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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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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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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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심판

DUMMY

정부 본부로 향하는 날.


나는 최민정과 함께 군용 지프에 올랐다.


우리가 서울까지 타고 왔던 지프와는 달리 잘 정비되어 있고 흠도 별로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부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합류하고 임무 투입되기까지 얼마 안 걸릴 거야.”


최민정이 내게 말했다.


“정부 쪽 상황이 안 좋나 보지?”


내 질문에 최민정이 긍정했다.


“그냥 들은 얘긴데, 그 S급 때문인지 몬스터들한테 지능이 생긴 건지 정부 쪽을 향한 몬스터들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하더라고. 7년이 지나서 좀 안정화가 되나 싶었는데 다시 상황이 악화되는 거지.”


나는 얼마 전 보았던 인면수 타입을 떠올렸다.


“신종들 때문인가?”


“맞아. 그 망할 놈들 때문에 사람들이 제법 죽었어.”


대화하느 사이 지프는 이미 출발해서 폐허가 된 서울을 달렸다.


무너지고 철골이 드러난 건물들 사이로 이따금씩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정부 근처에 가장 많이 모여 있었지만 수십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다 거기 있을 수는 없었다.


자연히 그들은 서울에서 구역을 나누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리 사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라서 피골이 상접한 이들이 드물지 않았고 거리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가끔 싸움질을 벌이거나 한 명을 집단 린치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군인들은 그 광경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철컥. 철컥.


최민정은 말을 멈추고 총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완전히 망가진 서울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울의 몇 개 없는 게이트는 정부와 반군 양쪽에서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부 가까이로 갈수록 사람이 점점 많이 보였다.


그에 비례해서 시체들도 늘어났는데 누구도 돌보지 않은 그들은 천천히 썩어가고 있었다.


그 조용한 혼란 사이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시체와 사람, 폐허 사이에서 어린아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 죽었거나 정부에서 거두었을 것이다.


나는 전자보단 후자를 믿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은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정부의 역할은 몬스터를 막고 가끔 식량 배급을 하는 정도가 다인 듯했다.


그들은 온갖 비인륜적인 상황들을 목전에 두고서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끔찍하군.”


나도 모르게 오랜 침묵을 깨고 말했다. 옆에 있던 군인 한 명이 작게 말했다.


“정부 가까이로 가면 더한 걸 보실 겁니다.”


나는 그 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더 이상의 절망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바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하라!! 정부는···을..!!!


멀리서 메아리치듯 들리는 목소리들. 그것들은 마치 공연장의 함성이나 시위 현장의 구호처럼 들렸다.


그리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시위자들입니다. 더 많은 식량을 보급하라고 요구하는 거지요.”


내게 ‘더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 군인이다. 그는 멸망기 군인 특유의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부도 할 수 있는 걸 다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더 이상 식량을 늘릴 방법은 찾지 못했습니다. 시민들은 남은 비축 식량을 다 풀라고 얘기하는 거고요.”


“몬스터를 잡아먹으면 안 되나?”


군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서울 게이트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들은 먹을 수 없습니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요.”


그런 건가.


그렇다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 맞다.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본부 쪽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위의 소음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지금! 정부는 시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가운데 자기들만 살고자 식량을 비축하고···.


어디선가 구한 스피커로 연설을 하는 사람.


-식량을!! 내놓아라!! 식량을! 내놓아라!!


분노에 휩싸인 채 구호를 외치는 사람.


-으아아아아!!! 죽어!!


정부 쪽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비규환을 만들고 있다.


와중에 정부는 조용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너진 가운데 홀로 우뚝 선 거대한 건물.


7년 사이에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이용해 급조한 ‘피난정부 본부’다.


그 거대한 건물은 철문을 걸어 잠근 채 시민들의 아우성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들어갈 수 있긴 한 건가?”


문이 조금만 열려도 사람들이 밀고 들어갈 기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전한 진입이 불가능했다.


나는 그때 군인들 사이로 묘한 기류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


‘뭐지?’


한없이 음울하고 또 경직된 시선. 그들의 손이 하나같이 총기를 향했다.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이다.


지프가 인파 근처로 진입한 순간.


타앙!!


일순간 하늘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 누구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탕!! 탕!! 탕!!!


하늘로 쏘아지는 총알에 정적이 흘렀다. 거대한 인파에 파도가 일듯 침묵이 퍼져 나갔다.


“개, 개놈들···.”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차가 인파를 뚫고 나아간다.


부우웅-


인파가 천천히 갈라졌다. 지프가 나아갈 길이 강제로 열린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눈에서 분노와 경멸을 발견했다.


분명한 정부 인사인 우리를 향하는 선명한 악의가 있었다.


지프가 절반쯤 갔을 무렵이었다.


“씨발···쳐!!”


누군가 외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텅!!


지프의 문짝 부분이 조금 패였다. 군인들은 즉각 반응했다.


탕!!


소총이 불을 뿜고 몽둥이를 휘두른 남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쳐! 죽여버려!”


“저것들이 사람을 죽였다! 공격해!!”


“그래봤자 몇 명 안 돼! 다 죽일 수 있어!!”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자!”


“으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지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무기를 듦과 동시에 군인들이 총기를 들었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나는 순간 고민했다. 무기를 들어야 하나?


지프의 상황은 위험했다.


무기를 든 사람은 너무나도 많았고 지프에 탄 인원은 고작 대여섯 명.


군인들이 총을 난사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차체에 달라붙고 있었다.


콰웅!!


“뭐 해!! 죽고 싶어?!”


최민정은 이미 무기를 들었다. 그녀의 거대한 몬스터용 총기가 사람들을 뭉텅이로 갈아 버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칼을 빼 들었다.


광기가 느껴진다.


원래라면 사람 한 명 죽은 걸로도 겁먹을 사람들이 자기가 죽든 말든 덤벼들고 있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서 좀비의 그것과도 같은, 우울한 죽음의 빛을 보았다.


“이상천! 죽여!!”


이대로 두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신사로서 최민정의 말을 따를 수도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동시에 차에서 크게 도약했다.


쾅!!


즈려밟은 지프의 문짝이 부서져 나갔다. 좀비에 가까운 시민들이 그 틈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상천!!”


전력을 다한 도약에 알 수 없는 힘이 더해졌다. 나는 순식간에 백 미터 이상 솟아올랐다.


알 수 없는 확신이 든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겠다는.


화르르륵···.


발 아래부터 불꽃 같은 새하얀 기운이 나를 감싸듯 피어올랐다.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하며 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단번에 상황을 정리할 것이었다.


‘가자.’


곧장 낙하가 시작되었다.


콰우우우우웅!!!!


대기를 찢어발기듯 엄청난 소음이 일었다.


동시에 민중들이 하나같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놀라움과 경계심으로 가득한 표정들.


어떤 추진력을 얻은 내 몸이 돌바닥에 충돌하기까지 찰나였다.


콰아아아아앙!!!!


나는 주변을 보았다. 세상이 한없이 느리게 움직인다.


새하얀 기운이 뻗어나가며 돌바닥을 분쇄했다. 언제인가 보았던 운석의 힘처럼, 땅에 크레이터가 생겨난다.


동시에 기적이 일어났다.


하얀 기운이 부드러운 손길처럼 시민들을 잡고 밀어냈다.


분명 엄청난 충격파에 직격당했을 그들은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듯 밀려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 이게 진정한 신사도가 아닌가.


화아아악!!


시간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느새 크레이터는 수백 미터 반경으로 그 넓이를 넓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나는 주변이 고요해진 것을 느꼈다.


“뭐, 뭐야···.”


누군가의 뇌까림만이 들려왔을 뿐이다.


내가 여기서 시민들을 학살했다면 오히려 반감을 샀겠지.


하지만 밀려난 사람들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몸에 생겼던 상처들마저 지워졌다. 나는 내가 말해야 할 때임을 알았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씨발!! 다 뒤지기 싫으면 꺼져!! 개새끼들아!!!”


효과는 굉장했다.





“그건 또 뭐였어?”


최민정의 조금 불만스러운 물음. 나는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기댔다.


“나도 모른다.”


“개소리 하지 말고.”


나는 가불기를 썼다.


“내 신사도에 입문한다면 알려 주지.”


“쳇.”


최민정은 금방 포기했다.


나의 광역기가 먹혀들어 우리의 움직임을 허용한 시민들은 곧 흩어졌다.


그 하얀 기운과 함께 이상한 기억이 떠올랐지만 무시했다.


정부가 무반응으로 일관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한 차례 기세도 꺾였으니 시민들은 그냥 물러난 듯했다.


-3층입니다.


이 시국에서도 작동하는 얼마 안 남았을 엘리베이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긴 복도가 드러났다. 문이 못해도 수십 개는 있는 것 같다.


마침 그 중 하나가 열렸다.


“오!”


정지훈이다. 임무 중 실종되어 버린 나와 최민정과는 다르게 상처 하나 없이 이곳에 도착한 이들이다.


“왔나.”


이어 김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민정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가. 그가 조금 달라 보였다.


언제나처럼 모자를 눌러쓴 그의 뒤로 김다혜가 고개를 내밀었다.


“언니!!”


최민정을 보고 달려가는 게 퍽 반가워하는 눈치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내가 살려서 데려왔단다.


“이상천.”


나를 찾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김정진이 말을 걸어왔다.


“잘 돌아왔다. 그리고 얘기 좀 하지.”


“돌아오자마자? 내가 살아 돌아올 걸 알았나?”


“너라면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그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팀원들이 지내고 있는 방은 작고 가구도 별로 없었다.


하긴, 피난소에서도 쓸모없어하던 우리인데 여기라고 다를까.


김정진이 벽 옆에 서서 말했다.


“이상천. 널 상부에서 위험 인물로 지정했다.”


“정신병력 때문에?”


하지만 그의 말은 예상과는 달랐다.


“아니. 네 과거 이력 때문이다. 나도 봤지.”


나는 김정진의 시선을 잠시 피했다.


“아주 화려하더군? 동료도 죽이고, 탈영에, 심지어 네가 미쳐서 피로 그림을 그렸다는 증언도···.”


“그 마지막 건 모함이다. 위증이야. 진짜로.”


나는 김정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서 빨리 사실을 알려줬다.


다행히 김정진은 그다지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 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윗대가리들이 널 좀 보자고 하더군.”


나는 되물었다.


“날? 왜?”


김정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내게 이 사실을 알려준 비서실장이 말했다. 그들이 널 보고자 하는 건, 네가 가용 가능한 극대전력인지, 아니면 이대로 팀에 내버려 둬야 하는 적당한 악성 종자인지.”


그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사형을 언도해야 할 광인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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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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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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