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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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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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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메리는 고통조차 잊어버리고 마법사를 올려다보았다.

“사, 살려주세요.”

“케인을 그렇게 때려 놓고? 이런 정신 나간 것이 있나. 허드슨!”

농노 소년 허드슨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예. 주인님.”

“이것이 어제 한 일을 낱낱이 고해라.”

허드슨은 얘기를 끝낸 후 숨을 몰아쉴 정도로 열변을 토하였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로건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 사실을 주변에 퍼뜨려서 이 못된 것이 얼마나 경우가 없는지 알리도록 해라.”

병사들은 더욱 뒤로 물러나고.

하인들은 아예 저택 바깥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건은 스태프로 메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이따위 전력으로 날 협박해? 마법사란 것을 들었으면서도?”

“이럴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누구나 계획이 있다더라. 처맞기 전까지는.”

“······.”

“피의 공녀 메리라고? 웃기고 있다. 너는 그냥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전형적인 소인배야.”

메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로건은 코웃음을 쳤다.

“배상금 말이다. 너는 얼마나 낼 테냐?”

그러자 메리가 느닷없이 발작했다.

“네깟 것이 배상금? 주둥이 닥쳐라! 난 멀링가 가문의 공녀야! 영주께서 아시면······.”

“모른 척하겠지.”

“!”

“쯧. 입만 살아서는.”

로건은 스태프를 아공간에 넣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허드슨의 손을 잡았다.

“주, 주인님?”

그는 허드슨의 손을 잡고 메리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어떻게 해야 네가 죗값을 제대로 치를지 진지하게 얘기해보자.”

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멀링가 영주 성의 집무실.

“메리가 마법사에게 잡혀간 지 2일 되었지?”

“예.”

멀링가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미친 망아지처럼 나댈 때부터 알아봤어. 북부에서 그렇게 설치면 죽는 건 시간문제야. 아주 고소한걸?”

자작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첫째 형을 죽이고 자작이 되었다.

그것을 떠벌린 메리.

힘으로 덮어서 헛소문으로 바꾸었지만, 메리가 살아있는 한 등 뒤에 칼을 두고 사는 것과 같다.

이번 기회에 죽어버리길 진심으로 바랐다.

기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녀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문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흥. 내가 속았어. 마법 도구까지 동원해서 메리의 저택을 뒤져봤잖아.”

“다른 곳에 숨겼을 수도 있지요.”

멀링가 자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메리가 보물을 가졌다면 벌써 협상하러 왔겠지. 마법사에게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아!”

“그래, 마법사의 집에서 소리만 몇 번 질렀어도 내 귀에 들어왔을 거다. 그 집에 하인 3명이 들락거리잖아. 소식은 얼마든지 전할 수 있었어.”

“그렇습니다.”

“그 하인들도 이젠 메리의 모습도 볼 수 없다고?”

“별장 지하실에 갇혀 있답니다.”

자작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대로 죽으면 좋고, 살아서 나오면 내 손에 죽는다. 욕심 많은 살쾡이 같으니.”


멀링가 가문의 보물.


200년도 넘게 못 찾은 그 보물에 잠시 혹했던 것일 뿐이다.

보물의 이름도 모른다.

그 보물이 무엇에 쓰는 건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전대 자작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첫째 아들에게만 알려주었다.

‘형이 끝까지 말을 안 하고 죽을 줄은······. 이제는 실마리조차 없어졌어. 어차피 케케묵은 이야기, 아쉬운 것도 없지.’

자작은 기사를 쳐다보았다.

“메리가 영지 기사 한 명을 마법사의 집으로 보냈었잖아?”

“길로틴 경 말씀이십니까?”

“그래. 출세에 눈이 멀어서 메리의 부탁을 들어준 그 덜 떨어진 길로틴. 상처를 깊게 입었다며?”

마나를 다루어서 기사 작위는 주었지만 기사라고 다 같은 기사일까.

‘자, 평민아. 기사를 시켜준 값은 내야지?’

멀링가 자작은 포악하지 않으나 몹시 음흉했다.

“심장 어림과 허벅지를 크게 상했습니다.”

“저런······ 심장이라면 곧 죽겠군.”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서너 달 요양하면 완쾌할 겁니다.”

자작은 한숨을 쉬었다.

“불행이야.”

“예?”

“길로틴은 죽었으니까.”


* * *


로건의 별장.

케인이 채찍을 맞은 지도 3일이 지났다.

“리안,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로건이 살펴보니 리안의 표정은 담담했다.

“너 요즘 잠도 안 자더군. 화가 났다고 몸을 혹사하지는 마라.”

“예.”

“후, 그래. 그러면 메리는 어때? 기가 좀 죽었나?”

“아니요. 3일째 굶겨도 여전히 사납습니다.”

로건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그냥 진행해. 조져버려.”

팔 두 개 떨어진 걸로는 어림도 없다.

당연히 죽어야지.

그리고 메리가 가지고 있다는 보물의 정보도 탈탈 털 것이었다.

“리안, 오늘은 고문하겠다는 통보만 하고 내일부터 진행해. 죽음과 고문에 대한 공포를 상상할 시간을 줘. 그럼 정보를 불기가 더 쉽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메리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래.”

로건은 리안을 보내고 한숨을 쉬었다.

‘리안 저 녀석, 시간이 좀 걸리겠군.’

케인을 구하긴 했으나 상태가 워낙 위중하여 포션과 회복제 그리고 스태프의 힐링으로도 완전히 치료하지 못했다.

상처는 다 나았으나 몸에 힘이 없어서 사람이 맥을 못 춘다.

회복제는 그때 뿐.

고질병이 된 것이다.

로건은 이리저리 알아보고 수소문하여 케인을 수도로 보냈다.

용병을 잔뜩 고용하고, 뱅가드 상단의 상행길에 붙여서 보낸 것이다.

수도의 대 신전에서 몇 년 치료를 받으면 쾌유할 수 있다고 하니.

‘하긴, 생사람을 50명이나 때려죽인 인간 백정 같은 년이니.’

케인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면서도 웃었다.

자신은 매 맞는 아이로 지낸 적이 있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로건은 고개를 저었다.

‘케인아, 정말 고생했어. 메리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약속하마.’


로건은 줄을 당겨 농노 소년 허드슨을 불렀다.

허드슨은 커피 원액을 뽑는 방에서 일하다가 허겁지겁 서재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커피 레피시 전부 외워봐.”

“예.”

허드슨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평소 케인의 옆에서 그의 일을 보조했다지만 한 번도 더듬거리지 않는다.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네가 케인의 일을 맡거라.”

“아, 아니에요. 미천한 소인이 어떻게······.”

“네가 케인이야? 어디서 말대꾸야. 하라면 해.”

허드슨은 로건의 날 선 말투에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

“예! 예!”

“가봐.”

로건은 손을 휘저어 허드슨을 물렸다.

그리고 귀에 마나를 몰아 주변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밖에서 허드슨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단한데?’

허드슨은 기초 마법서의 내용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글도 못 읽는 녀석이······. 케인이 외우는 소리를 주워듣고 저만큼이나 외운 것이다.’

케인은 마법 기초를 처음부터 끝까지 3번 읽은 후 본격적으로 외우기에 들어갔고.

로건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허드슨은 놀랍게도 8백 페이지까지 외운다.

앞 5백 페이지는 케인이 날마다 노래를 불렀으니 외웠겠지만, 뒤 3백 페이지는 딱 3번 듣고 외운 것이었다.

‘기억력이 굉장하군. 에반님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로건은 고개를 젓고는 이번에 받은 마법서 5권을 늘어놓았다.

모르는 마법어가 더러더러 있어서 앞뒤 문맥을 보며 그 의미를 파악해야 했다.

오전 내내 마법서에 매달린 로건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고개를 들었다.


똑똑.

“들어오너라.”

“주인님. 뱅가드 상단의 상인이 방문했습니다.”

“무슨 일로 왔을까······.”

허드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항상 묻기 전에는 대답하지 않는군. 타고난 성격이 순종적일까. 아니면 농노 생활로 터득한 지혜일까?’

“대답해야지?”

“예?”

“뱅가드 상단이 왜 왔는지 맞혀봐.”

“······.”

허드슨은 그냥 막막했다.

평소 주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를뿐더러, 뱅가드 상단에 있는 것을 한 번 보았을 뿐이다.

“너는 대답할 때까지 여기서 못 나간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봐.”

그러자 허드슨은 맹렬하게 생각했다.

‘케, 케인님은 여러 가지 일을 하셨어. 난 그런 케인님을 도왔고.’

로건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주인님.”

“그래.”

“뱅가드 상단은 커피 원액을 사러 온 것 같습니다.”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이 허드슨이었다면 뱅가드 상인이 정보를 주려고 왔을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또 뱅가드가 더 잘 보이기 위해서 무엇인가 쓸만한 선물을 가지고 왔을 거라고 했겠지.

커피 원액 얘기는 당연히 했을 것이고.

“아, 커피를 사러 왔구나? 그럼 줘야지.”


로건은 아공간에서 커피 원액이 담긴 오크통 3개를 꺼냈다.

1통에 1천 잔이 들었으니, 3천 잔 분량.

로건은 1년에 회복제 2,400개를 주어야 하고, 갈라실에서 1,000개를 먼저 주었다.

나머지 1,400개를 주면 끝인데 이번 케인의 일에 도움을 주었고.

루크에게 받은 마법서의 가치가 높아서 1,600개를 더 팔아주는 것이다.


“허드슨?”

“예, 주인님.”

“나는 상인과 만나지 않겠다. 나 대신 네가 이 오크통들을 상인에게 갖다줘라. 올해 계약한 것까지라고 말하면 돼.”

“예.”

그런데 허드슨은 우물쭈물했다.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오크통이 3개.

허드슨은 귀여운 소년이지 힘을 잘 쓰는 청년이 아니었다.

“뭐 하느냐? 오크통을 갖고 나가야지.”

“예? 예! 이익······.”

허드슨은 양팔에 하나씩 오크통을 감싸 들려고 했지만, 그 체력으로는 버거웠다.

그래도 용을 쓰며 어찌어찌 들고 일어나더니 뒷걸음질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쾅.

“윽.”

허드슨은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벌렁 넘어졌고, 양팔이 오크통의 무게에 벌려지면서 통에 그대로 팔을 찧었다.

로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뚜드려 맞았네?’

허드슨은 허겁지겁 일어나 앉아 옷부터 추슬렀다.

포대 자루 같은 옷이 허리까지 뒤집힌 것이다.

주인 앞에서 추태를 보이다니.

허드슨은 양팔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안 다쳤느냐?”

“괘,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천한 소인이 귀한 오크통을.”

‘융통성은 없어. 장점이자 단점이지.’

로건이 말이 없자 겁에 질린 허드슨은 눈물까지 흘렸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얘가 마법사 체질이긴 한데 할 수 있을까? 나이는 열다섯. 기억력은 상급, 머리 회전은 하급. 끈기와 담력이 있고, 순종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그러면 때려죽여도 배신은 안 하겠고. 음······ 턱걸이로 합격.’

로건은 부드럽게 말했다.

“허드슨.”

“예, 예.”

“힘도 없으면서 왜 2개를 한 번에 옮기려고 하느냐. 바깥에 놔 줄 테니 하나씩 옮기거라.”

로건은 염력으로 서재 문을 열고 오크통 3개를 한꺼번에 바깥으로 내놓았다.

허드슨은 오크통을 하나씩 1층으로 옮기고.

상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로건에게 전해주었다.

“그래, 상인은 돌아갔느냐?”

“예. 주인님.”

“목욕한 지 얼마나 되었어?”

허드슨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홉 달 되었습니다.”

로건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하얀데? 아하, 안으로 썩었겠네. 썩어 빠졌겠어.”

“예?”

“아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목욕하고 집에 가거라. 오늘은 더 일하지 않아도 된다.”

“예.”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흘에 한 번씩은 목욕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주인님.”

로건은 허드슨을 내보내고 뱅가드 상인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리안과 싸웠던 기사 길로틴이 상처 악화로 죽었다? 그리고 내일 영주 성에서 별장으로 행정관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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