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세상 집중력으로 SSS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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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로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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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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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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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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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억해야 하는 것들 - 1

DUMMY

“그러니까 네 말은 여기 우리 구역에 다른 지역에서 넘어 온 놈들로 보이는 것들이 얼쩡거린다는 거잖아.? 그치?”


“그렇다니까요. 제가 이렇게 도망친 것도 그 놈들이 날 죽이려고 해서 그런거라고요.”


“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웃었는데?”


“형님들은 못 보셨겠지만 내가 오자마자 기진맥진해서 벽에 기대어 쓰러졌잖아요. 그때 놈들이 멀리서 날 보고 있었어요. 절 더 이상 좇아오지 못하게 된 게 통쾌해서 그렇게 웃은 거고요.”


“··· 하아, 이 새끼. 구라치는 거 아냐?”


“하 참, 정말이라니까요. 왜 이렇게 사람 말을 안 믿어요.”


유빈은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두 깍두기 형님이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말을 해야만 했다.


“아, 그런데 그 두 사람 헌터였어요. 제 키가 넘는 건물을 아무렇지 않게 점프해서 넘어가기도 하고 달릴 때 빠르기는 정말 육상선수도 찜 쩌 먹을 만큼 빨랐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놈들 이렇게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칼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칼? 반달 모양의 칼이라고!”


유빈의 말에 두 사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뭔가 알고 있는 모양새 같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칼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데?”


김상호라 불리는 깍두기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물어보자 곧 유빈도 진지하게 놈들이 들고 있던 칼 모양을 설명했다.


그리고 곧 두 사내와 함께 새 희망 금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보스에게 직접 말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유빈을 데리고 들어간 것이다.


유빈은 3층에서 대화를 나누는 곳에는 끼어들지 못했기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2층의 창문을 통해서 놈들이 자신을 바라보던 곳을 살폈지만, 놈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씨팔, 이거 집에 가는 길에 놈들에게 걸리는 거 아냐?”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가지도 않고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도 없었다.


5분 정도 지난 후 두 명의 건달이 밖으로 나왔고 곧 유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입 다물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그냥 돌아가라는 말이 못내 섭섭했지만, 유빈은 크게 내색하진 않았다.


이 바닥에서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키는 게 맞으니까. 그래도 섭섭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터벅터벅 밖으로 나온 유빈은 집이 아닌 AJ 전파상을 찾았다.


요즘 시대에 전파상이라니. 이 전파상을 알게 된 게 5년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이 간판에는 적응이 안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고 바꾸라고 말했지만, 박씨 영감은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일이라며 오히려 잊힌 그 간판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씨 할배는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사람이 들어왔는데 좀 아는 척 좀 해주죠?”


“반가운 사람도 아니고 내 물건을 사줄 놈은 더더욱 아닌데 무슨 아는 척을 해? 내 입만 아프게.”


“쳇, 뭐, 그렇다고 그렇게 쌩 까나?”


“어린놈이 주둥이만 살아서는. 그래. 오늘은 또 뭔 일이 있어서 온 것이냐?”


“나 좀 전에 죽을 뻔했거든. 어떤 미친놈들 때문에. 종수 새끼 도와주려다가 황천길 갈 뻔했다고.”


“흐음, 그래?”


유빈의 말에 조금은 관심이 생겼는지 박씨가 처음으로 새치름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바탕 뛰었는지 옷은 땀에 아직도 젖어 있는 부분이 보였고 퀴퀴한 땀 냄새도 나는 듯했다.


“네놈도 조심해. 네 놈 말처럼 정말 뭔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더구먼. 괜히 이상한 일에 휩쓸려 뒤지지 말고 알아서 몬 간수 잘해.”


“휴우, 뭘 끼워줘야 간수를 하든지 말든지 하죠. 아직도 어리다고 저에겐 특별히 뭘 시키는 것도 없어요.”


“조폭 질, 해 먹는 게 뭐가 좋다고 그 짓을 하려는 거냐? 정 할 거 없으면 그냥 몬스터 도축장에 말뚝 박아.”


박씨의 말에 유빈은 고개를 흔들며 거부를 했다.


도축장에 미래를 두라니?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꿈은 헌터가 되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도축장에서 일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각성부터 해야 하지만···.


박씨와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시간은 금방 흘러 다시 도축장에 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 제기랄, 다시 출근해야 하네.”


“밥도 안 먹고 가냐?”


“내가 지금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겠어요? 죽다 살았다니까.”


“후후후, 그래도 출근은 하잖아. 뭐, 그럼 다시 살아난 거지. 옜다. 가는 길에 이거나 먹어라.”


박씨는 그렇게 말을 하며 문을 열고 나서는 유빈에게 비닐에 감싸진 샌드위치 하나를 던져주었다.


“영감은 뭘 먹고?”


“난 그거 아니더라도 먹을 게 많다. 너처럼 덜떨어지지 않아서 준비성이 좋은 편이거든.”


“······.”


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준비성 없는 건 맞는 말 같았으니까.


“나중에 봐요. 영감.”


유빈은 곧 그렇게 말하고 손에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에휴, 망할 놈의 세상. 업는 자에겐 기회조차 주지를 않지. 미래가 창창한 젊은것들조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으니···.”


박씨 영감의 한탄이 조용한 가게에 퍼져 나갔다.


멀리 걸어가는 유빈을 보며 박씨는 조금은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조폭들 똘마니로 살려고 하는 저 어린 녀석은 다른 놈들과 달리 꿈이란 게 있다는 걸 박씨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를 세상은 주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웠다.


*** ***


빈민가가 다 그렇듯 어둡고 음침하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살기 어린 악의가 넘실거리는 곳이라고 해도 때론 웃음소리도 나고 장난도 치고, 상점 안의 소란이 창밖으로 섞여 나오기 마련이건만 지금의 빈민가는 고요한 적막감만 감돌았다.


건달들이 장악했던 거리는 한산했고 오가는 이들조차 거의 없었다.


그런 불안한 거리를 5일 동안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출퇴근해야만 했다.


다행히 그동안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오늘은 쉬는 날이기에 아침부터 나와 종수의 집을 찾은 것이다.


뒤를 밟는 자는 없는지 몇 번을 살피며 걸어간 유빈은 곧 종수 남매가 머무는 판잣집 앞에서 다시 한번 주변을 살핀 후 종수를 불렀다.


“야, 이종수, 문 열어. 나야.”


“······.”


“야, 문 열라니까.”


유빈이 다시 종수를 불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 유빈은 곧 문을 잡아당겼다.


힘없이 열리는 문, 잠금 고리가 고장 난 모양이었다. 문에 걸려 덜렁거리고 있었으니까.


그 문 안에는 종수가 누워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이 새끼. 있으면서 왜 대답이 없어?”


유빈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재차 물었지만, 종수는 대답 없이 그의 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때 유빈의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에 코를 잡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야이. 씨. 이거 무슨 냄새······”


종수가 바라보고 있는 건 이미 죽은 지 며칠 지난 동생의 시체였다.


시선은 여전히 동생 선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종수의 동생이었던 선미의 가슴에는 단검 하나가 꼽혀있었다.


형식도 무늬도 없는 볼품없는 빈민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조잡한 단검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넌 괜찮냐?”

유빈은 곧 종수의 곁으로 다가가 종수의 어깨를 잡았다.


‘스르륵’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리는 종수 그리고 옆으로 쓰러진 종수의 가슴에도 무언가에 찔린 듯 핏자국이 가슴부터 하체까지 이어져 있었다.


정확하게 심장이 있는 곳부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보니 바닥도 딱딱하게 굳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주변을 살핀 유빈은 침입자가 두 군데에서 침입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곳은 열려 있는 창문이었고 문의 잠금 고리 경첩이 떨어져 나간 것도 강제로 입구를 열고 들어와서 그런 모양이었다.


창문으로 넘어온 놈은 누워있는 동생을 먼저 살해하고 문으로 들어온 다른 놈은 종수의 심장에 칼을 꽂았다.


범인은 누구인지 바로 짐작이 갔다.


그날 자신을 쫓아 왔던 외지인들.


“씨팔 놈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다니, 어린놈들이잖아. 그리고 지들 것도 아닌 물건을 뺏어 가놓고서 사람까지 죽이다니. 개새끼들.”


유빈도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친하진 않았다고 해도 몇 년간을 알고 지낸 사이였건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가슴 한쪽에서 죄책감이 일었다. 이 일은 자신과도 연관이 있는 일이었으니까.


한참을 서 있던 유빈은 곧 집을 나왔다. 죽었지만 그래도 수습은 해야 하니까.


두 남매가 죽은 판잣집을 나선 유빈은 곧 새 희망 금고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췄다.


그곳에 가 봐야 아마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그렇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다시 발걸음을 돌린 유빈은 AJ 전파상으로 향했다.


어쩌면 박씨는 도와주지 않을까 해서였다.


“저 왔어요. 영감.”


여전히 아는 척도 안 하는 박씨. 그저 힐끔 바라보고 다시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물었다.


“뭐냐? 그 똥 씹은 표정은?”


“종수 남매가 죽었어요. 집 안에서, 칼에 꼽혀 살해당한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그래도 그곳에 그렇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


“······.”


기판에 납땜하던 박씨 영감이 인두를 내려놓고선 유빈을 빤히 바라봤다.


“그때 죽을뻔했다던, 널 쫓았던 놈들 짓인 모양이구나.”


“그놈들 말고는 종수에게 그런 짓을 할 놈들은 없으니까요.”


“그래, 일단 가보자. 시체를 계속 방안에 둘 수도 없으니까.”


박씨 영감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방에 뭔가를 몇 가지 챙겼다.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으며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곳.


힘없는 이들은 아무리 악다구니로 삶을 연명해도 마지막 말로는 언제나 늘 이랬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시체조차 찾지 못했고, 어떤 이들은 허접한 하수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죽였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사라지는 인생이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종수와 선미 남매는 어쩌면 그래도 보다 나은 죽음을 맞이한 건지도 모른다.


비록, 몬스터 사체를 태우는 소각장에서 소각되었지만, 햇볕 잘 들고 바람 선선한 언덕 위에 뿌려지게 되었으니까.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는 언덕 위에 박씨 노인과 유빈은 하염없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붉은 태양을 바라봤다.


“이제 내려가자꾸나. 우리가 할 일은 다했다. 종수 놈도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것이야.”


“그래도 억울할 겁니다. 녀석은 그저 길바닥에 버려진 천 주머니 하나를 주웠던 거 말고는 잘 못 한 게 없으니까요. 욕심을 내었던 것도 그 안에 희망이 담겨 있어서 그런 거고.”


“··· 세상에 주인 없는 물건은 없다. 그게 고작 망가지고 부서졌다고 해도 말이다. 누군가가 ‘이건 버린 것이오!’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


“종수가 잘못한 건 딱 하나다. 버린 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거.”


“··· 그 말을 듣지 못했다고 죽어야 하는 겁니까?”


“이 바닥에선 잘못된 선택은 곧 죽음이기도 하다. 너도, 나도 우리에겐 뒤가 없지 않으냐? 법도, 재력도, 무력도 없다. 매 순간이 선택이기에 더 신중해야 하고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게 힘없는 이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법칙이자, 규칙이다.”


“······”


“신중한 선택, 그리고 정확한 선택······”


유빈은 곧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주머니에 만져지는 물건 하나.


순도 95%짜리 회복 포션.


“내려가자꾸나. 넌 너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니 더 이상 자책하진 마라.”


“······.”


유빈은 터벅터벅 언덕을 내려가는 박씨 노인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분하지만 박씨 말이 맞다.


선택하는 것도 자신이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도 결국 자신이다.


종수처럼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이곳에서는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니까.


그래도 억울한 죽음이라면 누군가는 그 억울함을 헤아려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유빈은 오늘 자신의 선택 위에 기억 하나를 올려놓았다.


억울하게 죽었다면 그 건 누군가는 기억해 줘야 한다고······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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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 필드의 약탈자들 - 3 24.08.19 17 0 13쪽
22 7. 필드의 약탈자들 - 2 24.08.18 18 0 16쪽
21 7. 필드의 약탈자들 - 1 24.08.17 21 0 14쪽
20 6. 헌터가 되다 - 4 24.08.16 22 0 14쪽
19 6. 헌터가 되자 - 3 24.08.15 24 0 12쪽
18 6. 헌터가 되다 - 2 24.08.14 30 1 12쪽
17 6. 헌터가 되다 - 1 24.08.13 31 0 12쪽
16 5. 꿈으로 가는 길 - 2 24.08.12 27 0 12쪽
15 5. 꿈으로 가는 길 - 1 24.08.11 32 0 14쪽
14 4. 작은 영웅 - 2 24.08.10 33 0 13쪽
13 4. 작은 영웅 - 1 24.08.09 36 0 13쪽
12 3. 삶과 죽음의 경계 - 3 24.08.08 45 0 13쪽
11 3. 삶과 죽음의 경계 - 2 24.08.07 50 0 16쪽
10 3. 삶과 죽음의 경계 - 1 24.08.06 46 0 13쪽
9 2. 기억해야 하는 것들 - 4 24.08.06 47 0 14쪽
8 2. 기억해야 하는 것들 - 3 24.08.05 53 0 13쪽
7 2. 기억해야 하는 것들 - 2 24.08.04 61 0 14쪽
» 2. 기억해야 하는 것들 - 1 24.08.04 58 0 13쪽
5 1. 빈민가의 소년 - 5 24.08.03 77 0 14쪽
4 1. 빈민가의 소년 - 4 24.08.03 70 0 14쪽
3 1. 빈민가의 소년 - 3 24.08.02 69 0 14쪽
2 1. 빈민가의 소년 - 2 24.08.02 79 0 12쪽
1 1. 빈민가의 소년 - 1 24.08.02 1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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