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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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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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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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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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독대(獨對)

DUMMY

한결이 아침 조깅을 거의 마칠 때쯤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끊어지면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새벽부터 뭔 전화야?


‘백경호 법무1팀장.’


아니 기조실 인간들은 잠도 없나. 왜 새벽부터 전화질이야.


“네, 헉헉.”

[운동 중인 모양이구나. 미안하다, 새벽부터 전화해서···]


미안한 줄 알면 안 하셔야지. 알면서도 그대로 하는 게 가장 나쁜 겁니다.


“말씀하세요.”

[세컨드께서 오늘 점심 때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는데 시간 되니?]


세컨드? 세컨드는 기조실 내에서 주로 통용되는 말이다. 기조실 이외 세황그룹에서는 ‘김 실장’이라고 하면 그게 곧 김충헌이다.


기조실 내 사정을 전혀 모르는 한결은 세컨드가 뭔지 몰랐다.


“세컨드가 누군데요?”

[아차, 넌 모르겠구나. 기조실에서는 김 부회장님을 세컨드라고 부른단다. 퍼스트는 당연히 회장님이고. 다만 회장님은 퍼스트가 아니라 ‘톱’으로 부른다.]


TMI,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김 실장님이 같이 점심 먹자고 하신다고요?”

[응. 어제 말했잖아.]


하루 만에 연락할 줄은 몰랐지요. 참 성격 급하신 분이시군요.


“대통령만큼 보기 힘드신 분이라는데 제가 없는 시간을 빌려서라도 만들어야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장소는 내가 따로 연락해 줄게. 아마 시내 호텔에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알겠어요. 준비하고 있을게요.”


**


오전 10시30분에 백경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결 군,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집으로 갈까, 아님 어디로 갈까?]


엥? 이분이 왜 오시지?


“제가 찾아가면 되는데 왜 일을 번거롭게··· 지금 체육관에서 막 집에 도착했어요.”

[손님을 초대하고 그냥 두실 분이 아니지. 그럼 집으로 간다.]


백경호는 20분 뒤 한결을 집 앞에서 픽업했다. 약속장소는 광진구의 워커힐호텔이었다.


“팀장님은 짜증나지 않으세요?”

“짜증나다니, 뭐가?”


한결은 한남대교를 넘어가면서 한강뷰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검찰 출신에 변호사 자격증도 있고, 이런 일 안 해도 충분히 먹고 살 만 할 텐데 돼먹지 않은 인간들 뒤치다꺼리하는 거요.”


백경호는 백미러로 힐끗 한결의 표정을 살폈다. 한결은 무심한 표정으로 바깥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 그런 게 허용된 인간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야.”

“검찰은 왜 떠나신 거예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 백경호는 약간 당황했다.


“외부 압력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게 한이 돼서. 내가 그 안에 있어 봐야 그런 악습을 깨뜨릴 능력도, 소신도 없다는 걸 알았거든.”


형사과장 안승호와 함께 수사했던 국회의원의 부인 폭행치사 관련 사건을 언급한 것이었다. 바깥에는 같은 검찰 출신이어서 제 식구 봐주기 수사였다는 식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훨씬 더 위에서 찍어 눌렀기 때문에 백경호는 힘없이 당하고 말았다. 온통 오물은 혼자 다 뒤집어쓴 채.


“그런 아픔이 있으셨구나. 어제 우리 쌤이 궁금해 하더라구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더라도 훨씬 나을 텐데 왜 대기업에서 저런 일을 하는지.”

“어른들은 각자 말 못 할 사정들 한두 가지씩은 가슴에 품고 있는 것 아니겠니?”


백경호의 차는 한남대교를 지나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뚫린 도로 위를 빠르게 질주했다.


**


식사장소는 본관 1층에 있는 중국집 <황룡>.


한결이 들어서자 카운터 종업원이 급하게 다가왔다.


“예약하셨습니까?”

“백경호로 예약돼 있습니다.”


백경호가 대답했다. 종업원은 태블릿을 넘겨 가며 예약자 이름을 찾았다.


“네, 자금성 1호실입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결에게는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여기 불도장이 유명하지. 유산슬도 꽤 맛있었던 거 같은데···


“이곳입니다.”

“한결 군, 들어가세요.”


백경호는 딱 여기까지만 안내하고 밖에서 대기할 모양이었다.


“같이 안 드세요?”

“같이 먹자고? 나 체하는 꼴 보고 싶어? 두 분이 맛나게 드세요.”


한결은 눈인사를 건넨 후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김충헌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뭔가 지시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그래,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여기 앉거라.”


김충헌은 손가락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반갑게 한결을 맞이했다. 한결은 들고 온 가방을 옆 좌석에다 올려놓았다. 가방 안에는 김희선과 진행할 과외수업 교재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뒤따라온 직원이 가방을 치워주겠다며 저 멀리 가져가 버렸다.


“가방에 뭐 중요한 거 들었니?”

“아, 아뇨. 오늘 저녁에 과외가 있어서··· 교재예요.”


아, 또 자괴감이 몰려왔다. 저녁에 과외수업을 받으러 병원을 가야 하다니.


“허허, 중요한 게 들었구나. 학생한테 책만큼 중요한 게 뭐 있겠느냐.”


그건 그렇네요.


“자, 시키자. 점심 코스로 시킬까, 아님 단품으로 먹을까.”

“여기 불도장이 맛있는데···”

“오, 너도 여기 와봤구나. 여기 불도장이 정말 유명하지.”


옆에 주문을 기다리던 여종업원이 자연스럽게 불도장이 포함된 점심 코스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이 코스로 하시면 불도장이 나옵니다. 에피타이저로 멘보샤가 나오구요.”


멘보샤··· 좋아했었는데··· 130kg의 한결 몸을 물려받은 후 기름기 많은 음식은 아예 식단에서 지워버렸다.


오랜만에 한번 먹어볼까.


“전, 이걸로 먹을게요.”

“그러자꾸나.”


**


“너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요?


“그동안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걱정을 하셨어요?”


김충헌은 냅킨으로 가볍게 입을 닦았다.


“전반적으로 다. 수호는 분명 호랑인데 왜 그 아들은 고양이로 태어났을까. 이런 의문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한수호가 호랑이? 현웃이 터질 뻔했다. 뭐 대단하신 분이라고 하더니 인물평이 너무 형편없는데?


“그런데 기호랑은 왜 그렇게 계속 엮이는 거냐.”


아, 다 알고 있구나. 기조실 정보력이 국정원 뺨친다더니··· 조심해야겠다.


“제가 먼저 시비 걸진 않아요. 다만 저한테 시비를 걸면 그냥 넘어가 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한결의 단호한 말에 김충헌은 안경테를 약간 고쳐 쓰며 한결의 표정을 응시했다.


“그럼, 기호랑은 어디까지 전장의 폭을 넓힐 생각이냐? 아예 초토화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 아니면 어제 합의한 걸로 끝낼 셈이냐.”


한기호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사실이라면 심각한데··· 그냥 떠보는 말이겠지?


“어제 합의 정도면 도대체 작은아버지한테 무슨 교훈이 있었겠어요? 작은아버지 뒤치다꺼리 많이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전혀 반면교사가 안 되시는 분이세요.”


김충헌은 도무지 열여덟살 고등학생과 대화하는 것 같지 않았다. 너무 애늙은이같이 구는 데다 단어선택도 너무 올드했다.


“그럼, 앞으로 뭔가 더 있다는 얘기냐.”

“그것도 기호 삼촌이 결정하실 문제예요. 그런데 지금 하는 짓들을 보니까 저랑 계속 하자는 것 같더라구요.”

“하는 짓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길래.”


한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고자질쟁이가 되긴 그렇고. 기조실 정보력으로 직접 알아보세요.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한결은 최근 대호엔터의 정체를 알게 됐다. 바로 한기호가 세황백화점에 꽂아놓은 또 하나의 빨대였다.


세상에 조카가 자기에게 대들었다고 조폭을 시켜 폭행사주를 하다니. 정말 용서가 안 되는 놈이었다.


“멈출 생각이 없다···”


한결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니, 아저씨. 아저씨라 부르는 게 맞나요?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멈출 생각이 없는 쪽은 기호 삼촌 쪽이라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리고 나를 부를 땐 아저씨라고 불러라.”

“아빠는 아저씨를 뭐라 불렀는데요?”

“아저씨.”


참 일관되는 사람이다. 실장을 밑에다 여럿 두고도 자기는 계속 실장을 맡고 있질 않나. 족보 헷갈리게 아빠도 아저씨, 아들도 아저씨로 통일하자고?


“알았어요.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김충헌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 이 사람은 표정이라는 게 있긴 하구나. 지난번 태기준은 숫제 터미테이터 그 자체였는데···


“태기준 부사장이랑도 트러블이 있었다고?”


옴마나. 이 아저씨, 독심술도 하나. 태기준을 머리에 떠올린 걸 어떻게 알았지?


“태 실장님하고는 정말 별거 아니에요. 병실로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길래 그냥 좀 밟아줬죠.”


이렇게 말할 때는 고등학생이 틀림없는데··· 김충헌은 생각했다.


“밟아줬다고? 허허허.”

“엄마한테 너무 무례하게 굴더라구요.”

“그래, 그래서 엄마를 위해 복수를 해준 게로구나.”


한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랑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이 아저씨는 모르는 게 뭐지? 일부러 패를 다 보여주면서 어차피 ‘넌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고 어필하는 건가.


“그분이야 말로 제가 할 말이 많아요.”

“왜? 세희는 그래도 사람이 괜찮은 편인데···”


헉, 한세희가 괜찮은 편이면 나머지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란 거야. 그리고 오너 일가의 인물평을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그런 걸 말해도 되는 위치라는 얘기겠지?


“그날 밤 12시가 다 됐을 때 우리집을 찾아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가셨죠.”

“난리라니?”


한세희를 떠 올리자 그날의 짜증이 다시 밀려오는 것 같았다.


“멀쩡한 우리 회사를 넘기라고 생떼를 쓰시더라니까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거저먹으려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라고 충고를 좀 드렸죠.”


김충헌은 한결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계속하렴.”

“뭐 뻔한 거 아니에요? 제가 2,200억에 우리 지분을 다 팔겠다고 하니까 꼴랑 650억에 사겠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교섭은 결렬이 됐죠.”


김충헌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결의 말을 곱씹었다.


교섭, 결렬··· 이런 말도 고등학생이 쉽사리 쓰는 단어가 아니다. 사고 나기 전 한결에 대한 평은 전체적으로 ‘C-’였다. 한재진과 함께 가장 낮은 등급.


학교 공부도 시원찮았고, 성격은 엄청나게 소심했다. 원래도 소심했는데 한수호가 죽은 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운동과는 애저녁에 담을 쌓았고···


“세희가 화 많이 났겠구나.”


아저씨, 지금 뭐 들으신 거예요?


“세희 고모가 왜 화나요? 화가 난 쪽은 저라구요. 제가 화났어요.”

“그래, 그래. 니 말이 맞다. 그래서 세희가 조용히 물러났느냐?”


자존심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세희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김충헌은 뭔가 뒤끝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기억을 잃어서 잘 모르긴 하지만 그날 만나본 그분 성격이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죠.”


‘정확하게 봤구나.’


“뭐라고 하더냐?”

“GC생명과학을 국세청에서 곧 털 거라고 하더라구요. 세황에서 작업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던데 사실이에요?”


한결은 그렇잖아도 궁금한 김에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김충헌은 백전노장답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세희도 말했을 테지만 아무리 세황 기조실이 난다긴다 해도 대한민국 국세청을 움직일 만한 능력은 없단다.”

“뭔가 미끼를 던져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한결도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국세청이 움직일 만한 미끼라고 하면 내부자가 탈세내역이 꼼꼼히 기록된 회계장부를 아예 통째로 넘길 정도가 돼야 한다.


“우리가 그런 짓까지 하진 않아.”

“알겠어요, 믿을게요.”


김충헌은 식사를 다 한 듯 냅킨을 들어 입 주위를 닦기 시작했다.


“다음 달 회장님 생신 때 초청받은 거 알고 있지?”

“세희 고모가 말씀하셨어요. 근데 우리 가족들은 전부 손사래 치고 있어요. 갈지, 안 갈지 잘 모르겠어요.”


김충헌은 냅킨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딴 사람은 몰라도 결이 넌 와야 한다. 그날 넌 후계자 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세황의 일족임을 알리는 자리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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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3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7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2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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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8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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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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