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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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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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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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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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탭댄스

DUMMY

“아니, 사형은 그래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참고로 나는 사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예?


김정진의 태도가 실로 진중해서 개소리를 하는 건지 고양이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네 이력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더군.”


그 정도인가?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김정진을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


상부 명령으로는 내가 복귀하자마자 불러오라는 지시였다는데, 나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일단 따르기로 했다.


정부 말 안 들어서 좋을 거 없다.


밖에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법 훤칠한 청년이었는데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


A급 헌터였다.


“가시죠.”


그가 내게 말했다. 김정진이 내게 한 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죽지만 마라.”


역시, 아까 그 말은 농담이었나.


헌터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말이 없던 헌터가 그때 입을 열었다.


“이번 사안은 워낙 특수하고 중대한 사항이라 상부 위원 전체가 지켜볼 겁니다. 한강 지부때처럼 성실히 답하지 않고 난동을 부린다면 당신은 즉시 처형될 테죠. 주의하십시오.”


듣자하니 내가 무슨 짓을 하며 살아왔는지 다 알고 있을 기세였다.


그와는 관계없이 그의 태도는 실로 불경했는데 나를 무시하는 시선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한 다음 말에서 그 사실이 완전히 드러났다.


“당신 주제에 맞게 행동하라는 겁니다. 이해했습니까?”


그의 시선은 보통 흠 하나 없이 완벽하게 살아온 엘리트들에게서 보이는 것인데 물론 내 알 바가 아니다.


나는 특수하고 중대한 사항의 힘을 그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 순간이었다.


“호잇!”


그의 두 사리 사이에 발을 살짝 밀어 넣고 당겼다. 즉시 놈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도 만만하진 않았다.


“무슨···!”


압도적인 근력으로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너무 거친 방식이었다.


미세하게 다리의 균형을 두 번 바꿨다.


“호잇! 호잇!!”


“큽···!”


첫 번째에서 놈의 힘이 풀어졌고 두 번째에서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


탁!


다리를 살짝 들자 놈이 꼴사납게 넘어졌다. 손을 짚으려 하길래 지팡이로 선수를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쿵!


“당신, 이게 지금···.”


“미안. 실수.”


그렇게 말하고 나는 먼저 걸어갔다. 회의실이 어딘지는 눈 감고도 알 수 있을 듯했다.


늙은 목소리들이 무언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가 났는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다행히 청년은 나를 공격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나는 불타는 듯한 그의 시선을 등으로 받아넘기며 걸어갔다.


그리고 세 번째 방의 문을 열었다.


콰앙!!


순간, 익숙한 정적.


문을 너무 세게 열었나 고민할 때였다.


“헌터 이상천입니까?”


웬 늙은이가 내게 물었다.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그가 잠시 나를 훑어보고는 말했다.


“여러분, 이번 회의의 주요 사항 중 한 명인 이상천 씨께서 오셨습니다. 먼저 이 안건부터 해결합시다.”


다행히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길게 놓인 ㄷ자형의 탁자에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중앙에 앉은 사람만 알아봤다.


다름아닌 대통령이다.


“와, 나 대통령이 보자고 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


실수로 생각만 한다는 걸 입 밖에 냈다. 나도 모르게 입을 막고 있으려니 누군가 딴지를···.


걸어 줬으면 차라리 나았겠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일단 닥쳤다.


“이상천 씨. 저희가 질문을 하면 대답하시면 됩니다. 그 이상으로 말하실 필요는 없어요.”


나는 한 사람이 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 청문회에 가까운 회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한 여자가 질문했다. 그녀는 오소리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천 씨. 당신은 올바른 판단을 할 만큼의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습니까?”


대놓고 내가 제정신인지 물어 온다. 나는 일단 긍정했다.


“어.”


“당신 이력을 보면 아닌 것 같은데요?”


“어?”


이럴 거면 질문은 왜 한 거지?


속으로 의문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내가 당신의 이력을 직접 읽어드려야 합니까?”


나는 당황했다.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이상천 A급 헌터. 21살에 리미트를 해제한 뒤 헌터 육성기관 ‘아카데미’ 입학. 검도 대회 수상 기록 다수. 1년간 우수한 성적으로 재학.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죠.”


그녀가 멈추지 않고 다음 줄을 읽었다.


“2019년 22세의 나이에 아카데미에서 갑작스레 발광. 아카데미 학생, 교관 전원과 홀로 교전 후 압승하여 수백 명 규모의 사상자 발생. 이후 실종되었다가 S급 몬스터를 단신으로 토벌한 뒤 기절한 채 발견. 현장에서 체포.”


그녀가 입만 움직여서 사무적인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상자 발생’은 조금 많은 걸 축약했더군요. 저희가 조금 더 알아본 바를 이야기해 볼까요?”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여자는 그냥 말해 버렸다.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A급에 준하는 교관을 살해하고 학생 수백 명을 일격에 빈사상태로 만들었죠. 그 과정에서 피로 그림을 그리고 기괴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후자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부인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망자 102명, 부상자 217명. 경상자 없음. 게이트 사태가 아니었다면 중형을 받고 영원히 감옥에서 썩을 중죄입니다. 이제라도 심판을 내리는 것이 옳지요.”


“사실입니까?”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질문.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 후 벌인 기행에 관한 내용 외에는 인정하겠다.”


여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럼 더 말할 것도 없군요. 이대로 투표를···.”


“잠시.”


듣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머리가 벗겨진 남자였다.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말에 따르면, 이상천 씨는 S급입니까?”


나는 부정했다.


“아니다.”


“그럼 S급 몬스터를 토벌한 것은 어떻게 된 일이죠?”


나는 답했다.


“문서에서 ‘발광했다’라고 표현한 사건부터 체포까지 기억이 없다. 즉 일시적인 전력의 증강이었으며 나는 그 방법을 모른다.”


발광 후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다.


먼저 그 대량살인의 범인은 사실상 내가 아니었을뿐더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나의 이력을 나열한 여자가 끼어들었다.


“정확히 그 시점만 기억이 없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녀의 공격적인 태도를 남자가 가로막았다.


“의원님. 지금 제가 질문하고 있습니다. 발언권을 얻은 뒤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말에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남자가 이어 질문했다.


“S급에 준하는 힘을 낼 순 없다는 겁니까?”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확답했다. 지금은 거짓말을 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


“그럼 현재 전력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A급 정도는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다. 내 경험이 정확하다면.”


남자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 시국에서 죽이기는 아까운 인재로 보이는군요.”


“박 위원님!!”


곧장 여자 위원의 반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현재 남은 A급의 수는 열 명을 겨우 넘습니다. S급은 뇌신 한 분뿐이고요. 이 상황에서 과거의 허물을 빌미로 저런 거대한 전력을 포기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렇다고 대량살인자를 살려 둡니까? 저자는 장래에 어떤 위협이 될지 모릅니다!”


말없이 듣던 위원들이 한둘씩 거들기 시작했다.


“저는 보존해야 할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이후로는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뇨, 가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막말로 저자가 지금 당장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회의실 내부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그때쯤 줄곧 서 있던 남자 한 명이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회의실이 천천히 조용해졌다.


역시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랑은 다르다는 건가.


나는 감탄했다.


와중에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다시 발언권을 얻었다.


“이곳으로 오는 과정에서 작은 소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힘을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혹시 이 안건과는 어떤 관련이 없습니까?”


“나도 오늘 처음 알았다.”


사실이니 더 말할 것이 없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위원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곧 나를 내내 위협하던 여자가 발언권을 얻었다.


“이상천 씨. 저희에게는 당신을 제어할 수단이 없습니다. 아직 전력도 크게 모자라지 않고요. 당신이 큰 전력이라는 사실 외에 당신을 살려 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한참 전부터 참고 있던 말을 결국 하고야 말았다.


“느금.”


“?”


순간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소리 없는 소란이 퍼져 나간다.


“지,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여자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혹시 늙은 귀가 또 못 들을까 한 글자씩 끊어 마래줬다.


“느, 금, 마.”


아, 이 나의 친절함이란.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이 말이 가져다준 파급력은 굉장했다.


내가 바라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본인을 모욕하는 겁니까! 이 신성한 회의장에서!!”


의원이 분노하기 시작한다.


쿵, 짝.


“신 의원, 고정하시는 게···.”


“그래도 저 말은 심하긴 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저의가 뭡니까?”


쿵, 짝, 짝.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저자를 당장 사형시켜야 해요!!”


예상대로 엄청난 소음이 생겨났다. 나는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여자 의원이 결국 폭발했다.


“야!! 이 새끼야!! 국회의원이 좆으로 보여?! 헌터면 다야! 지금 당장···.”


쿵, 쿵, 짝, 짝.


“의원님! 고정하시지요!!”


“화를 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저희가···.”


쿵, 짝, 짝.


쿵, 짝, 짝.


소음 사이에도 박자가 있다.


“씨발···!이 개···! 좆···!!”


쿵, 쿵, 짝.


“고정!! 고정하십시오!”


“신기한 사람이네요.”


“신 의원이 어릴 적에 어머니를 여의긴 했지요. 그걸 건드리다니, 뭔가 선견지명이 보인달까···.”


분노한 의원과 웃음을 참는 몇 명의 의원들, 여자를 말리려는 사람들과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들. 별 의미 없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사람들까지.


쿵, 짝, 쿵, 짝, 짝.


나는 그 혼돈의 현장에서 박자를 맞춰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따닥, 탁, 탁, 딱. 타다다닥.


역시, 내겐 이런 게 어울린다.


현란하게 발을 움직이며 문을 향했다. 의원들은 처음의 정갈한 모습은 어디가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야!!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넌 또 뭐야!!”


날뛰는 여자 의원한테 실수로 한 대 맞기라도 한 걸까. 이제는 이건 내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와중에 조용히 나를 지켜보는 시선도 있다.


머리가 벗겨진 그 남자다.


심유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본질을 꿰뚫리는 듯하다.


“오우, 신사적인 회피.”


나는 자연스레 그 시선을 피해냈다.


누구도 내 본질은 알 수 없다.


신사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자신을 숨기는 법.


나는 우아한 자세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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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2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1 0 12쪽
»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5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5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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