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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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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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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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DUMMY

첫 번째 적이 죽었다.


압도적인 격차였다.


물론 그것은 적이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무기만 날려대는 놈들이 둘.


특히 강한 놈들이다.


저놈들은 A급 이하로 보기 힘들었다.


광대도 5명을 감당하느라 점점 힘이 딸리는 상황.


내가 잠시 이쪽을 압도했다지만 체력은 숫자가 많은 상대가 우위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지원군이 10명가량 더 있으니 이대로 시간을 끌면 불리했다.


다행히 적들은 첫 번째 죽음으로 인해 내게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미친···.”


“저 새끼 뭐야? 저딴 새끼는 있다고 얘기해준 적 없잖아!!”


적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승기가 이쪽으로 기울었다는 뜻.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광대!!”


나는 놈을 부르며 몸을 날렸다.


뒤늦게 두 명의 적들이 내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전신에서 하얀 기운이 피어오른다.


일전에 한 번 경험한 뒤로 발현된 적이 없던 능력.


갑작스러운 이능의 출현이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 당연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있었다.


해야 할 일은 하나.


최대한 강하게 밀어낸다.


내 생각에 호응하듯 하얀 기운이 용솟음쳤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흰빛이 칼날에 서린 찰나.


“애미어택!!!!”


나는 기술명을 외쳤다.


콰아아앙!!


충격파와 같은 흰빛이 검극에서 뻗어 나왔다.


“무슨···!”


“초능력이다!! 대비해!!”


그리고 다음 순간.


뻐어어억!!


거대한 북이 터지는 둣한 소리.


적들의 몸에서 울렸다.


“커억!!!”


“큽!!”


그들의 몸이 버티는 듯하더니 하늘을 날았다.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이 아이가 던진 장난감처럼 날아가는 광경.


“오우야.”


적들이 이룬 전선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엄청난 척력이었다.


“뭐, 뭡니까?”


광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나는 적들이 날아간 반대편을 가리켰다.


“튀자.”






가장 강했던 두 놈은 끝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우리를 상대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것까진 내 알 바가 아니다.


두 번을 도망치며 도착한 곳은 어딘지 모를 도심.


해가 떨어지고 있다.


“더 아는 곳은 없나?”


내 질문에 광대가 답했다.


“제주도 멀쩡했을 때 가끔 놀러가던 호텔이 있었는데···아, 저기 보이네요.”


광대의 손끝을 따라간 나는 완전히 부서진 건물 한 채를 발견했다.


“무너졌는데?”


광대가 답했다.


“네. 무너졌네요.”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냥 아무데나 갑시다.”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우리는 적당히 멀쩡한 가정집에 쳐들어갔다.


구석에 있어서 별로 타격을 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거침입에 불법점거, 도둑질까지. 게이트 안 열렸으면 잡혀갔겠군요.”


나는 광대의 헛소리에 대답해주는 위엄을 보였다.


“게이트가 안 열렸다면 쳐들어가는 일도 없었겠지.”


나는 재빨리 1인용 소파를 차지했다.


광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뭘 보노?”


나는 물었다.


그러자 그는 침대에 걸터앉더니 말했다.


“제가 어디서 뭐 하던 놈인지 궁금하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드릴까요? 저도 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네요.”


하긴 몇 년이나 지옥이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살아남았으니 말상대가 필요할 법도 하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기에 나는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해 봐라.”


광대가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을 했다.


원래 이럴 때는 방해하는 게 아니다.


잠시 뒤.


“어쩌다가 리미트를 해제하고 초능력까지 생긴 뒤···저는 아카데미가 아니라 제주도로 갔습니다.”


광대의 이야기는 제주에서 시작되었다.


그 전에도 제법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의 시작은 제주도다.


그는 한국 최초의 해제자 중 하나였고 게이트를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귀중한 자료로 연구되었다.


슬프게도 그 연구소의 소장은 미친놈이었다.


“흐헤헤헤헤헤!!! 하하하하하!!! 후후후후!! 어헉헉헉헉!!!”


저위계 해제자였던 그는 모종의 초능력으로 인해 모든 자제력을 거의 상실했고 천재적인 두뇌를 얻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서커스 공연을 본 뒤로 항상 미친 듯이 웃으며 광대 분장을 하고 돌아다녔다.


한마디로 병신이었다.


“얼마나?”


내 질문에 말하던 광대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 번은 서커스를 하겠답시고 몬스터를 타고 로데오를 따라하신 적이 있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아무튼 그 사람은 천재는 맞았습니다.”


소장은 게이트와 떨어진 제주에 거주하기를 고집하면서도 놀라운 성과들을 올렸다.


한국이 게이트에 대해 아는 것은 대부분 그의 연구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정도.


우리를 공격했던 자들을 A급으로 만든 그 아티팩트도 소장이 어딘가에서 주워 왔다고 했다.


광대는 그때까지 소장을 도우며 반 실험체 반 연구원 정도의 지위로 삶을 영위했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광대는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본토가 몬스터 웨이브를 견뎌내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반도는 빠른 속도로 몬스터에게 잠식되었고 그 소식은 제주도민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불안한 생활이 이어지던 가운데 결국 전 세계의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졌고 세계는 망했다.


한국의 푸르던 산지는 사라졌고 높은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제주도만은 아직 푸르렀다.


몬스터가 없는 제주도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친놈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쯤 일본으로부터 넘어오는 몬스터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소 사람들은 해제자가 몇 있었고 그들은 제주도에 주둔한 소수 헌터들과 함께 몬스터를 막아냈다.


연구소-헌터 연합이 형성된 것이다.


소장의 아티팩트를 사용하기 위한 일부 일반인들도 동원되었다.


숫자는 적었지만 연합은 몬스터들을 순조롭게 막아냈고 제주도는 그렇게 평화를 유지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놈이 나타났다.


“그 고리 같은 놈?”


광대가 긍정했다.


“예, 그 고리 같은 놈이요. 제주도는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고 비행종 몬스터들의 습격은 늘어만 갔습니다.”


고립된 제주도에서 나가려다 죽는 사람이 수백이었고 절망의 기운은 짙어졌다.


시간이 흘러 몬스터에게 반쯤 잠식된 제주도에는 미사일 세례가 이어졌다.


생존자는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연합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소장의 아티팩트와 소수의 헌터 인력, 광대의 힘이 빠른 대피에만 사용되었고 제주도 비호의 임무는 생존으로 변질되었다.


물론 소장의 광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게이트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그의 천재성과 광기는 동시에 커졌고 그는 뭘 만들겠다며 난동을 피우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연합은 생존을 이어갔다.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광대는 그 부분은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만을 말했을 뿐이다.


제주도 탈출 시도.


소장이 세운 그 작전은 게이트에도 영향받지 않는 비행기를 만들어 제주도를 나가는 방법이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현은 불가능한 방법.


소장의 천재성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는 비행기 건조를 시작했고 연합은 물심양면 그를 도왔다.


소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헌터들도 이때만은 조용히 작전에 동참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만은 없다.


비행기의 재료와 연료를 모으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미친 소장이 몬스터에게 독을 주입당해 죽은 헌터의 시체를 해부하다 걸린 것이다.


그는 그 시점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고 지식욕만이 남은 광적인 상태였다.


헌터들은 이 사실에 대해 항의했다.


가벼운 전투마저 벌어졌고 본명 대신 실험체명 오귀스트로 불리던 광대가 중재할 때까지 피가 조금 흘렀다.


헌터들은 우월한 무력을 바탕으로 연구소 세력을 압제하기 시작했다.


양측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비행기 건조만은 모두가 방해하지 않았다.


한 번 크게 혼이 난 소장은 방에 틀어박혀 제작에만 몰두했고 광대는 옆에서 그를 도왔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미친 소장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고 그의 지시는 수행하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광대는 그를 믿고 목숨 바쳐 일을 했다.


수십 일이 지났고 진행 상황을 의심한 헌터 한 명이 소장의 방에 침입했다.


그리고 그들은 초대형 냉장고를 만들고 있는 두 미친놈을 발견했다.


“뭐시발?”


내 질문에 광대가 피식 웃었다.


“저도 중간쯤에는 눈치챘지요. 소장이 좋아하던 과일들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 저는 그에게 감화되어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장이 의심받지 않은 것은 그 냉장고가 비행기처럼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헌터는 그 반쯤 완성된 냉장고 안에서 과일을 꺼내먹는 소장을 목격했고 거대한 분노가 시작되었다.


연구소 세력과 헌터 세력이 본격적인 대립을 시작했다.


그리고 냉전과 같은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소장이 실종되었다.


헌터 측이 소장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초대형 냉장고가 실제로 비행기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그 냉장고가 실제로 탈출에 사용이 가능한 비행기였다면 소장의 실종은 실로 위급한 문제였다.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냉전 상태를 풀고 소장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소장만이 그들을 이 지옥 밖으로 꺼내 줄 수 있었다.


광대는 그 와중에도 소장이 남긴 말들을 기억하며 비행기에 살을 붙여 갔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냉장고 개발은 결국 중단되었고 광대도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로 돌아갔다.


하지만 광대는 여전히 의심했다.


소장이 헌터들에게 죽었을 것이라고.


그는 헌터들이 지내던 빌라 지하실을 찾아갔다.


헌터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때가 유일한 기회임을 안 광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지하실 한켠에 있는 잠긴 방을 발견했다.


보일러실이나 창고 정도로 보이던 그 방 외에는 사람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광대는 확신 속에서 문을 부쉈고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참혹하게 죽은 소장의 시신을.


그는 죽기 전까지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은 채였다.


시체를 회수한 광대는 연구소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연구소 세력은 소장의 시신을 태웠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 그들은 얼굴에 분칠을 하고 페인트를 발랐다.


소장을 기리는 뜻이었다.


모두가 소장과 같은 광대가 된 채, 그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헌터들을 맞이했다.


열 명이 안 되는 광대들과 아티팩트로 숫자가 늘어난 헌터들의 싸움.


하지만 연구소 측에는 오귀스트가 있었다.


그만큼 강한 전력이 없는 헌터 측과는 어느 정도 싸움이 성립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전투의 결과는 처참했다.


오귀스트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도주했고 헌터들은 여전히 스물이 넘는 숫자를 유지했다.


며칠이 지나 그가 그 자리에 돌아왔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갈기갈기 찢어진 시신들이었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광대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괴이하게 번들거렸다.


“저는, 그들을 모두 죽일 겁니다. 완벽한 계획을 준비했죠.”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광대.


그는 마치 실성해서 집단자살을 지시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았다.


홱.


그가 나를 똑바로 봤다.


갑자기 돌아버린 듯 이상한 목소리가 말했다.


“몬스터가 옵니다. 제가 불렀지요. 제주도를 집어삼킨 S급의 마물이, 그들을 죽이러···.”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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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귀스트 24.09.11 7 0 12쪽
21 한라산? 24.09.10 8 0 12쪽
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2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1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1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5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5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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