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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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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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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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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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류지오 이대로 사망?

DUMMY

“성년후견인 심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 같아.”


서윤진이 급히 만나자고 한 용건이 이것이었다.


“우리 쪽에 유리하게 나올 것 같아요?”


한결은 생각보다 빨리 성년후견인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약간 불안했다. 아직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덜컥 컴퓨터를 서윤진이 열게 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우리가 유리해.”

“늦어질 거 같다더니 어떻게 일찍 나오네요.”

“그러게, 법원에서 이걸 내년까지 끌고 가기 귀찮았던 게 아닐까?”

“설마요.”


**


류승오는 변호사로부터 성년후견인 결정이 임박했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저쪽에서 많은 준비를 해오는 바람에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세상에, 진짜 가족을 두고 어떻게 증명되지도 않는 사실혼 관계 내연녀에게 성년후견인 자격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된다면 류승오는 완전 ‘닭 쫓던 개’ 처지가 된다. 단순히 형 재산에 대한 접근권이 상실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류승오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 사채, 그걸 못 갚는다는 얘기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빼앗기고 네 가족은 거리에 나앉게 된다.


**


[엄마, 나 좀 살려줘.]

[엄마가 도대체 무슨 돈이 있니?]


류승오는 엄마를 찾아가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가 안 도와주면 진짜 우리 가족 동반 자살해야 해.]

[성년후견인인지 그 재판은 어떻게 되고 있니?]


류승오는 엄마 앞이지만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것도 쉽지 않아. 그쪽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가 형을 엄청나게 차별했다는 증거자료들을 제출했더라고.]

[뭐, 그런 게 무슨 증거가 있어?]

[주변 사람 증언에다가 송금 기록 등등 모든 걸 다 증거라고 제출했더라고.]

[아니, 내가 무슨 아들을 차별했다고 그러는 거야? 안 되겠다. 다음에 내가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할게.]


류승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나가지 마. 엄마 나가봤자 도움이 안 돼. 엄마는 약간 시한폭탄 같아. 저쪽 변호사가 엄마를 흔드는 질문하면 그냥 말려들 것 같아.]

[아닌데···]

[어쨌든 날 도우려면 이제 이 집 전세금을 빼서 날 주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엄마는 도대체 어디 가서 살란 말이니?]

[나랑 같이 살아.]


**


사실 엄마 집 전세금을 가지더라도 현재 빚 규모를 생각하면 언발에 오줌누기다.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뿐이다.


이제 선택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마음속 악마와 수없이 싸웠다. 악마는 어차피 형 류지오의 목숨은 끊어진 것과 다름없다는 식으로 꼬드겼다.


그럴 때마다 사람 목숨까지 빼앗을 수 없다는 원초적인 도덕관념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정호동의 번호. 통화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여보세요, 승오가.]

“그래, 내다 승오다.”


정호동은 다음 말을 하지 않고 가만있었다. 그리고 짧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결심 했는가배.]


류승오는 이미 결심하고 전화를 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말 한마디에 육친인 형의 목숨이 결정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류승오는 침묵을 이어가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보내자.”


정호동도 이 말의 무게를 아는 듯 쉽사리 대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 편하게 해 드리자.]


류승오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기도 예상치 못한 육체의 반응이었다. 비록 원수 같은 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내는 건 여전히 슬픈 일이었다.


“으허헝, 그래. 우리가 편하게 해 드리는 거제. 맞제?”

[하모, 좋게 생각해라. 행님도 지금 얼매나 힘들겠노. 우리가 돕는다 생각하면 마음 편할끼다.]


보내는 건 보내는 거고 남은 사람들의 안전도 도모해야 한다.


“지난번에 말했던 거 그대로제. 후배 아버지가 형 때문에 돌아가시가꼬 원수 갚는다는 거.”

[오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글마 경찰에 달려 가더라도 그 스토리 풀면 빵에 오래 안 산다. 좋은 변호사 붙여주면 한 3년이면 나올끼다.]

“그래, 글마를 단도리 잘 해야 된데이. 안 그라믄 말짱 꽝이다.”

[걱정하지 마라. 준비되믄 연락하꾸마.]


**


이 새끼 어지간히 돈이 급한 모양이구만. 세상에 자기 형을 보내서 그 돈으로 떵떵거리고 살려고 하다니.


승오야, 인마.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데이. 너그 형 돈, 니꺼 아이다. 내가 싹 빨아 줄게. 니는 필리핀 같은 데 가서 도망자로 평생 쫓기면서 살아라.


정호동은 핸드폰에서 이두희의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행님, 두흽니더.]

“그래, 두희가. 고향에는 잘 다녀왔나.”

[예, 행님. 잘 다녀왔심다.]

“우째 어무이는 잘 계시고?”

[네, 행님, 아직까지는 건강하게 잘 계십니더.]


정호동은 대사를 앞두고 이두희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고향에 다녀오도록 배려했다.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엄마를 보고 나면 2억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할지 제대로 느끼리라 판단했다.


“그래, 어무이한테 내가 안부 전한다고 말씀드맀나.”

[하모예.]

“두희야, 인자 그일 할 시간이 대따.”


정호동과 이두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내일 아침에 회사 나와서 내 사무실로 온나. 내 사무실서 작전계획 짤거다.”


한참을 망설이던 이두희는 마침내 무겁게 대답했다.


[알겠심다, 행님. 늦지 않게 가겠심다.]


**


거사 당일 이두희는 혼자 움직이기로 했다. 혹여나 붙잡혔을 경우 단독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해 정호동이 나름 세심하게 계획을 짠 것이었다.


정호동의 부하 공범1, 2가 먼저 병원에 도착해 병실 분위기도 보고, 이두희가 거사를 치르기 전 간병인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차피 가만 누워서 숨만 쉬고 있는 상태다. 다른 거도 필요 없고 그냥 베개로 얼굴을 지그시 눌러만 주면 된다.]


정호동은 병원 베개와 똑같은 걸 구해서 미리 예행연습을 시켰다.


[딱 1분만 제대로 누르고 있어도 확실하게 간다. 혹시 모르니까 1분30초. 알겠나.]


이두희는 병원 1층에 도착해 류지오가 누워 있는 20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문제는 씨름선수 출신인 이두희의 몸이 워낙 커 시선을 끈다는 점이었다. 이두희는 정호동이 마련해 준 남자 간호사복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게 맞는 건가. 이두희는 마지막까지 고뇌가 이어졌다.


2억만 생각하자, 2억. 단칸방에서 겨우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후, 후, 후.


옷을 갈아입은 이두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갔다. 혹시 다른 의료진들이 말을 걸면 어떡하지? 20층 화장실에서 갈아입을 걸 그랬나.


초조했다. 20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이날따라 왜 이렇게 멈추는 층도 많은지.


20층까지 올라가는데 30분은 걸린 느낌이었다. 마침내 20층 문이 열렸다.


그저께 미리 와서 구조를 봐놨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류지오가 누워있는 특실 2001호가 나온다.


먼저 병실로 가서 간병인을 유인하기로 한 공범1이 간병인과 함께 이두희 옆을 지나갔다. 공범2는 지금 들어가면 된다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두희는 1초라도 빨리 끝내고 나오기 위해 서둘렀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2001호가 바로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병상에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눈을 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숨도 규칙적으로 쉬는 게 혼수상태가 아니라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분명히 혼수상태라고 했는데···


유도 씨름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응급의학을 접하게 된다. 운동 중 위급한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 선수들끼리 먼저 응급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두희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이 자고 있는지 혼수상태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이대로 진행해야 하나. 혼수상태인 환자를 고통 없이 보내준다고 해서 겨우 이 일을 맡은 건데 잠자고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 다른 이야기 아닌가.


조심조심 류지오 옆으로 다가간 이두희는 귀를 그의 코에다 대 보았다. 아주 규칙적인 숨소리. 이건 잠을 자는 게 틀림없었다.


이두희는 덜컥 겁이 났다. 멀쩡한 사람을 죽이라는 거였나. 정호동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철수해야 하나. 바깥에는 공범2가 기다리고 있다.


그냥 나가고 싶어도 공범2가 앞을 가로막을 게 틀림없었다.


정호동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이 사람 혼수상태가 아니라 자고 있어요. 전 할 수 없어요.’


목구멍 끝까지 이 말이 치고 올라왔다.


이두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계속 베개만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인간이 사실상 너그 아부지를 죽인기라. 돈은 그 회사가 다 챙기가따.]


이두희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정호동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 저 인간은 우리 아빠를 죽게 만든 원흉이다. 죽어 마땅한 인간이야. 어차피 다시 일어서지도 못한다는데 내가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주자.


이두희는 마침내 결심한 듯 베개를 들어 류지오의 얼굴에 갖다 댔다.


베개로 얼굴을 압박했으나 류지오는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자는 게 아니라 정말 혼수상태였던 건가. 자는 거라면 이렇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스톱워치라도 켜 놓을 걸 그랬다. 정호동이 넉넉하게 1분30초를 누르라고 했는데 2분쯤 되지 않았을까.


띠-


모니터의 심장박동이 멈췄다. 미션 클리어.


심장박동이 멈추자 갑자기 기계의 빨간불이 켜지면서 사이렌이 울렸다.


‘에에엥.’


이두희는 서둘러 베개를 옆에다 던져두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엘리베이터 3개가 모두 내려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두희는 복도 끝에 있는 비상구로 달려갔다.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면서 간호사복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공범2가 이두희가 입을 옷을 1층 소아청소년과 앞 외래환자 대기용 의자에 두고 간다고 했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이두희가 몇 층인지 보니 아직 멀었다.


‘10층.’


아직 10개 층을 더 내려가야 한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이게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당장 넘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제 1층이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다리가 꼬이면서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졌다.


‘우당탕.’


워낙 몸무게가 육중한 이두희였기에 쓰러지면서 자기 몸에 가해지는 고통도 컸다.


다리가 삔 것일까. 너무 고통스러워 일어설 수가 없었다.


비상구 안전바를 잡고 겨우 일어섰다. 이두희는 절룩거리며 비상구 바깥으로 나왔다.


소아청소년과가 저쪽이었던가.


이두희는 절룩절룩 그쪽으로 걸어갔다.


대기용 의자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었다. 두 번째 줄 의자 위에 하얀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병원에 오기 전 공범2가 보여줬던 그 쇼핑백이었다.


이두희는 절룩거리며 다가가 쇼핑백을 집었다. 남들이 보면 큰 부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환자 같았다.


그때 저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있어요. 저 남자예요.”


제복을 입은 청원경찰 두 명이 이두희 쪽으로 달려왔다. 몸만 성한 상태였다면 충분히 두 명을 제압할 수 있었으나 다리 부상이 문제였다.


이두희는 급히 몸을 돌려 바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크게 다친 건지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두희는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병원 현관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아··· 순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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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208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94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202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21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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