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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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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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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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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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엄연한 후계자 후보

DUMMY

채원의 말이 맞았다.


김충헌에 대해 채원에게 물었을 때.


[딱히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었어. 항상 중립적으로, 우리 가족도 한씨 일원으로 대접해 줬어. 가만,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관계라 할 수 있겠네.]


한결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동등한 한씨 일가의 구성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김충헌이 한석조의 복심이라고 본다면 한석조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뭔가 일이 재미있게 흘러갈 것처럼 보였다.


“별로 놀라지 않는구나.”


아, 놀라는 척했어야 했구나. 한결은 뒤늦게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그게 너무 티났다.


“정말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 같구나.”


혹시 한기호가 말했던 그 보고서? 그걸 수정해야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런데 후계자 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일원으로 인정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재벌 후계자를 선거로 뽑는 것도 아니고, 주식을 많이 가져야 후계자가 되는 건데 주식 한 조각 없는 제가 경쟁에 참가만 하는 게 무슨 의미죠?”


김충헌은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듣기만 했다.


“이게 올림픽도 아니고 참가에 의의만 두는 거면 제 쪽에서 거절할게요. 참가하라고 말만 하고 정작 참가 티켓은 주지 않는 건 무슨 심뽀죠?”


김충헌의 입꼬리가 또 미세하게 움직였다.


“네가 주식 한 조각 없다는 건 순전히 너의 생각 아니냐. 왜 없다고 생각하지?”

“그럼 있어요?”


한결은 최근 밤을 새가며 세황의 재무제표 등 싹 섭렵했다. 비상장사 같은 경우도 여러 루트를 통해 최소한 지분구조까지는 알아봤다.


그 결과 채원 가족이 세황의 주식을 가진 건 없었다. 이렇게 깨끗하게 없기도 힘들 텐데···


“그래, 아직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낫겠구나. 괜히 큰사모님 쪽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뭔가 있다. 김충헌은 마지막 말을 아꼈다.


“그런데 현재 후계경쟁은 2세간 다툼 아니에요? 2세로 내려오기도 전에 벌써 3세 후계 구도까지 생각하시는 건가요?”

“빨리 시작해서 나쁠 건 없지.”


김충헌을 보고 있자니 예전 읽었던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이 떠올랐다. 그 책을 통해 지구를 하나의 체스판으로 보고 전략전술을 짜는 미국 엘리트들의 시각을 볼 수 있었다.


김충헌 또한 스케일에서는 훨씬 작지만 세황을 하나의 체스판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근데 왜 우리나라 재벌은 세습이 돼야 하는 거죠?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주젠데 왜 아직도 이런 구태가 계속되는 거죠?”


도대체 사고가 나면서 뇌의 어느 부분에 자극을 준 것일까. 어떻게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고등학생이 술술 할 수 있지?


“우리나라의 가장 진보적인 한 언론에 근무하는 재벌 전문기자가 이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 있다. 그 논문의 핵심이 뭔지 아니?”

“저야 모르죠.”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 체제보다 더 낫다는 건 환상이라는 거야. 실제로 오너 체제로 세습된 기업에서 성공한 사례가 더 많다는 거지.”

“견강부회(牽强附會) 아닐까요?”


견강부회라는 말에서 김충헌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아차차, 아전인수(我田引水) 정도로 말했어야 하나. 견강부회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잘 안 쓰는 표현일 텐데···


“정말 오늘 놀라움의 연속이구나.”

“이 정도면 세황 후계자 후보로 손색없어 보이나요?”


한결은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


“손색없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넘쳐 보이는구나. 회장님 손주들 전부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아, 허허.”


한결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제가 후계자 후보라고 밝히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거죠? 오히려 큰할머니 핏줄들로부터 더 많은 견제만 받게 될 텐데요.”


김충헌은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 또한 대권을 거머쥐려는 자들이라면 당연히 극복해야 할 도전이지. 그런 것도 극복 못 한다면 어떻게 수백조짜리 그룹을 끌고 나갈 역량이 되겠느냐.”

“그럼 지금 후계자 그룹들은 회사를 끌고 나갈 역량이 다 된다고 보세요?”


그들도 능력 안 되는 거 뻔히 알지 않느냐는 질책성 물음이었다.


단지 황현정의 핏줄로 태어나 집에서 적통 소리 들으며 주식을 야금야금 받은 것밖에 더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이기도 했다.


김충헌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구 하나 역량이 충분하다고 할 만 한 자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이 너, 사람 말문 막히게 하는 데 아주 재주가 있구나.”

“그러니까, 괜히 그날 제가 후계자 경쟁에 참여한다는 둥 하는 소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저 인생 피곤해지기 싫으니까.”


김충헌은 식사를 할 때 안경알에 음식물이 튀었는지 안경을 벗고는 알을 닦기 시작했다.


“네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세황가의 일원으로 태어났다는 것만 해도 세상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스펙 아니겠느냐.”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요.


“후계자 후보에 포함된다는 건 내가 아니라 회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실 거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나 제대로 하고 있으려무나.”


용코로 걸렸다.


조용히 살면서 채원의 회사나 건사해주고 내 몸 찾아 떠나려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볼 때 죽은 수호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싫다니까요. 내가 왜 한수호를 위해서 이런 전혀 도움도 안 되는 일에 끼어들어야만 합니까.


“수호가 살아 생전 한 번도 공개적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한씨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어한 지 아느냐?”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근데 한수호가 정말로 그랬다고? 한씨에 끼기 싫어서 아들 이름에서도 돌림자 ‘재’ 자를 빼버릴 정도였는데···


“네 이름에 돌림자를 쓰지 않은 것도 큰사모님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나 이만큼 관심없소’라고 항변한 거지.”


이 아저씨, 진짜 독심술을 하는 건가. 어떻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


“그럼 아저씨 말씀은 아빠도 원래는 후계자 경쟁에 끼고 싶어 했다?”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정황상 그렇게 보인다. 아니, 난 확신하고 있단다. 수호도 세황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했고, 세황의 후계자가 됨으로써 그걸 실현하려 했다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인데? 그럼 한수호는 주변 모두를 속였다는 거 아닌가. 심지어 채원도···


“그래서 아저씨 말씀은 내가 아빠의 유지를 이어받아 세황의 후계자 다툼에 끼어들어야 한다? 근데 지금 이게 승산이 있다고 보세요?”


한결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승산 없는 싸움. 왜 김충헌은 한결에게 이 길을 강요하는 걸까.


“0.1% 미만의 확률이겠지.”


이 아저씨가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뭐예요 그게? 갑자기 왜 목사님 말씀?


“욥기 8장7절의 말씀이야. 사람들이 이걸 축복이라고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하지만 난 이 문구 그대로가 참 좋아.”

“그니까 0.1%로 시작해도 승산은 있을 수 있다?”


김충헌은 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모처럼 즐거운 시간 보냈구나. 앞으로도 자주 보자.”

“저도 아저씨랑 얘기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자주까지는 몰라도 한 번씩 연락은 드릴게요.”

“그래, 그 정도면 됐다.”


김충헌은 휴대폰을 들어 바깥에 있는 백경호를 호출했다.


“참, 그리고 비서실장과는 웬만하면 화해하고 잘 지내거라. 세상을 편하게 살려면 적은 줄이고 친구는 늘려야 한단다.”

“그 아저씨가 뒤끝이 좀 있는 모양이죠?”


김충헌은 이번에도 대답 대신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비서실에 꽤 유능한 친구들이 많으니···”


선문답 비슷한 말을 마지막으로 김충헌은 입을 닫았다. 백경호가 문을 열고 들어와 김충헌에게 외투를 건넸다.


“백 팀장은 결이 집까지 모셔다드려.”

“네, 알겠습니다.”


한결은 급히 백경호의 팔을 잡았다.


“바쁘실 텐데 그냥 가세요. 저는 여기서 좀 걷다가 대중교통 이용하면 돼요.”

“아냐, 여기가 좀 외진 곳이어서 집에 가려면 많이 불편할 거야.”


결국 백경호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막 강변북로로 진입하려는 찰나. 한결은 가방을 두고 온 게 생각났다.


아, 그래서 내가 옆자리에 둔 건데··· 종업원이 야속하게 들고 가버리는 바람에 그냥 두고 와버렸다.


오늘 과왼데···


“팀장님, 죄송한데···”


**


한결은 도저히 미안해서 안 된다고 우겨 백경호를 먼저 보냈다. 그리고 중국집 황룡으로 갔다.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결은 아까 김충헌과 같이 밥 먹었던 자금성 1호실로 향했다. 거기서 가방을 챙겨 나오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맨 안쪽 변기칸만 문이 닫힌 걸로 봐 사람이 있는 듯했다.


“어, 얘는 내가 맘에 드는 모양이야.”

[···]

“집구석이 좀 맛이 가긴 했어도 웬만한 집보다야 훨씬 부자지.”

[···]

“야, 야. 부잣집이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 못 들어왔어?”

[···]

“뭐, 그래서··· 어, 어. 그럼 진짜 개털이란 거야? 아, 개짜증이네. 소개시켜 준 놈이 분명히 그랬거든. 걔가 세황 회장 손녀라고.”

[···]

“어, 그래. 맞긴 맞는데 그래도 개털이라고? X팔, 완전 똥 밟았네. 됐다, 끊어라.”

[···]

“어쩌기는 뭘 어째? 원래는 결혼까지 계획했는데 ‘먹버’로 끝내야지. ··· 알았어, 연락할게.”


화장실 벽이래 봐야 위아래가 다 뚫려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게 돼 있다.


한결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최근에 만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랑 나누는 거라 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세황 회장 손녀’라는 말이 난온 뒤 갑자기 귀를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세황 일족에 대해 공부하면서도 손녀 쪽으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손녀 쪽에서는 아직 한세희와 같은 걸출한 여장부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결은 그냥 가려다 한석조의 손녀를 ‘먹버’한다는 간 큰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한결은 세면대에서 손을 한참 씻으며 남자가 나오길 기다렸다.


여자가 돈 없다고 당당히 먹버를 한다는 놈이니 분명 외모에는 자신 있는 놈이렷다.


덜컹.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키 180cm 몸무게 75kg 정도로 추정되는 날라리 스타일의 남자였다. 짧은 머리에 왁스칠을 얼마나 했는지 머리카락이 고슴도치 침처럼 뾰족뾰족했다. 손바닥을 대면 찔릴 것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호텔 로비에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서 있었다. 세황 일가 중 저 나이 또래 손녀가 누가 있지? 언뜻 봐도 미모가 상당했다.


한씨 일가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었나? 한결은 소진이 한씨 일가에서 가장 예쁠 것이라고 짐작했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둘째 한태호의 여식이 20대이긴 하지만 감히 대한민국에서 누가 그녀 집안을 망한 집구석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제갈수영은 소진이랑 동갑이고.


그렇다면 세황가에서 쫓겨났다던 한진호의 딸?


한진호의 딸이라면 아까 화장실에서 저 남자가 말했던 게 모두 이해가 된다. 회장 손녀도 맞고, 집안이 개털이란 것도 맞다.


가장 유력한 후계자에서 하루아침에 귀양살이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풍운아’ 한진호. 왠지 그에 대한 묘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지면서 손녀가 측은해 보였다.


근데 내가 왜 동질감을 느끼지? 난 세황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나 류지오잖아?


아니지, 아니지. 이제 한결로 살아야지. 사촌누나가 곤경에 처했는데 사촌동생으로서 도와야지, 암.


그런데 어떻게 돕는담. 다짜고짜 저 남자를 줘팰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다. 정공법으로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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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 10억 뜯긴 한기호의 폭주 +1 24.09.04 159 13 12쪽
61 61. 대낮의 습격 +1 24.09.04 158 12 12쪽
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2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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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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