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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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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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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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조우

DUMMY

“돼지가 씨발 하늘을 난다!! 공격 준비!”


어처구니없는 외침이지만 진지한 상황이다. 아무도 웃지 않는 걸 보니 알 수 있다.


“하하하하하하하!!!!”


어두운 분위기에 나는 열심히 웃으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 덕분에 벌레 씹은 표정을 한 사람들에 둘러싸인 미친놈이 된 기분이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신사의 길은 힘든 법이다.


와중에 우리의 친애하는 최민정 영애는 대 몬스터용 특수 총기를 꺼내들고 있다. 게이트의 에너지에도 고장나지 않게 설계된 화기다.


게이트에 저항하기 위해 자체 에너지량을 무식하게 늘려서 위력과 반동 모두 최상급이지만 실전성은 충분하다. 이미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다시 시선을 돌려서, 하늘을 나는 돼지.


다시 말하자면 그건 비행종 몬스터를 의미한다.


괜히 팀원들이 진지한 표정인 게 아니다.


최민정의 총구가 돼지를 겨눈 지 오 분. 다행히도 몬스터는 우리를 향하지 않았다.


내가 A급이라고 해도 등급조차 모르는 몬스터 앞에선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상황 종료.”


김정진의 말에 팀원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지프는 여전히 덜덜거리며 거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어지러운 상태에서 활자를 읽는다는 선택을 할 만큼의 참을성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읽고 있는 건 팀원들의 헌터 인명부. 전투력과 초능력, 간단한 지위 정도를 포함한 문서다.


내가 C급이라고 무시한 이 팀은 놀랍게도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C급. 무시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 명의 B급은 십대 소녀 김다혜다. 신체능력의 한계를 해방하는 리미트는 깨지 못했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제법 강한 능력이라는 게 보인다. 나는 거기까지 읽고 명부를 내려놨다.


최민정이 말했다.


“미친게이야. 우리 개인정보는 잘 읽었니?”


그녀가 나를 왜 게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명부를 팀장에게 다시 넘겼다. 그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민정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대답을 안 해, 싸가지없는 새끼···.”


이 사람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를 욕하는 걸까? 당장 손가락만 튕겨도 죽을 것 같은 주제에.


하지만 최민정의 말을 듣고 내게 떠오른 건 분노는 아니다. 사실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 난 지금 72시간째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없는 것도 생각일까? 생각이 없는 게 생각이라는 가정하에 생각은 생각을 잇게 하니 생각 없다고 생각하는 생각도 결국 생각의 결과로서···.


“상천 씨.”


김정진의 부름이 나의 상념을 멈췄다. 나는 그가 말하는 것보다 빨리 말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


그는 잠시 당황한 듯 나를 보다가 말했다.


“그게 아니고. 내가 팀장이니 앞으로 말은 놓겠습니다.”


“?”


그는 그러고는 다시 앞을 봤다. 용건은 그게 다인 듯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이러다간 다 뒤질 텐데?”


나는 지나치게 용감한, 어찌 보면 안전불감증으로 보일 만한 이들의 태도에 대해 한 말이었지만 상황을 보니 그렇게 받아들여질 것 같진 않다.


차 내부의 분위기는 찬물을 맞은 듯 싸늘하게 식었다.


그때였다.


“그래, 해 보든가. 어차피 곧 죽을 건데 자금 죽든 그때 죽든.”


기가 센 최민정의 말이었다. 정지훈도 한 마디 거들었다.


“맞아. 미친놈은 건드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도 만만찮거든?”


그러고는 씩 웃는다. 나는 그제서야 이들의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게 됐다.


용감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무뎌진 것이다. 주변의 누군가 죽는 상황에 더해,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까지.


나는 굳은 결의를 다졌다. 이들에게 신사도를 전파하리라.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마음은 굳어졌다.


“도착했다.”


마침 김정진의 말이 떨어졌다. 팀원들이 하나둘 지프에서 내렸다.


나는 내리고 싶진 않아서 그냥 앉아있다가 정지훈에게 끌려 나왔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처음 좀비를 토벌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한 건 근처에 생존자 무리가 보인다는 것. 망가지지 않은 총기나 알루미늄 배트 같은 구시대의 무기를 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팀원들도 그들의 접근을 알고 있었다. 김정진이 대표로 나왔다. 반대쪽에서도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나왔다.


상황을 보니 사전 합의 따위는 없었던 듯했다. 두 사람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 게 들렸다.


“그러니까 돌아서 가라고. 우리가 왜 우리 영역에 당신 같은 놈들을 들여야 돼?”


“살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안하지만 그쪽 전력으로는 좀비는 막아도 몬스터는 못 막아요.”


상대 남자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니, 아저씨. 그쪽들 헌터 등급도 낮지? 저기 몬스터들은 우리 B급 리미트 해제자도 간신히 버틴 놈들이야. 급도 안 되면서 가서 뭐 하게? 죽으려고?”


그의 말에 김정진이 당황했다.


“B급이 겨우 버텼다고요? 여긴 저레벨 몬스터들만···.”


“그게 언제적 얘긴데! 저번 운석 떨어지고 나서 죄다 B급이 됐다고.”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큼성큼 걸어가 상대편 남자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빼애애액!!!”


순간 내게 시선들이 몰리고 그 시선들에는 각자 좋지 않은 의도가 담겨 있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당신은 신사적이지 못합니다. 죽든 말든 그건 우리 알 바죠. 와타시와 A급 헌터데스까. 그러니까 비킵시다?”


그는 나의 언변에 놀란 듯 보였다. 할말을 찾지 못하고 김정진을 노리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미친 종자는 왜 데리고 다니는 거야?”


김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나름 쓸모가 있어서요. 아무튼 이만 비켜주십시오. 그쪽 말이 맞다면 우리가 여기 들어와 봤자 위협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상대 남자는 우리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보았다기보다는 영역이 침범당하는 데 더 중점을 둔 모양이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김정진과 조금 더 협상하더니 곧 우리를 보냈다. 그가 김정진에게 뭘 요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김정진과 팀원들은 내게 아무것도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나도 딴생각을 하며 걷던 중이었다.


“저거. 보여?”


눈이 좋은 정지훈의 말이다. 모두가 그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을 보았다.


저 멀리 몬스터가 있다. 크기로 봐서는 최소 C급 이상으로 보였다.


어쩌면 생존자 무리가 상대했다는 B급 몬스터일지도 모른다.


열댓 마리가 덤비지 않는 이상 내게 큰 위협은 아니다.


하지만 김정진은 다르게 판단한 모양이다.


“조금 우회한다. 어차피 좀비는 여기서 1km거리야.”


팀이 그를 따라 조심스레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금까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사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으으···.”


그는 말이라기보다는 웅얼거림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나는 인명부에 있던 특기사항을 생각해냈다.


-혀 결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혀가 잘렸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음···까먹었다.


나는 그에게 작게 물었다.


“키미노···나마에와?”


그는 날 무시했다.




좀비 떼는 보통 도시 단위로 발생하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좀비들도 그렇다. 생존자를 따라 떠돌다 보니 여기까지 왔을 뿐.


양복을 찢는 건 좀비 종특인지 여기도 신사도를 무시하는 자들이 많다. 분노가 끓어올라 칼을 빼려는데 김정진이 나를 말렸다.


“아직 규모도 모르는데 공격할 순 없다. 적당히 유인해서 한 번에 처리할 거고.”


그는 강자의 도움만을 바라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물러났다. 김정진이 나를 조금 놀랍다는 듯이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평소대로 작전 진행한다. 김다혜.”


“네.”


김다혜가 손을 뻗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녀의 초능력은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것. 집중해야 쓸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굉장히 강력한 능력이다.


그 폭발과 강도와 여파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콰아아아앙!!


위력은 줄이고 소리는 키운 폭발. 좀비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더욱 많이, 그리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찢어진 옷들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올라왔다.


“끄으으으···.”


이대로면 작전이고 뭐고 폭주한다. 나는 정지훈에게 나를 세게 때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거절하지도 않고 내 머리를 후려쳤다.


빡!!


선명하게 울리는 소리. 덕분에 정신이 좀 든다. 옆에서 정지훈이 중얼거렸다.


“씨, 더럽게 단단하네···.”


손을 잠시 주물럭거리는 그와 함께 고지대로 이동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바로 그다.


정지훈의 발화 능력으로 좀비를 일망타진하는 것.


간단한 작전이지만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좀비가 불이 붙는다고 아파하거나 곧바로 죽는 게 아니기 때문. 우리는 잘못하면 화염 인챈트된 좀비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 상황을 위해 근처의 폐건물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높은 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제거하고 몰려오는 좀비 떼를 바라봤다.


“흡.”


정지훈이 제법 큰 불씨를 피워올리고, 곧 좀비들에게 집어던졌다.


캬아아아악!!


케에엑!


좀비들이 점점 모여들어 건물 밑에서 허들링을 시작했다. 자연히 불이 옮겨붙었다.


화르르륵···.


어느새 사방은 불타는 좀비들로 가득해졌다. 김다혜가 간간히 폭발을 일으키고 최민정이 포탄을 발사하며 좀비들을 처리했다.


정면에서 좀비를 상대해도 지지는 않을 테지만 안전과 효율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작전은 쉽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쿠웅! 쿠웅! 쿠웅!


땅을 울리는 진동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이 시대에 살아남아 저런 진동을 일으킬 대형 생명체는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몬스터다.


“···전투 준비.”


김정진이 긴장하며 말했다. 나는 과장된 몸짓을 취했다.


“자, 그럼 신···.”


“적당히 해, 이 새끼야···.”


정지훈이 나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꼴사납게 넘어졌지만 할 말은 계속 했다.


곧 내 입은 이름모를 혀 잘린 남성에 의해 막히게 되었다.


최민정이 짜증스레 말한다.


“씨, 몬스터만 해도 버거운데 저런 것도 신경써야 해?”


“유사시에 우리의 생명줄이다. 그런 목적으로 팀에 집어넣은 거겠지. 미쳤지만 버릴 순 없어.”


“저딴 게 생명줄은 무슨···.”


입이 막힌 채 누워 있으니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나의 대사를 멈추고 눈을 감았다.


“팀장, 이 새끼 자는데요?”


“무시해라.”


몬스터의 울림이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내가 사냥해서 잡아먹던 놈들과는 다르다.


훨씬 강력한 종류다.


철퍽···철퍽···.


놈이 걷는 소리다. 울림과 함께 알 수 없는 액체의 소리가 난다.


나는 잠에 빠지려던 순간 간신히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다.


지금은 상류층 특유의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생각함과 동시에 칼을 뽑았다. 맑은 쇳소리가 스산하게 울린다.


팀원들은 조금 놀란 듯했으나 나를 말리진 않았다. 곧 폐건물을 돌아 놈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지금까지 본 것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거대한 코끼리 같은 외형의 그것은, 뒤틀린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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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2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1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1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5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5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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