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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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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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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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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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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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선전포고(宣戰布告)

DUMMY

한결은 생각할수록 한기호가 괘씸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됐다.


감히 채원에게 전화를 걸어 쌍욕을 한 것도 모자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감히 채원을 건드리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느냐. 기회가 되면 천태우가 어떤 식으로 매장됐는지 한기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천태우가 영문도 모른 채 당했다면 넌 이유를 알고 후회하면서 망하는 엔딩을 준비해 줄게.


한결은 한기호를 만나기 위해 시내 세황백화점 본사로 향했다.


지난번 조미연과 만나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곳. 덕분에 2,000만원 벌어서 절반을 뚝 떼 동생한테 용돈을 준 아주 듬직한 오빠가 됐다.


한결은 도착하자마자 사장실이 있는 백화점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검은 정장 차림에 귀에 무선잭을 꽂은 남자가 다가왔다.


“여긴 일반인 통제구역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작은아버지 만나러 왔습니다.”


한결은 툭 내뱉듯 말했다.


정장 차림은 누구를 작은아버지라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실례지만 작은아버지가 누굴 말씀하시는지···”

“세황백화점 한기호 사장이오. 사장님한테 가서 조카 한결이 왔다고 말씀하시면 아실 거예요.”


사장님 조카라고? 정장 차림은 무선잭에다 대고 이 사실을 선임자에게 보고하는 듯했다.


“일단 절 따라 오십시오.”


한결은 정장 차림을 따라 사장 비서실 앞에 도착했다.


정장 차림은 비서실 직원에게 한결이 사장 조카라는 사실을 알렸다. 여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한결도 얼떨결에 같이 허리를 굽혔다.


“저기 앉아 계시면 사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삐이이이.


[네.]

“사장님, 지금 앞에 사장님 조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조카? 이름이 뭔데요?]

“한결이라고 합니다.”

[뭐, 한결? 걔가 왜?]

“어떡할까요?”

[···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사장님.”


**


한결은 비서가 열어주는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한기호는 예의 건방진 자세로 거의 눕다시피 한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눈에 익은 남자가 한기호에게 보고하는 중인지 서 있었다.


조미연 사건 때 코트를 양보할 수 없냐고 물어봤던 김홍재였다.


“조카 왔냐?”


한결은 허리를 굽히기 싫었지만 어쨌든 건방진 행동으로 채원에게 피해가 가는 건 피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김홍재가 자리를 뜨려 하자 한기호가 말렸다.


“아냐, 아냐. 둘이 구면이잖아. 뭐 굳이 나가려고 해. 아직 우리 얘기도 덜 끝났잖아?”


그래, 안 나가도 돼. 한결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앉으면 될까요?”


한기호는 대꾸 없이 인터폰을 눌렀다.


“여기 차 좀 내 와요.”

[네.]

“어떤 걸로?”

“자스민차요.”

“들었죠, 은정 씨?”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한기호는 머리를 소파에 파묻듯 기댄 뒤 눈알만 움직여 한결을 쳐다봤다.


“그래, 결심은 섰니? 그 목사 딸래미 설득해 주기로 결정했어?”


한결은 피식 웃었다.


“어쭈, 웃어? 넌 작은아빠 말이 웃겨?”

“오늘 여기 온 건 그 따위 걸 해주겠다고 온 게 아니에요.”


소파에 파묻혀 있던 한기호가 허리를 펴면서 고쳐 앉았다.


“그 따위 거?”

“재진이야 뭐 빵에서 인생경험 좀 쌓으면 되죠. 금수저로 태어났는데 호적에 빨간줄 하나 그어지더라도 사는 데 무슨 지장이 있겠어요?”


한기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인생경험? 너 지금 인생경험이라고 했냐?”

“여자나 패는 그런 인간쓰레기에게는 그런 제도적인 교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자나 패는’이라는 표현을 할 때 한결은 한기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마치 한기호 네가 여자나 패는 너절한 인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


“너, 이 새끼. 여기 싸우자고 온 거였어?”


한결은 고개를 살랑살랑 가로저었다. 마치 약 올리듯.


“싸우려고 온 게 아니라 경고를 하기 위해 온 겁니다.”

“경고? 무슨 경고?”


지금까지 미소를 띠며 말하던 한결은 순간적으로 야수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다시는 우리 엄마한테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 한 번만 더 그 따위로 전화했다가는 작은아빠고 뭐고 내 눈에 뵈는 게 없을 겁니다.”


둘은 마치 암컷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수컷 사자들처럼 기세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한결의 매서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한기호가 이미 수세에 몰린 느낌이었다.


“네 눈에 뵈는 게 없으면 어떻게 할 건데, 어?”


한기호는 옆에 김홍재라는 자기 편이 있다는 사실에 애써 용기를 얻어 한 번 꿈틀거려 봤다.


“그건 그때 가서 한 번 보시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뭐라고, 이 자식이···”


한결은 한기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원목 재질이라 부서지진 않았지만 얼마나 세게 내려쳤는지 테이블 표면이 상한 건 틀림없어 보였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우리 엄마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계속 껄떡대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결의 기세에 눌린 한기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너 이자식.”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한결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문 앞에는 자스민차를 들고 들어오다 한결의 큰소리에 놀라 망부석이 된 여비서가 서 있었다.


“이건 다음에 먹을게요.”


한결은 여비서에게 윙크를 한 후 문을 열고 나갔다.


**


원래는 이럴 계획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한기호의 얼굴을 보자 저런 쫄보에게는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은 백화점을 한 번 둘러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씩 내려왔다.


한때 국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백화점 업계 1위를 넘봤던 세황백화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뭔가 초라했다.


분명히 백화점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렇지만 딱히 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어 보였다.


그나마 2층 명품숍만이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지난번 채원과의 데이트 때 유심히 보진 않았는데 지금 보니 전체적으로 한심해 보였다.


한결은 지하 2층 푸드코트까지 둘러본 후 결론을 내렸다.


아, 이 자식은 백화점 경영에 관심이 없구나.


스마트폰으로 세황백화점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았다.


한기호의 지분은 고작 5%에 불과했다. 그리고 한기호가 사장으로 온 이후 2년 만에 매출액이 지지부진한 것은 물론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한결은 이유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테헤란로의 마귀’는 돈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일부러 적자를 낸 것이다. 딱 느낌이 왔다.


너, 이 새끼 돈 빼돌리고 있구나.


상장된 회사의 이익을 자기 개인 회사에 몰아주는 방식은 늘 재벌들이 선호하는 재산축적 방식이다.


이렇게 적자까지 나게 하면서 돈을 빼돌리는 건 좀 이례적이다. 그룹 감사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건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


한기호를 잡기 위해서는 주변부터 파헤쳐봐야 한다. 일단 가장 먼저 한결의 레이더망에 걸린 인물은 구매본부장 염승은 전무였다.


오랫동안 구매본부에서 일을 해온 염승은은 구매본부장에 오르기 직전에는 재경본부에서도 일해 재무 쪽으로도 빠삭한 인물.


한기호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구매본부장이 된 염승은은 상무로 진급한 지 1년 만에 전무까지 올랐다. 김홍재가 한기호의 오른팔이라면 염승은은 왼팔이었다.


올해 54세. 일찍 결혼했는지 과년한 딸 둘을 두고 있었다. 올해 29세인 큰딸과 26세인 둘째 딸.


내년에 큰딸이 중견 로펌의 변호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많이 조사하셨네요.”


한결은 노준석이 내민 서류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신경 좀 많이 썼습니다.”


원래 구린 놈이 배신도 잘한다.


한결은 염승은의 배신으로 한기호에게 치명타를 안기는 것도 여러 가지 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었다.


“거기 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나비엔이란 회사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대표이사가 주유정으로 돼 있는데 이 사람이 염 전무의 부인 주정원의 육촌언니입니다. 거기 사내이사로 등재된 인물 중에 염승은 전무의 둘째 딸 염리나가 있구요.”

“빼박 염승은의 개인회사네요. 형이 보시기에도 그렇죠?”


한결은 신정호를 포함해 친구들의 호칭을 모두 형으로 통일했다.


“네, 확실합니다. 와이프의 육촌 친척이니 웬만해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맡겨두기에는 또 불안하니까 자기 딸을 이사로 박아둔 거죠.”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둑놈 눈에는 도둑놈만 보이는 법이다. 자기가 세황백화점 돈을 빼돌리고 있으니 마누라의 육촌 언니가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원래 도둑들은 이익 때문에 뭉치지 신뢰로 뭉치지는 않는다.


“㈜나비엔의 매출액이나 매출 구조, 순이익 이런 것도 여기 있나요?”


노준석은 한결이 들고 있는 서류를 막 넘기며 그 부분을 찾아줬다.


“여기 있습니다. 매출액이 3년 전만 해도 20억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한기호가 사장으로 취임한 후 3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매출점유율은 세황백화점이 98.8%. 그야말로 세황백화점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봐야죠.”


한기호의 묵인 하에 염승은이 자기 회사 매출을 올린 걸까. 한기호가 어떤 놈인데 그럴 리가 없다. 이건 염승은이 딴주머니를 찼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뭐 이 정도면 나중에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겠는데요?”


노준석이 칭찬받자 마치 자기가 칭찬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 신정호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조사를 정확하게 해오신 거에 대한 보너스입니다.”


한결은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신정호와 노준석에게 각각 건넸다.


“그리고 이건 오늘 술값으로 쓰세요. 2차 웬만한 좋은 데는 갈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노준석도 자연스럽게 한결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그럼 전 이만 빠지겠습니다. 미성년자가 끼어 있으면 술 드시기도 좀 어렵잖아요, 하하.”

“아니 저희는 괜찮은데···”


한결은 손을 흔든 뒤 노준석이 조사한 서류뭉치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신정호는 마지막 술값으로 쓰라는 봉투를 슬쩍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빳빳한 신사임당 100장이 들어 있었다.


신정호와 노준석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난 결심했다.”

“뭘?”

“보스를 평생 모시기로.”


노준석은 마치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식으로 눈앞의 얼음잔에 양주를 붓더니 언더락스로 한 잔 쭉 들이켰다.


노준석이 술을 마시자마자 옆에 있던 여종업원이 과일 안주를 찍어서 입에다 넣어줬다.


“너, 사업 할 거라며?”


신정호가 살짝 빈정대며 물었다.


“사업 접어야지. 너도 CPA 공부 그만하기로 했다며? 쌤쌤 아니냐.”

“하긴, 너무 오래 붙잡고 있긴 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그냥 사시 공부나 할 걸 그랬어.”

“그런데, 우리 보스 진짜 통 크다. 재벌 씀씀이가 다르긴 다르네.”


신정호는 그건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까딱 좌우로 흔들었다.


“보스는 다른 재벌 2세, 3세들과 달라. 씀씀이는 재벌인데 인간적인 면이 있어. 항상 부탁을 하지, 명령조로 말하지 않아.”

“그건 그렇네.”

“그런데 가끔씩 이야기하다 보면 진짜 고등학생이 맞나 싶을 때가 많다니까?”

“왜?”

“일단 여러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많아.”

“고등학생이면 여러 가지 관심 분야가 많을 수도 있지.”


신정호는 또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교과서나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체득하는 그런 경험 같은 거 있잖아. 그런 걸 너무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는 거야.”

“정말 그렇네.”

“어떨 때 보면 한 40대나 50대 아저씨가 저 몸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라니까?”


노준석이 파안대소했다.


“그거 얘기 되네. 10대 몸에 빙의한 40대 아재. 엄청 좋겠다. 알 건 다 알고 몸은 혈기왕성한 10대고. 클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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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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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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