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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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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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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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상

DUMMY

누나에 이은 동생과의 싸움이다.


누나 쪽은 제법 싱거운 전투력을 보여줬는데 그래서 동생에게도 그다지 기대가 되진 않았다.


나조차 지금까지 A급 턱걸이로 알고 있던 내 전투력이 상상 이상이었음을 확인했으므로 더욱 그렇다.


분노에 휩싸여서 이성을 잃은 놈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조금 고민이 된다.


그건 너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티타임을 방해한 죄는 그 정도로 사해지지 않는다.


적어도 두들겨 패서 개처럼 끌고 다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오?’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다. 나는 곧바로 새로운 반려동물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저놈은 나의 이러한 준비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뒤져!!”


호리호리한 체격에 맞지 않는 거력을 지닌 주먹. 정면으로 허용하면 나라도 제법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내가 그걸 맞을 일은 없다. 주먹을 살짝 흘려내며 발차기를 날렸다.


퍽!!


“커억···!”


일순간 놈의 숨이 멈췄다. 기세 좋게 날아오던 주먹은 힘을 잃고 늘어졌다.


분명한 기회다.


칼을 칼집에 꽂아 넣으며 놈의 머리를 발로 눌렀다.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나며 놈의 머리가 돌바닥을 부수고 들어갔다.


“끄아악!!”


비명 소리가 제법 웃기다. 내 지팡이의 우산처럼 휜 칼자루를 놈의 목에 걸었다.


“으, 으윽······!”


“뒤져어어어어!!!!”


저주를 담은 말을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년 동생의 몸이 바닥과 거칠게 마찰했다.


가가가가각!!


이놈도 나름 A급이니 이런 걸로 죽을 리는 없지만 기분은 더러울 것이다.


나는 이 개놈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끼얏호우!”


달리기는 언제나 상쾌한 법이다.




***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내 지팡이에 매달린 동생 놈은 어느 순간부터 저항을 포기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뒤졌냐?”


물어보니 대답이 없다.


사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중간에 몇 대 치긴 했다.


그걸로 죽었으면 이놈은 A급 실격이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으으···.”


놈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일어난 것이다. 가만 보니 코피를 흘리고 있다.


“개···개색···.”


욕을 하려 하길래 다시 바닥에 잘 박아 주었다.


쾅!!


“겨우 이거 갖고?”


힘을 별로 쓰지 않았는데 끌고 다닌 것만으로 제압당했다.


끌고 오면서도 의아하긴 했다.


나름 초인이라는 놈이 힘을 못 쓰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엥?”


놈의 목이 덜렁거린다.


갑자기 인간을 탈피하여 연체동물로 진화하고자 하는 듯 제멋대로 꺾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깨달았다.


‘오징어가 되기로 결심했구나!’


나의 계도에 못 이겨 부끄러움을 느끼고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목을 부러뜨린 모양인데, 사실 저놈이 팔을 움직이는 건 보지 못해서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


지팡이에 눌려서 부러졌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놈은 분명 스스로 오징어가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드디어 나의 이해자가 나타났구나···.”


나는 감동을 깊게 받아 놈의 등을 두들겼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나는 놈의 등에 손을 올려 보았다.


초인 특유의 인간을 뛰어넘은 심장 박동이 없다.


“···죽었네?”


안타깝다. 결국 계도를 버티지 못한 것인가.


나는 짙은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나의 신사도를 알려 줄 인물을 찾아냈는데 이렇게 죽다니.


남매가 쌍으로 참 유약하다.


그래도 비범한 남매임에는 틀림없다.


한 명은 춤을 추다 그 감동으로 죽을 만큼 감수성이 풍부하고 한 명은 나의 신사도에 입문할 뻔 했으니.


나를 두 남매를 가슴 깊이 추모했다.


아아, 두 사람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묻어 주어야겠구나.”


나는 땅을 팠다. 적군을 흠모하여 시체를 묻어 주는 걸 전문 용어로 시체 은닉이라고 하는데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다.


“오오오···아아아아···그는 좋은 개였습니다....”


나름의 추모사도 뱉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땅을 팠다.


나의 강대한 근력에 의해 토양은 순식간에 커다란 구덩이를 드러냈다.


“잘 가기를···.”


나는 시체를 들어 구덩이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두 팔을 모으고 눈을 감겨 주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흙을 뿌렸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시체는 흙 속에 삼켜지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곧 흙이 얼굴까지 완전히 덮었다.


“쿠···쿨럭!!”


기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면 무시해라.


그런 일은 없으니까.


“뭐···뭐 하는···.”


생각해보니 시체에 흙을 채워야 진정한 매장이 아닐까?


시체의 입을 벌리고 흙을 밀어넣었다.


“끄···끄읍···.”


아무 소리도 안 들릴 만큼 고요하다.


나는 흙을 꽉꽉 눌러 채운 뒤 흙을 덮었다.


조의를 표하기 위해 심장이 있을 부근에 칼을 한 번 꽂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했다.




“이젠 화낼 힘도 없네.”


졸지에 적진 한복판에 버려진 최민정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 말로는 더 이상 불평할 힘이 없어서라는데 글쎄, 그냥 나의 놀라운 행동에 감명을 받은 게 아닐까.


그녀는 무너진 상가 건물의 잔해 사이에 숨어서 죽은 척을 하고 있다가 내가 돌아오자 거기서 나온 참이었다.


당연히 몸 곳곳에 흙먼지가 묻은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긴 머리에 붙은 흙덩어리를 떼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내가 죄가 없다고 믿는 입장이었기에 당당했지만 불시에 몬스터용으로 특수처리된 총알이 날아올 수 있으므로 그걸 입밖에 내진 않았다.


대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작전은 어떻게 됐지?”


“아직 진행 중. 근데 이번에 정부 쪽이 작정을 해서 그런지 거의 성공인 것 같더라고. 이미 구역 몇 개를 먹었어.”


최민정의 답변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복귀해도 되나?”


“슬슬 가지 뭐. 걸어가면 좀 걸리지 않겠어? 그 안에 작전은 끝날 것이고.”


나는 동의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팀원들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원래 경비대 쪽 사수였는데 베타4에 결원이 생기면서 강제로 들어가게 됐어. 상관들에게 밉보여서 그렇게 된 거였지. 아오, 그 개새끼들.”


“그건 네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거 아닌가?”


“뭐?”


내가 참지 못하고 한 소리씩 해서 욕을 좀 먹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걸 참는 건 내게 너무 큰 고통이었다.


“···팀이 임무에서 성히 돌아온 적이 없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랬지. 나는 제법 늦게 들어간 편이었는데 거기 있었던 동안 사람만 세 명이 죽었어. 지훈이랑 다혜, 그리고 그 말없는 박훈 씨는 그 이후에 들어온 거야.”


“팀장은 잘도 살아남았나 보군.”


최민정이 긍정했다.


“맞아, 그 사람은 정말 질기지. 그 사람, 떠나보낸 팀원만 열 명이 넘을 거야. 본인도 그만큼 사선을 넘었을 것이고.”


“확실히 비겁하게 살아남았을 것 같지는 않았지.”


나는 지팡이를 살짝 고쳐 쥐었다. 죽은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정수가 생각나서다.


그런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민정은 욕설도 없이 잘 대답했다.


“전에 팀장이 웃통 깐 거 본 적 있거든. 근데 진짜 흉터가 어마어마하더라고. 잘못했으면 죽었겠다, 싶은 흉터들이 다섯 개가 넘었어.”


나는 팀장 김정진의 단단한 눈빛을 떠올렸다.


“매일 운동하는 거 보면 C급에 머무를 만한 사람이 아니야. A급 베테랑 헌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데···그러고 보니 너 A급은 어떻게 가는 거야? 진짜 이해가 안 되네.”


나는 피식 웃었다.


“훈련이나 운동만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 등급이 C다. 팀장은 정말 할 만큼 했다는 거지.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고. 다혜는 제외지만.”


최민정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그럼 그 이상으로 등급은 어떻게 올리는 건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애매하지. 사람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다 달라.”


최민정이 김빠진다는 듯 말했다.


“뭐야, 그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잖아.”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긍정했다.


“맞다. 사실상 아는 게 없지. 그 망할 리미트에 대해선. 다만 한 S급 헌터가 했다는 말이 있는데, 리미트가 한 번 깨서 끝이 아니라고 했지.”


“진짜로?”


S급 헌터가 한 말이 맞다면 신빙성이 높다. 최민정이 물었다.


“C급에서 막히는 게 리미트가 한 개가 아니라서 그렇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리미트를 일부만 해제한 거라는 얘기다. 리미트 해제 조건은 알 수 없으니 일부만 해제되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최민정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모르겠네. 나중에 팀장한테 얘기나 해 줘야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계속 노력하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는 절망만 줄 것 같다. 추천하진 않는데.”


최민정은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듯 긍정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나는 궁금한 게 좀 있는데. 너는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 정부 공인 A급이라는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미친 짓 해대는 게 말이 안 돼.”


나는 그 대목에서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수많은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주르륵 지나갔다.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내 이력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제대로 대답하지도 않았으면서?”


최민정이 피식 웃었다.


“혹시 신사, 아니 숙녀로서의 덕목에 대해 알고 싶지는···.”


“아, 이 새끼. 다시 병신으로 돌아왔네. 지금은 좀 제정신인가 싶었는데.”


최민정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시사도를 설파하려던 때였다.


지이잉-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하는 몬스터 특유의 파동. 나와 최민정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이거···.”


“최소 A급 몬스터다.”


A급 몬스터 중에는 두 명만으로는 절대 못 잡는 개체도 있다. 나와 최민정은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씨발, 왜 갑자기 지랄이야!!”


게이트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인데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상황은 흔치 않다.


나는 달리면서 파동이 시작된 지점을 돌아보았다.


바닥이 천천히 갈라지고 있다.


“······!”


나는 그걸 보자마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파동과 함께 지하에서 올라오는 몬스터.


어느 때와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이다.


나도 모르게 옛 동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정수야···.”


바닥이 융기한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비집고 나오려는 듯한 모습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크기는 작다. 아마 같은 놈일 가능성은 없다.


“이상천!!”


최민정이 부르지만 나는 칼을 뽑아 내렸을 뿐이었다.


이 근처에는 헌터들이 많다. 고위 몬스터가 출현하면 일단 몬스터부터 사냥하려 시도할 테니 승산은 분명히 있다.


나는 거대한 애벌레 같은 놈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쩌저적-


기다란 금이 생기기도 잠시.


콰아아앙!!


바닥을 뚫고 저주받을 몬스터가 나타났다.


멀어서 보지 못했던 놈의 대가리는, 분명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베타4 팀원들과 맞닥뜨렸던 종류.


인면수(人面獸) 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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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2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6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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