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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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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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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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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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DUMMY

한결은 상대방의 기세에 눌린 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김충헌? 그 유명한 김충헌이 바로 이 사람이야?


경제 사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김충헌의 이름을 모르긴 쉽지 않다. 하지만 김충헌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면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랬던 김충헌의 얼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계기가 바로 세황바이오 공매도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철저하게 자신을 숨겼고 언론보도 시 얼굴이 나오면 홍보실을 이용해 모두 사진을 삭제했다.


한결은 류지오였던 시절에도 김충헌의 얼굴을 전혀 몰랐다.


두터운 은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한결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세황그룹 기획조정실장 김충헌입니다. 좀 들어가서 김희선 양을 뵐 수 있을까요?”


수십만 종업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세황그룹의 2인자. 그가 직접 찾아올 정도로 이 사안이 중요한 것일까.


“제가 들어가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한결은 다시 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 말석에서 빼꼼히 안을 들여다보던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와 문고리를 잡았다. 백경호였다.


“부회장님, 이 친구가 바로 한결 군입니다.”


한결이라는 이름을 듣자 김충헌의 동공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수호 아들 결이라고?”


한석조가 김충헌을 사실상 한 가족이라고 여긴다는 건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세황그룹 내에서 한씨 일가를 제외하고 한석조의 자식들에게 이름을 그냥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김충헌이었다.


“한결 군, 인사드리시지요.”


백경호는 한결에게 인사를 강요했다. 한결은 얼떨결에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김충헌은 한결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래, 큰 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니 몸은 좀 괜찮아졌느냐?”


아니,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건가요?


“네, 보시다시피···”


그때 안에서 김희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왔어?”

“네, 세황에서 또 사람이 왔네요. 이번에는 아주 아주 높으신 분으로···”

“아씨, 돌아가시라고 해!”


김희선은 바깥까지 다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들으셨죠?”


한결은 고개를 까딱 하면서 불청객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충헌은 안경테를 한 번 고쳐 쓰더니 한결을 밀치고 병실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 아니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한결이 김충헌의 옷깃을 잡으려 하자 백경호가 한결의 손목을 먼저 붙잡았다.


“부회장님께 예의를 지키시죠, 한결 군.”


마음 같아서는 백경호의 팔을 다시 확 꺾은 뒤 무릎을 꿇리고 싶었다. 그런데 괜한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예의는 저분이 더 지키셔야 하는 거 아닌가.”


한결은 백경호의 팔을 세차게 뿌리치며 김충헌 뒤를 따라갔다.


막 김충헌에게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김충헌이 갑자기 김희선의 병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희선 양, 용서해 주십시오.”


한결은 김충헌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할 말을 잃고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언뜻 봐도 자기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친네가 갑자기 무릎을 꿇자 김희선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저씨가 왜 용서를 빌어요?”


김충헌은 마치 일본 무사들의 도게자처럼 고개를 바닥에 닿을 듯 푹 숙였다.


“재진 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도 아랫사람인 저의 책임입니다. 희선 양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무릎을 꿇고 비통한 표정으로 사과하고 있지만 전혀 비굴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충헌의 카리스마가 온 병실을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김충헌의 카리스마에 김희선은 숨 막히는 듯 한결을 쳐다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제야 한결도 정신을 차리고 김희선 곁으로 가려 했다.


“아이고, 부회장님이 일어나세요.”


예배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것인지 김장곤이 예배 복장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김충헌 옆으로 가서 같이 무릎을 꿇고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부회장님께서 이러실 필요까지는···”

“목사님,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저의 사과로 희선 양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너무 뻔히 보이는 연극이지만 그걸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김희선이 느끼는 압박은 상상 이상이었다.


“희선아, 이분이 세황 부회장님이셔. 이분이 이렇게 무릎까지 꿇는데 그래도 안 되겠니?”


김희선은 너무 속상한지 이불에다 얼굴을 파묻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김희선은 이불에 대고 절규하듯 비명을 질렀다.


병실 안 모든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절규하던 김희선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시울은 눈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합의하면 될 거 아냐.”


결국 김희선이 항복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세황 기조실에서 갖은 수를 써도 흔들리지 않던 김희선의 마음이 마침내 돌아섰다.


김충헌을 만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


마치 이런 결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백경호는 준비한 서류를 김희선 앞에 놓았다.


합의서였다.


‘위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는 위 피고인과 관련하여 추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피고인과 합의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백경호는 안주머니에서 인주를 꺼내 서류 옆에다 놓았다.


김희선은 힘없이 오른손 엄지에 인주를 묻힌 후 서류에 지장을 찍으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결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한결이 달려가 김희선 옆에 섰다.


“누나, 이렇게 끝내선 안 돼요.”


한결이 김희선을 가로막자 김충헌과 김장곤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결아,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네가 왜 나서는 거야.”

“학생, 학생이 뭔데 이러는 거야?”


한결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든 채 합의서를 한쪽으로 치웠다.


“얼마를 주고받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죠.”

“한결 군,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백경호가 한결에게 달려가려 하자 김충헌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어떤 계산을 말하는 거냐.”

“피해자인 희선 누나에게는 얼마를 줄 거냐는 거죠. 교회나 저기 목사님한테 드리는 돈 말고, 순수하게 누나한테 주는 돈.”

“내가 무슨 돈을 받아?”


김장곤이 버럭 소리쳤다.


김장곤이 소리를 치든 말든 한결의 말 상대는 김충헌이었다.


“얼마 전 기호 삼촌이 저한테 이번 사건을 중재해 달라고 하면서 제시한 금액이 있거든요. 그걸 주셔야겠어요.”

“얼마를 주기로 했길래?”


김충헌도 한기호가 얼마를 베팅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10억.”


방 안의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냐? 기호가 10억을 주기로 했다고?”

“제 휴대폰은 자동저장기능이 있거든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한결의 당당한 태도에 김충헌은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희선 누나가 돈을 원했다면 당연히 그 돈을 받고 합의했겠죠. 그런데 벌건 대낮에 미친놈에게 두들겨 맞고 입원까지 한 게 너무 억울해서 합의하지 않은 거예요.”


한결이 사촌 한재진을 미친놈이라고 묘사한 게 귀에 거슬렸는지 김충헌의 눈썹이 약간 움찔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그 10억을 달라?”

“네, 당연히 받아야죠. 단, 이건 세황그룹 주머니가 아니라 기호 삼촌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어디 딴 데다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희선 누나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합의 없습니다.”


엉뚱하게 교회나 목사 부부에게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이었다.


“네까짓 게 뭔데 합의가 있니 마니야?”


김장곤이 참지 못하고 한결을 나무랐다.


“누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뜻에 따를래요, 아님 그냥 사인하실래요?”


혼자서 압박감을 겪어야 했던 김희선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자기한테 과외를 받는 한낱 고등학생이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결이 말 그대로예요. 제 계좌로 바로 입금해 주세요. 아니면 절대 합의 없습니다.”


한재진을 미친놈이라고 불렀을 때를 제외하고는 김충헌 표정은 내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김충헌은 잠시 한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기호한테 내가 직접 얘기해 보마.”


김충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결은 합의서를 반으로 주욱 찢었다.


“이거 다시 써서 가져오세요. 기호 삼촌이 자기 주머니에서 10억을 정확히 누나 계좌로 입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서.”


김충헌은 무표정하게 한결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결아, 반가웠다. 조만간 다시 보자.”


김충헌은 눈짓으로 인사를 건넨 후 뒤를 돌아 문밖으로 나갔다. 김장곤은 뒤 마려운 강아지처럼 김충헌의 꽁지를 따라 나갔다.


김충헌의 퇴장과 함께 함께 온 정장 차림들이 우수수 밖으로 빠져나갔다.


**


정장 차림 중 백경호만이 병실에 남았다.


“아저씨는 안 나가세요?”


백경호는 한결을 보고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너 정말 고등학생 맞니?”


백경호는 한결의 행동에 진심으로 감탄한 듯 보였다.


“지금은 휴학 중이에요.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 와중에 농담할 여유도 있구나.”


한결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와중이라니 무슨 와중이요?”

“아무리 네가 로열패밀리의 일원이라고 하지만 우리 부회장님 앞에서 그렇게 꼿꼿하게 할 말 다 할 줄은 몰랐다.”

“무슨 죄지었어요? 왜 말을 못 하죠?”


백경호는 한결이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비아냥대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웬만한 세황 임직원들은 부회장님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 해. 네 큰아버지들, 두 부회장님조차 김충헌 부회장님께는 깍듯하거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결 또한 처음 김충헌을 봤을 때 그 카리스마에 압도될 지경이었다.


수십만 종업원 위에 군림한다는 게 저런 거구나.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데 이대로 합의하게 되면 김희선만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을 뿐이었다.


“저도 다음에는 깍듯하게 대할게요.”

“세황 한씨 일가에 너 같은 인물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난 그동안 회장님의 2세, 3세들을 보면서 하나 같이 회장님의 반도 못 따라가는 사람들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전 뭐가 다른가요?”

“제2의 한석조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이건 칭찬이겠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안타깝구나.”

“뭐가 안타깝죠?”

“네가 회장님의 직계이긴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서출’이라는 핸디캡이 있잖니.”


세황일가는 아직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21세기에 아직 서출이란 표현을 자연스럽게 쓸 정도면···


“요즘 시대에 그게 무슨 핸디캡이에요? 제가 과거시험 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차차기 회장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안 된다는 얘기야.”


한결은 피식 웃었다.


“그 자리는 제 쪽에서 거절하고 싶네요. 그게 뭐 좋은 자리라고···”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건 큰 차이가 있지. 고등학생인 넌 아직 그 느낌을 잘 모르겠지만.”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도전해 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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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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