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75
추천수 :
0
글자수 :
90,911

작성
24.08.19 18:1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젠틀맨, 승리

DUMMY

갑작스레 출현한 몬스터.


공포 게임에나 나올 법한 외형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제멋대로 일그러뜨린 모습인데, 불쾌함을 넘어 공포를 불러일으킬 만큼 기괴했다.


나는 나름 몬스터들의 종류를 외우고 있었기에 바로 단정할 수 있었다.


신종이다. 그것도 높은 등급의.


김정진의 말이 들려온다.


“······감지 이능으로 보았을 때 최소 B급. 동물형의 몬스터들과는 다른······악의가 느껴진다.”


그는 감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에너지와 감정 상태 등을 읽어내는 힘. 지금 같이 신종 몬스터가 출현한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능력이다.


그의 말대로 키가 3미터쯤 되는 놈은 우리를 향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저서야 놈의 발소리가 왜 철퍽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다리에 인간 시체를 꿰고 있다.


코끼리 같은 몸통에 비해 기형적으로 얇은 다리에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가 박혀 있다. 거기서 쏟아지는 피가 기이한 발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다.


조금 공격적이고 거대한 짐승에 가깝던 지금까지의 몬스터들과는 다르다.


저건 분명히 인간을 겨냥한, 어쩌면 악마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신을 믿지 않는 나조차 놈의 선명한 악의 앞에서는 악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천. 상대할 수 있겠나?”


나도 상대할 수 없다면 당장 도망가야 하기에 물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A급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군.”


내가 팀장에게 존대를 해야 하는지 그럴 필요 없는지 순간적으로 고민되었다. 그래서 그냥 반말하기로 했다.


몬스터가 시체를 다리에 꿰고 다닌다는 건 덩치와 달리 속도가 제법 빠르다는 것.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팡이에서 얇은 검을 당겨 빼고 한 손엔 칼집을, 한 손엔 칼을 쥐었다. 칼집도 파괴 불가라 제법 강력한 무기가 된다.


폐건물 내부를 단숨에 달려 깨진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놈의 고개가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


구조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각도인데도 그랬다. 놈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 직각을 만들었다.


끼아아아악!!


울음소리가 사람의 것을 닮았다. 멀리서 들으면 여자의 비명소리로 착각할 법하다.


콰앙!!


단단한 몸체 위에 착지해 칼을 박아 넣었다. 동시에 몬스터의 거체가 몸부림치고, 그 힘을 이용해 등을 길게 쭉 그었다.


꾸드득....


마치 시체 같다.


피가 전혀 흐르지 않고 말라붙은 살점이 드러났다.


콰아아앙!!


놈의 다리가 내 위치 바로 옆의 기둥을 후려쳤다. 견고한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기둥에 금이 쩍쩍 갔다.


그때쯤 팀원들의 지원사격이 시작됐다. 그들은 나만 활약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터엉!! 화르르륵!


최민정의 포탄과 정지훈의 불꽃. 이따금씩 작은 규모의 폭발도 일어난다. 김다혜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시체 같은 놈의 신체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최민정만이 가끔씩 살점 일부를 파내는 정도에 그쳤다.


나는 놈의 공격을 피해 뒤로 달리다가 도약을 준비했다. 참고로 내 칼의 이름은 장띠 옴므. 프랑스어로 신사라는 뜻이다.


“장띠옴므···어택!!”


기술명은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다. 나는 자책하며 칼을 쭉 뻗었다.


쿠우웅!!


몬스터의 몸에 정면으로 때려 박히니 거대한 망치로 후려친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실제로 위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쩌적···


놈의 마른 몸이 갈라진다. 그제서야 썩어 말라붙은 피가 드러났다.


“홀리 지져쓰!!”


이제 확신할 수 있다. 놈은 절대 생명체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위협이 도래한 것이다.


몸에 칼을 박은 채로 크게 휘돌아 다시 한 번 후려쳤다. 거체가 크게 갈라진다.


끼이이이익!!!


몬스터가 울부짖었지만 무시했다. 내가 입힌 상처 사이로 불꽃과 탄환이 박혀 든다.


이런 종류 몬스터는 생명이 질겨서 상처를 내는 것만으로는 죽이기 어렵다. 목을 쳐야 했다.


“흠.”


근력과 기술이 딸리는 오른팔로는 버겁다. 나는 검을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몸을 날리고 검을 공중에 휘두르며 감각을 되살렸다.


갑자기 공격을 중단하고 칼을 만지작대니 외침이 들렸다.


“이상천!! 뭐 하나!”


김정진이 분노했지만 무시했다. 큰 상처를 입은 몬스터가 팀원들을 향하려다 나를 돌아봤다.


아직 감각이 안 돌아왔다.


놈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제법 거리를 벌려 놨지만 좁혀지기까지 한순간이었다.


길고 얇은 다리가 들려 올라갔다. 다리에 걸린 시체들이 흔들거렸다.


단숨에 꿰기 위해서다.


나는 놈이 웃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콰아아앙!!


찰나의 순간 다리가 짓쳐들고 내가 서 있던 자리를 파괴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다.


몬스터의 등 위에서, 나는 검을 크게 한 번 떨쳤다.


쩌적.


길게 이어진 금이 몬스터의 목을 가로질렀다.


놈이 버티는 듯하더니 곧 움직임을 멈췄다.


비산하는 살점과 함께 그제서야 몬스터의 목이 떨어졌다.


쿵!!


나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상황 종료.”


순간 적막이 감돌았다.




새로운 몬스터 타입의 등장은 우리의 목숨보다도 중요한 사안이다. 김정진은 무전기로 곧장 지부와 교신했다.


-···확인했습니다. 인면수(人面獸)의 등장은 얼마 전 보고되었으나 대형은 목격된 적이 없습니다.


들려온 대답이다. 새로운 타입을 발견하고 사살한 만큼 포상이 주어질 거라고.


곧 몬스터의 시체를 옮기기 위해 트럭이 이쪽으로 온다고 했다.


우리의 다음 임무는 이 시체를 지키는 것. 몬스터의 표본은 언제나 귀중한 물자였다.


“여기서 대기합니까, 팀장?”


정지훈이 물었다. 김정진은 고개를 저었다.


“공격당할 위험이 있으니 시체를 운반해 숨기고 대기한다. 여기는 몬스터 출현지인 만큼 다른 위협이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다보니 저 인간이 임무를 두 개나 해결했네요.”


최민정이 작게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모두가 무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진도 미소를 지었다.


“재액인지 홍복인지 모르겠군.”


나는 오랜만에 칼을 휘둘러서 덜덜 떨리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쪽 손은 예전에 부상을 입어서 많이 쓸 수 없다.


“어디로 갑니까?”


질문에 김정진은 저 멀리 보이는 구멍을 가리켰다.


공교롭게도 지하주차장이다. 나는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붙잡았다.


굳이 나쁜 모습 보일 필요 없다.


“왜 그래? 다쳤어?”


덕분에 오해를 샀지만 상관없다. 나는 타인을 배려하는 신사니까.


지하주차장 입구에 시체를 밀어 넣고 우리도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그 시체 옆에는 있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의 얼굴을 한 괴물이 시체를 다리에 줄줄이 매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나는 그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시체의 머리에 몸을 기댔다.


팀원들은 이제 내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시선을 주고 말 뿐이었다.


나는 잠시 잠에 들었다.




“일어나! 습격이다!!”


내가 잠에서 깬 건 잠시 후···인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자다 깼다. 일어나 보니 그동안 별 활약이 없던 팀원들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탕! 탕!! 탕!!


이따금씩 일반 권총의 소음도 들려온다. 아마 적의 것인 모양이다.


마른세1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들은 사람이었다.


우리와 조우했던 생존자 무리다. 그 중에서도 낮은 등급 헌터가 있었는지 제법 팽팽한 싸움이었다.


일단 상황은 묻지 않고 합류하려는데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왔다.


퍽!


손으로 잡았다. 저격수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격수는 낭만의 상징···.”


중얼거리며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다. 총탄과 정체모를 에너지 덩어리가 빗발치는 통로를 걸었다.


“야!! 너 어디 가! 아니···시발, 말을 말자.”


걸음의 미학은 역시 품위에서 나온다. 나처럼 단정한 복장을 하고 예의를 견지해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 옷은 게이트 너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어력이 없다. 공격은 전부 막거나 피해야 한다.


피잉-!


마침 다리를 노리고 총탄이 날아왔다. 제법 정확한 저격인데, 나는 우아한 동작으로 그것을 쳐냈다.


땅!


단단한 지팡이와 총알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나는 우아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상천!! 뭐 하는 거냐!”


김정진의 외침이 들리지만 나는 잠이 깨면 산책을 즐겨야 한다. 여기가 어디든 나는 신사로서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땅! 땅! 땅! 퍼벅!!


"땅, 땅, 띵...띵띵땅땅땅...."


총알과 에너지 덩어리를 튕겨내다 보니 어느새 적진이다. 나는 인사를 건넸다.


“Bonjour?”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가운데 정적이 흘렀다. 멍한 얼굴의 적들이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물러서고, 한 남자가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왔다.


“물러나라. 내가 상대한다.”


그는 체구에 걸맞은 굵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는데 얼굴에 새겨진 칼자국으로 보아서 삼류 악당이 분명하다.


다시 인사를 건넸지만 또 무시당했다. 이쯤 되면 나도 화가 난다.


“Bonjour?!!”


실시간으로 꿈틀거리는 남자의 표정을 관측하던 중, 그가 나의 가슴을 손으로 턱 쳤다.


“새끼. 뒤지러 온 거지?”


그의 얼굴에 선명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가 다시 한번 나를 쳤다.


턱!


“새끼야. 좆 같은 불어 하지 말고 대답을 해, 씨발!!”


그러면서 고릴라의 것으로 착각할 만큼 큰 주먹을 휘둘러 왔다. 속도로 보니 B급 해제자는 되어 보인다.


스걱.


공기를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던 주먹이 갑자기 멈췄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손이 알아서 움직인 모양이다.


“끄아아아아악!!!!”


이름모를 거구가 예의를 모르고 울부짖기에 머리도 베었다. 주차장의 정적이 짙어졌다.


퍽.


피가 뿜어져 나오는 머리와 몸이 무너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죽은 거구의 뒤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던 사람들을 봤다. 그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한 말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팀원들이 많이 다쳤다. 적 중에 에너지 구체를 던지는 초능력자가 있었다는 모양인데 그 위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정지훈이 가장 많이 다쳤다. 불꽃을 던지려다 구체를 정면으로 허용한 것.


덕분에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 만큼의 타격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물론 해제자에게 이 정도 상처는 치명상이 아니다.


나는 전에 신체의 피부가 거의 갈려 나가고도 싸우는 광인을 본 적이 있다. 심지어 그는 웃고 있었다.


신체적인 대미지는 물론 고통에 대한 저항력도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정지훈의 신체는 빠르게 수복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도 살점이 통째로 터져 나가는 상처를 입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해제자가 아닌 김다혜는 뒤로 물러나 있어서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그래도 부상이 악화될 수 있기에 빠르게 응급처치를 했다.


멀리서는 김정진이 투항한 자들을 심문하고 있다.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제법 술술 부는 듯한데 내가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 최민정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좀 적당히 하면 안 되냐? 처음부터 싸웠으면 우리가 다칠 일도···아, 진짜로 미친놈이라 답이 없나. 씨발, 이 팀은 멀쩡한 새끼가 없어.”


그녀는 나에게 욕을 하려다 제풀에 그만뒀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에게 말했다.


“레이디, 미친짓으로 보이겠지요, 나의 신사도는. 하지만 어쩔 겁니까? 나는 몬스터들 앞에서도 부러지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려는 겁니다.”


최민정이 나를 멍하게 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래, 이미 부러진 것 같은데.”


그녀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김정진에게 가 버렸다. 나는 오랜만에 진의를 말했건만 무시당한 상황이 슬퍼서 울상을 지었다.


그때쯤 내 감각에 멀리서 트럭 소리가 잡혔다. 시체를 가지러 오는 피난소 차량이리라.


내 두 번째 임무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오귀스트 24.09.11 7 0 12쪽
21 한라산? 24.09.10 8 0 12쪽
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2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 젠틀맨, 승리 24.08.19 18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6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