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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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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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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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DUMMY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열심히 춤을 추며 목각인형들을 부수다 정신이 차린 뒤다.


사방이 어두웠다.


“?”


나는 물음표를 띄우는 고전적인 방식을 통해 내 의문을 표시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흠.


가만 생각해 보니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


아니, 아예 안 쉬어진다.


그리고 전신에 느껴지는 버석버석한 감촉.


“!”


나는 이번엔 느낌표를 띄워 올렸다.


나는 땅 속에 박혀 있던 것이다!


“쓉ㅃ···!”


욕을 하려는 순간 입에 흙이 쳐 밀려들어와서 말을 못했다.


다행히 손 근처에 내 지팡이가 만져지는 것으로 보아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 모양.


나는 전력을 다해 몸을 뒤흔들었다.


마치, 잡혀 올라와서 힘차게 펄떡대는 참치처럼.


콰아앙!!


나는 내 밑에 있는 줄도 몰랐던 돌덩이를 부수며 날아올랐다.


‘아, 그래, 참치. 그 우아한 곡선, 뾰족한 아가리, 멋스러운 돛···아, 그건 청새치인가?’


퍽!


지면을 통째로 부수고 날아오른 대가로 나는 땅에 떨어졌다.


“오우, 뻐킹 마이 아이즈!!!!”


스코틀랜드식 영어 발음을 구사하며 눈에 들어간 흙을 닦아냈다.


“뻑!! 뻑킹!! 마이 바디!!!!”


전신에도 흙이 묻었다. 나는 힘겹게 그것들을 다 털어내기 시작했다.


“젠장.”


흙이 너무 구석구석 들어차 있어서 전부 없애기가 힘들다.


옷은 세탁하고 몸은 씻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솔직히 이 시대에 그런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긴 어디?”


나는 또다른 고전적인 대사를 읊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폐허뿐이다.


알아볼 수 잇는 건 구석에 처박힌 전광판 하나뿐. 그마저도 거의 녹았다.


-머ㄹ


일단 한국인 건 맞고.


내 예상이 맞다면 나는 게이트를 넘어왔다.


거울 같은 보라색 경계를 넘는 장면이 어렴풋하게 기억 속에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게이트 너머의 알 수 없는 이세카이가 나와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혀 생뚱맞은 곳에 떨어진 것이다.


정황상 게이트를 넘어 다른 게이트로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그것도 말이 안 된다.


게이트 너머를 탐사하려는 시도는 몇 번 있었지만 또다른 출구를 발견한 적은 없다.


즉 나는 게이트 안에서 탐사대도 이동하지 못한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살았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다시 전광판을 보았다.


바닥에 박혀 있어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나는 전광판으로 다가가 그것을 들어 올렸다.


“미친?”


-제주특별ㅈ


“제주도?”


내가 놀란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제주도에는 게이트가 없다.


둘째, 제주도는 망했다.


바다를 건너 넘어온 몬스터들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에 갑작스럽게 대형 게이트가 생겨났고 그것들이 바다를 건너 제주도까지 왔다.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가 대부분 비행종이어서 가능했던 일.


게다가 통신이 마비된 지금 일본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어서 그 게이트를 막지 못하는 이유도 알 수가 없다.


몬스터만 문제였으면 차라리 양반이다.


제주도는 일찍이 몬스터에게 완전히 점령당했고 정부는 결국 미사일을 발사했다.


제주도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은 죽음의 땅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소식이 끊긴 일본처럼 제주도의 소식도 끊겼다.


최소 3년 이상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흠.”


일단 지금 내가 서울로 돌아갈 방법은 수영밖에 없다.


하지만 기상 상태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그럴 수는 없다.


“또 헤어졌군.”


나는 팀원들을 회상하며 걸음을 옮겼다.


인류 문명의 이기와 이계의 악마들이 동시에 휩쓸고 간 제주도는 그야말로 황량했다.


내가 땅을 파고 기어 나온 곳은 그나마 도심 근처였지만 이곳의 상태는 본토보다도 심각했다.


멀쩡한 건물이 아예 없다.


겨우겨우 무너지지 않고 뼈대만 남아있는 건물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완전히 무너졌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령도시인 것이다.


세 시간가량 건물들을 뒤지고 다닌 나는 결국 불평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진짜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지?”


생존자는커녕 시체도 없다.


폭격과 몬스터 웨이브가 이어졌다면 시체가 쌓이는 게 정상인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끼이이이익-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종 몬스터 한 마리.


그놈을 따라간 내 시선의 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저건···.”


그곳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둥지?”


너무 커서 둥지라고는 생각도 못 한 물체.


건물의 철골이나 자동차 등을 이용해 만든 그것은 분명 둥지였다.


나는 순간 확신했다.


폭격 이후로도 몬스터는 끊임없이 넘어왔고, 그들이 제주에 남은 모든 시체를 먹어치웠을 거란 사실을.


“젠장.”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주도는 몬스터 소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생존자는 섬 전체를 뒤져도 없거나 한두 명만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음?”


나는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오?”


상대가 입을 오므리고 감타사를 내뱉는다.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단숨에 알아봤다.


그는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새빨갛게 칠한 코, 과장되게 그려진 입술, 눈 주변의 파랗고 노란 무늬들.


틀림없는 광대의 형상이다.


“님, 사람?”


그가 내게 물어 왔다.


하지만 내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고 있었다.


그가 입은 검은 정장.


내 것과 완벽하게 똑같다.


프록코트는 없지만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같은 거다.


상대도 그걸 알아봤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옷···.”


“같은 거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미친 새낀가?”


내 질문에 광대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님이 더 미친 새끼 같은데요?”


그가 씩 웃었다.


“그 눈깔. 아주 제대로 돌았는데요?”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카앙!!


나는 칼을 들고 광대를 막아서고 있었다.


“뭐야, 세네요?”


광대가 과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왼손이 활처럼 당겨지더니 내게 뻗어 왔다.


정상적인 궤적이 아니다.


나는 그 손의 초월적인 속도를 인지하자마자 몸을 크게 돌렸다.


콰아아앙!!!


몸을 완전히 낮춘 채 아래에서 위로 차 올리는 발차기.


부딪힌 손이 금속 같다.


단순히 단단한 게 아니었다.


재질 자체가 다르다.


“초능력인가?”


질문하는 동시에 칼을 놓고 주먹을 내질렀다.


파앙!


“읏···!”


신음이 들려왔지만 타격음이 이상했다.


마치 거대한 풍선을 친 듯한 느낌.


나는 그 이유를 바로 확인했다.


광대의 몸이 날아가다가 갑자기 부풀어 오른다.


몸통 부분이 거대한 풍선처럼 변하기까지 잠시였다.


푸쉬식···.


그러고는 곧바로 바람이 빠졌다.


그때는 이미 광대가 한참을 뒤로 물러난 뒤였다.


“이야, 생각보다 더 센데요?”


금속처럼 변한 손, 부풀어 오르는 몸.


신체를 변형하는 초능력이다.


내가 칼을 고쳐 쥘 때였다.


“좋아요, 그만하죠. 살아남을 정도는 되는 것 같으니까요.”


갑자기?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


“으아아아아아!!!!!!”


“???”


마치 다 끝났다는 듯 자세를 푸는 광대에게로 돌진했다.


놈의 당황하는 표정이 보인다.


“자, 잠깐, 제가 공격한 건 그냥···.”


“뒤져!!!!!”


나는 전력을 다해 지팡이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피하지 못한 광대의 눈이 뒤집했다.






“끄응···.”


한참을 기절해있던 광대가 드디어 깨어났다.


나는 놈에게 침을 뱉었다.


“퉷.”


“?”


광대가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딴청을 피웠다.


“이게 지금 뭐···아니, 아닙니다. 됐어요. 그보다 당신은 누굽니까? 여기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는데.”


애써 분을 삭이는 모습. 나는 피식 웃었다.


“과인은 서울에서 왔다.”


“아······예. 어떻게요? 설마 수영해서?”


나를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게이트 타고.”


광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이트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립니까?”


“뚱딴지 같은 건 네 면상이다.”


나는 하얗게 분칠된 광대의 얼굴을 가리켰다.


“왜 그러고 다니는 거지? 병신같다는 걸 모르나?”


광대가 정색했다.


“병신이라니요? 제 정체성입니다만?”


나는 그의 뺨을 후려치려다 간신히 참았다.


“그 정장은 어디서 얻은 거지? 네 말대로 여긴 게이트가 없을 텐데.”


광대가 답했다.


“몬스터 둥지를 몇 개 털었죠. 놈들이 깔개 같은 용도로 쓰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거 중요한 질문인데요.”


광대가 계속 말했다.


“진짜 어떻게 온 겁니까? 여길 나갈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 진지한 문젭니다.”


“게이트 타고 왔다니까.”


광대가 내 대답에 표정을 찌푸렸다.


“아니, 개소리 말고요. 이거 그쪽한테도 중요한 문제일 거예요. 아니, 지금 저희 상황이···.”


“저게 더 중요한 문제 같은데.”


나는 광대의 말을 끊었다.


하늘을 날다가 우릴 발견한 몬스터 한 마리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광대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일단 갑서 얘기합시다. 안전한 곳이 있어요.”


광대는 그러고는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들었다.


그가 야구 투수 같은 자세를 잡으며 오른팔을 부풀렸다.


“근육을 늘리는 겁니다.”


딱히 궁금하진 않은 설명이 이어졌다.


광대가 곧 진지한 눈빛을 하더니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파아앙!!


다리를 내리며 엄청난 속도로 투구. 돌멩이가 대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쾅!!


몬스터의 가슴에 명중했다.


끼에에에-!


놈이 울부짖으며 추락을 시작했다. 광대는 돌아보지도 않고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따라오십쇼. 동료가 죽었으니 몬스터들이 몰려들 겁니다.”


나는 광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삽십 분이 지난 뒤.


“에고. 지나칠 뻔했네요.”


광대가 갑자기 멈춰섰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 무너진 집 한 채뿐이다.


“저건가?”


내 질문에 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은 맞았어요.”


그가 거의 부서진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나는 따라 들어가며 그 문을 부쉈다.


쾅!!


“···무슨 이딴 새끼가···.”


광대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문이 지나치게 걸리적거렸을 뿐이다.


광대가 집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바닥에 있던 뚜껑을 당겨 열었다.


엄청난 두께였다.


“방공호인가?”


광대가 긍정했다.


“예전부터 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애용하게 되었지요.”


그가 나를 돌아봤다.


“이건 부수면 안 됩니다.”


나는 바로 대꾸했다.


“날 병신으로 보다니, 불쾌하군.”


광대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먼저 방공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제법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짜잔.”


광대가 저렇게 말할 만했다.


위에 있던 집보다 훨씬 넓은 공동은 물론 이어진 굴도 다섯 개나 있다.


이 정도면 지하 저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무려 A급 해제자를 노동력으로 갈아 넣은 곳이지요. 원래는 좁았는데 훨씬 넓혔답니다.”


광대가 자랑스레 말했다.


와중에 나는 방공호를 면밀하게 살피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사람 뼈인가?”


광대가 갑자기 흥분했다.


“오!! 보셨군요! 맞습니다, 저희 집의 자랑이지요. 저기 보이시는 분은 저희 아버지, 안쪽에 계신 분은 어머니, 4번 방에 들어가면 동생 네 명과 삼촌도 계신답니다. 뿐만 아니라 외삼촌, 할아버지, 할머니···다 제가 죽였어요!!”


나는 순간 이 미친 새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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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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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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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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