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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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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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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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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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화

DUMMY

12.




“카드는 카든데 다르게 생겼네.”


소환수 카드의 뒷면은 투박한 모래색에 가까웠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카드는 짙은 풀색에 가까웠다.

소환수가 아닌 것들이 나온다고 했지?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파아앗!


빛이 뿜어져 나오고,


쾅! 콰쾅!!


눈앞에 마치 거대 백호가 썼던 것과 비슷하게 번개가 떨어졌다.


실제 번개가 친 건 아니었다.

마치 체험 버전.

시연 영상 같은 느낌.


번개가 내려치고 어느새 하얀 공간은 사라졌다.


“삐이?”

“뀨우?”

“무우?”


어디 갔다 왔냐는 듯한 표정으로 세 마리가 내게 물었다.


내 손에는 방금 뽑기로 얻은 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 카드에 적힌 문구는 무척이나 심플했다.


[마법 카드] 낙뢰

-적을 파괴합니다.



**



시작의 마을, 피닉스 길드 본부.

길드 마스터 현우는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부대장 쿠르스에게 말했다.


“임우진이야 실패할 거라 생각했고, 사람 붙인 건 어떻게 됐나?”

“따라가진 못했습니다.”


부대장의 말에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전각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근처에 있으면 클리어 등급 측정이 잘못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그래도 제대로 따라간 건 확인했겠지? 누구 붙였는데?”

“로빈입니다. 소환사.”

“아, 그 방법이 있었구나. 확인은 했어?”

“까마귀 소환수를 통해 시각 연결을 해서 감시했다고 합니다. 들어와서 직접 설명해라 로빈.”


소환사는 기본적으로 솔로 플레이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길드에 든 소환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로빈이라 불린 소환사도 그 경우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길마님.”

“그래, 자네가 로빈이구만.”

“아, 네, 플레이어명이구요. 본명은···.”

“본명은 굳이 언급 안 해도 되니까 자네가 본 걸 말하게.”


“네, 시야 공유라는 스킬이 있는데요. 한쪽 눈을 소환수의 시각과 공유하는 스킬이예요.”

“본 것만 간단히.”

“아, 네. 죄송합니다. 임우진은 7층에서 잠복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좀 지나고 무언가에 달려 들었어요.”

“달려들었다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단검을 던지더니 그대로 달려들었습니다.”

“이 미친놈이···. 잡아 오랬더니 죽이러 갔어?”


본부로 돌아오는 순간 다시는 미친 짓 못하게 줘 패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현우의 살기를 느낀 로빈은 바짝 쫄아버렸다.


“아, 미안. 그래서 그 상대는? 확인했나?”

“그··· 제가 본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인내심.

현우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로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노타우르스였습니다.”

“잘못 본 거 아니지?”

“소환 후 별개로 3일 정도 떨어져 있었다 보니 고개도 돌릴 수 없어서 임우진을 바라보던 시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요. 그래도 마력이 끊기기 직전, 확인했습니다. 지나간 건 미노타우르스였어요.”

“다른 건?”

“그 어깨에 사람이 타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남자? 여자? 인상착의는?”

“확인 못했습니다.”

“왜?”

“···볼 수가 없었어요.”

“볼 수가 없었다?”

“네, 마치 인식 저해라도 걸린 것 처럼 볼 수가 없더라구요.”

“알겠다. 나가봐도 좋다.”


로빈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현우는 부대장 쿠르스에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마스터는요?”

“내 생각은 이래. 백야 길드의 도우미가 봤다는 미노타우르스, 그거 이 ‘뉴비’의 소행 아닐까.”

“그렇다기에는 김수아씨는 미노타우르스에서 추출한 걸로 보이는 중급 마석 15개를 교환했다고 합니다. 만약 마스터 추측대로라면 그 자작극을 벌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맞지. 굳이 1층에서 그런 놈들을 꺼낼 필요가 없어. 그렇지만 이건 감이다. 그 미노타우르스 무리의 출현과 이 ‘뉴비’는 분명 관계가 있어.”


현우의 가장 큰 능력은 ‘감’이었다.

특별히 능력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감’은 스킬 그 이상의 것이었다.


“시기가 너무 딱 들어맞긴 하죠.”

“게다가 미노타우르스로 등반했다고 하지 않냐. 그러면 이 말도 안 되는 속도도 어느정도 납득이 가.”


현우의 말에 쿠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대로 미노타우르스를 한 번에 15마리쯤 소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속도긴 합니다.”

“게다가 인식 저해의 마법이라···. 보통 놈이 아니야. 뉴비라고 부르고 있지만 못해도 레벨 30이상의 마법사일 수도 있어.”

“그 말씀은 좀 이상한데요. 30레벨이면 클리어 등급이 뜨지 않을 겁니다.”

“아, 그렇지.”


현우는 잊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마법사라뇨. 마스터의 감은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잘 맞지만 소환사는 마법을 못 쓰지 않습니까.”

“그것도 맞지···.”


부대장의 말은 정론이었지만 현우는 자신의 감을 따르기로 했다.

그 ‘감’이 가는대로 정리해보자면,

이 ‘뉴비’는 30레벨 이상의 마법사급의 마법을 사용하면서 미노타우르스 부대를 소환할 수 있는 1레벨의 소환사라는 말이 된다.


정리할수록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네 아는 소환사 없나? 고레벨 플레이어 중에.”

“트리고랑 안면이 있긴 합니다. 연락 한 번 해볼까요?”

“그래. 그게 좋겠어.”


인식 저해 마법이라는 건 굉장히 고등급 마법이었다.

소환수의 스킬일 리 없었다.

그런 소환수는 들어보지도 못했으니까.


길드원인 로빈이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런 걸 쓸 수 있는 사람은 현우가 아는 마법사 클래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


그렇기에 로빈이 잘못본 거라 넘길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감’이 속삭였다. 착각이 아닐 거라고.


**


“뀨···뀨, 뀨풍!!”

“재채기?”


달묘가 기묘한 소리를 내며 재채기했다.


“뀨! 쿨쩍, 뀨뀻!”

“괜찮다고? 코 훌쩍였잖아 방금. 추운가?”

“뀨뀨!”

“아니라고?”

“뀨!”


음 본인, 아니 본묘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은 거겠지.


“그럼 소환 해제 안 해도 되는 거지?”

“뀨! 뀨뀻!”


떡매 망치를 어깨에 걸치고 남은 앞발로 제 가슴을 퉁! 퉁! 치는 달묘.

걱정 말라는 듯 했다.


“그럼, 간다.”

“삐용!”

“뀻!”

“무!”


9층으로 가는 포탈에 진입했다.


[9계층]

[퀘스트 : 거대 둥근 개미 500마리를 처치하세요.]

[보상 : 10계층 포탈 사용 가능.]


“무!”


흑우가 제 어깨에 올라타라며 무릎을 굽히고 말했다.

나는 흑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잠시만, 해볼 게 있어.”

“무우?”


보통 9층을 8층보다 쉽다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처치 숫자는 50마리 적었지만 8층에는 함정 기믹이 있었다.

단순하더라도 지형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몬스터를 잡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신경 쇄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내 경우엔 흑우가 맞아도 아무렇지 않아해서 별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한 건 8층과 다르게 9층은 다른 신경 쓸 것 없이 오직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둥근 개미’는 외피가 다른 개미들보다 월등히 단단해서 물리력 보다는 마법이 잘 통한다.

마법사들이 파티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검은색으로 우글거리는 거대 개미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좀 울렁거리기는 했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다시 크게 들이마셨다.


“북.”


무척이나 두껍지만 신기할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 나왔다.


낙뢰를 의식하고 책장을 넘기자 수십페이지가 넘어가며 마법 카드 낙뢰가 있는 페이지가 펼쳐졌다.


나는 말랑거리면서도 딱딱한 카드를 손에 쥐었다.

이것의 사용법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었다.

다만,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해오던 대로, TCG 플레이어로서 하던 대로.

그러나 대회장에서보다 훨씬 기세 좋게.

마치 카드를 아래로 던지듯 내려 놓으며 정면을 향해 외쳤다.


“낙뢰.”


-콰콰콰캉!!!


빼곡하게 모여있던 둥근 개미 무리 위로 날벼락이 내리쳤다.


[퀘스트 진행 상황 : 거대 둥근 개미 처치 20/500]


“···오.”


내가 낙뢰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을 동안.


“삐용!? 삐용! 삐요옹!?”

“무우···. 무무, 무무뭇.”

“뀨! 뀨뀨, 뀨뀻뀨.”


세 마리는 무언가 외치더니 자기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덩치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흑우는 거의 엎드려 누운 수준이었다.


“뭐하냐 너네?”

“뀨뀨- 뀨뀻.”

“아무것도 아니라고?”

“뀨!”


그럴 리가 있나.

당장 몇 시간 전에 나서지 말라고 그림 아닌 그림까지 그린 녀석들이.

여전히 녀석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뉘앙스로 적당히 때려맞출 수는 있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주인이 이상한 마법을 익혔다!”

“큰일이야, 이러다가 나대면 어떻게 하지?”

“그러다 죽을 수 있는데, 안 되는데!”


-같은 말.

나댄다는 말은 표현이 좀 센가?

그 정도로 심한 말은 안 하겠지?

그래도 주인인데.


아무튼 녀석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걱정하는 거 같다.

내가 나댈까 봐.


“걱정하지 마.”

“무우?”

“그냥 새로 얻은 카드를 시험해봤을 뿐이야. 이거 하나 생겼다고 나댈 생각 없으니 안심해.”

“뀨.”

“삐용.”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분이 들었지만 착각이라 여기기로 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마법 카드-낙뢰는 내 예상보다 강력한 위력을 보였지만 이것만 가지고 최전선에서 설치기엔 부족했다.


무엇보다 나는 전투 훈련 같은 걸 받은 적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어설프게 카드 한장의 위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는 착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 건 TCG 판에서 흔한 미스 플레이였다.


강력한 카드를 덱에, 패에 쥐고 있다고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는 결국 패배했다.

수도 없이 많이 본 광경.


나는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드 결승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비록 무효 처리되긴 했지만 말이다.


“진짜야. 자, 흑우 위에 올라탔으니 믿겠지? 가자! 흑우!”

“무우!”


검은 전차와도 같은 흑우의 돌진, 그리고 벽이나 천장에서 튀어 나오는 개미들을 쳐내는 달묘의 완벽 방어.

그리고, 내 어깨 위에서 삐용 거리는 삐용이.


완벽한 구성으로 언제나처럼 쉽게 9층을 돌파했다.


[퀘스트 클리어! 축하합니다!]

[이제 10계층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 갱신 선물을 확인해주세요!]


<<월드 공지 : 검은 탑(용산)에서 9층 클리어 SSS등급을 달성했습니다.>>


[SSS등급 달성 보상으로 스페샬 타워 코인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지역 레코드 달성 보상으로 하급 마석을 지급합니다.]

[월드 레코드 달성 보상으로 하급 마석을 지급합니다.]


<경고 : 10층은 강력한 보스가 출현합니다. 만반의 준비 후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고 문구.

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10층 보스, 고블린 로드.

이건 플레이어가 되기 전의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보스였다.


하나 같이 지옥을 겪었다고 외치는 플레이어들.

9층까지 등반하며 자신감을 가진 이들의 마음이 꺾이는 장소.

사망자도 심상치 않게 발생하는 마의 10층이라 불렸다.


“일단 돌아가자.”

“무우-.”


시스템창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9 홍뱀
    작성일
    24.09.17 01:09
    No. 1

    낙뢰를 가지고 뭘 전방에서 나대? 원거리 공격하고 적들이 다가오면 흑우 타고 돌진하고. 흑우 어깨에 타고 앉아서 낙뢰만 떨구면 되겠구만.. 참.. 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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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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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화 24.08.23 1,371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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