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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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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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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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큰집 사촌누나 한지원

DUMMY

한지원은 오랜만의 소개팅이라 기대가 한껏 커졌다.


주선해 준 친구가 보여준 사진에 따르면 이상형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했지만 180cm 키에 훈남스타일 얼굴이었다.


이 정도면 합격이지. 한지원이 나름대로 정한 기준은 충분히 넘었다.


만나자고 하는 장소도 그랜드 워커힐 호텔. 게다가 차는 포르셰 파나메라. 차값만 3억을 지를 수 있는 정도면 괜찮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 지금 내 처지에서 만날 수 있는 최상급 아닌가 싶다.


**


[올겨울 춥다는데 난로 아직 마련 안 했지?]


절친 장지원이 물어왔다.


대학 와서 만나게 된 장지원은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절친이 됐다.


한지원은 한지, 장지원은 장지로 서로를 불렀다.


[난로라니? 요즘도 집에 난로 때는 집이 있어?]

[야, 한지. 장난하냐? 그 난로 말고 이거 말이야, 이거.]


장지원은 새끼손가락을 들어 까딱까딱 움직였다.


[아, 남자. 아직 마련 못 했지.]

[엑스랑 헤어진 지도 벌써 6개월쯤 되지 않았냐?]


한지원은 고개를 들어 개월 수를 헤아리는 듯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허공을 짚었다.


[딱 6개월 됐네. 학교 축제 끝나고 5월 말에 헤어졌으니.]

[그럼 됐네. 6개월 수절했으면 이제 다시 사교계로 진출해야지? 남 연애하는 데 그만 따라다니고.]

[내년이면 4학년이라 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남자 사귈 시간이나 있겠어?]


장지원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수업 시간에 까먹는 도시락이 맛있듯이 취업준비처럼 정신없이 바쁠 때 하는 연애가 진국이지. 얼마나 시간을 아껴 쓰면서 콤팩트하고 찐하게 연애하겠냐?]

[그럼 남자 하나 소개시켜 주던가.]


장지원은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켜서 남자 사진을 하나 보여줬다.


[얘 어때?]


밤톨처럼 머리칼을 바짝 세운 게 좀 걸렸지만 얼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


[갑자기 뭐야? 이거 보여주려고 그렇게 밑밥 깐 거야?]

[얘가 내 인스타 염탐하다가 너 사진 보고는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야.]


밤톨 자식, 보는 눈이 좀 있는데?


사실 한지원의 미모는 상당했기에 이런 식의 접근은 다반사였다.


그래서 친구 장지원의 교통정리가 항상 필요했다.


[너랑 어떤 사인데? 만약 파투 나서 너랑 애매해질 정도의 친구면 아예 시작 안 할래.]

[고리타분한 년. 걱정마. 얘는 내 남치니의 친구야. 걔랑 사귀다 어떻게 헤어지더라도 너랑 나랑 관계에는 아무 문제 없어.]

[그럼, 한 번 만나볼까.]


**


지난 6개월 동안 장지원과 남친의 데이트에 따라다니면서 먹은 눈칫밥이 얼마던가.


이건 나름 한지원의 노림수였다. 둘이 맘 편하게 데이트하려면 나의 짝을 찾아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


결국 장지원이 두 손 들고 남친의 친구를 한지원에게 소개했다.


이름 양광현. 나이 24세.


K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군필.


아버지 중앙부처 공무원, 엄마 약사. 변호사인 형 있는 2형제 중 막내.


프로필은 괜찮았다.


약속장소인 워커힐호텔 1층 카페로 갔다. 양광현은 만나자마자 점심시간이니 같이 밥을 먹자고 하면서 중식당 황룡으로 이끌었다.


대충 밥값만 50만원은 돼 보였다. 고위 공무원 아버지를 뒀다더니 씀씀이도 합격.


점심을 먹으면서 양광현은 계속해서 한지원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한지원은 아는 언니가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남자들이 너무 들이대면 일단 관망을 해. 특히 넌 예쁘기 때문에 더욱.]

[왜?]

[너 나이 때 남자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뿐이야. 여자랑 자는 것.]

[무슨··· 남자들이 다 늑대란 얘기야.]


언니는 당연한 얘기를 왜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늑대가 아니면 뭔데? 이게 좀 아이러니한데, 또 늑대가 아닌 남자를 만나서도 안 돼.]

[그건 또 무슨 멍멍이 소리야?]

[아직 어린 네가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그래. 즉 오늘의 결론은 길들여 질 수 있는 늑대를 만나야 한다.]


**


그때는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그 언니 말이 맞았다. 엑스는 점잖은 스타일의 수학과 남학생이었다.


그와 처음 사귀면서 손잡는데 한 달, 키스하는데 석 달, 첫날밤 치르는데 6개월.


이건 뭐 ‘널 지켜주고 싶어서’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성욕이 부족한 남자였다. 자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했다.


대학 축제가 벌어진 그날은 악몽이었다. 술도 거나하게 취했겠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모텔방을 겨우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숫제 발기부전이었다. 밤새 노력했음에도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로 한지원은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평생 수학문제나 붙잡고 살아라는 축복의 말을 마지막으로···


이제, 늑대를 만나고 싶다.


**


과연 눈앞의 이 남자는 늑대가 될 것인가.


외모적으로 보면 뭔가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흡연자였다.


그 언니가 흡연자는 무조건 거르라고 했다. 나이 40 넘어가면 고개 숙이게 된다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여긴 흡연장소가 꽤 멀리 있다고 들었는데 한 10분은 여기 서서 기다리란 건가.


한지원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저기,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처음 보는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한지원은 재빨리 외모를 스캔했다.


키 183cm 몸무게 85kg 언저리? 얼굴 미남. 끝.


빼어난 외모의 한지원은 밖에 다니면 하루에 한두 번은 항상 번호를 따인다. 그런데 워낙 남자 보는 눈이 발바닥에 달려 있어서 희한하게도 문제적 남자들만 사귀었다.


오죽했으면 절친 장지원이 절대 헌팅 하는 남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겠는가.


특히 잘생긴 남자를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그래서 엑스와 헤어진 뒤 수많은 남자들의 번따에도 지금껏 솔로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말 걸어온 남자는 장지원의 금지령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잘생겼다.


아, 오늘 소개팅만 아니었으면 그냥 이 남자랑··· 소개팅남에 대한 예의는 지키자.


“무슨 일이시죠? 저 일행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 일행분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그분을 아세요?”


한결은 머리를 긁적였다.


“알지는 못하는데··· 일단 자리를 좀 옮겨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분이 오시면 아무래도 서로 불편할 거 같아서.”


탁 트인 호텔 로비에서 딱히 갈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저기 카페 구석진 곳에서 잠시 아주 짧게 이야기 나누시죠.”


한지원은 뭔가 미심쩍으면서도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헛짓을 할 만한 미친놈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의 말을 따랐다.


둘은 카페 테이블에 마주 보며 앉았다.


“혹시 세황그룹 한석조 회장님 손녀분이 맞으세요?”


아니 처음 보는 이자가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았지? 점점 더 수상쩍었다.


한지원은 즉답하지 않고 가만히 한결의 눈을 응시했다.


“저 나쁜 놈 아닙니다. 제 이름은 한결. 혹시 들어보셨어요?”


한결, 한결이라고? 이름은 당연히 들어봤지. 한씨 집안에서 우리처럼 제대로 된 취급을 못 받는 첩의 핏줄.


한씨 일가로 태어났음에도 단 한 번도 한씨 취급을 받지 못한 한지원의 꿈은 한씨 일가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한석조의 손녀라고 하면 처음에는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버려진 자식의 딸이라는 걸 아는 순간 환호성은 야유로 바뀐다.


한지원도 보란 듯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벌 3세의 삶을 살고 싶었다. 아빠가 야속했다.


“네가 내 사촌 한결이라고?”

“네. 맞아요.”


한결은 자기 주민증을 꺼내 한지원 앞에 뒀다.


한지원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표정으로 한결의 주민증을 들어 확인했다.


“야, 너 지금 장난하냐? 이 사진이 네 사진이라고?”


아차, 주민증 사진은 예전 한결이 130kg일 때 사진. 지금 모습과 비교한다면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사람이라고 할 게 틀림없었다.


“제가 6개월 전에 큰 사고가 났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을 뺐어요. 한 40kg이 빠졌으니 그 사진을 보고 몰라보는 게 당연할 거예요.”


한지원은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다시 주민증의 사진과 지금 한결의 얼굴을 찬찬히 비교하자 눈매와 코, 귀 등 살과 상관없는 부분들이 일치했다.


“그래, 네가 내 사촌 한결이 맞다고 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날 이리로 끌고 온 거야?”


누가 재벌집 자식 아니랄까 봐 도도하기는.


한결은 찬찬히 화장실에서 들었던 전화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래도 사촌누나가 관련된 일이라고 하니까 제가 오지랖을 넓힐 수밖에 없네요.”

“우리집이 개털이라고 했단 말이지.”

“네, 전화한 친구가 개털이라고 전달한 거 같아요.”


한지원은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등을 등받이에 기댔다.


“사실이야. 우리집은 세황 일가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개털이지.”

“아···”

“그런데 감히 지가 날 ‘먹버’한다고? 먹버를 해도 내가 해야지. 담배 피운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녀의 분노 포인트가 한결의 예상과 미묘하게 다른 듯했다.


“어쨌든 제가 알려드릴 내용은 다 알려드렸으니 이만 가볼게요. 나머지는 누나가 알아서 하세요.”

“그냥 가려고?”

“가야죠. 오늘 저녁 과외가 있어서.”

“아, 과외 가르쳐? 너희 집도 우리집처럼 힘든가 보네.”


잉? 내가 고딩이란 걸 모르나 본데.


“저 고등학생이에요. 제가 과외수업을 받아야 해요.”

“고등학생이었어? 근데 왜 그렇게 노숙해 보이니?”

“아무래도 급격한 다이어트에 따른 후유증 같아요. 원래 피부가 탱탱했는데 급하게 살이 빠지면서 약간 주름이 생겼다고나 할까.”


한지원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연락은 하고 지내자.”


한지원은 자기 핸드폰을 한결에게 건넸다.


“거기 네 번호 찍어. 오늘 일 사례도 할 겸 내가 밥 한 번 살게.”


아까 김충헌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적은 줄이고, 친구는 늘려라.]


그래, 비록 개털이 되긴 했어도 한진호는 어쨌든 한씨 일가의 적장자.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가 될 일은 아니다.


한결은 자기 번호를 누른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고 보니 누나 성함도 안 여쭤봤네요.”

“한지원.”

“이름이 예쁘네요.”

“이름만?”

“얼굴은 아름다우십니다.”


한지원은 만족스러운 듯 까르르 웃었다. 얼굴이 아름답다는 건 한결의 진심이었다. 최소 외모로는 한씨 일가 중에서 톱이었다.


한참을 웃다 갑자기 정색을 했다.


“아깝다. 사촌만 아니었으면 너랑 사귀자고 했을 거 같은데”

“연하가 취향이세요?”

“아니, 잘생긴 남자가 취향이야.”


그때 카페 경계 밖 로비에서 밤톨 머리가 나타났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한지원을 찾는 듯했다.


“지원씨, 여기 있었네요.”


마침내 한지원을 발견한 양광현은 계단을 내려오다 한결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 전 화장실에서 부딪쳤던 남자라는 걸 금세 알았다.


자기가 한 말을 다 들었을 거라 생각해 등에 식은땀이라도 나는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근데, 이분은 누구신데 지원씨랑 같이 있는 거예요?”

“결아, 인사해. 이쪽은 오늘 소개팅으로 만난 양광현씨, 이쪽은 내 사촌동생 한결.”

“안녕하세요, 한결입니다.”


양광현은 사촌동생이라는 말에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탈출한 것 같았다.


“광현씨 오늘 즐거웠어요. 돈을 꽤 쓰신 것 같던데, 어떡해요?”


양광현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네, 네? 어떡하긴 뭘요?”

“먹버를 해야 하는데 내가 다 알아버렸으니··· 아쉽겠지만 개털 된 재벌 3세한테 적선한 셈 치세요.”


양광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총천연색으로 바뀌었다. 뾰족뾰족한 밤톨머리에서 머리카락이 곧 발사될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양광현은 애꿎은 한결에게 강력한 레이저를 쏜 뒤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


“그런데 누나, 데려다줄 사람이 가버렸으니 어떡해요?”

“아차, 너 고딩이라 차도 없겠구나.”

“그냥, 택시 불러서 타요.”

“택시?”


택시라는 말에 한지원은 약간 머뭇거렸다. 설마, 택시비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안이 몰락한 것인가.


“제가 타고 가다가 내려 드릴게요.”

“응, 그래 줄래?”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아주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것처럼 보였다.


한지원의 집은 용인 쪽에 있었다. 아빠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고 현재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한지원에 따르면 엄마 손세정은 한진호의 비서였다가 두 번째 부인이 됐다.


“집에 다 왔어.”

“네, 누나 먼저 가세요.”


한지원은 내리려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멈칫했다.


왜 그러세요?


“결이 너 우리 집 가서 우리 엄마랑 인사할래? 그래도 친척인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일반적인 집안 분위기라면 당연히 그렇지. 그런데 세황 일가는 좀 일반적이진 않잖아?


“그럴까요, 그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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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내 편에 서 줘 +1 24.09.13 102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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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독대(獨對) +1 24.09.07 14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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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 정호동의 살인청부 +1 24.09.06 14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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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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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52 52. A2 상황 발생 +1 24.08.28 201 13 12쪽
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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