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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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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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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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임

DUMMY

물론 내가 시작하라고 해서 시작할 놈들이 아니다.


누구라도 친하게 지내던 놈들을 패서 혼자 살아남으라는데 그게 하고 싶겠는가.


밥을 안 준다거나 몬스터를 푼다거나 하는 얘기는 헛소리로 치부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서로 눈빛만 보내는 훈련생들 앞에서 칼을 뽑았다. 제대로 생존교육을 시켜줄 생각이었다.


당연히 이 칼은 아주 날카로운 진검이다. 나는 외쳤다.


“뒤져!!”


“뭐, 뭐야!!”


맨 앞줄 놈에게 칼을 휘두르니 놈이 기겁하고 무기를 들어올렸다.


카앙!!


그 소리에 드디어 상황을 파악했는지 서 있던 훈련생들이 제각각 거리를 벌렸다.


한편 내 공격을 막은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


캉!


한 번의 손짓만으로 놈의 검이 날아갔다.


“자, 잠깐···.”


푸욱!


내 검이 상대의 배를 꿰뚫었다. 놈의 표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일그러졌다.


“크, 크흡···.”


해제자는 신체의 강도와 생명력이 대단해서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


그래서 나는 놈을 열댓 번 더 찔렀다.


푹! 푹! 푹!!


핏물이 터져 나올 때마다 놈과 훈련생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 진짜 찔렀어.”


“미친···.”


쿵!!


칼에 찔린 놈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훈련생들에게 말했다.


“봤냐? 형이야.”


한 말은 바로 지키는 이런 자세. 실로 신사다운 대처라고 할 있다.


“또 나랑 해볼 사람 있나?”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서로 싸우도록. 거부할 시 이놈처럼 된다.”


죽을 수 있는 급소는 피해서 찔렀···으면 좋겠지만 사실 아무데나 찔렀으므로 죽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내가 눈을 부라리자 눈치를 보던 훈련생들이 천천히 싸우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챙, 챙···.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실로 힘빠진다.


쾅!!


경고하듯 바닥을 발로 차자 그제서야 소리들이 조금 진짜처럼 변했다.


“챙!! 카앙!!”


내가 입으로 효과음을 더해주는 가운데 싸움이 천천히 궤도에 올랐다.


특히 맨 오른쪽에 있는 두 놈이 그랬다.


원래 사이가 안 좋았던 놈들이었는지 합을 맞추는 듯하더니 한쪽이 선수를 쳤다.


“악!!”


손등을 살짝 베는 상처. 부상이고 나발이고 경상 축에도 못 낀다. 하지만 반응은 달랐다.


“이 새끼가!!”


그는 나름 강단이 있는지 바로 무기를 들고 공격을 시작했다.


두 눈이 분노에 찬 것이 볼만했다.


챙! 챙! 챙!!


무기 부딪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순식간에 한쪽은 죽어야 끝날 듯한 기세가 되었다.


그것이 영향을 미쳤는지 사방에서 벌어지던 싸움이 조금씩 격렬해졌다.


실수라고 하더라도 상처를 입은 쪽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어설픈 것들끼리 싸우다 보면 상처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싸움이 점점 커지는 건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내가 생각한 놈들을 싸움 붙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병신 위에 앉아서 그들을 지켜봤다.


나름 진심이 더해졌는지 열심히 싸우는 게 기껍다.


“안 그러냐?”


기절한 병신은 대답이 없었다.




“자, 그만.”


내가 중지를 선포한 건 훈련생들이 눈이 돌아가서 미친 듯이 싸우다가 몇 놈 안 남은 시점이었다.


대부분은 처맞거나 무기에 찔려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누가 보면 대학살의 현장이라고 생각할 만했다.


살아남은 건 남자 둘에 여자 하나.


그 셋은 진짜로 화났는지 내가 뭐라고 하든 신경도 안 쓰고 무기를 휘두르기에 바빴다.


“이 개새끼야!!”


“씨발놈아!!”


“놈? 난 년이야! 씨발!!”


싸우면서도 말이 참 많은데 저런 놈들은 처음 봤다.


진짜 병신인가?


“멈춰!!”


나는 한 번 더 중지를 외쳤고, 그들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들을 모두 기절시킬 수밖에 없었다.


퍽!


“으윽···.”


“억···.”


“자, 잠깐···.”


빠악!!


훈련생들이 모두 쓰러졌다.


나는 손수 널브러진 훈련생들과 핏자국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건 교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정리정돈은 신사의 덕목이므로 나는 불만 없이 일을 수행했다.


“휴···.”


일이 끝난 뒤에는 쌓인 훈련샹들을 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뼈가 몇 대 부러지고 칼 좀 찔린 정도로 저들은 죽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들 일어나서 밥이나 먹으러 가겠지.


처음에 누군가가 한 놈 빼고 밥을 안 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 알 바가 아니다.


밥은 먹어야 한다.


처음 그 말은 그냥 허세였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밖으로 나갔다.


나도 밥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훈련은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깨어난 훈련생들이 상부에 항의를 하는 불상사가 있긴 했으나 잘 넘어갔다.


결국 생명에 위해를 입거나 장애를 얻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원래도 비슷한 항의를 몇 번 한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즉 상부에서도 그들의 칭얼거림을 더 이상 받아주지 않게 되었다.


나를 싫어하는 국회위원들이 또 뭔가 할까 걱정되었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없었다.


내가 교관이 된 시점부터 이런 일을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게 아닐까. 나는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게 훈련의 두 번째 날이 되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걷어찼다.


콰아앙!!


“히익!!”


숨어 있던 두 명이 기겁하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훈련에 나오지 않고 숨은 훈련생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뒤져라!!”


나는 죽일 기세로 그들에게 칼을 휘둘렀고 그들은 곧 걸레짝이 되고 말았다.


“옷이 아깝군.”


저번 전투에서도 그렇고 자꾸 옷들이 찢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


단정한 복장이야말로 신사도의 기본인데. 그걸 생각하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내가 이 생각을 왜 못했지?’


나의 신사도를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던 것이다.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끼에에에엑!!!!”


몬스터가 출현한 줄 안 헌터 한 명이 뛰어오는 일이 생겼지만 나는 없었던 일로 생각했다.


지금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




***




“다 모였군.”


나는 지팡이로 땅을 한 차례 쳤다.


땅!


훈련생, 아니 나의 학도들이 흠칫한다.


나는 어딘가 한 곳씩 피를 흘리고 있거나 멍이 든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부로 나의 사상을 교육받게 될 것이다.”


그들의 눈이 커졌다.


그래, 아마 이런 내밀한 비밀까지 알려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배우려는 자들에게 냉혹하지 않다.


언제나 나의 신사도를 강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먼저 내 사상을 강의한 뒤 한 놈씩 질문을 해서 대답하지 못할 경우 어제와 같은 훈련을 실시하겠다. 모두 대답을 잘 한다면 그날은 패스다.”


재빠르게 주고받는 눈짓들.


엄청나게 감명받은 게 틀림없다.


솔직히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정도로 편의를 봐주는 게 그들을 게으르게 하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빠른 교육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강의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그때 여자애 하나가 손을 들었다.


“질문? 그래, 말해 봐라.”


나는 친히 질문을 허락했다.


“그 사상은 정확히 어떤 종류의 사상이죠? 전투와 관련된 훈련 교리인가요, 아니면 그 외의 정신적인···.”


“좆까!!”


“ㄴ, 네?”


나는 쏘아붙였다.


“내가 설명하려는 게 바로 그건데 지금 방해하는 것이냐? 게다가 훈련 교리? 지금 그딴 것에 나의 고귀한 사상을 비교하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눈빛이 심히 흔들리는 것이 너무 심하게 했나 보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학도들을 한 차례 돌아보았다.


입을 열기까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럼, 시작하겠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강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신사도는 일종의 행동 강령이다. 지금부터는 조금 빠르게 말하겠다. 내가설명하는내용은먼저사람을대하는것에관한일인데기본적으로사람을대할때는서로에대한존중을가지고특히여자를대할때는손에반드시키스를해야한다그런데이것은오히려예법에가까운것이므로내가나중에더자세히설명해줄것이고지금중요한건바로코다코는친애하는로버트경에따르면’그돌출부그덩어리그잉여물’이며정확히천파운드의가치를지니고있고놀라운움직임을보이며그아름다움은정신을놓게할정도로중요하다이것에대해이야기하는코학은우리의이야기에서가장중요한사항으로···.”


약 한 시간 동안 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야기했다.


나의 폭넓은 지식, 그곳에서 우러나오는 완벽하기 그지없는 문장과 사상은 과연 나의 학도들을 감동하게 한 모양이다.


그들은 멍한 눈빛으로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뒤.


“···하다. 자, 그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모두 잘 들었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맨 앞에 앉은 놈에게 말했다.


“네가 첫 타자다. 마차를 타고 갈 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 일흔일곱 가지를 말해 보아라.”


“···.”


놈은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가 곧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리를 떠는 방법 네 가지는?”


“모르겠습니다.”


“모자를 쓰는 백네 가지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대목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개새끼!! 대체 뭘 들은 거냐!! 쓰레기, 폐기물, 토사물, 개돼지···으아아아아아!!!!!!”


나의 적들은 분노한 나를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서로 죽여라아!!!!”


나의 분노 앞에서 적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력하게 무기를 드는 것뿐이었다.


“무, 무기 들어!”


“씨발!! 다 덤벼! 죽기 싫다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분노를 표출했다.


“끄아아아아아!!!!!!!”


나는 울부짖으며 돌진했다.


전투는 곧바로 시작되어서 적들을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면상을 들이밀며 족칠 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약 십 분 뒤.


“억···.”


첫 번째 낙오자가 생겼다.


“이런 미친놈!! 뒤져라!!”


퍽! 퍽!!


나는 놈을 잘근잘근 밟아주기 시작했다.


뒤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점점 다급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걸까. 나의 이 교육을 따라올 마음이 생겨난 것일까.


난 조금씩 분노를 삭이며 낙오자를 밟고 전투를 감독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놈이 하나 나왔고, 나는 그를 보내주었다.


나머지는 조금 더 밟아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지금···뭐 하는 거지?”


익숙한 목소리. 김정진이다.


“오!!”


게다가 팀원들도 보였다. 모두 입구에서 멍한 눈으로 나로 보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교육 방식을 보여 주자니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훈련을 시키랬더니···지금 병신을 생산하는 중인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의 교육 방식이다. 먼저 철저한 사상교육 후에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애초에 기본 자세 같은 것들은 대충 배운 놈들이야. 내가 더해 줄 것은 경험뿐이다.”


논리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듯했다.


“미친 거야?”


“저거 죽은 거 아냐? 배에 칼이 꽂혀 있는데?”


“안 죽었다.”


구석에서 십대 소녀의 작은 목소리도 들려왔다.


“미···미친 새끼···.”


나는 전혀 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팀원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근데,


알빠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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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젠틀맨 발작 24.09.05 11 0 12쪽
» 안 죽임 24.09.04 12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3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5 0 11쪽
9 S급 24.08.23 15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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