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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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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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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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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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정호동의 살인청부

DUMMY

“뭐?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거냐?”


살덩이1, 2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두희 역시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대호는 조폭 3명이 고딩 한 명한테 두들겨 맞고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천하장사, 넌 어떻게 생각하냐.”

“지도 깜짝 놀랐슴미데이. 글마가 주짓수인가 뭔가 운동을 하고 있다카네예.”


정호동은 쯧쯧 소리를 내며 살덩이 3명을 쳐다봤다.


“마, 이두희.”

“네, 전무님.”

“여기 두 살덩이들은 운동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 없는 돼지새끼들이라서 뚜드리 맞는 게 이해가 된다. 근데 니는 머꼬?”


씨름선수 출신이 일반인 고등학생에게 진다는 게 말이 되냐는 질타였다.


“워낙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다음에 만나면 한 다이 자신있나? 질 자신 말고, 이길 자신.”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심더.”


이런 자신 없는 대답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니, 씨름을 장난으로 했나.”

“아임미더, 중학교 때 울산대표로 전국체전에도 나갔슴미더.”

“근데 와그카노. 고삐리한테 이길 자신이 없다는기 말이 대나.”

“죄송함미더. 글마도 깨나 잘 치던데예. 제대로 붙어보믄 승률은 반반으로 보임미더.”


정호동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비록 씨름판을 떠났어도 씨름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여전한 정호동이었다.


스포츠 선수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느 종목이 가장 센가.


이종격투기의 시작이 바로 이런 궁금증 때문이었다. 지금은 결국 모든 격투기를 섭렵해야 하는 종합격투기 시대가 됐지만···


정호동은 단연 씨름이 가장 세다고 믿었다. 샅바를 붙잡듯 옷깃이라도 하나 잡는 순간 게임은 끝나버린다.


정호동 생각에 울산 대표까지 했을 정도면 이두희가 분명 이길 수 있다. 이두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자신감과 담력이다. 그중에서 담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어줍잖은 신사적 싸움, 이런 걸 탈피해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 상대를 꿇리면 된다.


일단 이두희의 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어떻게 담력을 키울 것인가.


정호동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니, 요기 쫌 앉아바라.”


박대호의 한바탕 욕설이 끝난 뒤 이두희는 살덩이 선배들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설 무렵이었다.


갑자기 정호동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숙소로 가지 말고 근처 순대국집으로 오라는 게 아닌가.


“네, 전무님.”

“둘이 있을 때는 고마 행님이라 불러라. 내가 전무는 무슨 전무고.”

“알겠슴미다, 행님.”


정호동은 소주병 뚜껑을 딴 뒤 소주잔에다 한 잔 부어 이두희에게 건넸다.


“죄송합니다, 행님. 저 술하고 담배는 안 함미더.”

“그래? 아직 운동했던 가락이 남아있네. 좋네, 싸라있네. 앞으로도 이런 거는 멀리 해라.”


정호동은 술 대신 콜라를 한 잔 따라서 건넸다.


“아나, 이거라도 마시라.”

“감사합니다, 행님.”


정호동은 연거푸 소주 석 잔을 마셨다. 그것도 양에 차지 않는지 맥주잔에다가 소주를 부어 가볍게 원샷을 했다.


“크어, 이제 쫌 살 꺼 같네.”

“행님, 안주도 쫌 드시지예.”


정호동은 안주로 나온 찹쌀순대 3개를 한꺼번에 들어 쌈장에 찍어 먹었다.


“서울 와가꼬 젤 힘들었던 게 뭔지 아나?”

“모르겠는데예.”


정호동은 젓가락으로 쌈장을 가리켰다.


“이거. 서울놈들은 순대 묵을 때 쌈장에다 안 찍어 묵고 소금에다 찍어 묵더라고. 쌈장 달라카니까 내를 무신 또라이 보듯 하는기라.”

“글네예. 지도 서울 와가꼬 쌈장 안 주길래 대판 싸울 뻔했심다.”

“중국집 볶음밥에 계란후라이도 안 얹어주고.”

“그렇네예.”


정호동과 이두희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1시간여를 보냈다. 그러다 정호동이 마침내 따로 부른 용건을 말했다.


“아부지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네, 행님.”

“니 나이 생각하면 아부지 연세가 얼마 안 되셨을 꺼 같은데···”


이두희는 황망하게 떠난 아버지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살아 계신다면 올해 50입니더.”

“아이구 마, 우짜면 좋노. 그런데 우야다 돌아가싰노.”


정호동은 사실 이두희의 부친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코치를 통해 이미 들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슴미다.”

“우짜다가.”


**


이두희 부친은 중소 조선소에서 일을 하던 노동자였다. 한국 조선업계가 한창 잘나갈 때는 잔업에 철야까지··· 쉴 새 없었다. 그런데 중국의 저가 수주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자 중소 조선소부터 박살나기 시작했다.


이두희 부친이 다니던 조선소는 산업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고, 결국 다른 조선소에 인수합병되면서 사라졌다. 그 과정에 끼어들어 거간꾼 노릇을 한 게 은행과 사모편드들이었다.


이두희 부친을 비롯해 인수된 회사 직원들은 모두 고용승계를 약속받았다. 노조 반대 없이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된 건 고용승계 약속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수한 회사는 애당초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회사는 자르지도 않고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급휴직을 강요했다.


당장 돈벌이가 없어진 이두희 부친은 식당이라도 차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관뒀다. 20년간 일한 대가로 받은 퇴직금은 고작 1억원.


퇴직금 1억원과 주담대 1억원을 보태 2억의 실탄을 마련한 이두희 부친은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방송에서 다른 식당들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이 CEO로 있는 회사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계약했다.


수많은 성공스토리를 썼던 사람이 창업한 프랜차이즈여서 성공이 눈앞에 있는 듯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에 장사가 좀 되는가 싶었는데 주변에 똑같은 프랜차이즈점이 생겼다.


본사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계약서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뇔 뿐이었다.


설상가상 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자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에서 지원한 생활자금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했다. 결국 1년 만에 돈을 다 날려 먹고 말았다.


가족들을 볼 낯이 없었던 이두희 부친은 어느 날 만취한 상태로 아파트 공사장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족사인지 자살인지 명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찰은 서둘러 자살로 판명했다. 실족사였다면 건설사에 책임을 물어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건설사가 먼저 손을 썼다.


이두희의 방황은 이때 시작됐다.


**


이야기를 다 들은 정호동은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희야, 이거는 오해하지 말고 들으래이.”


이두희는 갑자기 정호동이 근엄하게 말하자 바짝 긴장한 채 자세를 고쳐 경청했다.


“내도 그 조선소 이야기는 다 들어서 알고 있다. 고향이 울산이다 보니까 내 지인들도 많이 연관돼 있고 그래서.”

“그렇습니까.”


정호동은 이두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니 거기 연관된 놈 중에 젤 나쁜 놈이 누군지 아나?”


젤 나쁜 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다. 단순히 아빠의 퇴직을 유도한 회사? 아니면 자살이라고 우겨 보상금을 지급 안 한 건설사?


“중간에서 구조조정이랍시고 판을 짠 놈들이 젤 나쁜 놈들인기라. 돈은 글마들이 다 벌었다.”


이건 사실이었다. 당시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주관한 은행과 사모펀드 등이 회사를 사고팔면서 수천억원의 이문을 남겼다는 게 정설이었다.


정호동의 신선한 시각에 이두희는 확 관심이 갔다.


“사람들은 일자리 잃고 눈물 콧물 다 흘리는데 은행이랑 사모펀드 이것들이 돈은 다 가져가뿟어.”


이두희은 그놈들이 나쁜 놈인건 맞는데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사모펀드 중에 에이원자산운용이란 데가 있거든 거기가 돈 젤 많이 가갔다. 글마들이 사실상 아버님을 죽인 거제.”


조폭이 되겠다고 온갖 폼 잡고 돌아 다녀봐야 이두희는 아직 10대 미성년자. 나이 든 어른의 말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 순수함이 더 컸다.


“진짭니꺼.”

“내가 어린 니 붙잡고 머한다꼬 씰데없는 소리 하겠노. 맞다니까. 그때 에이원이란 데가 돈 젤 많이 가져갔다. 그 대표란 새끼가 젤 나쁜 새끼지.”


이건 거의 ‘북경의 나비가 팔랑이니 샌프란시스코에 태풍이 불었다’는 얘기만큼이나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두희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대표란 새끼가 천벌을 받았는지 지금 병원에 누워서 내일 모레 하고 있단다.”

“그래예?”


정호동은 여기서 한참 뜸을 들였다.


“보니까 니는 허우대는 딱 좋은데 멘탈이 쫌 부족한 거 같다.”

“멘탈이요?”

“한결이라는 고딩한테 니가 질 리가 없는데 멘탈이 약하니까 질 거 같다고 생각하잖아.”


이두희는 솔직한 자기 심정을 말한 건데 정호동이 저렇게 해석했다. 착각은 자유니까.


“그래서 니가 앞으로 여기 생활하면서 클 수 있도록 내가 쫌 도와줄라꼬. 니도 이 생활 관둘 생각 없다매.”


뭘 도와준다는 걸까. 이두희는 뭔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담력하고 멘탈 키우는 데는 이만한기 음따.”


정호동은 큼지막한 손으로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서울다산병원 20층 특실 2001호.’


이두희는 이 종이 위 글씨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느라 한참 동안 생각했다.


“여기에 너그 아부지 돌아가시게 만든 장본인이 누버있다.”

“예? 누군데예?”

“에이원자산운용대표 류지오.”


**


이두희는 제 정신으로 숙소에 돌아갈 수 없었다. 술을 배우지 않았던 게 이럴 때는 정말 괴로웠다.


술이라도 마시면서 복잡한 심경을 달래야 하는데···


정호동의 입에서 ‘죽이라’는 구체적인 말은 절대 나오지 않았다. 정황상 해석해 보면 죽이라는 말이었다.


**


[그 인간이 누워지낸 지도 벌써 6개월이 훌쩍 넘었네. 본인도 많이 힘들끼야.]

[행님 말씀은···]

[이기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 사람이 내 친구 행님이다. 글고보니 내 친구도 니한테는 씨름 선배구마.]


모종의 이유로 병상의 류지오라는 사람이 죽어야 주변이 모두 좋아진다는···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음따. 그 가족들도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지 오래다. 의학적으로만 살아있는기라.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믄 댄다.]


벤츠 타고 다니는 조폭을 보며 이 생활을 동경하긴 했지만 살인은 다른 이야기 아닌가. 만약 살인죄로 감빵에 간다면 홀로 된 엄마는 누가 돌볼 것인가.


[행님, 아무리 그래도···]

[허허, 개안태도. 고향에 있는 너그 엄니 때매 그라나. 만약 일이 잘못돼가꼬 니가 빵에라도 간다면 내가 돌봐줄게. 만약 니가 성공하믄 2억이다, 2억.]

[2억이라꼬예.]

[그 돈이믄 울산서 쪼매난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다이가.]


**


정호동의 계속된 강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하겠다고 했다. 대신 확실하게 돈을 달라고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그런데 막상 숙소로 들어서면서 점점 불안감이 커졌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정호동의 전화였다.


[어, 두희야. 우리 쪽에서 준비되면 니한테 연락할끼니까 전화 잘 받으래이.]


진짜 일이 진행된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행님, 죄송한데예···”


이두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머가 죄송한데, 말해바라.]

“이거 안 하믄 안대겠슴미까.”

[지금 머라켔노.]


갑자기 쫙 깔린 정호동의 음습한 음성. 정호동이 무서웠지만 사람을 죽이는 게 더 무서웠다.


“아무래도 지는 간이 작아가꼬 힘들꺼 같은데예.”

[니 지금 행님이랑 장난까나. 한다 캐놓고 지금와서 엎으믄 나는 ‘아 글나’ 하고 들어주야 대나.]

“그래도 사람 생명인데···”

[마, 니 지금 먼 소리하노. 그런 소리는 함부로 내뱉는 거 아이다.]


이두희는 난감했다.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한다고 해서 물리지도 못하고···


[내일 사무실로 건너 온나. 니 쪼매난 간덩어리 내가 키아 주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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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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