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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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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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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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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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마, 이게 'K-회식'이다

DUMMY

염승은은 한기호의 샤우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후다닥 빠져나와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김홍재는 염승은의 재빠른 동작에 혀를 내둘렀다.


염승은이 구매본부가 있는 16층에 오자마자 김희찬 구매기획팀장이 다가왔다.


“본부장님, 오늘 비품구매팀과 회식하는 거 알고 계시죠?”


그게 오늘이었나? 하도 정신없이 살다 보니 깜빡했네.


“어, 그래. 몇 시 어디지?”

“선발대는 6시30분에 시작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문 닫은 후 합류 예정입니다,”

“김 팀장도 같이 갈 거지?”

“당연히 제가 모셔야죠. 저 아니면 누가 우리 본부장님 모시겠습니까.”


염승은은 재빨리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성호진 팀장, 여기로 와봐.”


성호진 비품구매팀장은 회식 참석을 위해 코트를 걸치다 염승은의 부름에 쏜살처럼 달려갔다.


“야, 일 이따위로 할래?”

“네?”

“여기 봐봐. 오타 있잖아. 이거 제대로 본 거 맞아?”


성호진은 재빨리 결재 서류를 들고 염승은이 지적한 부분을 살폈다.


‘변기 화장지’가 ‘변기 화자지’로 돼 있었다. 이런 실수를···


“죄송합니다. 본다고 봤는데···”

“이거 가져가서 처음부터 싹 다시 오탈자 있는지 검토해. 그리고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회식장소로 와.”

“네, 알겠습니다.”


2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오탈자가 있는지 꼼꼼히 검토하려면 최소한 30분 이상은 걸릴 텐데. 평소 입바른 소리 하는 성호진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가 틀림없었다.


염승은은 김희찬과 함께 회식장소로 향했다. 정작 이날 회식하는 팀의 팀장은 잔업을 시켜놓은 채.


**


염승은이 회식장소에 도착해 직원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향했다.


“전무님 오셨습니다.”


김희찬이 큰소리로 말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들이 모두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전무님.”

“어, 그래. 다들 앉아, 앉아.”


비품구매팀 직원 수는 팀장 포함 모두 14명. 그중 여직원은 5명이다. 현재 팀장과 마감조 2명이 자리에 없었다.


염승은은 자기 자리라고 비워둔 곳을 보자 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원래 회식 때 자리 배치는 염승은 주변으로 여직원들을 앉히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날 회식은 자리 배치가 이상했다. 염승은 자리 주변에 전부 시커먼 남자직원들만 앉아 있었다.


염승은은 매우 불편한 내색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염승은의 기분이 상한 걸 눈치챈 김희찬은 급히 최고 선임 위성곤 차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뭐가?”


김희찬과 위성곤은 입사 동기. 나이도 같아 과장 때까지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절친이었다.


그러던 둘의 관계는 김희찬이 먼저 팀장을 달면서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김희찬의 본격적인 해바라기 근성이 드러난 것도 팀장이 된 이후였다.


김희찬은 오직 위만 보고 달렸다. 자기 밑 팀원들은 업무에 치여 죽든 말든 아무 상관 없었다.


후배들의 원성은 위성곤에게 전달됐다. 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중재를 서달라는 것이었다.


김희찬의 행태가 맘에 들지 않았던 위성곤은 기꺼이 총대를 메고 김희찬에게 직언했다. 김희찬은 크게 화를 냈고, 둘은 술자리에서 거의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이후 둘이 화해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그게 1년 전 일이었다.


“자리 배치 말이야.”

“자리 배치가 뭐가 어때서?”


무슨 말인지 알면서 띠껍게 반응하는 위성곤이 얄미웠다.


“야, 전무님이 이런 의전을 얼마나 중시 여기는 줄 알면서 일부러 저런 거냐?”


위성곤은 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하나 줄까?”

“됐어, 끊었어. 빨리 자리나 똑바로 바꿔.”


위성곤은 한심한 듯 김희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 뭐냐?”

“야 인마. 여직원들이 어디 술집 종업원들이냐. 걔들을 왜 전무님 옆에다 앉혀?”

“뭐, 술집 종업원? 그럼 그동안 쭉 이런 식으로 자리 배치한 게 술집 종업원 취급한 거다 이 말이냐?”

“잘 아네. 도대체 21세기에 이게 무슨 추태냐.”


김희찬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대기업이 입바른 소리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데도 아니고. 그러니 니가 승진을 못 하지, 쯧쯧.


“너희 팀장도 아냐?”

“당연히··· 팀장님이 지시한 거야. 그리고 우리 팀 회식인데 네가 왜 여길 오냐? 너 보니까 전무님 주재 모든 팀 회식에 다 따라다니는 거 같더라.”

“전무님 의전을 내가 맡고 있으니 당연히 따라 다녀야지.”


위성곤은 콧방귀를 뀌었다.


“지랄, 누가 너한테 그런 일을 맡겼냐? 구매기획팀장 R&R에 구매본부장 의전도 포함돼 있는 모양이지?”


위성곤은 작정한 듯 비아냥댔다. 김희찬은 오히려 그런 위성곤이 안쓰러웠다.


“븅신, 네가 그러니까 팀장도 못 다는 거야. 얀마, 회사가 업무만 잘한다고 알아주는 곳이냐? 윗분들 가려운 곳도 긁어주고, 이렇게 의전도 열심히 하고··· 이런 게 총체적으로 잘 엮일 때 팀장도 달고, 임원도 되고 하는 거야.”

“너나 그렇게 살다가 임원 돼라. 난 이렇게 살다 뒈질 테니.”


위성곤은 더 말해봐야 입 아프다는 듯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김희찬은 자기가 나서서라도 이 일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성호진 팀장이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만. 그렇잖아도 본부장한테 완전 찍혀서 올해 면팀장은 확정적인데 말이야.


가만, 면팀장 된다니까 그냥 막가자는 건가. 참내.


**


회식은 평소와 달리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가운데 앉은 전무란 자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누구도 웃지 않았다.


김희찬은 더 두고볼 수 없었다.


“거기 김수정 대리, 이선경 씨.”

“네?”

“여기로 와서 앉아요.”


김희찬은 염승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직원들에게 어서 사라지라고 눈짓했다. 남직원들은 마치 던전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은 듯 쾌재를 부르며 일어섰다.


김수정 대리와 이선경 사원은 복날 개처럼 끌려와 염승은의 좌우 옆자리에 앉았다.


김희찬은 염승은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직원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찼다.


“조성은 과장, 이나래 씨. 여기 앉아요.”


위성곤은 다른 팀에 와서 전횡을 일삼고 있는 김희찬을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본부장 앞이 아닌가. 뒤에서 욕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앞에 나서서 정의를 외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불려 간 여직원들만 불쌍할 뿐.


자리 배치가 바뀌자 염승은은 언제 인상을 쓰고 있었냐는 듯 얼굴에 미소가 확 번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회식이 시작됐다.


**


성호진 팀장은 오후 8시가 좀 지났을 무렵 회식자리에 도착했다.


그는 자리에 들어서자마자 여직원들에게 본부장이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기가 찼다. 성호진은 위성곤을 나무라듯 쳐다봤다.


위성곤은 어깨를 으쓱하며 김희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저 자식이 자리를 이 따위로 배치했다고 눈으로 일렀다.


성호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뚜벅뚜벅 김희찬의 자리로 걸어갔다.


“김 팀장.”

“아, 팀장님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 다들 기다렸어요.”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성호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김희찬은 성호진이 뭐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도무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앞자리의 염승은은 인상을 팍 쓰면서 성호진을 노려봤다.


성호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만 했다.


“왜 자리 배치를 니 맘대로 바꿔? 여기가 어디 여자 끼고 노는 술집이야?”


이 말에 염승은의 눈이 꿈틀했다. 뭐? 여자 끼고 노는 술집?


“아니, 그게 아니라.”

“조성은 과장, 여직원들 다 데리고 나가세요.”


앞자리에 전무가 앉아있는데··· 조성은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빨리 나가라니까!”


성호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조성은과 나머지 여직원들이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섰다.


“야, 성호진.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금껏 지켜보기만 하던 염승은이 손에 쥔 술잔을 성호진에게 던졌다. 술잔은 남은 술을 공중에 흩뿌리며 성호진의 가슴팍에 맞았다.


성호진은 기개를 꺾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서 염승은에게 대들었다.


“본부장님, 이건 아닙니다. 최근에 뉴스 안 보셨습니까.”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대양투자증권 천태우 부사장 사건이 벌어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직원들을 옆에 앉혀놓고 술이 드시고 싶으십니까.”


염승은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감히 누굴 누구에게 비교하는 건가.


천태우는 그야말로 치마만 두르면 발정 난 개처럼 덤볐던 ‘국민 난봉꾼’ 아닌가.


“야, 성호진. 너 미쳤어? 감히 나를 천태우에 비교해? 이 새끼가 말을 가르쳐 놨더니 대드는 걸 배웠어?”


염승은의 호통에 성호진도 약간 움찔했다.


“아니 본부장님을 천태우 부사장과 비교한 게 아니라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시끄러. 너, 두고 보자.”


염승은은 한참 동안 성호진을 노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옷걸이에 걸려있던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김희찬도 성호진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낸 후 뒤따라 나갔다.


이들이 나간 후 회식자리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직원들은 자존감 떨어지는 술집 작부 같은 짓을 더 안 해도 돼 기뻤다. 그렇지만 팀장이 앞으로 당할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


[이상이 최근 세황백화점 블라인드에 올라온 염승은 구매본부장 관련한 내용입니다.]


노준석의 브리핑을 쭉 듣고 있던 한결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 꼰대들은 어찌 이렇게 다 똑같을까. 자기도 류지오 시절 혹시 저런 행동을 했던 게 없었나 스스로 돌아봤다.


[한마디로 염승은은 구매본부의 ‘악의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아직도 저런 구태가 있다는 게 놀랍네요.]


한결은 한기호를 잡기 위한 함정을 파기 위해 그의 측근 염승은의 주변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염승은의 비리가 포착됐다.


염승은이 와이프의 먼 친척 명의로 ㈜나비엔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야무지게 세황백화점의 이익을 ‘슈킹’하고 있었다.


한기호를 잡기 위해 일단 염승은의 비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나쁜 놈들끼리 의리가 있을 리 없다. 염승은에게 ㈜나비엔을 들이대면서 횡령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자기가 살기 위해 한기호를 배신하겠지?


염승은이라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한기호의 횡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쁜 놈들은 대부분 생각하는 게 비슷비슷하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요.]

[네, 보스.]


노준석이 처음으로 한결을 보스라고 불렀다.


[네? 보스라니오?]

[정호처럼 저도 앞으로 보스로 모시겠습니다.]

[저, 아직 고딩인데···]

[윗사람을 모시는데 나이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면 대통령은 항상 최고령자를 뽑아야죠.]


나름 깔끔한 비유이긴 한데···


[어쨌든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준석이 형.]

[네, 일단 우리 시나리오대로 제가 먼저 염승은 전무에게 접근해 보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먼저 성호진 팀장을 설득하는 건 어떨까요?]


노준석은 그게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호진은 상당히 강직한 인물. 비록 염승은의 비위 사실 등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지 않는 성격으로 보였다.


[성 팀장은 면팀장이 되면 모를까 팀장 자리에 계속 있는 한 배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형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자, 염승은부터 엮어보자.


그런데 이 계획은 이날 회식이 회사 차원에서 문제제기되고, 언론 보도까지 되면서 급격하게 틀어지게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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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마, 이게 'K-회식'이다 +1 24.09.05 14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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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7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2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52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01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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