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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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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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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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DUMMY

로건은 그를 위로했다.

“리안,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잖아. 네 책임은 없어. 그리고 허드슨이라고?”

허드슨은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예. 주인님.”

“수고했다. 그래, 네가 본 케인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지?”

허드슨이 흐느끼며 말했다.

“등이 다 찢어졌어요. 채찍 100대를 맞고 기절했지만 단 한 번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채찍······ 100대.”

로건의 얼굴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쳤다.

“케인이 다른 말은 안 했느냐? 왜 내 이름을 대지 않았을까? 케인이라면 내 이름을 팔아서라도 위기를 넘겼을 텐데?”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로건은 망토를 꺼내어 걸치고 고깔모자를 썼다. 또 스태프를 꺼내어 어깨에 비스듬히 걸쳤다.

그리고 뱅가드 상인에게 말했다.

“멀링가 공녀는 어떤 년이오?”

“······전대 자작님의 셋째 딸입니다.”

“별 볼 일 없는 년이군.”

“혀, 현 가주의 여동생 되지요. 성격이 포악하고 자존심이 강합니다. 이제까지 채찍으로 때려죽인 사람이 50명이 넘습니다.”

“미친 돌아이 년이군.”

“······.”

“리안. 너는 별장에서 기다려라. 용병들과 함께 별장을 지켜. 그 미친 것이 별장을 뒤엎을지도 모르겠다.”

리안은 로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로건의 전신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퍼지는데 온몸이 칼날에 베인 듯 따갑고 쓰라렸다.

“리안?”

“별장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기사가 쳐들어올지도 몰라. 놈들이 내 집까지 털면 난 약이 올라서 죽을지도 모르겠다.”

리안은 그제야 별장의 일도 여기 못지않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집까지 털리면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격이다.

“절대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로건은 5천 골드 수표 4장, 회복제 50개를 리안에게 주었다.

“가는 길에 하급 포션 10개와 최상급 포션 10개를 사서 가. 공녀 그 미친 것은 기사를 몇 명이나 거느렸을까?”

상인은 재빨리 말했다.

“공녀에게 기사는 늙은 호위 기사뿐입니다.”

“다른 병력은?”

“없습니다.”

로건은 차게 웃다가 정색했다.

“정말 쥐뿔도 없는데? 귀족이랍시고 헛바람이 든 것이로군.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소?”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에서 살다가 와서 그렇습니다. 남부의 풍토에 물들어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니지요. 다만 몇몇 기사와 친분이 있어서, 그들이 별장을 공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으면 1명, 많으면 2명 그렇습니다.”

“리안, 들었지? 포션과 회복제를 물 마시는 것처럼 써. 그리고 내 집에 찾아온 기사를 뭉개버려라. 알겠어?”

“예.”

“당장 출발해.”

로건은 리안이 뛰어나가는 것을 본 후 상인에게 말했다.

“뱅가드가 좀 도와줘야겠소. 내 사례는 섭섭하지 않게 하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로건은 아공간에서 포션 3개, 회복제 10개를 꺼냈다.

“지하 감옥에 들어갈 사람이 필요하오. 케인을 그대로 두면 죽소. 치료부터 해야지. 가능하겠소?”

“가능합니다.”

“포션 2개를 상처에 붓고, 나머지 1개와 회복제 1개를 먹이시오. 케인이 정신이 든다면 나머지 회복제는 알아서 먹을 거요. 서둘러 주시오.”

로건은 포션과 회복제를 상인에게 건네었고.

상인은 즉시 사람을 불러 포션과 치료제를 주고 케인과 접촉하도록 했다.

“그 미친 것은 어디에 살고 있소?”

“제가 알고 있습니다!”

로건은 손을 높이 든 허드슨을 쳐다보았다.

“설마 네가 안내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허드슨이 울다가 부은 눈을 하고서 말했다.

“주인님. 케인은 제게 잘해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어요. 조금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몇 살이냐?”

“열다섯 살입니다.”

로건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허드슨을 보았다.

농노인데 담력과 의리가 있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소년이 처한 환경을 생각하면 좀처럼 나오기 힘든 행동이었다.

“알았다. 그럼 네가 앞장서라.”

로건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상인은 한 가지 정보를 더 주었다.

“멀링가 공녀를 죽여도 영주는 나서지 않을 겁니다.”

“왜 그렇소?”

“현 영주는 전대 자작님의 둘째 아들인데 음모를 꾸며서 첫째를 죽였지요. 비밀로 해야 할 사건인데 공녀가 파티장에서 어쩌다가 얘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로건은 실소했다.

“입까지 싸군. 그런데도 아직도 살아있소?”

“영주는 그것을 헛소문으로 치부한 후 공녀를 죽이려고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영주 그것도 무능력하기 짝이 없군. 멀링가 가문은 콩가루 집안이 틀림없구려. 아주 개 같은 집구석이야.”

상인은 로건의 말이 갈수록 험해지자 슬슬 겁이 났다.

이러다가 영지가 뒤집히는 건 아닌지.

원한을 가진 마법사가 귀족 가문의 씨를 말려버리는 일이 한두 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소?”

“그 후 공녀는 멀링가 가문의 보물을 감춰 놓고 버티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보물은 영원히 못 찾는다.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하고 다니죠.”

“그 보물이 뭔지 알고 있소?”

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모릅니다. 영주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보물이 있긴 있는 모양이지요.”

“고맙소.”

상인은 말할 듯 말 듯 머뭇거렸다.

케인은 하인에 불과하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시간, 힘, 감정의 낭비.

포션을 보내어 치료해주고 적당할 때 빼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가 아닌가?

무엇보다도 지금 이 일로 회복제 계약이 어떻게 변할지가 걱정이었다.

“할 말이 있어 보이오?”

상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디 오해는 마십시오. 케인은······.”

로건은 손을 들었다.

“상인은 상인의 기준이 있겠지. 나는 나의 기준이 있고. 케인의 상태를 알아보고 바로 사람을 보내주시오. 허드슨, 가자.”

허드슨은 로건의 뒤를 종종 따라갔다.


* * *


멀링가 영주 성 동쪽.

그곳에는 대여섯 곳의 저택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멀링가의 혈족들이 각자 장원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그중 메리 멀링가의 저택은 유난히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메리는 20살에 남부의 부유한 노귀족과 결혼했다가, 귀족이 죽은 후 물려받은 유산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 나이 27세, 한창이었다.

화려한 응접실.

메리는 찻잔을 받치고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흥! 마법사면 단가? 로건이라고? 어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장돌뱅이 따위에게 양보를 해요?”

호위 기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법사는 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인이 주인의 신분을 밝혔는데······ 그때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마법사는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메리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어중이떠중이 마법사가 한둘이에요? 기껏해야 조잡한 파이어 볼이나 쏘고 말겠죠.”

“······.”

메리는 머리를 흔들었다.

“저택에는 경이 있고 병사도 서른이나 있어요. 난 이미 마법사의 별장에 기사를 보내어 배상금을 받아오라고 했고요.”

기사는 깜짝 놀랐다.

“예? 언제 그런 일을?”

“그게 중요한가요? 배상금 없으면 집안의 물건을 뒤져서라도 가지고 올 거예요.”

메리는 다리를 꼬며 웃었다.

“마법사 놈이 오면 더 좋죠. 여기서도 받고 별장에서도 받고. 내 안 그래도 수도에서 유행하는 보석 세트가 필요했는데······.”

콰앙!

갑자기 커다란 폭음이 울리고 병사들의 고함, 하인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화아아아!

2층 베란다로 불의 공이 날아들었다.

검붉은 그것은 튼튼한 문을 부수며 응접실 안까지 파고들었다.

“공녀님!”

호위 기사는 메리의 앞을 막고 검에 마나를 담아 힘차게 휘둘렀다.

콰아앙!

화아아아!

축구공보다 5배는 큰 불덩어리가 간신히 갈라지며 2개가 되었고.

그렇게 두 쪽이 난 마법의 불은 목표도 없이 응접실 아무 곳에 틀어박혔다.

“······.”

호위 기사의 안색은 매우 나빴다.

단 한 번의 부딪힘에 힘의 차이를 여실히 깨달은 것이다.

체내 마나가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갑옷은 많은 불똥에 얻어맞아 벌겋게 달아올랐다.

파이어 볼은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없는 마법.

그러나 마법사의 불은 두 쪽이 나고서도 도무지 꺼질 생각이 없었다.

불길은 살아있는 것처럼 이동하며 응접실 문에 들러붙었다.

메리는 놀라서 허둥지둥하는 중에도 응접실을 나가려고 했다가 기겁을 하고 물러났다.

“아앗!”

문에서 튀는 불꽃이 마구잡이로 드레스에 들러붙었다.

응접실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고 있었다.

“공녀님, 베란다로!”

호위 기사가 메리를 이끌고 응접실을 벗어나려고 할 때 또다시 커다란 불이 날아들었다.

화아아아아!

“이야아!”

호위 기사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면서 검을 휘둘렀다.

콰앙!

기사는 불의 공을 옆으로 밀쳐냈을 뿐 자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틈을 타 응접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단 두 번의 공격.

호위 기사는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물리적 충격과 열기.

마법에 담긴 사나운 마나에 의해 몸속이 다친 것이다.

육체의 힘은 아직 여유가 있었으나, 마나를 끌어올릴 상태는 절대로 아니었다.

“괜찮아요?”

15년이나 자신을 섬긴 기사.

메리는 정신이 없는 중에도 기사를 챙겼다.

기사는 속삭였다.

“공녀님, 저는 마법사를 못 막을 것 같습니다. 병사는 아무리 많아도 못 막아요. 30명이든, 100명이든 말입니다. 영주 성으로 피하십시오.”

“오빠요? 그, 그건······.”

그때 냉혹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서 내려와 무릎을 꿇지 못할까!”

메리와 기사는 베란다 난간으로 뛰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택 앞마당.

마법사는 스태프를 들고 통통한 소년과 함께 서 있었다.

병사들은 마법사를 포위했음에도 달려들지 못했다.

두려운 표정만 가득할 뿐이고, 하인들은 저택 입구에 똘똘 뭉쳐서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로건은 한심하다는 어투로 말했다.

“뭐야? 겨우 병사 수십을 모아놓고 귀족 놀이에 빠진 거냐? 설마 숨겨 놓은 한 수조차 없는 건 아니겠지?”

로건이 스태프를 치켜들자 겁에 질린 병사들이 정신없이 물러났다.

쾅.

스태프가 거세게 땅을 찍었다.

“기어 나와! 아니면 내가 끌어내 주랴!”

호위 기사는 메리를 안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이미 도망치기는 불가능했다.

‘윽.’

기사는 휘청했다가 자세를 바로 하고는 메리를 땅에 내려주었다.

로건은 기사를 훑어내렸다.

마흔 중후반.

전성기를 지난 나이에, 상태를 보아하니 더는 마나도 못 쓸 것 같았다.

파이어 볼로 달궈진 갑옷 때문에 살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공녀를 등 뒤에 감추고 검을 추켜세운 모습이 참 애처로워 보였다.

“셋을 세겠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죽어. 아! 아니지. 네가 바로 케인을 때린 놈이겠구나? 너 그대로 딱 서 있어.”

“······.”

로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나.”

“배, 배상금을 내겠소.”

“둘.”

메리는 와들와들 떨었다.

이토록 무식하고 난폭한 마법사라니.

남부에서 마법사 몇 명을 만나본 적이 있다. 그들은 힘을 나누기 전에 항상 먼저 대화를 하던데.

로건은 기사에게 스태프를 겨누었다.

“셋.”

기사는 애타게 말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오.”

파앙.

얼음의 구체.

범상한 아이스 볼트가 아니었다.

게다가 산초의 갈색 스태프다.

마법 위력 34% 증가. 그것에 힘입어 하얗게 일렁이는 아지랑이 주변에서는 사물이 찌그러져 보였다.

씨잉!

얼음의 구체가 날아갔다.

피하면 메리가 죽는다.

“안 돼!”

기사는 아이스 볼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드드드.

얼음의 구체는 충돌한 순간 부서지며 기사에게 쩍 들러붙었다.

뜨겁디뜨거웠던 갑옷은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바스러지고, 덩달아 기사까지 얼어붙었다.

툭.

투둑.

순식간에 얼어붙은 기사.

그의 볼에서 볼살이 조각조각 떨어졌다.

“아. 아아······.”

메리는 팔에 감각이 없었다.

기사를 뒤에서 붙잡고 있다가 손과 양팔이 꽝꽝 언 것이다.

파앙.

“아악!”

메리는 양 무릎에 격통을 느끼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염력을 얻어맞은 그 충격에 얼어붙은 양팔이 몸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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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18 24.09.14 9,920 288 13쪽
48 48화 +59 24.09.13 11,197 306 19쪽
47 47화 +11 24.09.12 11,893 336 12쪽
46 46화 +15 24.09.11 12,445 392 12쪽
45 45화 +15 24.09.10 13,257 370 13쪽
44 44화 +14 24.09.09 14,196 369 12쪽
43 43화 +9 24.09.08 14,722 426 18쪽
42 42화 +15 24.09.07 14,854 389 13쪽
41 41화 +22 24.09.06 14,900 367 12쪽
40 40화 +10 24.09.05 15,394 392 13쪽
39 39화 +21 24.09.04 15,800 433 13쪽
38 38화 +13 24.09.03 16,062 436 13쪽
37 37화 +15 24.09.02 15,774 416 14쪽
36 36화 +10 24.09.01 15,900 381 13쪽
35 35화 +5 24.08.31 16,296 385 13쪽
34 34화 +12 24.08.30 16,411 372 12쪽
33 33화 +9 24.08.29 16,448 3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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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9 24.08.27 16,467 371 12쪽
» 30화 +11 24.08.26 16,472 402 12쪽
29 29화 +4 24.08.25 16,441 366 12쪽
28 28화 +5 24.08.25 16,648 401 12쪽
27 27화 +10 24.08.24 16,910 404 12쪽
26 26화 +8 24.08.23 16,787 4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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