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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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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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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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야심가 한지현

DUMMY

자기편에 서 달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이지?


한지현은 생글거리는 얼굴로 한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결은 한지현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에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3세들 중 여자들은 눈에 띄지 않아 자료를 정리하지 않았는데 크게 잘못됐다.


눈에 띄지 않은 게 아니라 스스로 숨은 게 아닐까.


“제가 왜 누나 편에 서야 하죠?”


한지현은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잘라서 입에다 넣었다.


“베팅을 할 때 가장 승률이 높은 곳에다 하는 편이니? 아님 대박을 노리는 편이니?”


갑자기 역으로 질문을? 그리고 베팅이라니.


한결은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본시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박판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굳이 도박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야구나 축구를 보면서 베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한결은 거의 가장 승률이 높은 곳에다 베팅을 했다.


경마를 할 때도 1.1배, 1.2배 같은 데다가 큰돈을 거는 식이다. 대박을 노리는 모험은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전 승률을 중시합니다.”

“의외네. 겉으로 볼 때는 대박을 노리고 999배당에 돈을 걸 것처럼 보이는데···”


오호, 재벌집 대학생 아가씨가 경마에서나 쓰는 999배당을 안다고? 순진한 아가씨는 아니었구만.


“그래서 로또는 안 사요.”

“그거야 가진 돈이 많아서 그런 거 아냐?”

“저희 집 개털인 거 아시잖아요.”


한지현은 ‘풋’ 하고 웃었다.


“그런데 누나는 승률이 높아요? 아님 999배당이에요?”


한지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 나이프로 플레이트에 놓인 스테이크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지금은 999배당인데 10년 안에 가장 승률 높은 패가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 네가 내 편에 선다면 대박인 데다 승률까지 높은 거지.”


어떻게 대답했든 자기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거였구만.


“근데 혼외자 핏줄에, 집안에서 별로 대접도 받지 못하는 저를 왜 콕 찍으신 거죠?”

“주류를 전복시키려면 비주류끼리 뭉쳐야지, 안 그래?”

“누나가 왜 비주류예요? 한씨 가문의 적통인데···”


한지현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씨 집안에서 여자는 전부 비주류야. 한 마디로 찬밥.”


찬밥? 이건 소진이가 채원에게 했던 말 아닌가. 한씨 집안에서 여자는 찬밥이라고.


“세희 고모를 봐봐. 누가 보더라도 세희 고모가 형제 중 가장 뛰어나. 물론 결이 네 아버지, 막내삼촌을 포함하면 달라지지만···”

“누나 아버지보다 더 뛰어 나다구요?”

“우리 아빠?”


한지현은 자기 아빠가 언급되자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아빠는 진짜 부모 잘 만나서 떵떵거리고 사는 전형적인 재벌 2세지. 경영능력이나 뭐 통솔력, 카리스마 모든 부분에서 평이해.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평균 이하인 부분도 많지.”


한지현은 자기 아버지인데도 아주 냉혹하게 평가했다.


“세황자동차가 지금 아주 잘나가고 있잖아요. 그건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한결도 세황자동차가 현재 잘나가는 이유에 대해 모르는 바가 아니다. 원래 신차 프로젝트는 5년, 10년 전에 시작된다.


즉 최근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은 이미 전대 회장 시절 시작된 프로젝트들로, 그 과실을 한태호가 따먹고 있다.


“··· 이런 상황이야. 과연 우리 아빠가 경영을 잘한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철부지 재벌 3세 대학생 정도로 봤는데 의외로 세상을 보는 정확하고 균형 잡힌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럼, 둘째 큰아버지가 회장 자리에 오르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다른 문제야. 일단 우리 아빠가 회장이 돼야 향후 내가 그 다음 회장이 되는 데 유리하지 않겠어?”


한지현의 꿈은 세황그룹 차차기 회장이었다.


“정말 웅장한 꿈을 품고 계시네요. 제 가슴마저 부풀어 오르는 거 같아요.”

“놀리지 마.”

“정말인데···”


한지현은 눈을 흘기며 배시시 웃었다.


“그럼, 이런 웅장한 꿈에 너도 동참하는 게 어때?”


흠, 이런 게 재벌들의 삶인가. 아직 2세 후계구도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벌써 3세들 후계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라니.


김충헌이 이런 걸 염두에 두고 그때 그 말을 한 것인가.


[일찍 시작해서 나쁠 건 없지.]


한지현은 과연 그 꿈의 크기만큼 능력도 갖추고 있는 건가. 꿈만 웅장하고 능력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너무 코미딘데.


“그런데 왜 하필 저죠? 한씨 일가에 나 말고도 남자 사촌들 여럿이 있던데. 가령 재진이도 있고.”

“Shut up! 그런 여자나 때리는 쓰레기 이름은 거론도 하지 마. 그리고 나머지 남자들은 주류들이라서 나랑 손잡을 생각이 없을 거야. 게다가 내 꿈에 동참하기에는 너무 능력들도 부족하고···”


아, 한재진의 한씨 일가 내 포지션은 역시 쓰레기였구나. 아빠에 이은 2대째 쓰레기.


“일단 난 능력을 중시해. 그리고 너는 남자긴 해도 혼외자 핏줄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비주류잖아. 나랑 손잡을 충분한 이유가 있지.”


혼외자 핏줄··· 민감한 표현인데 한지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런데 비하의 표현이 아니라 그냥 쉽게 말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듯 보였다. 편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말인즉슨 맞다. 비주류끼리 연대해 주류와의 한판승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김충헌 부회장은 나를 후계자 후보로 올려 놓을 거라고 했는데··· 같은 팀이 아니라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구!


“생각해 볼게요. 뭐 누나가 절 그렇게 높게 평가하신다니까 일단 기분은 좋네요.”

“그래 잘 생각해 봐. 너한테 손해되는 일은 아닐 거야.”


**


“어이, 한지현. 나 바람맞히더니 여기서 외간 남자랑 밥 먹고 있는 거야?”


한지현은 저 멀리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짜증이 난 듯 인상을 팍 구겼다. 180cm 정도 되는 키의 호리호리한 남자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사뿐사뿐 걸어오더니 한지현의 어깨를 감쌌다.


“지현아,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야? 남편 몰래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거야?”


남편? 한지현이 결혼이라도 했나?


한지현은 화를 버럭 내며 남자의 팔을 홱 내쳤다.


“이거 치워. 그리고 남편은 무슨 남편이야? 남들 오해하게.”


한지현이 화를 내자 오히려 남자는 실실 웃으며 능글맞게 굴었다.


“결혼 약속을 했으면 당연히 남편이지. 그럼 약혼자라고 할까?”


아, 결혼 상대였구나. 재벌 가문은 보통 자녀들을 일찍 결혼시키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연애결혼은 선택지에 없다. 적당한 상대에 맞춰 서로 딴짓하기 전에 서둘러 짝을 지어버린다.


“이봐, 당신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 여자는 임자 있는 몸이니까 대충 밥 처먹고 썩 꺼져.”


남자는 한결에게 강렬한 눈빛 공격을 하며 손가락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결은 피식 웃으며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었다.


한지현이 빨리 사촌동생이라고 말하면 종료될 상황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그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비웃어? 야, 너 지금 비웃었냐?”


남자는 한지현 자리에서 떨어져 한결에게 다가갔다.


“야, 김준우.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당장 그만둬.”


한지현이 소리쳤다. 이 남자 이름이 김준우였구나. 그런데 여전히 사촌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김준우가 한결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한결은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로 가볍게 손등을 내리쳤다.


탁.


“아! 아씨, 아야야.”


김준우는 나이프에 맞은 손을 감싸쥐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지현은 만족스런 미소를 보였다.


“아 X팔, 이거 피 나는 거 아냐?”


저 멀리서 건장한 체격의 종업원들이 달려왔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도련님? 아, 저 녀석이 이 호텔 오너의 아들쯤 되는 모양이구나.


“저 새끼, 저 새끼 잡아.”


종업원들은 그래도 손님인데 함부로 대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미적댈 수밖에 없었다.


“빨리 안 잡아?”


그제야 종업원 두 명이 한결 양옆으로 와서 팔을 잡으려 했다.


“내 몸에 손 대면 다칩니다. 절대 손대지 마세요.”


남자들의 손길이 닿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한결이었다. 한결의 포스에 종업원들은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한지현이 입을 열었다.


“준우 오빠, 좀 오버하지마. 쪽팔리지도 않아? 여기는 외간 남자가 아니라 내 사촌동생이야. 한결이라고.”


사촌동생이라는 말에 김준우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사촌동생이라고? 첨 보는 얼굴인데?”


한결은 손을 움켜쥔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김준우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사촌동생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여기서 밥 먹었는데 이게 무슨 추태야?”

“아니, 네가 좀 일찍 사촌이라고 말했으면 이런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냐. 이게 왜 다 내 탓인 거야?”

“사촌인 거 몰랐다고 이런 게 말이 돼. 내가 남자 만나서 밥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아, 이거 사랑싸움에 잘못 휘말린 거 아닌가. 미래 사촌매형 될 사람인데 일어서서 사과해야 하는 건가.


“다른 남자랑 밥 먹는 건 절대 안 되지.”


이건 뭐지? 나이도 어려 보이는 녀석이 무슨 조선시대에서 타임슬립을 했나. 요즘 젊은 꼰대가 많다고 하더니···


한지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절대 안 되긴 뭐가 안 돼.”


한지현은 갑자기 백을 어깨에 걸고 옷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뚜벅뚜벅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같이 가자고 해야지 혼자 가는 건 또 뭔가. 재벌 3세 치고는 좀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더니 착각이었나.


김준우는 급하게 뒤따라가 한지현의 백을 붙잡았다.


“놔. 빨리 안 놓으면 나 소리 지른다.”

“지현아, 흥분하지 말고. 잠시 얘기 좀···”


김준우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한지현은 몇 옥타브인지 모를 정도로 높은 소프라노 음색의 괴성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한지현의 괴성에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이쪽으로 향했다.


이거 또 잘못하다가는 유튜브에 얼굴이 박제되게 생겼다. 한결은 급히 고개를 숙여 스테이크를 먹는 데 집중했다.


김준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한지현의 백을 쥐고 있었다.


“계속 쥐고 있을 거야?”

“아, 아니.”


김준우는 백에서 손을 뗐다. 한지현은 계속 김준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 미안해.”


한지현은 그제야 밥을 계속 먹고 있던 한결을 불렀다.


“결아, 뭐해 얼른 가자.”

“네, 네.”


**


“이야기 들어보니까 약혼자인 거 같은데 왜 그러셨어요?”


한지현은 그냥 집에 가겠다는 한결을 억지로 자기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는 중이었다.


“약혼자? 어릴 때 집안 어른들끼리 만나서 둘이 짝 지워 주자고 한 게 다야.”

“예? 그럼 약혼자 아니었어요?”

“이제 스물둘인데 내가 인생 말아먹을 일 있어? 저딴 놈이랑 결혼하게.”


어쩐지··· 한지현이 열받을 만했네.


“그래도 집에서 계속 푸시하는 거 아니에요? 집안 어른들끼리 약속했으니 그걸 지키려고 할 텐데···”


한지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할아버지끼리 친구셔. 너 김천국이라는 이름 들어봤어?”


물론 들어봤지. 우리나라 최대 호텔 체인 안드로메다의 오너. 호텔 안드로메다에서 럭셔리 브랜드 호텔을 만든 게 바로 파르마호텔이고.


“들어본 거 같아요.”

“그분이랑 할아버지랑 초등학교 친구셔. 어릴 때 같은 동네 옆집에 살았다고 하더군.”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 되지 않나요?”


한지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 집안은 안 변해. 여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집안에서 정해주는 혼처에 무조건 결혼해야 해.”

“좀 심하네요.”

“사실 남자도 선택권이 없긴 해. 우리 아빠부터 전부 할아버지가 정한 대로 결혼해야 했으니···”


결국 저런 싸가지와 한지현이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가.


“그럼 누나도 결국 아까 그 남자랑 결혼해야 할 운명이라는···”

“난 결코 내 뜻을 꺾지 않을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결혼 안 해.”


그런데 한결은 의문이 생겼다.


혼처를 한석조가 다 정했는데 어떻게 한수호는 연애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한진희를 의사 윤재웅과 결혼시킨 걸로 봐서 혼외자라도 한석조가 혼처를 정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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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21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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