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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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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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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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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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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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3화

DUMMY

013.




작다.


“삐용!”


아니, 커졌다.

확실히.


“삐용! 삐용!!”


나는 폐공장 소파에 드러누워 삐용이를 손바닥 위에 들고 있었다.

며칠 전 처음 봤을 때는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였는데, 지금은 양손에 차는 사이즈였다.


사나흘만에 이정도로 크는구나. 고양이란 건.


-부우우웅.


전화가 왔다.

수아였다.


[오빠, 9층 클리어 축하드려요.]

“어떻게···. 라고 하기엔 알 수밖에 없겠군요.”


월드 공지는 각성자 전원에게 뜬다.

그리고 SSS등급 클리어는 전세계 최초.

그게 나라는 사실은 나와 수아 밖에 모른다.


[10층, 가실 거예요?]

“네. 그런데 바로는 안 갈 거예요. 준비는 좀 해야 할 거 같아서요.”


급할 이유도 없고.

기왕이면 확실하게 준비해서 SSS등급을 받는 게 좋았다.

몇 번이나 더 받을 수 있을지 모르니 저층에서 받을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받아야지.


[으음, 그러실 거 같긴 했어요. 아,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선물을 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선물요?”

[10층 가실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한 게 몇 개 있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어···.“


저번처럼 내가 찾아갈까 했지만 너무 피곤하고 귀찮았다.

경기도 구석에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수아씨네까지 가려면 최소 2시간이었다.


“저희 애들도 보실 겸 이쪽으로 오실래요?“

[가도 돼요?!]

“네, 주소는 보내드릴게요. 오시는 길이 좀 멀긴 하지만 괜찮으시면 오세요.“

[저 차 있어요. 금방 갈게요!]

“아뇨, 천천히 오세요. 안전 운전하시구요.”


한창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

운전은 배달용 스쿠터만 몰아봤지만 지금 시간에 서울에서 출발하면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삐용아.“

“삐용!“

“너에게 임무를 줄게.“

“삐용!!“


삐용이는 척! 소리날 것처럼 자세를 잡으며 마치 삼각 김밥 같은 모양새로 앉았다.


*


한 시간 뒤.


새하얀 털의 백호는 폐공장 지붕 위에 있었다.

무언가 접근하면 제게 알리라는 민혁의 지시를 듣고 감시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릅!


엉덩이는 바닥에 붙이고 앞다리를 꽂꽂하게 세운 채, 백호는 경계 태세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허허벌판.

무언가 오기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기 힘들었다.


하아품.

냠냠.


왜 하품을 하면 입맛을 다시게 될까.

백호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졸리다.

주인의 명령도 들어야 하는데.

너무 졸리다.


꾸벅, 꾸벅.

감겨오는 눈을 필사적으로 견뎌냈다.

그러나 이미 자세는 무너진 상태였다.


꼿꼿하게 삼각김밥처럼 앉아있던 자세에서, 어느새 풀어진 앞다리 위로 머리가 얹혀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 감지 않으려는 눈은 그저 잠들기 직전 실눈을 뜬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잠에 빠져드는 백호.


그 순간 저 멀리서 엔진음이 들렸다.


백호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삐용! 삐용! 삐용!!“


삐용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벌써?“


이 근방에는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가 있기는 했다.

그런 차 아닐까.

한 시간 조금 지난 이 시점에 수아가 도착하기에는 일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잠시 뒤 새하얀 스포츠카는 내 생각을 부정하듯 우리집 앞에 멈췄다.


탁.


“오빠! 저 왔어요!”


수아였다.

뭔가 쇼핑백을 잔뜩 손에 쥔 채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를 보고 달묘를 한번 바라봤다.


도리도리.

주위에 다른 기척은 없다는 듯했다.


“어서 오세요. 엄청 일찍 도착하셨네요?”

“살짝 밟았어요. 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거!”

“이게 다 뭐예요?”


수아가 준 쇼핑백을 일단 받아 들고 폐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흑우! 오랜만이야! 사흘만? 나흘만인가?”

“무우-.”


수아가 반갑게 흑우와 인사하는 사이 나는 먼지 쌓인 작업대 위에 쇼핑백을 풀어 봤다.


“이, 이게 다 뭐예요?”

“삐용!”

“어허, 삐용이 저리 가 있어.”


그녀가 준 쇼핑백을 풀어보자 총과 총알이 잔뜩 나왔다.

처음에는 장난감인줄 알았는데 총알의 무게감이 장난감의 그것과 달랐다.


“네? 총이요.”

“···우리나라는 총기 금지 아니었나요?”


내가 알기로는 플레이어 한정 총기 사용 허가 법안을 냈다가 통과되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

그걸로 말도 많았고.


“어-. 뭐, 기본적으로 그렇긴 한데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이죠.”

“선물이라는 게 이거예요?”

“네, 일단 그거랑 다른 것도 열어보세요.”

“···조끼?”

“평범한 조끼가 아니예요! 타워 안에서 얻은 재료를 특수 가공해서 만든 택티컬 아머예요. 가볍고 튼튼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방탄 조끼 비슷하게 생긴 옷이었다.

생긴 걸로만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수아의 말에 따르면 특수한 재료로 만든 거라 튼튼하다는 듯.


“그런데, 총이라니···.”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플라스틱 재질의 권총을 만지작 거렸다.

겉은 분명 플라스틱인데 무게감은 어릴 때 만졌던 장난감 총에 비해 확실히 무거웠다.


“글록 20이예요. 아무래도 권총은 만지실 일이 없을 테니 초보자한테 추천할만한 걸로 가져왔어요.”

“···하나가 아니예요? 수아씨 대체···.”

“저에 대한 건 궁금해하지마시구요. 오빠 소총은 쏴보셨죠? 권총이랑은 좀 느낌이 다르니까 제가 알려드릴게요.”

“소총? 아뇨. 총은 쏴본 적 없어요.”

“네? 군대 가면 배우잖아요. 훈련소에서.”

“아, 저는 군대 안 갔거든요.”

“네? 그럴 리가. 오빠 어디 안 좋아요?”


수아가 들어본 적 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멋쩍었지만 그래도 설명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간략하게 말했다.


“생계 유지 곤란 사유라고 있어요. 타워가 출현하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탑 증후군으로 입원중이신데 동생 학비도 대야하고해서요.”

“···죄송해요. 제가 생각 없이···.”

“괜찮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안 갈 줄은 몰랐으니까.”


군대 가기 싫다-라고 어릴 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하긴 했지만 저런 식으로 안 가게 될 줄은 몰랐지.

떠올려봐야 좋은 기억도 아니었기에 적당히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아씨가 가지고 있는 건 그렇다쳐도 제가 써도 되는 거예요? 잡혀가는 거 아냐?”

“타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에서는 알기 힘드니까 걸리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으음···.”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죠!”

“이, 일단 알겠습니다.”


소지만으로도 처벌당하던가? 모르겠다.

만에 하나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돌려주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무기란 건 갖출 수록 좋을테니까.

수아 말처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있으면 든든하긴 하겠다.


“쏘는 법 알려드릴게요. 얘는 따로 안전 장치 풀고 할 거 없이 그냥 쏘면 되는데요.”


수아는 권총 파지법, 조준법 등을 알려줬다.


“자, 이제 한 번 쏴보세요.”

“여기서요?“


근처에 아무도 안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총성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겹쳐 들었다.


“아뇨. 타워 내부에서 쏘면 되죠.“

“아, 그러게요.“


수아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말했고, 나는 수긍했다.


“타워 입장, 7층.”


수아가 클리어한 게 7층까지라 7층 웨이 포인트로 갔다.


-탕! 탕!

“삐용삐용!”

-타탕탕!

“뀨뀨뀨뀨뀨!”


그리고 7층에서 아주 원없이 권총을 쏴봤다.


“오빠, 진짜 처음 맞아요? 잘 하시는데요?“

“수아씨가 잘 가르쳐주셔서 그런듯.“


수아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덤덤하게 답했다.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코가 너무 매웠다.


가뜩이나 동굴이라 환기가 잘 안 되는데 탄창을 몇개나 갈 정도로 총을 갈겨댔다보니 매캐한 화약 냄새가 전신을 뒤덮은 기분이었다.


“삐요! 삐용!!“

“그래, 일단 나가자.“


삐용이가 항의하듯 울었다.

양 앞발로 코를 막는 시늉을 한 삐용이와 달묘.

사람인 내 코에도 매캐한데 얘네한텐 더 심하겠지.


총기 연습 1시간째.


이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해 우리는 다시 타워 밖으로 나왔다.


수아는 3번째 쇼핑백을 풀며 말했다.


“아 그리고 이쪽에 있는 건 권총 추가 파츠인데 설명서 읽어보시면 조립하실 수 있을 거예요.“

“조립···?“


추가 파츠?

수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 이 권총에 파츠들을 다 끼우면 기관총처럼 바꿀 수 있는 건데, 오빠한테 필요할지 말지 모르겠네요. 제 생각에 당장은 필요 없으실듯!“

“그렇군요.“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10층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응?

매번 밥 먹자고해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수아쪽에서 먼저 간다고 한다.

진짜로 물건만 주러 온듯했다.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러나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10층 공략도 좀 더 보고 싶고 준비도 해야하니까 차라리 잘 됐다.

나와 세마리는 수아를 배웅하고 등반을 위한 준비를 했다.


흑우는 도끼를, 달묘는 떡매 망치를 손질하고 있었다.

나는 빈 탄창에 한땀한땀 총알을 욱여넣고, 탄창들을 택티컬 아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삐용이는 흑우의 짚단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장비 손질 후 작전 회의도 끝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

너무 배부르면 움직일 때 힘들 수 있으니 적당히만 먹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가볼까.”

“무!”

“뀨!”

“삐용!”


“타워 입장, 9층.”


-스팟.


9층의 웨이 포인트로 들어왔다.


“가자, 흑우.”

“음머!”


이미 클리어한 층이기 때문에 10층으로 가는 포탈은 해제되어 있었다.

나는 흑우의 어깨에 올라 타 9층 끝 부분에 도달했다.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포탈에 손을 얹었다.


<경고 : 강력한 보스가 있는 층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세요.>

<정말 타워 10층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응.”


-스팟.


[제 10계층]

[퀘스트 : 보스 고블린 로드를 처치하세요.]

[보상 : 11계층 포탈 사용 가능.]

[보상 : 직업 특성 개방.]


오.

과연 10층은 뭔가 달랐다.

여태 다음 층으로 이동 가능하다는 게 보상이었는데 이번엔 추가 보상이 있었다.

직업 특성 개방이라니.


“그만큼 여기가 빡세다는 거겠지?”


여기가 플레이어들이 처음 겪는, 이른바 입구컷이라 불리는 층이었다.

통곡의 벽이라고도 한다.


고블린 로드의 경우 보스 자체도 강력하지만 무엇보다 성가신 것은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소환해대는 부하들에 있었다.


고블린 자체는 10층까지 올 정도의 플레이어라면 별 거 아니라 여길 수 있지만 물량 앞에 장사 없었다.


중과부적.

그 탓에 10층은 대표적인 파티 플레이 계층이었다.


여태 국내에서 솔로 플레이로 이곳을 돌파한 사람은 랭킹 1위의 블레이드, 단 하나뿐이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자.“

“무.“


많은 후기들을 봤을 때 고블린 로드 자체의 강력함은 11층 몬스터보다 강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보스니 단순 일반 몬스터보다 강하겠지.

그 말은 최소 12층, 어쩌면 13층의 미노타우르스급일지도 몰랐다.


여태까지 흑우의 힘으로 날로 먹던 게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뜻.


하지만 나 역시 아무 대책 없이 등반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었다.


20분 조금 넘게 지났을까.

10층 웨이 포인트가 보였다.


“일단 저장을 하고.”


-부우웅!


웨이 포인트를 등록하자 푸른 빛이 감돌았다.

만일 이번에 공략을 못하더라도 웨이 포인트를 통해 밖으로 나가거나,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가자.”


얼마나 더 걸었을까.

아무 일도 없었기에 더 길다고 느껴질 쯤이었다.


“···저건가?“


어두컴컴한 동굴 안,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였다.


화톳불로 밝히고 있는 그곳에 뼈와 나무로 만든 옥좌가 있었다.

그곳에 앉아있는 것은 다른 고블린 보다 두배는 큰 덩치의 고블린의 왕, 고블린 로드.


“끼르르르.”


녀석 역시 이쪽을 확인한 듯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D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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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7화 NEW 11시간 전 162 8 12쪽
46 046화 24.09.15 351 13 14쪽
45 045화 24.09.14 437 15 12쪽
44 044화 24.09.13 492 16 11쪽
43 043화 24.09.12 587 17 13쪽
42 042화 +1 24.09.11 661 21 12쪽
41 041화 24.09.10 737 18 13쪽
40 040화 +1 24.09.09 763 20 14쪽
39 039화 24.09.08 799 21 13쪽
38 038화 +2 24.09.07 870 25 12쪽
37 037화 24.09.06 890 27 13쪽
36 036화 +1 24.09.05 947 26 14쪽
35 035화 +1 24.09.04 993 25 13쪽
34 034화 +1 24.09.03 1,040 25 13쪽
33 033화 +1 24.09.02 1,094 26 14쪽
32 032화 +1 24.09.01 1,193 24 16쪽
31 031화 +1 24.08.31 1,229 24 13쪽
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29 029화 24.08.29 1,304 29 12쪽
28 028화 24.08.28 1,330 29 12쪽
27 027화 24.08.27 1,340 26 13쪽
26 026화 24.08.26 1,359 29 13쪽
25 025화 24.08.23 1,371 29 11쪽
24 024화 24.08.22 1,404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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