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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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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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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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티칭

DUMMY

‘현재 팀에서 대기’ 명령이 내려온 것은 이틀 뒤였다.


내가 회의실을 개판으로 만든 뒤 그대로 보존하자는 파와 사형시키자는 파가 극렬히 대립한 모양인데, 결국 중간책이 답이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좋기만 한 결정이다.


책임이 늘어날 일도 없고 뒤질 일도 없으니.


아마 앞으로는 임무의 연속인 일상이 이어질 것이고 그건 정부가 망할 때까지 이어지겠지.


나는 조촐하게 개최된 환영 파티에서 케이크를 파괴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쫓겨나서 내 방에 갇혀 있었다.


팀에 병신은 필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나는 병신이 아니므로 나에 대해 성립하는 명제는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티고 있지만 실상 나는 방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 이틀째다.


심심함이 나를 잠식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신사의 덕목에 관한 882가지 팁이 그리웠지만 그 책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었다.


나는 끓어오르는 신사도에 대한 갈망을 애써 감추었다.


칼이나 닦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똑똑.


내 똑똑함을 알고 문을 똑똑거리는 건가.


나는 생각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었을 때 보인 것은 웬 남자였다.


“흠.”


이제는 이 사람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다.


정부 쪽에서 무언가 용건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다.


예컨대 박혜민이나 뒤진 김민정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상천 A급 헌터님 맞으십니까?”


“맞다.”


나의 대답에 남자가 이어 말했다.


“제16피난소 베타4팀은 현재 투입될 임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헌터님은 A급 헌터 합동 회의에 참가하셔야 합니다.”


“또 회의야?”


최민정은 임무에 금방 투입될 거라고 했었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예?”


나는 당황하는 남자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그게 상류층의 책임이긴 하지. 그래, 따라가겠다. 어디로 가면 되지?”


“···6회의실입니다. 따라오십시오.”


남자는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정부 요원답게 순식간에 진정했다.


남자가 앞서 가고 나는 그를 따랐다.


저번처럼 나를 엿 먹이려는 의도는 없나 생각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내가 그때 본때를 보여 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깽판을 놓았던 5층으로 올라갔다.


아마 5층이 회의가 주로 이루어지는 곳인 듯했다.


나는 남자를 따라 방 하나에 들어갔다.


거기엔 이미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하나, 둘, 셋···열 명이군.’


한강지부에 있는 A급 3명까지 데려와서 총 10명이 이곳에 있다. 나까지 포함한 숫자다.


새삼 정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거대 세력에 정면으로 대적하는 반군의 강대함을 깨달았다.


그들은 무려 A급 10명에 S급 한 명을 포함한 세력과도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 사실이 의아해지던 찰나,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앉아라.”


나한테 하는 말인가?


나는 서 있고 싶었기 때문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내게 집중되었던 시선이 싸늘해졌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비난한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


A급들 나름의 기싸움이 걸려 왔던 것 같은데, 본의 아니게 정면으로 응해 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럼, A급 헌터 이상천의 거취에 관한 회의를 시작하겠다.”


내게 시비를 털던 놈이 갑작스럽게 회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 그 주제는 이틀 전 병신들에 의해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뭐지?”


“이틀 전 국회의원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하며 얻은 결론이 있는데 왜 또 회의를 하는 거지?”


남자가 나를 노려봤다.


“네놈이 거기서 한 짓 때문에 세부 사항이 하나도 정해지지 못했기 때문이지.”


나는 찔끔했다.


하지만 그때 췄던 탭댄스는 정말 즐거웠으므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떤 세부 사항을 말하는 거지?”


나는 일단 질문부터 했다.


“전달받은 사항이 없나 보군.”


“?”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정작 그 세부사항을 알려주진 않았다.


회의는 제멋대로 시작했다.


내용은 상당히 지루했다.


내가 팀이 남는 것은 정해진 일이지만 전략병기에 가까운 잉여전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내가 폭동을 일으킬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았던 것이다.


나는 나에 대해 열중하는 아홉 명의 인원을 보다가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


나는 어떤 미친놈을 족치는 꿈을 꿨는데 그놈의 대가리를 깨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천. 이···천! 이상천!!!”


“씨발!!”


나는 잠에서 깼다.


“지금 잠을 자는 건가?”


“좆까!! 누가 감히 날 깨우는가!!!”


나는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의 단잠을 깨우는 자는 죽어 마땅할지니.


나를 노려보는 아홉 쌍의 눈을 차례로 보다가 나를 깨운 놈을 노려봤다.


“너인가?”


놈은 나를 무시했다.


“이상천. 못 들었을 테니 알려주지. 네 자세한 거취는···.”


“좆까!! 뒤져!!!”


나는 칼을 들고 놈에게 돌진했다. 순간 사방에서 매서운 기척들이 느껴졌다.


멈칫.


나는 이동하던 중간쯤에서 멈춰섰다.


“....”


스릉.


네 명의 사람이 냉병기를 들고 내 목을 노리고 있었다.


“이상천. 네맘대로 되는 것은 이제 없다.”


남자가 나를 노려봤다.


그는 여전히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일말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자세였다.


나는 그래서 화가 더 났다.


전속력으로 소드 스틱을 뽑아 들었다.


파창!!!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나를 가로막던 네 개의 냉병기가 뒤로 물러났다.


“······!”


“미친···!”


침음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땅을 박찼다.


쾅!!


바닥이 움푹 꺼지는 동시에 신형이 하늘을 날았다.


화아악!!


"막아!!"


"놈이 공격을 시도한다!"


A급들이 나를 저지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놈의 목에 칼을 들이대기까지 찰나였다.


“무슨···!”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내 좆대로 할 거다.”


나는 벌써 이곳에서 두 개의 회의를 족치는 놀라운 업적을 세워 버렸다.







“교관이라고? 네가? 그 개짓거리를 해 놓고?”


최민정의 말이다.


또다른 개판이 벌어진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정해진 내 세부 직책이 교관이라서인데,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나에게 가르침의 재능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실로 의문이다.


한편 팀원들은 할 일이 없어서 경비대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사실 준비라고 해 봤자 별 것 없다.


정부 본부를 공격하는 미친놈은 강 위쪽으로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 반군만이 대들 수 있을 뿐이다.


즉 경비대는 아직까지는 할 일이 적은 직군이었다.


하지만 일이 많은 직군도 있다.


바로 교관이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리미트 해제나 초능력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예의 없는 것들을 교육하는 일이다.


그들은 주로 어린 나이에 각성하고 교육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거두어진 사람들이었다.


힘을 가진 어린놈들만큼 기고만장한 것은 세상에 없다.


하물며 멸망한 시대에서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상태의 그들은 어떨까.


실로 지옥일 것이다.


비록 가르침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고 해도 배울 마음이 없는 것들은 가르치기 어려우므로 나는 상당한 난항을 예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팀원들은 나를 남겨놓고 떠나 버렸다. 나는 슬픈 표정으로 지하 훈련장을 향했다.


하지만 가는 길조차 순탄하지 않았다.


붙어 있는 팻말을 따라갔는데도 일곱 번 길을 잃었다.


“이런 젠장···.”


이 건물이 상당히 대충 지어진 탓일 것이다.


본래 있던 건물 두 채를 기반으로 했으니 내부 구조가 미로 같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원래 시간보다 5분가량 늦고 말았다.


지하 훈련장 문앞에 도착했을 때 대화 소리가 들렸다.


“···래서, 이번에 오는 교관 진짜 개병신이라던데.”


“설마 저번 새끼만큼이나 병신일까?”


“그 새끼 족치는 거 존나 재밌었는데.”


“근데 이 새끼 왜 안 와?”


그러고는 킥킥거리는 소리.


나는 성격 나쁜 어린놈들이 이곳에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기선제압을 해야겠군.’


콰아아앙!!!


나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부서진 문짝이 저 멀리 날아갔다.


“···뭐야?”


“습격인가?”


문짝에 훈련장 벽에 박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개씨발!!! 다 대가리 박아!!”


남자가 7명, 여자가 5명.


제압하기 간단한 숫자다.


나는 나를 보는 병신들의 눈빛을 보자마자 결심했다.


‘존나 팬다.’


물론 팬다고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패겠다.


내가 스트레스가 쌓여 있으므로,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에서.


“으아아아아아!!!!”


나는 곧바로 돌진을 감행했다.


“이, 이 새끼 뭐야!!”


먼저 표적이 된 두 놈이 어설픈 자세를 잡았다.


적을 목격하자마자 전투준비에 들어가는 걸 보니 완전 폐급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엉성한 자세는 나를 분노하게 했다.


빠악!!


대가리를 한 번에 후려쳐 기절시킨다. 상황을 파악한 놈들이 제각각 자세를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결심했으니.


빡! 빡! 빠악!!


몇 번 공격할 필요도 없다.


해제 레벨이나 초능력 자체는 뛰어난 것 같은데 경험과 기술이 형편없었다.


나름 연습한 듯한 공격을 뻗어 오는 놈도 있었는데 역시나 부실했다.


나는 특별히 놈을 두 대 때려 주었다.


“악!!”


“억···.”


차례차례 쓰러지는 놈들.


그런데 가슴팍에 붙은 명패를 보니 이놈들 죄다 성인이다.


그러니까 게이트 사태 이전에 청소년이었다가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7년동안 어린놈 취급을 받아 온 놈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어떻게 이 정도로 나이를 먹고도 신사적이지 못하단 말인가?


나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제일 먼저 깨는 새끼부터 족쳐 볼까,어쩔까.”


나는 기절한 병신들 사이에서 다리를 꼬고 앉았다.


한 놈 한 놈 얼굴을 스캔하는 건 기본.


전임자를 쫓아낼 만큼 콧대 높은 놈들이다.


아주 철저히 그 자만심을 밟아 줘야 했다.


십 분 뒤.


“으윽···.”


한 놈이 깨어났다.


“잘 잤니?”


놈이 날 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이, 씨···.”


바로 덤벼들 거라는 내 기대와 다르게 놈은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쯤 곳곳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으으···.”


“아, 머리···.”


슬슬 한 명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깨어난 놈들을 일렬로 세웠다.


그들도 쳐맞고 싶지는 않았는지 말없이 줄을 섰다.


다만 눈빛은 명백히 불응을 나타내고 있었다.


용납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이 모두 줄울 서자마자 말했다.


“너희들.”


“?”


“내가 오늘부터 니들 엄마다.”


“??”


나는 덧붙였다.


“너희들은 나의 가르침을 어머니의 그것처럼 따르도록.”


놈들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교관님. 아무리 그래도 보자마자 공격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게다가 저희를 모욕하는 건 교육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논리적으로 항의하자 나는 피식 웃었다.


“좆까고. 너희가 해야 할 건 하나다. 지금부터 서로 죽인다.”


“···예?”


“싸워서 살아남는 한 놈은 살려준다. 나머지는 밥을 안 주겠다.”


최고의 가르침은 실전이다···라기보다는 사실 이 대사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나는 씩 웃었다.


“거부할 경우 너희들을 모아 놓고 몬스터들을 풀겠다. 내가 못 구할 것 같냐? 그럴 거 같지? 아니야 이 씨발새끼들아. 다들 좆이나 까라고.”


나는 땅을 칼로 쳤다.


땅!!


동시에 외쳤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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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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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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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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