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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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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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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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DUMMY

오우거 사냥을 마치고 카린과 헤어진 로건.


그는 까마귀의 시야를 빌려 30㎞나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제법 높은 산이었다.

산 중턱에 평평한 바위 절벽이 있어서, 그곳으로 온 것이다.


“마법 재료를 구하러 가는 길에 오우거 서식지가 있는 것 같던데?”


로건은 천막 속에서 몬스터 지도부터 펼쳐보았다.


기억 마법 2단계 때 필요한 마법 재료.

하피의 향낭은 숲의 최북단 1천 킬로미터가 넘고, 마메이드의 눈은 현재 장소에서 남쪽으로 400㎞ 정도였다.


지도는 무슨 측량 기구 같은 걸 이용하여 만든 게 아니지만, 그동안 움직였던 체감을 고려하면 그 정도 거리쯤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거는 최소 2마리 이상 더 잡아야 한다.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그러나 오우거를 잡자고 주된 경로를 크게 벗어나는 건 시간 낭비였다.

다행히 하피의 향낭을 구하러 갈 때, 오우거 서식지 서너 곳이 경로에서 멀지 않았다.


“그럼 오우거는 됐고······. 하피의 향낭은 북쪽 끝. 마메이드의 눈은 남쪽. 하, 멀기도 멀다. 장거리가 안 되었다면 어쩔 뻔했어.”


로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블링크 마법이 없었다면 그 먼 길을 숲을 헤치면서 가야 할 뻔했다.

그러나 지금은 에스칼린 숲에서 이런저런 일을 다 보고 출발해도, 본래 오린 영지에 갈 계획 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할 것이다.


“비?”

로건은 천둥소리가 계속 들려서 염력으로 천막 입구를 열어보았다.

눈길이 미치는 곳마다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 장대비가 쏟아졌다.


로건은 천막 입구를 열어 둔 채로 따뜻한 커피를 홀짝였다.

“모르긴 몰라도 한 며칠 비가 올 것 같단 말이야?”


비가 오면 움직이기 불편하다.

까마귀가 비를 뚫고 꾸역꾸역 날 수는 있다. 그러나 장거리 비행에서 사고가 날 수 있고, 패밀리어의 체력도 고려해야 했다.


“이 기회에 기억 마법을 완성하면 되겠군. 얼마 안 남았잖아?”


로건은 비가 그칠 며칠 동안 마법 하나를 완성하기로 했다.


기억 마법 1단계 메모리 리딩 마법을 이미 8할까지 배운 상태.

나머지 2할을 이때 마음먹고 다 채울 생각이었다.


“사람이 좀 쉬기도 해야지. 밀렸던 잠도 좀 자고. 그래, 자자. ······잠깐 뭐가 있는지만 볼까?”


쉰다더니.

로건은 천막을 편 지 10분도 안 되어 마법서에 홀딱 빠져서는 시간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커피는 차게 식어버렸다.


우오오오!

우우우우우!

그는 마법에 몰두하다가, 멀리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가 내리지만 잠시 까마귀를 보내어 늑대들을 확인하고.

이동 마법을 펼쳐서 늑대에게 다가가 패밀리어를 걸었다.


곧 늑대 30여 마리는 절벽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일종의 경비병.

늑대들은 넓게 흩어져 각자 자리를 잡고 주변을 경계했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사흘이나.

“후······.”

로건은 책을 천천히 덮었다.

사흘간의 성과는 정말 컸다.


680권에 적힌 마법어 수십 만자에서 236자를 빼고는 모두 이해하고 외웠다.

로건도 20년간 배워서 150만 자를 외웠는데, 수십만 자를 짧은 시간에 독파한 것이다.

패시브의 마법 재능 말고는 설명이 안 되었다.

현재 그의 마법 기초는 2백만 자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그 어떤 중급 마법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경지였다.


다른 단독 마법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탄탄하기 이를 데 없는 이 기초는 그의 모든 마법 위력을 한층 올렸으며, 마법의 운용력을 대폭 상승시켰다.


“기억 마법 1단계. 메모리 리딩을 완성했어.”


이제는 밴든 학파의 은신 마법만 배우면 끝이었다.

낮에는 마메이드 영역으로 이동하고, 밤이 되면 틈틈이 은신 마법을 익히면 될 것 같았다.


‘못 알아낸 236자도 마저 파악하고······ 그럼 출발해야지?’


로건은 천막 바깥으로 나왔다.


때는 늦은 오후.

곧 해가 질 것 같았다.


비는 여전히 내린다.

그러나 남쪽은 날씨가 개고 있었다.


“하피와 마메이드라. 가까운 마메이드부터.”


* * *


로건은 몸도 풀 겸 오랜만에 달리고 있었다.


쫓는 건 주황 눈 올빼미.

그의 상식에 올빼미는 주로 야행성이다.

그러나 눈이 주황색인 올빼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고 알고 있었다.

아무튼 올빼미는 목을 조금만 돌려도 시야가 거의 360도에 가깝다. 마메이드를 관찰할 때 쓰려고 쫓는 것이다.


벌써 10분째 쫓고 쫓기는 중이었다.

로건이 고른 올빼미는 유난하게 감각이 예민하고, 나무 사이를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녀서 마법을 걸기가 몹시 애매했다.


‘몸 풀다가 지치겠네. 에이!’

로건은 그냥 공간을 도약해서 올빼미를 잡고 패밀리어를 걸어 버렸다.


후옹!

후오옹!

올빼미는 다소 멍한 상태로 로건을 쳐다보았다.


“역시 영구적인 패밀리어로는 쓸 수는 없겠는데?”


로건은 올빼미와 감각을 공유하면서 아쉬워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올빼미는 까마귀보다 지능이 많이 떨어졌다.


그는 어깨 위에 올빼미를 올려둔 채, 까마귀들이 30㎞ 바깥까지 날아가기를 기다렸다.


장거리 이동 마법을 쓰려는 것이다.


30㎞는 패밀리어 마법이 끊어지지 않는 최대 거리. 그때 시야를 공유하여 30㎞를 한 번에 도약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까마귀를 30㎞ 밖으로 보낸 후 다시 이동.


이것을 여러 번 반복하면 초장거리 이동이 되었다.


“······오, 잘 도착했네.”


파앗.

로건은 며칠 동안 머물렀던 곳에서 30㎞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까마귀 한 마리를 바로 날렸다.

처음에는 혹시 싶어서 2마리를 보냈는데, 별일이 없어서 1마리만 보내었다.


까아악.

까마귀가 깡충거리며 그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안 힘들어도 쉬어. 교대로 날면 덜 피곤하잖아.”


로건은 그래도 까마귀가 자신의 주위를 계속 맴돌자 ‘아하, 또 해달라고?’ 하면서 마나를 조금 쏘아 주었다.

가끔 마나 샤워를 해줬더니 까마귀가 완전히 맛을 들였다.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판단력, 움직임, 침착함 같은 감정 등이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것 같다.


‘도착했어? 그럼 이동!’


로건은 그런 식으로 여러 번을 이동한 후, 다음 날 출발하기로 했다.

늦은 오후에 이동을 시작해서, 밤이 빨리 찾아온 것이었다.


* * *


그는 날이 밝기 무섭게 다시 블링크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7번째 블링크? 마나 소모가 생각 이상이야. 오늘은 한 번밖에 더 이동을 못 하겠는걸?”


꼭 그렇지는 않았다.

잦은 이동으로 살짝 피곤하기는 했으나, 그는 패시브로 마나 회복 속도를 갖고 있기에 마나가 땅바닥을 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다만 에스칼린 숲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어느 정도의 마나는 항상 보유하려는 것이다.


“오늘은 모르는 마법어의 뜻부터 파악해볼까?”


후오옹!

로건은 올빼미의 턱을 살살 긁어주었다.


“내일은 마메이드의 영역에 도착할 거야. 그때부터는 네 차례다. 잘 살펴봐. 알았지?”


그는 어깨에 있는 올빼미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기억 마법 마법서를 펼쳤다.

아직 뜻을 파악하지 못한 236자를 이 시간에 보려는 것이다.

까마귀가 다시 30㎞까지 날아가기를 기다리면서.


그런데 로건의 표정이 서서히 구겨졌다.


‘이거 뭐 이래? 아, 얘가 시간을 다 잡아먹겠네. 이거 안 돼. 방법을 찾아야겠어.’


모르는 마법어들.

좀처럼 해결이 안 된다.

아는 마법어가 많아서 보통은 앞뒤 문맥을 살피면 파악이 되는데, 유독 몇 권에서 막혔다.

알 수 없는 마법어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골치를 썩이는 것이다.


“이걸 알아야 1단계 메모리 리딩 마법의 경지가 더 올라가는데.”


메모리 리딩은 상대의 기억을 읽는 마법.


경지가 올라갈수록 읽는 속도가 빠르고, 좀 더 자세하게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 마법 수정구 없이, 자신의 머리에 상대의 기억을 바로 저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236자를 반드시 다 알아야 했다.


“마법어를 다 해석하면 메모리 리딩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마법 경지도 더 깊어질 것 같은데. 2단계도 시작할 수 있고. ······응?”


로건은 책에서 눈을 떼고 까마귀의 시야에 집중했다.

까마귀의 눈에 얼핏 사람이 보였는데 뭔가에 쫓기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 가서 무슨 일인지 살펴봐.”

곧 로건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마법사.

여 마법사는 스태프를 양손에 비스듬히 잡고서 숲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길고 탐스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붙었다가 떨어지고는 한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염력이야. 염력을 저 정도 잘 쓰는 걸 보면 제대로 된 마법사지.’


로건은 흥미를 느끼고 계속 지켜보다가, 문득 모르는 236자 마법어에 생각 미쳤다.


‘그래. 저 마법사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뭐하러 머리를 싸매가며 혼자 끙끙거려? ’


단독 마법은 서로 나누지 않지만, 마법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마법어 같은 건 많이 알수록 좋은지라 그 교환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가 아는 걸 네가 모를 수 있고, 내가 모르는 걸 네가 알 수도 있으니.

여 마법사는 초급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력이 낮다고 지식이 모자란다는 법은 없었다.


‘혹시 236자 중에 10자 만이라도 저 마법사가 알고 있다면?’


그럼 앞뒤 문맥을 살펴서 30자는 더 알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바빠 보이는데? 아니지, 난 장거리 이동이 되잖아. 계속 따라붙어.”


마법사가 아무리 바쁘고 능력이 있어도 30㎞를 염력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마나를 보충해야 하니 곧 쉬어야 할 것이다.

자신도 어차피 마지막으로 블링크를 쓰고 쉬기로 한 거.

저 마법사와 만나서 마법어를 교환하면 서로에게 이익이었다.


“어쩌면 거절할 수도 있겠지? 뭐, 만나보면 알겠지. 그런데 어디를 가는데 저렇게······ 응?”

로건은 천천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여 마법사의 뒤로 오우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오우거는 곳곳에 베인 듯한 상처가 있었는데, 그 질긴 가죽을 검으로 벤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덩치가 좋은 전사가 검을 휘두르며 오우거를 뒤쫓고 있었다.

얼굴과 팔다리는 다소 까무잡잡하고 피부는 매끄러웠다.

전사는 고래고래 소리쳤다.


“엘리자! 달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

“나 곧 마나가 떨어져요! 그냥······.”

“안 돼! 그냥 달려! 제발!”


선두는 엘리자, 중간에는 그녀를 쫓는 오우거, 마지막은 검을 든 전사였다.


우어엉!

오우거의 허벅지 핏줄이 불끈 일어났다.

무쇠로 만든 것 같은 굵은 다리가 구부러졌다가, 땅에 굉음을 일으키며 쫙 펴졌다.

그 탄력을 받은 오우거는 날쌔게 허공을 날았다가 순식간에 엘리자의 등 뒤로 떨어졌다.

독사의 송곳니 같은 오우거의 손톱들이 그녀의 머리, 목, 등을 노렸다.


“하아아!”


투웅!

화아아아!


엘리자는 염력을 폭발시켜 튀는 공처럼 앞으로 나가며 몸을 팩 돌렸다.

나부끼는 머리칼이 얼굴 앞으로 쏟아지고, 두 손을 모아 잡은 스태프에서 붉은 기운이 맺히며 파이어 볼이 튀어 나갔다.

그 불은 가장자리에 무수한 불꽃들이 수실처럼 나부꼈는데, 불덩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붙어서 따라다녔다.


크어엉!

오우거는 불꽃에 손톱을 찔러넣고는 천을 찢듯이 그것을 갈라버렸다.

그러나 파이어 볼은 그대로 오우거의 팔에 붙어서 활활 탔다. 불에 붙어 있던 불꽃의 수실들이, 오우거의 가죽을 뚫으려고 기승을 부렸다.

마치 촉수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며, 가죽에서 틈이 벌어진 곳이 어디 있나 정신없이 더듬는 것이었다.


* * *


“흠······.”

로건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상황이 정리되고 적당할 때 모습을 드러내도 된다.

오우거를 정리하고 몸이 지쳤을 때 회복제라도 좀 주면, 싫고 좋고를 떠나서 마법어 교환을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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