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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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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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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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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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화

DUMMY

018.




압구정에 위치한 각성자 전용 상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국 각성자 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체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박대원 대리.

그는 이름과 달리 전각협 소속의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단순히 매장 판매를 담당하는 여러 인원 중 하나였을 뿐.


“어서오세요. 각성자 전용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문이 열렸다는 건 전각협에서 발급한 각성자 자격증의 소유자라는 뜻.

박대원은 친절한 영업맨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헉!”


그리고 들어온 손님의 얼굴을 보고 당황한 그는 0.5초만에 평정심을 되찾고 영업용 스마일을 유지했다.


“찾으시는 게 있으실까요?”

“아뇨. 저희끼리 볼게요.”


문법상 틀린 문장이지만 박대원은 서비스직이라 틀린 걸 알면서도 해야 될 문장을 말했다.

수아는 웃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고, 박대원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거리가 멀어지자 그는 곧바로 인터컴으로 이 소식을 전달했다.


“주의대상 3호 입점. 주의대상 3호 입점.”


그 소식을 전해들은 관리자는 빠르게 본부에 연락했다.


전각협의 회장실은 그 순간 들썩였다.


“CCTV 켜보게. 얼른!”


회장의 외침에 서진우는 리모콘을 조작해 상점 CCTV가 화면에 나오게 했다.


“진짜 김수아군요.”

“그 옆의 사내는 누구지?”

“모릅니다. 각성자 등록도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군요.”

“남자친군가?”

“데이트 장소 치고는 꽤나 살벌한 곳을 골랐군요.”


서진우의 말에 회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불편함 없게 해드리고, 서 팀장은 저 남자 신원 확보해봐.”

“알겠습니다.”


*


뭔가 점내가 소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걸 볼까요? 오빠.”

“사실 잘 몰라요. 어떤 걸 파는지도 모르고.”

“삐용!”

“그래쪄요, 삐용이 말대로 적당히 둘러 볼깡?”

“삐용!!”


사이 좋네.

삐용이도 수아가 마음에 든 건지 품에서 우쭐대고 있었다.

적어도 수아가 내게 해를 끼칠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한 거겠지.


“일단 방어구쪽부터 볼까요?”

“그래요.”


아무튼, 괜히 각성자 전용 상점이 아니었다.

출입부터 전각협에서 발급한 출입증이 없으면 입장조차 못하니까.

물론 나는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라 수아의 출입증을 써서 들어왔다.


그럴만한 가치는 있어 보였다.

이 땅값 비싼 곳에 이렇게 큰 부지를 확보해서 만든 만큼 안에 있는 물건들 역시 종류가 엄청 많아 보였다.

문외한인 내 눈에는 뭐가 어디다 쓰이는지 모르겠지만.


“어서오세요. 어떤 방어구를 찾으시나요?”

“음, 아뇨. 저희끼리 적당히 볼게요.”

“네, 어머. 혹시 김···.”

“쉿. 조용히 하세요.”

“아.”


뭐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수아씨, 무슨 일이예요?”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쵸? 점원 분.”

“아, 네. 물론이죠.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럼 즐거운 쇼핑 되시길.”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지만 여자 점원은 그렇게 말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오, 이거 오빠한테 어울릴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어 보긴 어렵겠지만 좋아 보이네요.”

“괜찮아요. 명분은 저희 오빠한테 사주는 걸 같이 쇼핑하러 온 느낌. 이잖아요? 마네킹 대신 입어봤다 해도 되고, 이런데 왔으면 안 사더라도 입어 보는 게 더 자연스러울 거예요.”


이 가게로 오는 동안 차에서 얘기를 했다.

나는 협회 등록도 되어 있지 않고, 수아씨는 마침 친오빠도 플레이어니까 오빠 걸 산다는 빌미로 쇼핑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수아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내 정체를 숨긴 채 쇼핑하려던 건데···.


‘수아씨 말대로 그냥 입어 보는 것 정도는 자연스러울지도.’


일반인 입장에서 보자면 여기 들어올 일이 뭐 있겠나.

들어와봤으면 입어보고 싶은 게 당연한 반응일 거 같았다.


“그래요. 그럼 탈의실 좀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전 삐용이랑 놀고 있을게요.”

“삐용!”


전각협 직영 매장에서 사고는 없겠지.

나는 구석에 위치한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었다.

그때 탈의실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진짜야? 김수아?”


남자 목소리.


“그렇다니까. 지금 와있어.”


그리고 방어구 코너에서 마주친 여자 점원의 목소리였다.


“혼자?”

“아니, 남자랑.”

“남자? 야야, 그럼 그 남자가 혹시···.”

“아냐.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단언해? 블레이드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잖아.”


블레이드?

랭킹 1위?

그 사람 이름이 왜 나와?


“블레이드님이 그렇게 어벙한 표정일 리가 없잖아!”

“야야, 조용히 해! 다 들리겠다.”

“앗!”


여성의 흥분된 목소리가 꽤나 크게 울려 퍼졌지만 아마 매장 안까지 들리진 않았을 거다.

물론, 탈의실에 있는 내겐 너무 잘 들렸지만.

내가 그렇게 어벙한 표정인가?

나름대로 똘똘한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오, 잘 어울리시네요. 오빠. 이것도 입어보세요.”


조금 전 입은 게 로브 같은 형태라면 이건 갑옷 같은 형태였다.

가슴과 어깨만 가리는 정도였지만 중요 부위만 가리는 게 활동하기 좋을 테니까.


“입었어요.”

“이것도 입어 보세요.”


만화에 나오는 마검사 복장 같은 것.


“이거두요!”


아이돌이 입을 거 같은 화려한 복장.


“이것도 입어 보세요. 이야- 오빠 은근 옷빨 잘 받아서 입히는 보람이 있네요!”

“뭔가 마네킹이 된 거 같은 기분이네요.”

“그건 잘 어울리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자, 어서!”


어떻게 생긴 건지 확인도 않고 받아 든 채 탈의실로 왔다.


“오.”


롱코트 형태의 외투였다.


“입었어요.”

“와! 진짜 잘 어울려요. 오빠! 그건 일단 사죠?”

“근데 살짝 뻣뻣한 느낌이네요.”

“방인 방탄 기능이 있는 섬유라 그럴 거예요. 게다가 방한 방열 기능도 있구요. 조금 불편한 정도는 감수할 가치가 있어요!”


듣고 나니 살짝 뻣뻣한 천의 질감도 엄청나게 좋게 느껴졌다.


“그거랑 이거랑, 이거. 아! 이것도 아까 어울리셨으니까.”

“수아씨는 안 사요?”

“전 뭐, 나중에 칼이나 한 자루 사죠. 어차피 등반도 안 하는데요.”

“그래요. 아까 말한대로 계산해주시면 제가 나중에 따로 돈 드릴 게요.”


어디까지나 쇼핑 온 각성자와 일반인 포지션이니까.

결제도 수아씨가 하는 게 맞을 거다.


‘근데 이거 얼마지?’


“허억!”

“응? 왜 그래요 오빠?”


가격표 잘 못 본 줄 알았다.

내 상식에 있던 옷 가격에 0이 1개 내지 2개씩 더 붙어있었다!


“아, 그게···.”


그러나 사람이란, 아니 남자란 여기서 비싸서 못 사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별히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소심해서 말이 막히는 거다.


“그···.”

“응?”

“음···.”


미용실 가서 머리 어떻게 해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적당히, 혹은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하는 게 최선의 대답인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그때 우리를 보고 있던 점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고객님, 계산해드릴까요?”

“네, 계산해주세요.”

“회원증을 같이 주시겠어요?”

“여기요.”

“확인했습니다. 김수아 각성자님. 운이 좋으시네요. 당점은 오늘 전품목 80% 파격 세일중이라 구입하시는 제품들도 모두 할인된 가격에 계산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파, 80% 할인?

살았다.

그래도 여전히 토 나오게 비싸지만, 하마터면 정체를 숨기고 나발이고 못 산다고 난리칠 뻔.


“80% 할인이라니까 조금만 더 둘러 볼게요.”

“그러세요. 짐은 잘 포장해두겠습니다.”

“오빠? 가요.”

“아, 네.”


그녀는 저 가격표를 보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80% 할인이라는 말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스포츠카를 몰 때부터 생각했지만 금수저인가?

7레벨 플레이어가 돈을 많이 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수아씨는···.”

“네?”

“음, 그러니까.”


막상 면전에 대고 금수저예요? 라고 하려니까 좀 실례인 거 같기도 하네.


“벌이가 좋으신가봐요.”

“아뇨? 벌어 봤자 7레벨이 뭘 벌겠어요.”


부정 당했다.


“그럼 집이 잘 사신다거나?”

“전혀요.”


본인 벌이도 별로고 집안에 돈도 없다?


“그럼 오빠 분이 잘 버시나 보네요.”

“아···. 그러게요. 그렇게 되는구나.”


아차 싶어하는 표정.

그러나 그렇게까지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그녀는 금세 표정을 회복했다.


“네, 뭐. 정확히 말하면 오빠한테서 그간의 빚을 받고 있는 셈이죠.”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지만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기에 굳이 더 캐묻진 않았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일 한두개는 있는 법이니까.


파격 80% 할인이라는 미친 할인율에도 소문이 나지 않은 건지 매장은 한산했다.

어째 들어올 때보다 더 줄어든 인구수가 위화감을 조성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설마 수아씨가 이런 특별 대접을 받아야 할 정도로 오빠 분이 대단한 사람일 리가 있겠어?


막 한국 랭킹 최상위에 있어서 특별 관심 대상으로 지정되어 할인율 80%라는 어거지를 써서 깎아주거나, 쇼핑에 방해되지 않게 다른 손님들 내쫓거나.


“그럴 리는 없겠지.”

“뭐가요?”

“아, 오늘 쇼핑 잘 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저두요. 오랜만에 재밌게 놀았어요.”

“하하.”


생각하지 말자.

지금의 내겐 수아씨의 정체는 알 바 아니었다.

각성자 친구 하나 없는 내게 귀중한 정보원이자 가이드라고!


“그런데 오빠, 아까 하신 말씀 진짜예요?”

“어떤 거요?”

“공략 안 가신다는 이야기.”

“아, 네. 맞아요. 한동안 갈 생각 없어요.”

“그럼 그동안 뭐 하시려구요?”

“생각해보니 안 해본 게 있더라구요. 그거나 해볼까 해요.”

“안 해본 거?”

“시작의 마을 탐방 같은 거요.”


내 말에 수아씨는 손뼉을 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그렇게 ‘시작의 마을 한량 놀음’이 계획되었다.



**



시작의 마을.

주점 겸 카페 안.

20개 남짓한 테이블 중 절반의 자리가 차 있었다.


그중 한 테이블.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이미 모인 멤버들 사이에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우.”

“오늘도 허탕이야?”

“안 온 거 같은데 그 놈 자식.”

“독하네. 독해.”

“아니면 11층은 SSS등급 공략에 실패한 거 아닐까?”

“10층이 더 어려운데 11층을 실패할까?”

“이건 안 오고 있는 게 맞지.”


사내들은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한 뒤 벌컥벌컥 들이켰다.

밤이 없는 시작의 마을 특성상 일 마친 뒤 술 한잔 들이키고 잠에 드는 게 곧 생활 리듬을 바로 잡는 법이었다.


“크아-. 아무튼 슬슬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도 그래.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어도 이러다간 우리 수입 자체가 없어질 판이니.”

“거대 길드나 협회는 여력이 있겠지만 우리도 그다지···.”

“게다가 그런 대단한 인간이 이런 약소 길드에 오겠어?”

“그 말도 맞지. 꿀꺽, 꿀꺽. 크으! 안 되겠다. 이대로 우리 길마에게 말해서 철수하자고 해야겠어.”

“형씨, 말 잘했수다. 나도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우리 길드에도 그렇게 말하겠소.”


옆 테이블의 사내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각자 다른 길드의 사람들이었지만 벌써 3주 가까이 인원들을 돌려가며 11층을 감시하는 탓에 본업인 등반이나 공략, 사냥을 못하고 있어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중이었다.


“맞지. 이 개고생해가지고 발견하면 뭐해. 우리 같은 약소 길드에 오겠냐고!”

“길마들이 미쳐버린 거지. 우리가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옳소!”


슈퍼 뉴비가 10층을 클리한지 보름하고 닷새째.

11층 SSS등급 클리어 소식도, 11층에서 슈퍼 뉴비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인원이 모자른 길드부터 하나 둘씩 감시 체제 포기를 선언하려 하고 있었다.


“삐용!”


그리고 나는 주점 구석에서 우유를 마시며 그 모습을 관람하고 있었다.

이렇게 순조롭게 계획대로 될 줄이야.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조만간 11층 등반 시작하면 되겠네.’


공략 영상은 너무 봐서 달달 외울 지경이었다.

얼른 등반을 하고 싶다고 내 몸이 원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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