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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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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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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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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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주목 받는 한결

DUMMY

태기준은 한기호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갤러리 파베오로 향했다.


갤러리 파베오는 황현정이 관장으로 있는 미술관. 국내 최대의 개인 미술관으로 국내 미술 거래에 있어서 가장 큰손이다.


태기준이 갤러리 파베오에 도착하자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태기준을 관장실로 곧바로 안내했다.


“큰사모님, 저 왔습니다. 아, 둘째 사모님도 계셨군요. 안녕하십니까.”


관장실 소파에는 황현정과 둘째 며느리 송호영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송호영은 둘째 한태호 부회장의 부인으로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국무총리를 두 차례 역임한 송재관의 둘째 딸로 일찌감치 한석조의 며느리로 낙점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태호와 결혼을 했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탓인지 약간 백치미를 보이는 게 특징. 하지만 E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남편을 세황그룹 차기 회장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가진 야심가다.


“가져 왔나?”


태기준은 브리프케이스에서 10여 페이지쯤 되는 서류 하나를 꺼내 황현정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게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그래, 나중에 한 번 읽어보마.”


황현정이 서류를 펴보지도 않고 그냥 갈무리해 버리자 송호영의 궁금증이 커졌다.


“어머니, 그게 뭔데요? 제가 보면 안 되는 건가요?”

“이거?”


황현정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서류를 들고 흔들었다.


“실장님이 가져온 거 보니까 꽤 중요한 서류 같은데···”

“아유, 우리 큰며느님이 궁금해하시면 내가 보여드려야지. 근데 10페이지가 넘는데 이걸 언제 다 읽는담.”

“그냥 간단히 말씀만 해주세요. 저도 요즘 시력이 나빠졌는지 글 읽는 게 영 불편해서요.”


항상 보고만 받아 온 자들의 일상이었다. 황현정은 태기준을 쳐다보며 브리핑하라고 눈짓했다.


“제가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경청하겠습니다.”


태기준은 괜히 헛기침을 한두 번 하고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혼외자 한수호 사장의 아들 한결이 6개월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기준은 당시 병상에서 있었던 일, 한세희와의 일, 한기호와의 트러블, 최근 김충헌과의 독대 등 한결의 행적에 대한 설명을 쭉 이어갔다.


송호영은 벌써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듯 하품을 했다.


“흐아암, 실장님.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 걔가 똑똑해진 건 알겠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 거죠?”


태기준은 무표정을 가장했어도 마음속 동요까지는 컨트롤할 수 없었다.


“세황그룹 후계자 판세를 결정짓는데 있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추적, 분석해야 한다는 비서실의 사명을 완수했을 뿐입니다.”


태기준의 말이 끝나자 황현정이 거들었다.


“미미한 존재지만 한결이란 이 아이가 누군가의 말이 된다면 변수가 되지 않겠니?”


말(馬)이 된다고? 황현정의 말에 급관심을 나타내는 송호영이었다.


“어머님이 보시기에는 얘가 말이 될 능력은 된다는 건가요?”

“태 실장이 보고한 게 모두 맞다면··· 그리고 김충헌과 한결이 독대를 했다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구나.”

“어머님이 보시기에는 김충헌 부회장이 또 장난질한다는 건가요?”


황현정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인간은 평생을 음모로 살아왔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안 그래, 태 실장?”

“이번에 재진 군 일 때문이라고 하지만 서둘러 귀국한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사실 재진 군 일 정도로 움직일 김 부회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송호영은 태기준이 일부러 한결의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데 능력도 출중하다고?


“이런 능력 있는 사촌이 우리 재준이 편에 선다면 좋겠네요.”


송호영은 자기 아들 한재준이 셋째 한준호의 아들 한재석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백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들을 보는 눈은 아주 객관적이었다.


“네가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해보던가. 아직 천방지축 고등학생인데 당장 도움이 되겠니?”


송호영은 즉답하지 않고 차를 들어 ‘후후’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진짜 만날 생각이로구나.”

“큰 도움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일단 파종한다는 심정으로 다가가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재석이한테 가는 건 막아야 하니까요.”


황현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은 생각이다. 김충헌이 늘 하는 말이 있지. ‘적은 줄이고 친구는 늘려라.’ 한결을 친구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야.”

“좋은 말이네요. 친구를 늘려라.”


송호영은 의아했다. 예전 한수호라면 무조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죽자고 덤비던 황현정이었는데 그의 아들 한결에 대해서는 큰 악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이를 싫어하진 않으신 모양이네요.”

“응, 무슨 말이니?”

“말씀하시는 투가 예전 수호 서방님을 언급할 때랑 좀 다른 것 같아서요.”


황현정은 대답하지 않고 먼산만 바라봤다. 그러고는 화제를 전환했다.


“이번 인사를 보고 좀 걱정이 커졌겠어.”


황현정은 이번에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세황바이오 경영전략실장으로 내정된 한재석 때문에 마음고생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우리 아들은 아직 학생 신분으로 묶여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어머니는 후계자 경쟁에서 계속 그렇게 관망만 하고 계실 건가요?”

“그럼 관망하지 않고.”

“아버님 연세도 있으신데··· 빨리 결정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황현정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현재 두 형제간 후계자 경쟁으로 그룹 내부는 완전히 두 파벌로 갈라져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대고 있다.


도대체 영감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두고 보고만 있는 걸까.


“태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무엇을 말입니까?”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무색하게 태기준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송호영이 뭘 물어보는지 뻔했기 때문.


“후계자 말이죠. 차기 회장.”

“제가 어떻게 그런 걸 언급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야 회장님이 정하시는 대로 따라갈 뿐이죠.”

“참 재미없네요.”

“아랫사람으로서 처신에 항상 유의해야죠. 제가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하겠습니까.”


송호영은 태기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창업공신이 되느냐, 역적이 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거 아시죠? 눈치만 보는 사람에게 기회는 없을 거예요.”

“명심하겠습니다, 둘째사모님.”


태기준은 자신의 미래를 어디다 걸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었다. 그걸 잘 아는 송호영은 빨리 줄을 서라고 재촉한 셈이었다.


“그건 그렇고, 재석이가 곧 결혼인데 준비는 잘 되고 있다던가요? 우리 재준이도 빨리 괜찮은 여자 만나야 할 텐데.”

“재석 에미가 사돈 될 집안 챙기고 있다고 하더라.”

“네? 동서는 이제 이 집안 식구도 아닌데 어머님은 그걸 두고 보시는 거예요?”


셋째 한준호 부회장은 부인 석세경과 10년 전 완전히 갈라섰다. 대학시절 CC로 만난 두 사람은 다른 자식과 달리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연애결혼을 했다.


대학생 시절 일찌감치 결혼을 하는 바람에 둘째 한태호보다 일찍 아들 한재석을 얻었다.


석세경의 아버지 석동훈은 민변에서 활약하던 변호사. 재벌에 대해 적대적인 인물로 그 역시 자기 딸과 한준호의 결혼을 반대했었다.


한준호 부부의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시어머니의 시짜질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황현정은 좋은 혼처 다 놓치고 변변찮은 며느리를 얻게 됐다고 항상 불만이었다. 이는 석세경에 대한 갖은 구박으로 이어졌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시짜질에 석세경은 ‘제발 살려달라’고 한준호에게 애원했고,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호사가들은 한준호가 여전히 석세경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혼한 지 10년이 됐지만 재혼은커녕 한준호는 스캔들 한 번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낀 비공식 행사에 석세경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재석의 결혼에 석세경이 엄마로서 관여하는 건 당연했다. 한준호 또한 그걸 용인하고 있고.


단 한 사람 황현정만이 불만이었다.


“집안 장손이 결혼하는데 이혼한 엄마가 나서는 게 당연히 맘에 안 들지.”


장손이라는 말에 송호영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어머니, 장손이라뇨? 누가 장손이라는 거죠?”


항상 고분고분한 둘째 며느리지만 장손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양보가 없다. 얼마 전에도 한재석을 장손이라고 말했다가 큰 사달이 났었다.


“아,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황현정은 급히 자기 말을 주워담았다. 이 부분만 양보하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며느리인데 괜히 얼굴 붉힐 필요 있나.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장손은 한진호의 큰아들 한재훈이다. 지금 비록 집안에서 잊혀진 존재지만 장손이라는 말은 한재훈만이 들을 수 있다.


둘이 아무리 장손이라고 떠들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


송호영은 평창동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다 문득 한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송호영은 호기심이 생기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최 이사님.”

“네, 사모님.”

“GC생명과학이 어디에 있죠?”


최 이사는 급히 내비게이션으로 위치를 검색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쪽이라고 나오네요.”

“그쪽으로 달려요.”

“네, 사모님.”


**


“어떻게 오셨습니까?”


송호영은 안내데스크에 서서 건물 내부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었다.


“GC생명과학 진채원 사장 좀 만나러 왔어요.”

“선약이 있으십니까?”

“아뇨, 그냥 왔어요.”

“그럼 좀 힘듭니다. 선약이 없다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송호영은 안내데스크 도우미에게 손짓으로 다가오라고 했다.


“네? 왜 그러시죠?”

“제가 진채원 사장의 손위 동서인데요. 세황자동차 한태호 부회장 부인 송호영이 왔다고 하면 만나줄 거예요.”


도우미는 깜짝 놀랐다. 수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두르고 온통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어서 돈 좀 있는 사모님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 오너의 사모님이라니. 그것도 차기 세황그룹의 안주인이 유력한···


당황한 도우미는 급히 사장 비서실로 전화를 돌렸다.


[네, 사장실입니다.]

“여기, 진채원 사장님 동서··· 아, 아니. 세황자동차 부회장님 사모님께서 오셨는데요. 성함이 송, 호자 영자 쓰십니다. 지금 뵙고 싶다고 합니다.”

[네? 세황자동차요? 사장님께 바로 여쭤보겠습니다.]


송호영은 스마트폰으로 GC생명과학에 대한 기사와 실적 등을 검색하고 있었다.


에계, 매출액이 고작 1,000억··· 1,000억원이면 자동차의 2차 밴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출액 규모.


막내 동서의 삶이 참 팍팍했을 것 같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사모님, 사장님께서 올라 오시랍니다.”


도우미는 마스터키로 전동출입문을 연 뒤 곧바로 엘리베이터 옆에 섰다.


“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 몇 층이죠?”

“아닙니다, 사모님. 제가 12층까지 모시겠습니다.”


원래 VIP급 손님이 오면 안내데스크의 도우미가 나서서 의전을 하는 게 기본 프로토콜이다.


항상 VIP 의전을 받아 온 송호영은 굳이 도우미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도우미는 숙달된 솜씨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해 12층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12층까지 올라갔다.


띵.


“도착했습니다. 내리십시오.”

“고마워요.”


송호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그 앞에는 사장실 비서 심혜란이 서 있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사장실까지 모시겠습니다.”


송호영은 심혜란을 따라 사장실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코딱지만 한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내부에는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네. 사무실도 깨끗하고···


심혜란은 사장실에 도착하자 얼른 앞질러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세요,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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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고민하는 류승오 +1 24.09.09 138 7 12쪽
68 68. 큰집 사촌누나 한지원 +1 24.09.09 14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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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독대(獨對) +1 24.09.07 158 11 12쪽
65 65. 이거 그린라이트야? +1 24.09.06 150 13 12쪽
64 64. 정호동의 살인청부 +1 24.09.06 156 10 12쪽
63 63. 마, 이게 'K-회식'이다 +1 24.09.05 165 10 12쪽
62 62. 10억 뜯긴 한기호의 폭주 +1 24.09.04 174 13 12쪽
61 61. 대낮의 습격 +1 24.09.04 174 12 12쪽
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86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79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93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94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208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93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201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21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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