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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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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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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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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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대낮의 습격

DUMMY

“행님, 가셨던 일은 우예 됐슴미까?”


박대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사무실에 복귀했다. 정호동은 그런 박대호를 보며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박대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랍에서 숨겨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행님, 담배 끊었다고 안 했슴미까? 와 다시 피우시는 데예.”


박대호는 라이터를 정호동에게 던졌다. 정호동은 예상이라도 한 듯 라이터를 여유롭게 피했다.


“야, 회사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사람들한테 ‘우리 조폭이요’ 하고 자랑할 일 있냐?”


뭔가 상당히 짜증 나는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평소에 둘이 있을 때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정호동이 알아서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참내.


“사장님, 이번에 돈도 억수로 벌어드렸는데 뽀나스 쫌 안 받았슴미까.”

“X팔, 보너스는 무슨 보너스. 짐만 받아 왔다.”

“짐이라고예?”


박대호는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겨우 화를 삭이고 있었다.


“한 사장님, 너무하시네. 우리가 그만큼 벌라고 얼마나 욕봤는데··· 사람이 그라믄 안대지예. 근데 짐은 무슨 짐입니꺼?”


박대호는 담배를 끄면서 새로운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여그 건물 관리인이 우리 사무실에서 담배 냄시 난다꼬 지랄하던데예. 고만 피우시지예.”

“야, 정 전무.”

“네, 사장님.”

“건물 관리인 따위는 네 선에서 관리 안 되냐? 그 이야기를 꼭 나한테 해야겠냐?”

“죄송합니더.”


박대호는 그래도 건물 관리인 말이 신경 쓰였는지 물고 있던 담배를 그냥 버렸다.


“X팔, 우리가 고딩이나 패고 다니는 어디 양아친줄 아나.”

“예? 그기 무신 말임미꺼.”


박대호는 한기호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니까, 한 사장님의 조카한테 예절교육을 시켜라.”

“전치 4주 정도가 적당하시댄다.”


정호동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 이거 만만찮네예. 내가 건들먼 가는 그냥 6주 이상 누버있어야 대는데.”

“야, 인마. 네가 나설 군번이냐? 새로 들어온 애들 중에 한 3명 뽑아서 보내.”

“고삐리 하나 잡는데 3명이나 보냅니꺼.”

“원래 토끼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해.”


정호동은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야, 천하장사.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 왜 최선을 다 하는지 아냐?”

“모르는데예.”

“놓치면 졸라 쪽팔리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야. 한 사장이 그렇게 참교육을 부탁했는데 혹시 혼자 갔다가 줘터지고 오면 어떡하냐.”

“에이, 설마예. 그래도 조직생활하는 아들이 고삐리한테 처맞겠슴미꺼.”

“잔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만사불여튼튼이야.”

“네, 사장님.”


**


“··· 해서 너희 3명으로 정했다. 알긋냐?”

“네, 알겠습니다, 형님.”


형님? 이것들이 회사에서 형님? 정호동은 한 소리 하려다 자기도 박대호가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지랄할 때 가장 황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꼰대가 돼 가는구나.


“그럼, 해산.”


정호동은 박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살덩이 3명을 골랐다. 아무래도 위협을 주기에는 덩치만 한 게 없기 때문.


그렇다고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뚱뚱한 애들은 제외했다. 혹여 고딩이 도망이라도 가면 잡아야 하니 기동력도 갖춰야 한다.


살덩이 3명 중 이두희는 울산 출신 씨름선수로 정호동의 직계 후배였다. 이두희의 중학교 씨름 코치가 정호동의 동기.


코치는 씨름 유망주였던 이두희가 마음을 못잡고 싸움이나 하고 돌아다니자 그런 식으로 인생 탕진할 거면 아예 족보 있는 조폭이 되라며 정호동에게 보낸 것이었다.


“두희, 니 잠시 일로 와바라.”


막 나가려던 이두희는 걸음을 돌려 다시 정호동 앞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행님.”

“니, 올해 맻살이라꼬?”

“내년이면 스무살 됩니더.”

“그라믄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 했단 말이네.”

“이미 자퇴했슴미더.”


정호동은 자기 씨름 후배가 조직생활을 한다고 찾아왔을 때 버럭 화를 냈다. 친구인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쌍욕을 했다.


그런데 사정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워낙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니 아예 조폭의 길로 가든지 거기서 환멸을 느끼든지 둘 중 하나를 하라고 보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이두희가 환멸을 느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정호동 또한 고향 후배가 생활을 관두고 낙향하길 바랐다. 그런데 벌써 8개월이나 버티고 있다. 1년이 되면 수습이 끝나는데 그때는 관두고 싶어도 쉽게 관둘 수도 없다.


“니 솔직히 말해야 된데이. 니 조직 생활이 적성에 맞는 거 같나?”


이두희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조폭이라고 하면 롤렉스 시계에 벤츠 끌고 다니는 풍요로운 삶을 생각했는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조선족들이 모여 산다는 동네 근처에 작은 빌라 원룸에서 각각 100kg이 훌쩍 넘는 살덩이 5명과 함께 몇 달째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


거기서도 막내다 보니 빨래, 밥 등 온갖 허드렛일은 모두 이두희의 몫이었다. 문제는 이런 원룸 생활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숙소장은 나이가 39세. 아직까지 장가도 못 가고 숙소에서 골목대장 놀이를 하고 있었다.


올해 열아홉인 이두희는 20년 뒤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살 떨렸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그게 또 쉽지 않았다.


아직 수습조직원이라고 하지만 조폭세계에 어쨌든 발을 들인 건 사실. 숙소 선배들은 노골적으로 그만둘 경우 발목이 나갈 수 있다고 겁을 줬다.


“네, 체질인 거 같슴미다.”


정호동은 미심쩍은 눈으로 이두희의 눈치를 살폈다. 숙소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보면 전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


“글나. 다행이네. 혹시라도 힘든 거 있으믄 행님한테 꼭 말해라. 고향 후밴데 내가 안 챙기믄 누가 챙기겠노. 알긋제?”

“네, 행님.”


**


살덩이1, 2와 이두희는 체육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한결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담배 한 대 피워라.”


살덩이1이 이두희에게 담배를 권했다. 이두희는 손사래를 쳤다.


“지는 담배는 안 피움미더. 몸에 안 좋잖아예.”


살덩이1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몸에 안 좋아? 그럼 형님은 담배 피우다 뒈져도 되고 너는 혼자 건강 챙겨서 백살까지 살겠다고?”

“그건 아인데예.”


살덩이1인 괜히 이두희를 갈구려고 하자 살덩이2가 말렸다.


“냅둬라, 글마는 원래 운동했잖아. 운동선수 출신들은 원래 담배 잘 안 피운다. 폐활량이 줄어들잖아.”

“하, X새끼. 그래, 너 혼자 오래오래 살아라. 아주 거언강하게.”

“야, 잡소리 하지 말고. 저기 봐봐. 쟤가 한결 아니냐?”


이두희는 목을 쭉 빼서 걸어오는 남자를 보면서 가지고 온 한결 사진과 대조해 봤다.


“맞는 거 같심더. 운동해서 그런가 덩치가 좋네예.”


이두희는 딱 보고 한결을 상대하기 만만찮다고 느꼈다. 운동과 담 쌓고 단순히 살만 찌운 선배 살덩이1, 2는 한결의 한주먹에 나가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결국 이두희와 한결의 1대1 대결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잡히기만 하면 씨름으로 바닥에 내팽개칠 수 있다.


조금 뒤 한결이 살덩이들이 지키는 길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이, 학생.”


한결은 옆 골목에서 살덩이 3명이 어슬렁거리는 걸 멀리서부터 봤다. 그냥 동네 양아치라고 생각해 지나치려 했다.


“저 불렀어요?”

“그래, 너.”

“왜요? 왜 불렀어요?”

“잠시 일로 와 봐. 이야기 좀 하게.”

“전 별로 그쪽과 할 얘기가 없는데요. 거기서 얘기하세요. 다 들리니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말을 맞받아치자 살덩이1은 기가 막힌 듯 썩은 미소를 지으며 한결에게 다가갔다.


살덩이1은 겁을 주고 싶었는지 추운 날임에도 이레즈미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팔을 걷었다. 살덩이1의 기대와 달리 한결의 눈에는 그냥 뚱뚱한 인간 도화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이, 학생. 어른이 부르면 냉큼 달려와야지. 안 그래?”

“누가 어른인데요?”


가까이 다가 왔는데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모습에 살덩이1이 오히려 당황했다.


“마, 내, 내가 어른이지. 할 얘기가 있다잖아. 한 대 맞고 갈래, 아니면 그냥 갈래.”


뭐지, 이것들은? 권규진 패거리들인가. 그런데 설마 아무리 양아치라도 고딩의 꼬붕 노릇을 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혹시···


“아저씨들, 권규진이 보내서 왔어요?”

“권규진? 권규진이 누군데?”


아니구나.


“아니면 말구요. 그래, 어른이 부른다니 한 번 가봅시다.”


한결은 살덩이들이 있는 골목길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살덩이1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쫄아서 끌려가듯 가야 하는데 뭐 이렇게 자신만만하지?


“자, 왔습니다. 말씀하시죠.”


보통 고등학생이라면 깍두기 머리모양과 양복이 터질 것 같은 몸매만 봐도 대충 조폭이라고 생각해 주눅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 주눅은커녕 오히려 기세등등하다. 근데 오른쪽 눈두덩이는 왜 부어 있지?


한결의 오른쪽 눈두덩이는 권태진의 니킥 덕분에 아직도 붓기가 다 빠지지 않았다.


“너, 우리가 안 무섭냐?”

“아뇨, 무섭네요. 그렇게 살이 찌면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이 직빵으로 걸리는데 그쪽이 빨리 죽을까 봐 무섭네요.”


농담따먹기를 하는 여유까지?


“이 자식이 지금 우리랑 장난하자는 거냐?”


살덩이2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그렇게 느려서야, 쯧쯧. 한결은 가볍게 피하면서 살덩이2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120kg는 족히 돼 보이는 살덩이2가 넘어지면서 땅에 부딪히는 충격은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았다.


“이 새끼, 적당히 손 봐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오늘 최소 골절이다.”


이번에는 살덩이1이 주먹을 날렸다. 얼마나 살이 쪘는지 손가락까지 통통해 주먹이 그냥 공처럼 보였다. 저런 주먹에 맞아도 아프려나?


한결은 주먹을 왼쪽 팔로 수비한 뒤 오른 주먹을 살덩이1의 얼굴에 꽂았다. 얼굴에도 살이 많아 마치 솜이 가득 찬 인형 얼굴을 치는 느낌이었다.


이두희의 예상대로 선배 2명은 전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두희가 나설 차례.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한결 또한 이두희의 포스가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형은 운동 좀 하셨나 보네요. 딱 가다가 나오는데요?”

“씨름 좀 했지.”


나름 선수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이두희는 일반인과의 싸움이 내키지 않았다. 그냥 겁만 주고 때리는 건 살덩이1, 2의 몫으로 하려 했는데···


역시 씨름을 했다더니 덩치에 비해 몸은 상당히 빨랐다.


이두희는 한결을 붙잡기만 하면 바로 넘어뜨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두희가 간과한 건 한결의 주종목 역시 그래플링, 즉 주짓수였다. 그래플링으로 들어간다면 다양한 관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주짓수가 더 유리했다.


이두희가 요리조리 피하던 한결의 옷깃을 마침내 잡았다. 그대로 들어서 땅에 내리꽂으려 할 때 한결은 몸을 재빠르게 돌려 이두희의 오른팔을 타고 뒤를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백초크라 불리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 기술이 들어갔다.


목을 내주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이두희의 경동맥이 눌러지면서 뇌 쪽으로 공급되는 피가 차단됐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믿었던 이두희마저 순식간에 쓰러지자 살덩이1, 2는 경악했다. 살덩이1, 2는 쓰러진 이두희를 남겨두고 줄행랑을 쳤다.


저런 비겁한 것들도 조폭이라고, 쯧쯧.


한결은 이들의 정체를 알기 위해 정신을 잃은 이두희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꺼냈다.


이두희. 나이는 고작 한결보다 한 살 많구만. 그의 지갑에 있는 명함을 다 꺼냈다.


‘대호 엔터테인먼트. 대리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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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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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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