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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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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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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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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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10억 뜯긴 한기호의 폭주

DUMMY

[형, 혹시 대호엔터테인먼트란 회사 아세요?]


한결은 신정호에게 톡을 날렸다.


[아뇨, 저는 처음 들어보는 회사입니다. 연예기획사인가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연예기획사 맞네요.]


신정호도 얼른 대호엔터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등록 연예인의 면면을 보니 신정호도 알 만 한 이름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신정호가 아는 연예인이라면 현재 톱을 달리고 있는 연예인들이 아니라 최소 10년이나 그 전 연예인을 뜻하기 때문.


신정호가 CPA 공부를 허투루 하진 않았다. 나름 고시원에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고 공부하던 때도 있었다.


회사에 취직한 이후에는 공부와 회사 일을 병행했기 때문에 드라마나 연예 프로 따위를 볼 시간이 없었다.


따라서 신정호가 아는 연예인이라는 건 신정호의 20대 초반까지 유명했던 인물이라는 뜻이다.


[면면이 너무 흘러간 옛노래들인데요?]


연예계에 관심이 아예 없는 한결은 소속 연예인들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그래요?]

[네, 전부 10년 전에나 유명했던 사람들이고 요즘 젊은이들이 알 만 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연예계는 잘 몰라서 단언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만···]


대호엔터가 도대체 왜 나를 노리고 온 것일까.


**


한결은 이두희가 깨어난 후 사주한 자에 대해 물어봤다. 이두희는 별 비밀도 아니라는 듯 자기 회사 사장이 손봐주라고 했다고 실토했다.


대호엔터란 회사에 대해서는 이두희도 잘 몰랐다. 그냥 위에서 명함을 파주니 그대로 들고다닐 뿐이라고 했다.


회사원이라고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회사로 출근한 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사장 이름은 박대호. 한결이 도대체 왜 조폭과 연관됐을까.


권규진과의 연관성을 다시 한번 추궁했지만 이두희는 전혀 아는 바 없는 눈치였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솔직담백한 면이 있었다.


이두희는 깨끗하게 자기 패배를 인정하고 오히려 주짓수라는 무술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격투기에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자 한결은 이런 이두희가 귀여우면서 약간 호감을 느꼈다. 아직 열아홉. 깡패로 인생을 낭비하기에는 아까워 보였다.


[형, 왜 조직에 들어갔어요?]

[형? 내가 와 니 행님이고.]

[나이도 나보다 한 살 많으니까 형이죠. 근데 고향이 경상도 쪽이세요? 부산?]

[울산이다.]


울산이란 말에 한결은 더욱 이두희가 호감이 갔다. 순간, ‘나도 울산서 몇 년 살았어’라고 소리칠 뻔했다.


[울산서 씨름했으면 서동중?]

[니가 그걸 우예 아노?]


와 모르겠노. 나도 울산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서동중은 동생 류승오가 나온 중학교 아니겠나.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아요. 근데 씨름 계속하시지, 뭐 하려고 조폭이 됐어요?]


이두희는 한 살 어린 학생에게 이런 말을 듣자 스스로 한심했는지 허공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내도 내 인생이 와 이쪽으로 풀맀는지 모리겠다. 고등학교 와서도 맨날 싸움박질만 하고 댕기니까 중학교 때 코치가 차라리 조폭이나 되라면서 내를 일로 보냈다.]

[코치도 선생인데 제자한테 깡패를 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내도 첨에는 깡패 만들라고 그란 줄 알았는데 깡패 생활에 환멸을 느끼게 해서 내 정신차리게 할라고 그란 거 같더라.]


그렇다고 자기 제자를 조폭 똘마니로 취직시키다니··· 코치란 자도 제정신은 아닌 듯했다.


[아···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형은 조폭이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냥 나오세요.]


처음 보는 동생한테서 이런 말까지 듣게 되자 이두희의 마음은 심하게 흔들렸다.


[여기가 나오고 싶다고 나올 수 있는 데가 아인기라. 그래서 그냥 눌러붙어 있다. 달리 어데 갈 데도 없고.]


한결은 왜인지 자꾸 이두희가 마음에 걸렸다. 제대로 된 어른이 있었다면 조폭 같은 막장 인생을 택하진 않았을 텐데···


[형, 혹시라도 조폭 때려치우고 싶으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결은 이두희 핸드폰에다가 자기 번호를 찍어줬다.


[고삐리인 니가 뭔 힘이 있다꼬.]


한결은 빙긋 웃었다.


[제가 누군지도 모르고 조지려고 온 거였어요?]

[니가 누군데.]

[세황그룹 아시죠?]

[우리나라서 거기 모르믄 간첩 아이가.]

[거기 한석조 회장이 제 친할아버지입니다.]


이두희의 눈이 갑자기 왕방울만큼 커졌다.


[니, 니가 한석조 회장의 손자라꼬. 그기 참말이가.]

[제가 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겠어요? 인터넷이라도 들어가서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한결이라는 이름이 손자인지 아닌지.]


이두희는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한결의 얼굴을 응시했다. 만약 진짜 재벌 3세라면 구렁텅이에 빠진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강력한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온 셈이다.


[내를 우찌 도울 수 있는데.]

[취직을 알선해 줄 수도 있구요. 또 형이 아까 종합격투기에 관심 있는 거 같은데 운동할 수 있도록 체육관비 정도는 지원할 수 있죠.]


이두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날 언제 봤다고?


[쌩판 남인데다가 니를 줘 팰라고 온 사람인데 와 도와줄라카노.]

[모르겠어요. 그냥 남 같지가 않고, 형 같은 사람이 조폭이나 하면서 인생 낭비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이두희는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마침내 바지를 털고 일어섰다.


[우쨌든 그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고맙데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나오기는 힘들 거 같다.]

[생각 바뀌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하세요.]

[혹시나 우리 사장이 너 또 줘패라고 시키면 그거는 미리 연락주께.]


이두희는 한결에게 악수를 청한 뒤 쿨하게 뒤돌아서서 저 멀리 사라졌다.


**


“이거 약소합니다만 제 성의입니다, 전무님.”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염승은에게 건넸다.


“아, 아니 뭐 이런 걸. 요즘 이러면 안 되는데···”

“에이, 다 들었습니다. 큰따님이 내년 봄에 결혼한다면서요. 축의금 미리 받는다 생각하시면 되죠.”

“하, 하긴. 축의금은 법적으로도 별문제 없더라고.”


염승은은 못 이기는 채 봉투를 받아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이건 사모님 갖다 드리세요. 아마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


남자는 쇼핑백을 들어 염승은에게 보여준 후 다시 의자 밑에다 넣었다.


“그리고 지난번 운동할 때 보니까 골프채가 전무님께 좀 맞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캘러웨이로 준비했습니다. 이거랑 같이 전무님 차 트렁크에 넣어두겠습니다.”

“허 참··· 하 사장,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염승은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입은 이미 찢어져 입꼬리가 귀에 닿을 지경이었다.


이 맛에 백화점 구매본부장 하는 거지.


“김 부장, 어서 가서 전무님 차에다 넣어두고 와. 전무님, 차 키 좀 주시죠.”


김 부장은 염승은으로부터 차 키를 건네받아 쇼핑백을 들고 곧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자, 이제 허리띠 풀고 한 번 찐하게 마실까요?”

“하 사장 배포 큰 거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합니다. 이러니 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지, 하하하.”

“이게 다 전무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오늘 맘껏 드십쇼. 2차까지 풀코스로 갑니다.”


**


“뭐라고? 10억을 줘야 합의해 주겠다고?”


한기호는 자기가 했던 말을 까맣게 잊은 건지 10억이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섰다.


“한결 군 말이 10억을 가해자 쪽에서 준다고 했다면서 그걸 입금해야 합의해 주겠다고···”

“한결 군은 무슨 한결 군이야. 한결이 새끼라 불러.”


또 나왔다. 저 정신병자의 히스테리. 딸,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아빤 믿는다···


김홍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단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주머니에서 10억을 줘야 한다고.”

“그 새끼가 지 돈 아니라고··· 박대호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놈 손 봐줬단 소식이 왜 없는 거야.”

“일을 진행 중일 거···입니다.”

“이런 X팔, 반말인지 높임말인지 한 가지만 해.”


나도 애매해서 그런다, 미친놈아. 어떻게 말해야 니가 지랄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러니까 내 이름 석자가 입금자 명에 박혀 있어야 한다?”

“네.”

“회사 돈으로 보내고, 송금자 이름에다 내 이름을 바꿔 넣으면 안 될까.”


되겠냐? 그렇게 허투루 할 거면 왜 니 이름으로 입금하라고 했겠냐. 너 돈 많잖아, 그냥 줘.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왜 힘들어?”


그걸 꼭 설명해야 하냐, 이 꼴통새끼야.


‘띠리리리, 띠리리리.’


대답이 궁했던 김홍재의 숨통을 틔워주는 반가운 전화벨 소리였다.


“뭐야?”

[기조실입니다. 연결할까요?]


기조실? 김충헌 전화인가.


“연결해 줘요.”

[네.]


띠-


[기호냐.]


착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 재수 없는 김충헌 목소리가 확실했다. 하긴 그룹 내에서 우리 가족을 제외하고 누가 나에게 기호라고 이름을 부를 수 있겠나.


“네, 아저씨. 기호입니다.”

[그래, 재진이 일 관련해서 이야기는 들었겠지?]

“네, 방금 들었어요.”

[빨리 마무리 짓자꾸나. 이런 일 질질 끌어봐야 언론의 관심만 끌고, 그러다가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생긴다.]


하··· 그러니까 피 같은 내 돈 10억을 넣으라는 건가. 지난번 한결이한테 2,000만원 털린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10억?


1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근데 10억이면 너무 큰돈 아닌가요? 기조실이란 데가 이런 일 생기면 처리하라고 있는 건데 제 돈으로 해결하는 거면 기조실이 왜 있는 거죠?”


한 마디로 물에 빠진 놈 건져놨더니 보따리 달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셈이었다.


김충헌은 분노를 침묵으로 대신했다.


[···]


한번 개겨보긴 했지만 김충헌의 침묵이 길어지자 한기호도 약간 쫄았다.


“아니, 꼭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네고라도 좀 하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애당초 10억을 주겠다고 한 사람이 너 아니냐.]

“그때야 워낙 급했으니 일단 질러본 거죠.”

[넌 도대체 나아진 게 없구나. 회사 경영도 그런 식으로 하는 거냐.]


갑자기 거기서 회사 경영 이야기가 왜 나오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아직도 어린애 취급하는 거야?


“회사 경영은 제가 잘 알아서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내일까지 입금하거라. 계좌번호는 따로 보낼 테니.]


뚝.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오너의 직계 아들인데 머슴이 저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 건가. 건방이 하늘을 찌른다더니···


한기호는 수화기를 미친 듯이 테이블 위에 내리쳤다.


쾅, 쾅, 쾅.


김홍재는 저 분노가 혹시 자기에게 튈까 노심초사하며 한기호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수화기가 도대체 무슨 죄냐. 도대체 올해만 몇 개째 부셔 먹는 거냐.


“김충헌, 김충헌, 김충헌. 이 X새끼.”


결재를 받으러 막 사장실에 들어온 염승은도 김홍재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 말리고 뭐해?”

“전무님이 말려보시던가요.”

“왜 저러신대?”

“세컨드, 세컨드.”


세컨드는 곧 김충헌을 이르는 말. 염승은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감을 잡았다.


오늘 같은 날은 절대로 결재 서류를 디밀어서는 안 된다.


이건 직장 생활 30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빅데이터다. 직장 생활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상사의 심기. 이를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친다.


제아무리 수려한 문체로 아름다운 보고서를 만들어 가봐야 결재자의 심기가 불편하면 온통 지적 투성이다.


비서의 문고리 권력도 여기서 나온다. 평소 비서에게 상품권도 선물하고, 밥도 자주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투자하면 결재자의 기분이 좋을 때를 미리 알려준다.


염승은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어디 가세요? 결재 안 받으세요?”

“오늘은 날이 아니야. 내일 다시 오려구.”


곧 이어진 한기호의 샤우팅. 애초 도망갈 필요가 없었다.


“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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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10억 뜯긴 한기호의 폭주 +1 24.09.04 15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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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0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7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1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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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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