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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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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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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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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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4화

DUMMY

014.




“끼르르르.”


고블린 로드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나와 녀석의 거리는 약 100미터 이상.

간신히 식별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지만 고요한 탓에 녀석의 울음소리가 잘 들리는 거 같았다.


투박한 돌로 만든 신전 같은 공간이었다.


녀석이 앉아있는 의자 앞으로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아치형 입구가 있었고, 고블린 로드와 그 입구 주위는 화톳불로 밝혀져 있었다.


“엄청난 숫자네.”


그야말로 바글바글하다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 숫자였다.

고블린 로드를 기준으로 입구 근처까지 빼곡하게 차 있는 고블린 무리들.


게다가 무장의 상태가 달랐다.


“철?”


아래층에서 만난 고블린들은 나무로 만든 무기와 방패를 썼지만 지금 보이는 녀석들은 철기인 거 같았다.


이건 공략 영상과도 차이가 났다.


“괜찮겠어 흑우?”

“무!”


녀석은 괜찮다고 하지만, 어제 밤 공략 영상을 보며 작전 회의할 때가 떠올랐다.


***


수아가 가고, 장비의 정비를 마친 나는 자기 전에 공략 영상을 보며 작전을 짜고 있었다.


“여태까지와 같은 작전으로 될까?”

“음-무-우-.”


고개를 가로 젓는 흑우.


“왜?”

“무!”


손으로 화면상의 고블린 로드를 가리키는 흑우.

그리고는 양팔을 벌린 뒤 팔을 굽혀 알통이 나오게 자세를 잡았다.


“고블린 로드 강하다고?”

“무.”

“너보다?”

“쓰읍···.”


분명히 들었다.

흑우가 쓰읍-하고 못마땅한 소리를 내는 것을.

내 착각이 아니라고 알려주듯 흑우는 내게서 고개를 좀 돌린 채 오만상을 찡그리며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네가 이겨?”

“무!”

“흠···. 아, 그렇구나. 일대일로 붙으면 네가 이길 수 있지만 나를 태운 채 왼쪽을 못쓰면 힘들 수 있다는 말이지?”

“무우.”

“그럼 어떻게 할까.”


흑우 혼자 돌격을 시켜?


그러나 아래층에서 만난 고블린 무리와 달리 이번엔 고블린 로드의 통솔을 받는 고블린들이었다.

한 마디로 집단 행동이 가능하다는 거고, 그렇다면 자기 희생을 해서라도 흑우를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고블린이 약하더라도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지휘를 받는 집단은 개개인일 때보다 훨씬 강하기 마련.


“뀨뀨!”


달묘가 망토를 펄럭이며 말했다.

기운내라는 건가?


그러나 달묘의 의도가 어떻든, 나는 그걸 보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그럼 플랜 1부터 시작해보자.”

“무우!”

“뀨!”

“삐용!”


플랜1, 이른 바 ‘평소대로’ 작전이었다.

흑우가 돌파하고, 내게 오는 적은 달묘가 처리하는 플랜.

삐용이는 그저 삐용 거릴 뿐이지만, 여차하면 거대 삐용이 소환이 가능하니까.


‘물론 두 번 남은 거대 삐용이 소환을 여기서 쓰는 건 좀 아깝긴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한 적이 나올지도 모르고, 삐용이가 다 자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거대 삐용이, 아니 거대 백호 소환은 두번이나 남은 게 아니라 두 번 밖에 안 남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힘이었다.


“무우!”


흑우가 달렸다.


평소대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흑우의 어깨에 올라가지 않고 약 10미터 정도 떨어져 뒤를 따라가는 거였다.

어젯밤 작전 회의 때 흑우가 말했듯 다 뚫고 고블린 로드와 마주쳤을 때, 내가 어깨 위에 있으면 방해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끼르르르!!”

“고브!”

“고브! 고브!!”


고블린 로드가 외치자 무장한 고블린들 역시 이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정도의 크기지만 그게 수십 수백마리가 달려드는 광경은 아찔했다.

게다가 나뭇가지나 장난감이 아닌, 조잡하지만 철로 만들어진 창이나 칼을 보고 있자면 더더욱 공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두두두두두!!!!


“고븞!!”

“꼬쁣!!!”


그러나 흑우의 진격을 막지 못했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썰리는 모습이 아래층에서 달려들 때 보다 더 빠른 기분이었다.


‘아, 내가 안 타고 있어서 그런가?’


양손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는 흑우의 전력은 내가 봐온 것 이상이었다.


‘다행이다. 영상과 달라서 걱정했는데.’


이대로 편하게 10층도 클리어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끼르르를! 샤꼬쁘!!”


퍼엉, 퍼엉.


연기와 함께 고블린 로드 양 옆으로 조금 큰 고블린 두 마리가 소환되었다.


“샤-고브고브. 샤-.”


그 두 마리가 무언가 읊조리며 손을 뻗자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음머!”

“흑우! 괜찮아?”

“무.”


흑우는 괜찮다는 듯 말했지만, 아니었다.


고블린 무리의 무기는 그의 가죽을 뚫지 못했으나 화염 덩어리는 분명하게 타격을 준 거 같았다.


‘저건 분명 고블린 샤먼. 20층대에서 나오는 거 아니었나?’


플레이어들의 공략 동영상은 이미 대중적 오락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각성 전의 나 역시 꼼꼼히 공부한다기 보단 흥미 위주로 봤었던 사람중 하나였다.


마법을 쓰는 고블린.

틀림없이 20층대에 나오는 고블린 샤먼이었다.


나는 빠르게 권총을 들어 고블린 샤먼의 몸통을 조준했다.


탕탕탕.

“꼬븞!”


탕탕탕.

“썂꼾!”


‘머리 보다는 가슴을 조준하시고, 한번 쏠 때는 세 발씩 쏘세요.’


수아의 가르침대로 쏘자 고블린 샤먼이 쓰러졌다.

두 마리 다.

머리는 흔들거려 맞추기 힘드니 가슴을 노리라는 조언은 주효했다.


“무우!”


더는 자신을 막을 게 없자 흑우는 다시 진격했다.


“끼르르를! 께쒟! 샤꼬쁘!! 빵꼬쁘!!”


펑, 펑펑펑.


고블린 로드가 주문을 외치자 이번엔 네 마리가 나왔다.

나는 연기가 다 사라지기도 전에 방금 조준한 각도로 권총을 겨눠 쏴버렸다.


탕탕탕!

탱탱탱!


“께븞!”


연기 속으로 날아간 총탄은 무언가에 튕겨져 나왔다.

튕겨져 나온 탄, 도탄은 그 앞에 대기하던 고블린 몇 마리를 쓰러뜨렸다.


곧이어 연기가 걷히고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블린 방패병?!”

“끼르르르르, 끼르르르르.”


고블린 로드의 웃음이 여기까지 들렸다.


방패병 역시 20층대에 나오는 몬스터.

확실히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흑우! 소환 해제!”

-팟


“소환, 흑우!”

-팟


흑우와 달묘의 만류로 나는 흑우와 제법 거리를 두고 따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흑우가 포위되어 다구리를 당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끼끼끼, 끼르르르.”


아, 저 놈 웃음 소리 거슬리네.


고블린 로드는 아예 양손과 양발로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그러자 아치형 문 뒤에서 대기하던 고블린들이 화톳불을 중심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부두술?”


비슷한 걸 떠올리라면 30층대에 출몰하는 트롤들의 부두술이었다.

공략 영상들에 나온 설명대로라면 의식 범위의 동료 몬스터들을 대폭 강화해주는 춤.


이것 역시 10층에서 쓴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개조 기관 단총을 꺼내 그대로 정면을 향해 발포했다.


드르르르륵!


“꼬븝!”

“꼬쁪!”

“끼르르르, 끼루룩!”


그러나 죽인 만큼 소환되었다.


그리고 아치형 문 앞에 있던 고블린들이 사선을 가로 막았다.

연발로 쏠 수 있어도 베이스가 권총인 탓에 관통력이 약했다.

저 많은 고블린들을 뚫고 로드나 부두술을 추는 놈들을 맞출 수는 없었다.


‘낙뢰의 사거리는 약 20미터.’


적어도 아치형 문까지 돌파해야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역시 다음 플랜을 쓸 수밖에 없었다.


“삐용이!”

“삐용!”


내가 부르자 녀석은 내 어깨 위에서 삼각김밥 같은 자세를 취하고 콧김을 내뿜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군!’

이런 느낌이었다.

기세 등등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삐용이의 얼굴은 그 외엔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소환 해제!”

“삐용?! 삐요오오오오옹!!!!”


-팟


삐용이는 서러운 비명을 지르며 소환 해제 당했다.


흑우와 달묘는 플랜2를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삐용이는 작전 설명 때 디비 자고 있었기에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북!”


원하는 소환수를 머릿속으로 연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탁한 모래빛의 몬스터 카드를 한장 꺼냈다.


“소환, 둥근이!”

찰칵! 찰칵!


9층에서 테이밍한 몬스터 거대 둥근 개미를 소환했다.

거대 둥근 개미, 둥근이는 앞니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둥근이 변신!”

찰칵!


거대 둥근 개미의 외피는 강철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로 단단했다.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면 몸을 공처럼 말아 외피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렇게 사람만한 크기의 강철 볼링공이 탄생했다.


“흑우야, 굴려!”

“무우!”


양손으로 둥근이를 잡은 흑우는 전력으로 둥근이를 굴렸다.


쿠구구구구!!


그건 고블린이라는 핀으로 하는 볼링 그 자체였다.


“소환 해제! 둥근이!”

-팟


“소환, 둥근이!”

-팟


“변신!”

찰칵!


“흑우, 굴려!!”


쿠구구구구!!


고블린 로드의 소환은 분명 대단한 물량이었지만 이쪽이 쓰러뜨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저 놈은 마나가 있을 거고, 당연히 한계가 올 거다.


그에 비해 나는 무한으로 반복 소환할 수 있었다.


“께쒟! 끼이, 끼이이···.”


고블린 볼링을 한 지 약 10여분.


고블린 로드의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구 근처까지만 정리했을 뿐, 부두술을 추고 있는 입구 뒷편까지 쓸어 담지는 못했다.


총으로 쏴보기도 했지만 한두번 당하자 방패병을 추가로 불러 입구를 아예 막아버렸다.


“그래도 더는 못 부르는 거 같은데.”

“무.”

“혹시 모르니 한번만 더 하자.”

“무!”

찰칵!


흑우는 둥근이를 볼링공 삼아 신중하고도 아름다운 준비 자세를 취한 후 전력으로 내던졌다.


가드를 시도한 방패병 둘이 방패 째로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녀석들은 당황했다.

샤먼을 지키던 방패병들이 튀어나와 입구를 막았다.


“둥근이 소환. 변신.”

찰칵!


잘 통하는 건 계속해도 된다.

이건 타워 공략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말이었다.

이를 테면 벙커링 전략이 잘 통하면 연속으로 해도 되듯이.


흑우는 시즌 몇 번째인지 모를 둥근이 굴리기를 시도했다.


-카앙!!!!!


쇠와 쇠가 부딪치며 불쾌한 소음이 10층에 울려 퍼졌다.

둥근이가 튕겨져 나왔다.


“끼르르르르!”

“꼬브꼬브꼬쁘!”

“빵꼬쁘쁘.”


로드뿐 아니라 입구 뒤에 있던 모든 고블린이 웃고 있었다.

춤을 추며 부두술을 시전하던 녀석들까지 모두.

부두술 시전이 완료된 것이다.


볼링 둥근이에 쓸려 나가던 녀석들이 막아내는 걸 보면 확실히 강화 효과가 좋은 거 같다.


“뀨뀨!”

“음, 역시 해야겠지?”

“뀨!”


달묘가 떡매 망치를 번뜩이며 말했다.

제 망치에 떡이 아닌 고블린 대가리를 찧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눈빛.

아니 의지가 아니라 살기인가?

아무렴 어때.


“소환 해제, 둥근이.”

-팟


플랜3는 플랜2 둥근이 발사에 이은 콤보였다.

어찌 보면 플랜1 ‘평소대로’의 강화판이기도 했다.

이른바 ‘강화판 평소대로’ 작전.


나는 녹색의 단단한 등껍질을 연상하며 책장을 넘겼다.


“소환! 중갑이!”

“거부-우-욱.”


사람만한 크기의 등껍질을 지닌 ‘중갑 거북이’가 소환되었다.

개인 상점의 소환수 뽑기를 통해 얻은 친구였다.


“중갑이 방패 모드!”

“거-부-우-.”


말은 느리지만 행동은 빨랐다.

‘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머리와 팔 다리를 모두 몸에 수납한 중갑이.


“흑우!”

“무!”


흑우는 무릎을 굽혀 왼팔에 나를 태웠다.

그리고 중갑이 배에 있는 띠를 제 팔에 끼워 방패처럼 착용했다.

중갑이의 등껍질은 거대한 흑우의 반신을 가릴 정도였다.


그 결과, 오른손에는 흑우가 애용하는 도끼가 들린 채.

왼쪽은 흑우의 상반신 전체와 어깨에 올라온 나와 달묘까지 모두 중갑이 방패 뒤로 보호했다.


“돌격!”

“무우!!”


흑우는 방패를 정면에 두고 그대로 진격했다.


“끼르르르!!!”


다급하게 고블린 로드는 고블린들을 추가 소환했지만, 부두술로 강화된 고블린들의 무기는 중갑이 방패를 뚫지 못했다.


두두두두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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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044화 24.09.13 491 16 11쪽
43 043화 24.09.12 586 17 13쪽
42 042화 +1 24.09.11 661 21 12쪽
41 041화 24.09.10 737 18 13쪽
40 040화 +1 24.09.09 762 20 14쪽
39 039화 24.09.08 798 21 13쪽
38 038화 +2 24.09.07 869 25 12쪽
37 037화 24.09.06 889 27 13쪽
36 036화 +1 24.09.05 947 2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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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화 +1 24.09.03 1,038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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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2화 +1 24.09.01 1,191 24 16쪽
31 031화 +1 24.08.31 1,227 24 13쪽
30 030화 +1 24.08.30 1,325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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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화 24.08.28 1,330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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