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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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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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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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발작

DUMMY

“아니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저거 멈춰야 하지 않을까? 팀장?”


학도들을 밟는 나를 가리키며 비난들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들은 신사도에 입문하지 않았으므로 나의 원대한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적당한 처벌을 마친 뒤 팀원들에게로 다가갔다.


나는 물었다.


“왜 온 거지?”


“너 또 미친짓 할 거 같아서. 그리고 임무 얘기도 있어.”


대답은 바로 나왔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고 미친짓만 하는 게 아니다.”


“미친짓만 하는 거 같은데···.”


나는 슬픈 표정으로 대꾸했다.


“이해받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말하며 우리는 식당을 향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을 듯했다.






학도들에 대한 교육은 계속되었다.


도망치길 반복하던 그들은 어느 시점부터 그것을 포기했고 나는 만족했다.


그들이 드디어 배움에 의욕을 느낀 것일까.


나는 희망찬 마음으로 수업을 했고 놀랍게도 가끔씩 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 나오게 되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미친놈이 옷을 찢을 경우 해야 할 말은?”


“미친 새끼!!! 개새끼!! 씨발놈!!”


“행동은?”


“죽여야 합니다.”


아주 훌륭하다. 벌써 내 태스트를 통과한 인원이 셋이나 나왔다.


저들이 초일류 엘리트가 될 때까지 나의 교육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지금 가는 곳은 베타4팀의 회의실이다.


회의실이라면 벌써 진절머리가 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일은 이곳에서의 첫 임무이니까.


나는 문을 부수지 않고 정중하게 열었다.


“왔나.”


김정진의 목소리다. 나는 그를 일별하고 자리에 앉았다.


“임무는 간단하다. 게이트의 시찰. 위험도 없고 싸울 일도 없다.”


“좋네.”


“이런 임무 진짜 오랜만이야.”


팀원들이 각자 한 마디씩 했다.


우리는 곧바로 이동을 준비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무기를 챙기기는 하지만 긴장감은 없었다.


실질적인 일은 게이트 방위대장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오는 것. 그리고 간단한 시찰.


사실상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다.


군용 지프에 올라타 이동하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있는 곳은 강북구. 별로 멀지 않았다.


부웅-


지프는 길이 험한데도 불구하고 잘만 나아갔다.


이따금씩 어렵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보였고 제법 큰 무리가 우리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위협이 되는 세력은 없었다.


우리가 정부의 깃발울 꽂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강 위쪽에서 정부군을 공격하는 자는 없다.


우리는 완전한 안전 속에서 강북구까지 이동했다.


“시시하네.”


최민정이다. 언제나 위험 속을 누비는 헌터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정면으로 막아내는 이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우···.”


사실 저번 A급 헌터 회의에 참가했던 이들 중 일부가 이곳에 있다.


회의를 위해 잠시 모였을 뿐, A급의 전력 없이는 게이트를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칼을 겨누었던 자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실로 고결한 희생을 하는 자들이다.


무슨 일이 있었건 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 왔다.”


어느새 도착했다.


팀원들이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보는 게이트다. 저 멀리로 보랏빛 광채가 보였다.


“저거인가?”


정지훈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안개로 뒤덮여 있고 거울처럼 반대쪽 세계를 비추는 거대한 문.


보랏빛 안개가 테두리로 끊임없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생김새다.


그 지름은 작게는 수백 미터부터 크게는 킬로미터 단위까지 육박한다.


끄워어어어-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몬스터의 울음소리.


성대가 박살난 듯한 소리는 여전했다.


“몬스터도 오랜만이군.”


그 애벌레 같은 놈 이후로 처음 만나게 되는 몬스터다.


나는 전투을 앞둔 듯한 착각을 느끼며 발을 뗐다.


안개의 문 근처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제서야 보였다.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다. 그런 건물을 이제서야 발견할 만큼 게이트의 위용은 대단했다.


전투가 벌어지는 중인 듯 소음이 제법 심했다.


“저거 사람인가?”


게이트의 방대한 광량 사이로 작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다.


그쪽에서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도착까지 잠시였다.


“아, 오셨습니까? 시찰단 분들 맞으시지요?”


김정진이 답했다.


“예.”


남자가 돌아서며 말했다.


“갑시다. 방위대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안녕하십니까? 하주헌입니다. 방위대장을 맡고 있죠.”


“김정진입니다.”


두 사람이 악수를 했다. 하주헌이 말했다.


“전장을 먼저 시찰하시겠습니까? 마침 웨이브가 진행 중입니다.”


게이트는 아무 때나 몬스터를 뱉어 내는 게 아니다.


웨이브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수백 마리씩 출현하는 것이다.


마침 웨이브가 벌어진 모양이었다. 김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하주헌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여기가 가장 잘 보이는 곳입니다.”


과연 게이트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탁 트인 곳이었다.


방위대의 현황도 쉽게 파악되었다.


드넓은 거울 같은 게이트 아래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고 헌터들이 그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크어어어어!


끼에엑!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만이 허공을 울렸다.


등급이 낮은 것들은 빗발치는 총알에 꿰뚫려 죽기도 했다.


정지훈이 물었다.


“총기는 사용 불가능한 것 아니었습니까?”


하주헌이 친절하게 답했다.


“하급 아티팩트를 동력원으로 하는 무기입니다. 게이트 앞에서도 파괴되지 않지요.”


“저 많은 게 다?”


하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를 오래 막다 보면 아티팩트도 많이 얻게 됩니다. 하급이라도 동력원 역할 정도는 어렵지 않지요.”


생각보다 상태가 좋다.


이 기세라면 몇 년이고도 틀어막겠다 싶었을 때였다.


쿠우웅!!


갑작스런 충격파. 게이트에서 뻗어 나온 것이다.


“무슨···?”


“뭐야? 뭐였어?”


팀원들이 당황했지만 하주헌은 담담했다.


그가 무전기를 꺼내더니 말했다.


“전원 후퇴 및 A급 투입. 2차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묻기도 전에 하주헌이 우리를 보고 말했다.


“2차 웨이브. 신종 몬수터인 인면수 타입의 웨이브입니다. 상대하기 아주 까다로운 놈들이죠. 저희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인면수라면···.”


나도 직접 상대해 본 적이 있다. 일반적인 몬스터와 달리 기묘한 껄끄러움이 느껴졌었다.


과연 잠시 뒤 나오기 시작한 몬스터들은 크기부터 달랐다.


3, 4미터에 달하는 거체에 팔다리는 기괴하게 얇았다.


모두 저번에 보았던 놈과 특징이 일치했다.


그때였다. 울음소리가 아닌 웬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ㅈ···주..죽···주기..주그..여···”


“주겨···죽···이어···.”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 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은 다름아닌 몬스터의 아가리였다.


“저것들···말을 하는 겁니까?”


김정진도 들었는지 그가 내 의문을 대신 제기했다. 하주헌이 말했다.


“애매합니다. 지능이 높아서 우리의 말을 따라만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의미를 이해하는 건지···저 현상은 발생한 지 좀 됐습니다.”


그는 여전히 담담했다.


몬스터가 말을 하든 말든 그건 알 바가 아니라는 듯한 모습.


몬스터를 철저히 제거의 대상으로만 보는 눈이다.


게이트 방위대의 장을 맡는 자다웠다.


끼에에에엑!


끼이익!!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은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중 인간의 말을 하는 것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비명을 터뜨렸지만 나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몬스터들이 진화를 시작한 것일까?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있다.


조금 전까지는 없던 A급 한터들까지 투입됐음에도 전선이 천천히 밀리고 있었다.


“괜찮은 건가?”


나는 당연히 긍정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주헌은 내가 예상한 답을 하지 않았다.


“아뇨. 전선이 밀리는 건 처음이군요. 오늘 이 방위대가 전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방위대의 존망을 논하기엔 너무 담담한 어조였다.


“뭐?”


내 질문에 하주헌이 눈을 맞췄다.


“들으신 대로입니다.”


김정진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 그게 사실입니까? 방위대가 전멸할 수 있다는 말이?”


하주헌이 김정진을 마주보았다.


“예.”


답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나왔다. 나는 순간 그가 미친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끝없는 전투로 결국은 미쳐 버린 것이다.


아무리 큰 위기 앞에서도 병적으로 유지하는 침착성.


전사와 신사의 공통 덕목인 그것은 하주헌의 내부에서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런 침착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는 그 모습은 분명 광인의 그것이었다.


“내가 돕겠다.”


나는 칼을 뽑았다. 하주헌은 반응하지 않았다.


“잠깐, 이상천···.”


김정진이 뒤늦게 나를 불렀지만 나는 이미 난간을 한쪽 발로 밟고 있었다.


나는 이곳의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


할 수 있는 한 도울 생각이었다.


콰악!!


난간을 밟아 부수며 뛰어올랐다. 아래에서 다급히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A급들이 보였다.


나는 몬스터를 앞에 두자 알 수 없는 기운이 몸 안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멋진 신사의 날카로운 눈빛 같달까?


콰아앙!!


나는 주목받기를 좋아하므로 가장 큰 몬스터를 노렸다.


끄워어어어어!!!!


그놈은 거의 8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거체를 끌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내 칼에 머리를 관통당했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머리를 반토막냈다.


쿵!!


거대한 몸에 걸맞는 엄청난 무게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끼이이익!!


끼에에에엑!!!


몬스터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나는 내가 ‘신사의 걸음’으로 명명한 기술을 사용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일전에 팀을 공격한 생존자 무리를 상대로 사용한 바 있는, 후퇴 없는 느린 전진.


꽈악.


검을 왼손에 바꿔 쥐었다.


왼손은 어느 정도 회복되어서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끼이익!!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몬스터가 넷.


모조리 인간의 얼굴을 하고 키가 3미터 이상이다.


서컹!!


가위와 같은 소리와 함께 놈들이 절반으로 나뉘어졌다. 큰 동작은 필요하지 않았다.


끼이익!!


한 놈의 단말마와 함께 세 마리의 몸통이 절반으로 흘러내렸다.


쿠웅!!


떨어지는 몸통들을 뒤로하고 전진했다. 동시에 외쳤다.


“엄1마!!! 없는!!!! 새끼들!!!!”


끼이이이익!!!!


나의 함성에 맞추어 몬스터의 비명이 들려왔다.


애초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졌기 때문에 사방이 적이었다.


서걱.


서걱.


서걱.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가까이 오는 것들만을 베었다.


내가 뭘 베는지도 모른다. 정교한 기술로 살을 가르고 떨어뜨릴 뿐이었다.


“흠.”


어느 순간부터 칼끝에 걸리는 것이 없다.


칼이 궤도를 탄 것이다.


서걱!! 사악!!


전진, 오로지 또 전진.


마치 기병대가 돌진해 전열을 무너뜨리듯이, 나는 몬스터들을 교란하고 그들의 하등한 정신을 유혹했다.


일부러 느린 걸음을 걸어 나 자신을 미끼로 삼고, 약해 보이는 상대를 발견한 몬스터를 벤다.


수십, 수백 차례에 이르는 반복이었다.


신사적인 걸음을 멈추지 않은 나는 어느새 내가 게이트 바로 앞에 섰음을 깨달았다.


“아.”


게이트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보석을 갈아 뿌린 듯 섬세한 입자가 안개를 이루고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광경.


그 안개의 테두리 사이에서 쏟아지는 빛이 안개를 통과해 조명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


정신이 찬찬히 몽롱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정경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을 관조했다.


곧 아득한 무한이 내게 다가왔다.


짧은 암전이 이어진 직후.


“음?”


나는 나를 자주색 조명이 비추는 무대에 사이에서 발견했다.


주변에선 천천히 몰려드는 목각 인형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에 잡힌 칼을 감각한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 알았다.


천천히 다리를 굽히며 자세를 잡는다.


“나의 춤이, 드디어 꽃을 피우겠군.”


댄스의 대가가 된 나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


나는 미칠 것 같이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




-보고. A급 헌터 이상천, 강북 균열에서 2차로 발광.


-게이트 몬스터 전멸. S급 몬스터 1체, A급 몬스터 56체, B급 472체, C급 이하 추산 불가.


-게이트 너머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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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라산? 24.09.10 9 0 12쪽
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3 0 12쪽
» 젠틀맨 발작 24.09.05 11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3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5 0 11쪽
9 S급 24.08.23 15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4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7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8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5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6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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