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게임
탑 시스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9년.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
초대규모 MMORPG 게임으로 아직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게임이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게임.
이 게임의 배경은 현재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사랑받는 웹툰 중 하나이다.
1년 전에 PC로 게임으로 출시.
또 얼마 후 모바일로도 출시.
게임 누적 다운로드 18억. 세계의 인구가 80억 명 정도인걸 감안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서버 종료.
다들 의문을 품었다. 그 무엇보다 잘 되던 게임이었고 그 어떤 걸로도 딴지 걸게 없었기 때문이다.
핵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약간의 버그도 존재하지 않았던 완벽한 게임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들어와도 버그 하나 안 걸렸을 정도.
그런 완벽한 게임이 서버 종료.
다들 의문을 품었지만 딱 거기까지.
그 누구나 납득이 가능할 진실은 곧 알려졌다.
-뭐? VR로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동안 VR 만든다고 늦은 거야? 이러면 쌉인정이지.
-애니처럼 아바타 만들고 싸우는 그거? 현대 기술력으로 가능해?
-지금껏 탑 시스템에서 오류 한 번이라도 있었냐? 나는 믿는다.
가장 처음 나온 웹툰에 선호작수 5억 명.
1년 전 게임 발매에 누적 다운로드 18억 명.
현재 VR 사전예약만 26억 명.
심지어 아직 VR이 나오기 전인데 캡슐도 사전예약이 떴다.
캡슐 사전예약자는 37억 명.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인기력이다.
그리고 오늘이 그 게임의 첫 발매 날.
전 세계가 들썩인다.
캡슐이나 VR은 이미 대량 생산 중이라는데.
얼마나 준비했으면 가격이 60만 원이다. 원가도 못 맞추는 수준으로 적은 금액.
나 고등학생 1학년. 이수혁.
오로지 이날만을 위해 용돈을 아꼈다가 캡슐 하나 장만했다.
엄마가 이거 뭐냐고 고1이 게임만 할 거냐면서 뭐라 뭐라 꾸중했지만 상관없다.
이걸로 돈 좀 벌면 되는 거 아닌가.
친구들한테 게임 잘 한다고 나는 공부 안 되면 프로게이머 하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이 게임 고인물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보로도 말이다.
그런 고인물은 지금 학교에 있다.
전 세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내에 있는 이 작은 학교조차도 게임 얘기로 떠들썩하다.
정오 12시에 첫 서버가 열린다니까 당연하다.
간이 큰 건지 애들이 수업 시간에도 몰래몰래 폰을 보다가 걸리는 애들도 있었다.
"쌤. 다른 반은 수업 안 나가고 탑 시스템 본다는데 저희도 보면 안 돼요?"
"안돼. 너희 고1이야. 공부해 공부."
"공부는 내일부터! 제발요 아마 다들 원하고 있을걸요?"
시험 시작하기도 전이고 지금 내가 보기에는 선생님도 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선생님은 애들 반응을 살피다. 고개를 끄덕이고 이 못 이기는 척.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스트리머를 TV로 트셨다.
"야, 너는 진영 어디냐?"
"뭘 묻냐, 당연히 진영은 빛이지."
"나는 화염 마법사로 간다."
"너 그러다 피똥 싼다. 그냥 빛으로 와."
탑 시스템 게임은 진영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아직 게임이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자기들끼리 진영을 나누고 있다.
진영의 종류는 마법사들의 진영부터 용족, 화학기술족, 불사족, 해상 군족, 빛과 어둠.
이렇게 총 7까지의 족이 있다.
그런데 압도적으로 빛 진영이 많은 이유.
웹툰의 주인공이 빛 파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진영보다도 빛 진영이 살아남기 가장 쉽고 빠른 시간에 강해진다.
퀘스트를 깨면서 포인트를 모아 돈을 버는 게 목적이면 당연히 빛 진영을 선택한다.
하지만 애들은 모른다.
어둠이 최고다. 정확히는 그 NPC 눈에 들기만 한다면.
웹툰은 주인공 러시의 빛 진영 공략법이 나온다.
심지어 히든 피스들까지 모두 다 나온다.
그 히든 피스의 위치가 바뀌거나 공략법이 바뀐다 같은 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빛 진영이 사기 진영인 셈이다.
그런 웹툰과는 다르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탑 시스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소설.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추천 수 7에 선호작수 0명 마지막 화 조회수는 11명인 그저 망작.
장편 소설이라는 것치고 길이도 그다지 많이 길지는 않다. 270화 정도.
내용은 빛 진영을 클리어 한 주인공 러시가 '2회차'로 어둠 진영을 선택하고 나서 시작된다.
게임이 참 기대된다.
과연 어둠의 히든 피스들도 전부다 구현돼있다면? 나는 그야말로 성공한 인생.
게임 서버가 열렸지만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다들 빛 진영으로 가서 히든 피스 먹는 그런 뻔한 걸 왜 봐?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달려가니 어제 도착한 캡슐이 보였다.
캡슐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게임 의자 정도의 크기.
보통 이런 게임 캡슐은 몇억씩 하던데 역시 탑 시스템.
캡슐에 앉아 눈을 감은 체 몇 초 있자 이질적인 차가운 감각이 내 몸을 덮친다.
띠링.
[안녕하세요. 플레이어님 탑 시스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듣는 시스템의 목소리지만 누구나 상상한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플레이어님의 별호를 지어주세요. 한번 지어진 별호는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사실 이것만을 위해 생각한 닉네임이 있다.
"루나리스."
[정말 '루나리스'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잠깐, 부르기 힘드니까. 루스로 가자."
[정말 '루스'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예."
[플레이어님의 별호가 '루스'로 설정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시작하실 영지를 선택하십시오.]
여러 개의 영지 대표 현수막이 떠올랐지만.
"어둠. 어둠으로 선택한다."
[선택되었습니다. 한번 선택한 영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변동 없습니까.]
"예."
[모든 기본 요소를 선택하셨습니다. 즐거운 플레이 되십시오.]
시선이 빠르게 바뀐다.
[기본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생략."
[튜토리얼이 생략되었습니다. 마지막 시력으로 넘어갑니다.]
일단 어둠은 초반에 살아남기 힘들다.
영지 몬스터도 강하고 빛 영지만큼 포인트를 많이 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다른 영지의 튜토리얼들은 허상이어서 가만히 있는 몬스터를 때리면 그만이지만.
어둠은 아니다. 진짜 대미지가 박힌다. 운 안 좋으면 여기서 계속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알 바 아니지."
기본으로 주어지는 기본 아이템.
C 등급의 튼튼한 기사의 장검과 튼튼한 기사의 방어구 세트.
이 정도면 충분하다. 죽는거는 초보자들이나 하지. 나는 고인물이니까 절대 안 죽는다.
후웅.
PC에서는 그냥 휘둘러서 몰랐는데 1레벨이 휘두르기에는 조금 무겁다. 역시 캡슐로 하니까 감각이 전부 공유된다.
'가호나 특성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이놈 백 마리는 더 잡는 건데.'
아쉽게도 튜토리얼의 마지막 암적 사냥개를 물리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
후웅.
휘웅.
빠르다. 아직 힘이나 민첩 스텟이 1인 내가 보기엔 상당히 빠른 이동속도.
상대가 빠른데 나는 느릴 수 없지.
빠르게 갑옷을 모두 벗었다.
갑옷이 왜 필요해 안 맞으면 되는데.
스텟이 오른 만큼은 안되지만 그래도 빨라지기는 확실히 빨라졌다.
속도가 비슷해지면? 승률은 100%다.
암적 사냥개는 초보자들에게는 공포다.
스텟도 제대로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 빠른 암적 사냥개를 사냥한다는 건 힘들다.
하지만 그 사냥개들은 앞만 보고 달려든다는 특징이 있지.
정면이 아니라 달려들 때 옆으로 피해서 검격만 잘 넣어주면.
서걱.
사냥개의 입부터 꼬리까지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푸두득.
이렇게 한순간에 끝난다는 말씀.
[마지막 튜토리얼을 성공하셨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가호와 특성, 상태창, 인벤토리가 추가 됩니다.]
그리고 내가 위험한 어둠까지 굳이 찾아온 이유.
[튜토리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분배 가능 스텟을 +10을 드립니다.]
이걸 받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둠이 아닌 다른 영지의 튜토리얼은 전부 깨도 +3 스텟 밖에 주지 않는다. 물론 빛 영지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 게임은 레벨 업을 하면 무조건 다 +1 스텟만 증가한다.
한마디로 내가 선택적으로 찍을 수 있는 스텟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
일단 스텟의 종류는 힘, 민첩, 체력, 지능, 마력. 이렇게 다섯 종류가 있지만.
고인물이 이런 곳에다가 스텟을 찍겠어?
"나는 히든 스텟. 재능에다가 10 스텟을 찍겠다."
[히든 스텟 재능에 +10 스텟이 추가됩니다.]
[인간이 감당 가능한 재능의 영역을 벗어납니다.]
[절대강자의 NPC들이 당신에게 주위를 기울입니다.]
"오호, 절대강자라면 최소 전설 등급의 NPC를 말하는 건가?"
[당신의 재능이 특성을 진화시킵니다.]
"응? 난 아직 내 특성이 뭔지도 모르는데?"
[특성 '정확한 판단'이 '냉철한 판단'으로 진화합니다.]
[특성 '완벽한 흉내쟁이'가 '카피'로 진화합니다.]
[특성 '진실의 현자 눈'이 '세상의 끝을 아는 자'로 진화합니다.]
"끝?"
그 후로 들려오는 음성은 없었다.
"상태창."
이름: 루스
레벨: 5LV
특성: {냉철한 판단} {카피} {세상의 끝을 아는 자}
가호: 없음.
명칭: 없음.
직업: 없음.
기술: 없음.
스텟: 힘 〔5〕 민첩 〔5〕 체력 〔5〕 지능 〔5〕 마력 〔5〕
특성이라고 하면 좋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탑 시스템은 아니다.
직업을 검사로 하려고 했지만 궁수 관련 특성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정도면 다행.
갑자기 대장장이에 요리사에 음유시인 특성 등 쓸데없는 것들이 나오곤 하는데.
기본 2개에서 최대 10개까지도 특성을 받는다.
나는 단 3개다.
"이거 반 조지고 시작하···."
"어이, 거기 방랑자"
이 목소리는?
"서, 설마 벌써?"
"뭐라는 거야. 무튼 네가 아까 그 힘의 주인인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존재. 역시 탑 시스템.
새 계정을 파려고 했지만 여기서 얘를 만나다니.
주인공도 꽤 늦게 찾았는데 나 의외로 운 나쁘지 않을지도.
"대답해라. 으잉?"
"달의 검사 노바. 만나서 반갑다."
"어? 방랑자 주제에 나를 아네?"
절대 모를 수가.
스텟을 얻으려 여기에 온 게 반이면 이자를 찾으러 온 게 나머지 반인데.
조금 알랑거리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그 힘이란 게 뭔지는 몰라도 여기는 나밖에 없어."
"하하하! 사실 알고 왔어. 근데 그냥 형식상 말한 거야."
"그러면 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너도 알지 않나? 아니 오히려 원하는 것 같은데? 나랑 같이 가기를."
틀린 말 없다. 재능 스텟을 넣은 이유는 이자를 부르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래, 맞아. 같이 가길 원하는데 허락해 주나?"
"당근이지. 따라와 다른 애들도 있어."
응? 노바 이자가 다른 애들?
나를 제외한 제자가 더 있단 소린가?
게임이어서 노바가 조금 풀렸나? 주인공도 제자로 잘 안 들렸는데. 다른 제자가 더 있다고?
"이제부터는 나를 스승이라 불러라. 그렇게 불리다 보니까 나쁘진 않더라."
"아, 네 스승님."
"크. 이 맞에 제자 키우지. 맞지 제자야? "
"아, 예."
겉모습 나이는 20살.
그의 진짜 나이는 300살 이상의 존재.
노바의 재능은 상상을 초월하며, 전성기의 노바는 소드 마스터도 가지고 놀면서 쉽게 이길 정도의 실력자.
그리고 달의 검술을 전수해 줄 수 있는 유일한 NPC.
"애들아 나왔다."
그러자 노바의 집에 진짜로 제자라는 사람 둘이 있었다.
"오셨어요? 그런데 뒤에 못 보던 얼굴이 있네요."
"하하, 다녀오셨슴까. 마침 바람을 다스리려던 참인데 한번 보시겠슴까?"
뭐지? 내가 아는 전개랑은 조금 다르다.
노바가 맞긴한데. 노바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지 않나?
"자, 그러면. 이제 막내 온 김에. 신고식을 시작하자고. 괜찮지 제자야? "
"얼마든지요."
우웅.
뭐야. 이 기운은. 신고식이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었다.
주변 마력을 자신의 기력으로 바꿔서 정신 공격하는 노바의 기술.
주인공보다도 재능이 높은데 당하겠어?
"으윽."
아니다 말 바꾼다. 이거 진짜 위험할 수도 있겠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커피작가2 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