로 한참을 고생한 태기준은 몇 달 만에 겨우 건강을 회복했다.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싶었으나 식구들의 만류로 결국 귀국을 택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경험을 쌓은 뒤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무역에 대한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종합상사인 세황물산을 선택했다. 그런데 인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젊은 나이에 라오스에서 원목사업을 했다는 이력을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충헌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38세 나이로 세황중공업 사장에 오르면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연소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당시 막 비서실장이 되면서 비서실을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김충헌이 신입사원 태기준을 세황그룹 컨트롤타워가 있는 세황빌딩 47층으로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이 30에 신입사원이라··· 빠른 편은 아니군.]


김충헌은 인사카드를 뒤적거리더니 더 볼 게 없다는 듯 덮었다.


[자네, 비서실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한 번도 비서실에서 일하는 절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

[여긴 상상하는 자리가 아닐세. 실질적으로 회장님을 보좌하며 회사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지.]

[누구랑 약속 챙기고, 골프장 부킹하고··· 이런 일은 잘 못하는 편입니다.]


김충헌은 어이가 없다는 듯 파안대소했다.


[비서실이 그냥 차나 타주는 여비서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게 아닌가. 태기준은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태기준은 비서실로 옮긴 뒤 원래 비서실 체질이 아니냐는 듯 금세 적응한 것은 물론 두각을 나타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은 태기준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말처럼 보였다.


김충헌과의 케미도 좋았다. 한석조의 복심(腹心)이 김충헌이라면, 김충헌의 복심은 태기준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당연히 초고속 승진이 동반됐다. 남들보다 늦은 서른 살에 입사했는데 임원을 단 나이는 누구보다 빨랐다.


입사한 지 불과 12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오너 일가를 제외한 가장 빠른 임원 승진 기록을 세웠다. 김충헌조차 14년 걸렸는데 이를 2년 앞당겼다.


그런데 5년 전 부사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기조실 대관파트를 맡으면서 김충헌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극심한 의견차이로 다투다 갈라서게 된다.


당시는 한창 세황바이오 공매도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였다. 공매도 세력이 돈을 벌게 된 건 다름 아닌 내부 폭로로 인한 주가 대폭락.


사건은 세황바이오가 기술을 과대포장해 주가를 부양하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고 폭로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워낙 관련자도 많았고 피해자도 많았기 때문에 국회는 이를 간과할 수 없었다. 국회는 즉각 청문회를 열기로 했고, 증인으로 한석조 회장이 거론되고 있었다.


한석조 회장의 증인 채택은 세황이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막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 그걸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자리에 태기준이 앉아있었다.


국회 의석이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주도권을 쥔 야당은 한석조의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태기준으로서는 한석조를 지키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다른 카드를 제시해야 했다.


태기준의 선택은 김충헌이었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충헌은 격노했다.


방송으로 청문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증인 출석이 뭐 대단하냐고 할지 몰라도 적어도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거기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위증죄로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김충헌은 평소 자기 앞에서 설설 기던 국회의원들로부터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때였다. 김충헌과 태기준이 갈라선 시점이.


**


태기준의 눈치를 살피던 장재홍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장님, 그리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김충헌 부회장께서 귀국하셨다고 합니다.”


태기준의 눈썹이 씰룩거리자 이마의 힘줄이 따라 움직였다.


“다음 달 회장님과 함께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장재홍은 한 발짝 더 태기준 쪽으로 다가섰다.


“한기호 사장 자제분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 해결이 되고 있지 않아서···”


보고는 받았다.


피해자 또한 거물의 자식이라 세황의 위세로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한기호 사장 아들이 사고 친 게 어디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고작 그것 때문에 스위스에서 여기까지 날아온다고?”


장재홍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니라면 딱히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나저나 세황 차기 대권은 셋째 한준호 부회장이 한 발짝 앞서가는 모양새가 되겠군.”


장재홍은 무슨 말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판단을···”

“자네조차 아직 연말 인사안을 본 적 없단 말인가.”


장재홍은 이게 질책인지 아니면 자책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네,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밀봉된 상태로 그대로 들고 왔을 뿐입니다.”


태기준은 천천히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았다.


“한준호 부회장의 외동아들 한재석 부장이 이번에 상무보로 승진과 동시에 세황바이오 경영전략실장으로 내정됐더군.”

“아···”


장재홍은 그제야 태기준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동안 세황바이오를 가지는 자가 천하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그룹 내에 정설처럼 떠돌았다.


“거기에 비해 재준 군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다는데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


한재준은 둘째 한태호 부회장의 장남. 한재석보다 두 살 어리기도 하고 능력 면에서도 한재석에게 많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후계자가 결정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장재홍은 마치 바둑 훈수를 두듯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룹의 미래? 우리 그룹 임원 중에 그룹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군.”


태기준은 오지랖 넓은 소리를 한 장재홍을 비웃었다.


“실장님, 제 말씀은···”


태기준은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우리 그룹에서 정말 그룹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딱 한 명 봤어.”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장재홍은 궁금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김충헌 부회장.”


장재홍은 깜짝 놀랐다. 세 차례나 사장 승진 물을 먹여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견원지간이 된 사람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다니.


“진심이십니까?”

“내가 농담하는 것 같나? 이건 진짜야. 내가 그 양반이랑 갈라선 것과는 별개야. 그 양반은 진짜 세황그룹의 미래를 걱정해.”


태기준의 단언에 장재홍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실제로 이 그룹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


백경호가 회사로 돌아와 법무실장을 면담하기 위해 실장실을 찾았으나 자리에 없었다.


“최기락 차장, 실장님 어디 가셨나?”


최기락은 급히 백경호 쪽으로 달려왔다.


“세컨드께서 귀국하셨습니다.”


기조실 내부에서는 김충헌 실장을 ‘세컨드’라고 부른다. 한석조가 당연히 ‘톱’.


세컨드라는 명칭은 순전히 김충헌이 기획조정실 체계를 괴상하게 만들어뒀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세황그룹 기조실 아래에는 경영전략실, 정책지원실, 홍보실, 법무실, 경영개선실 등 5개 실이 있다.


실 밑에 실이 있는 괴상한 구조였다. 산하에 실을 두려면 기획조정실을 당연히 본부로 승격하면 되지만 김충헌이 일축했다. 그룹 내에서는 김충헌이 실장이라 불리는 걸 좋아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다 보니 기조실 밑의 5개 실장들과 명칭이 겹칠 수밖에 없어서 혼선이 불가피했다. 결국 세컨드라는 명칭으로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다음 달에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오전에 귀국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실장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중에 연말인사 발표가 난다는 얘기가 며칠 전부터 들려 왔다. 그와 관련된 것일까.


**


두 시간 뒤 김충헌 주재 실장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추상엽 법무실장은 백경호를 따로 불렀다.


“어떻게 되고 있어?”

“오전에 홍수찬 사장을 만나서 김장곤 목사 설득을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백경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홍 사장 말씀이 김장곤 목사가 딸을 설득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부녀간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상엽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야?”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추상엽은 말없이 백경호를 한동안 노려보더니 다시 눈을 서류 쪽으로 돌렸다.


“향후 계획은?”

“지금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긴 합니다만···”


방법이 없다는 말에 추상엽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를 뻔했다. 그런데 마지막 ‘만’을 언급해 일단 참았다.


“만··· ‘만’이라고 했으면 뭔가 다른 방책이 있다는 거 아닌가. 왜 말을 하다가 멈추나.”


백경호는 한결을 다시 설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워낙 강경하게 거절하지 않았나. 거기다가 한기호 사장이 괜히 전화를 걸어 불을 질러 놓았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아직 확실치 않아서 말씀드리기가 좀 애매합니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듣던 추상엽은 등을 등받이에 털썩 기댔다.


추상엽은 갈수록 백경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속상관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인데 걸핏하면 자기를 패싱하고 김충헌에게 직보했다.


워낙 김충헌이 이뻐라 하니 그에 대해 야단은커녕 지적조차 못 하자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연말에 자기는 짐을 싸고 백경호가 전무 승진과 함께 법무실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을 추상엽도 들었다.


낼모레면 환갑이 되는 나이지만 100세 시대에 60이면 너무 젊은 나이 아닌가. 이 자리에서 더 버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엣가시 같은 백경호를 주저앉혀야 한다.


“그런 하나마나 한 소리 할 거면 나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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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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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2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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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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