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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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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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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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임무 투입

DUMMY

“신사도여 영원하라!!!!”


운석을 보자마자 돌진을 시작한 내가 외친 말이다. 죽기 전에 뭐라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 말이다.


일반적인 경우에 운석의 타격지점 근처에 있으면서도 살 방법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으로 무장한 나의 두 다리는 생각보다 빨랐다. 영국 신사들이 몰고 다니던 마차나 롤렉스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영국 신사들이 롤렉스를 탔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롤렉스는 시계 아닌가?


콰아아앙!!


공중에서 부서진 운석의 조각이 내 바로 옆을 부쉈다. 보아하니 맞으면 시체도 못 남길 것 같다.


와중에 지상에 있던 몬스터 놈들이 하나같이 튀어나와 나와 같은 돌진을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시작점도 없고 목적도 없는 돌진과 나의 엘레강스한 움직임에는 차이가 있다.


그건 바로.


아이 엠, 젠틀맨. 내가 신사라는 점이다.


꽈아앙!


“지져쓰!!”


놀라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면서 계속 달렸다.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폭발음이 안 들렸다.


아니, 한참 전부터 안 들렸나?


아무튼 나는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다.


말 그대로 초토화다.


주변 건물과 숲 등 생명이 일궈낸 모든 결과물들이 소멸했다. 정말 사방에 흙과 돌뿐이었다.


“어?”


갑자기 김정수가 떠올랐다.


운석은 여기에만 떨어진 게 아니다. 그렇다는 건 우리의 주차장도 박살이 났을 수 있다는 거다.


“게이트, 이 좆 같은···.”


다시 말하지만 욕설은 신사도와는 관계가 없다. 이유? 내가 욕설을 좋아하기 때문.


열심히 다시 달렸다. 다행히 매우 오랜 기간 단련해 A급에 턱걸이로 닿은 내 주력은 멀쩡했다.


한참을 달리자 저 멀리 지하주차장 근처의 폐허가 보인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폐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모두 부서진 것일까?


“정수야, 살아 있어라···.”


나는 한달음에 주차장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있어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홀리···.”


거대한 크레이터만이 하나 남아 있다. 사람들의 시체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내려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정수야···.”


크레이터 가운데로 뛰어내렸다. 일 톤은 될 돌덩이들을 집어 던지며 생존자를 찾았다.


하지만, 생존자는 없었다.




나는 크레이터 옆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신사도는 눈물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변에 기이한 파동이 감돈다.


씹어먹을 몬스터 놈들의 기척이다.


“젠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지하에서 오고 있으리라.


“씨발!!”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나는 일단 다시 달렸다. 나의 본능이 나를 이끌었다.


쿠궁···.


뒤를 돌아보니 보인다. 이 거대한 울림의 원흉이.


지름이 족히 100m는 될 거대한 애벌레 같은 몬스터가 땅을 비집고 나온다.


다른 걸 다 제외하고 크기만 봐도 A급 이상이다.


나는 놈이 먹어치우듯 뚫고 올라온 바닥 쪽을 바라봤다.


그 위치는, 김정수가 잠들어 있을 크레이터였다.


“개 같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




몬스터들이 창궐했을 지역으로부터 벗어났다. 나도 모르는 새 하루가 흘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정부가 설립한 제16피난소를 향하고 있었다.


평소에 거길 의식하던 버릇이 나를 이끈 것이다.


하루를 꼬박 달렸지만 힘들진 않다. 나는 생각하며 천천히 멈춰섰다.


고민이 된다.


지금 그곳을 향하면 나는 살 수 있다. 좀 떨어져도 A급이니 좋은 대접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거길 가지 않은 이유가 있다.


더러운 계급 제도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한참 피난소 쪽을 바라보다 결국 걸음을 뗐다.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때때로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동고동락한 생존자들과 김정수가 죽었음에도 내 정신은 그저 다음을 찾고 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슬퍼하고 과거를 떠올리고 소리를 질러대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내가 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멸망에 결국 나조차 잡아먹힌 것일까?


같은 주제로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는 본래도 눈물이 없었나.


사실 이제 와서는 의미 없는 질문이다.


난 다시 달렸다. 생각을 털어내고 삶에 더 집중하기 위해.


까마득히 멀리 보이던 피난소가 점점 가까워진다. 정부가 어렵게 확보한 건물과 높게 걸린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기 시작했다면 도착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다리는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난 내가 기피하던 정부 피난소에 도착했다.


주변을 경계하는 군인들의 외침이 들렸다.


“정지하라! 움직이면 발포한다.”


멈춰선 나를 노린 것은 총기였다. 용케도 고장나지 않은 것들을 구했다.


총을 든 사람들은 설마 정부 피난처를 단신으로 공격하는 놈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다지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다.


곧 군인 몇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은 내 모습을 힐끗 보더니 저들끼리 말했다.


“저거 옷 보니 미친놈 아닙니까?”


“글쎄. 아까 달리던 걸 보니 리미트 해제자인 것 같은데.”


그들은 내게 다가와 위아래로 나를 훑더니 말했다.


“여긴 무슨 일입니까? 그것도 혼자서.”


“A급 헌터 이상천. 제16피난소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동시에 서로를 돌아봤다. 가끔은 신사보다 헌터의 모습을 우선해야 할 때가 있다.


군인들은 곧 있다 누군가를 불러왔다. 그가 서류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데이터베이스에 있으시군요. 그 복장은 아티팩트입니까?”


“아뇨, 지팡이만 아티팩트입니다.”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은 젊은 군인이었다. 그는 사무직에 가까운 것 같았는데 손에는 종이 파일들을 들고 있었다.


헌터 명부다.


그는 내 자랑스런 옷가지들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나의 수준 높은 신사도에 질투하는 것인가.


나는 보폭과 몸가짐이 품위 있도록 주의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신사는 긴장하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주변에는 몇 개 안 되는 건물과 천막들이 즐비했다. 본래 아파트 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약 5만 명 정도가 여기 있습니다. 가진 능력에 따라 구역이 나누어져 있고, 중앙에 피난 정부 지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짧게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곳 지리는 대충 안다.


다만 5만 명이나 살아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피난소가 처음 세워졌을 때 수용 인구가 10만 명이었는데.


절반이나 살아남은 걸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다만 저 능력별 섹터 구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는 모습이 나의 신사도를 자극했다.


“피가···끓어오르는군요.”


나를 안내하던 남자는 나에게서 조금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나를 미친놈 보듯이 노려보는데, 나는 무시했다.


“······헌터 담당관을 만나보시죠.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그는 곧 사라져 버렸다. 나는 지부 건물 앞에 버려졌다.


다행히도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깐깐한 인상의 여자였는데 헌터 담당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헬로우, 마이 레이디.”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 하자 그녀가 기겁하며 손을 빼냈다.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니 넘어가자.


“뭐, 뭐 하는 거야!”


상대는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말했다.


“고전적인 인사이지요. 넘어갑시다.”


그녀는 나를 한참 노려보다가 말했다.


“···미친 새끼.”


그러고는 가 버렸다.


따라서 나는 할 게 없어졌다.


나는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 신사로서 아무데나 쳐들어갈 순 없지.


곧 또다른 남자가 나왔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나를 담당하는 사람이 두 번 바뀌었다. 좋은 소식은 아니다.


“따라오십시오.”


다른 헌터 담당관으로 보이는 그는 완전히 사무적인 태도였다. 나는 그에게 굳이 사담을 걸지 않았다.


그가 날 안내한 곳은 지부 내에 위치한 사무실이었다.


“A급 이상 헌터의 경우 대응 매뉴얼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긴 헌터 관리부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근무하시면 됩니다.”


그는 날 이끌어 한쪽 책상으로 향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기 홍차 있습니까?”


그는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그런 건 특별수당으로 따로 요구하면 줄 겁니다. 실적을 쌓으세요.”


“사무실 다 봤으면 생활공간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예.”


지부를 떠나 아파트 건물로 들어갔다. 내가 살 곳은 일 층에 있었다.


“일단 A급 헌터시니 여기 1급 구역에 배정받으신 겁니다. 하지만 실적이 별로 없더군요. 더 떨어지면 낮은 구역으로 가시게 될 겁니다.”


“여기는 홍차 없습니까?”


그는 내 질문을 무시했다.


“내일 7시까지 출근하세요. 일과 역할은 오늘 중으로 회의를 거쳐 내일 안내받으실 겁니다.”


그렇게 그는 떠났다.


문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살의는 없었기에 내버려뒀다.


“A급 헌터시라고요?”


갑자기 나타난 여자는 옆집 사람이었다. 이름은 이희정.


“마이 레이디. 안녕하십니까?”


뺨 맞는 일을 피하기 위해 나는 키스는 하지 않았다. 상대는 표정을 찌푸리다가 말했다.


“말투가 왜 그래요? 새로 사람이 왔길래 인사나 하려고 했는데.”


“저는 신사도에 입각해 철저한 신사의 태도를 취합니다.”


“아, 예···.”


그녀는 나를 이상하게 보다가 말했다.


“그 집에 배정받은 모든 사람은 베타 4팀에 들어가요. 전투 부대라서 자주 사람이 죽어 나가죠. 그냥, 조심하라고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는 다급히 그 문을 잡았다.


“무, 무슨···.”


“홍차, 있습니까?”


홍차는 없었다.


다음 날.


“베타 4팀입니다. A급이신 만큼 팀장을 맡아야 하지만 새 인사이기 때문에 일단은 대원입니다. 임무는 팀장에게 받으십시오.”


7시에 정확히 맞춰 출근했는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들은 말이었다.


“팀은 어디 있습니까?”


“여기로 올 겁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누군가 내게 찾아왔다. 키가 큰 남성이다.


“따라오세요. 내가 그쪽 팀장입니다.”


그러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갔다.


“당신 지각이에요. 작전은 못 듣겠지만 내용은 좀비 잡는 거라 별거 없습니다. A급이나 되시니 알아서 잘 하시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문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는 네 명의 팀원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모두 모르는 얼굴이다. 그들은 팀장이 오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정중히 물었다.


“팀장은 이름이 무엇입니까?”


그가 말했다.


“김정진.”


새삼 느끼지만 엄청난 속도로 팀원이 되고 작전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조직력에 감탄했다.


“일을 대충 하는 곳인가 봅니다. 고저스!”


팀원들은 첫눈에 나의 비범함을 알아봤는지 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행복감을 담은 것이겠지.


“야, 너. 좀 재밌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놈이 있었지만 얼굴도 안 보고 무시해줬다. 이후로 놈이 계속 나에게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솔직히 뭐라는지 모르겠다.


지부 밖에는 커다란 군용 지프 한 대가 당당한 위용을 내뿜고 있었다. 팀원들은 모두 거기에 탑승했다.


능력 검증이고 신뢰성이고 뭐고 다 무시한 첫 번째 임무였다. 아마 이 베타 4팀은 전멸해도 무방한 팀이 아닐까.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나라는 사람을 대충 쑤셔넣고 바로 임무에 투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에 병신만 남았군요. 고저스!”


모두가 나를 흘겨보는 가운데 지프가 덜덜거리며 출발했다.


“섹스.”


아, 방금 전 말은 그냥 해 본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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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라산? 24.09.10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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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1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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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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