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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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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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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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DUMMY

S급 헌터.


A급까지가 초인이라면 그들은 반신(半神)이다.


고작 한 등급 차이지만 S급과 A급 사이에는 그만한 격차가 있다.


몇 번의 손짓으로 몬스터를 군단 규모로 제거할 수 있는 초강자. 그들은 전 세계에 단 10명뿐이다.


그 중 하나는 김정진의 소식이 사실이라면 몬스터의 습격으로 죽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S급의 위상을 낮추지는 않는다.


지금 내 눈앞의 광경만 보아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쿠구구궁-


북 수천 개가 울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눈이 멀 것 같은 빛. 아홉 줄기의 번개를 정부 건물 바로 위까지 끊임없이 쏟아내는 존재는 다름아닌 사람이다.


S급 중에서도 초능력을 극한으로 갈고닦은 종류다. 물론 그렇다고 신체능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신체능력만 해도 최소 A급 상위다.


몬스터라는 만인의 적이 없었다면 넘치는 힘을 주체 못 해 지구를 멸망시켰을지도 모르는 존재들이다.


그런 인물이 갑작스레 현현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미친···.’


그들의 변덕은 신의 그것과도 같으니까.


간신히 그 광경에서 눈을 떼고 내 갈 길을 갔다. 빠르게 최민정을 빼 나와야 했다. 지금 S급은 중대한 변수지만 그렇기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가 개입한다면 어차피 막을 방법 따위는 없으니까.


“으윽···.”


일단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단 1초만에 옷을 갈아입었다. 편안한 양복과 프록코트, 중절모 차림이 된 나는 층계를 부수며 뛰어올랐다.


최민정이 있을 치료실을 향해서다. 복도로 접어들려던 그때.


“어딜 그리 급히 가나?”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인 중년의 남성. 나이가 제법 되어 보이는데도 자세가 곧고 강인한 인상을 지녔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의 몸 곳곳에서 이어지고 끊어지길 반복하는 뇌전의 잔재였으니까.


“S급 헌터세요?”


나는 일단 정중하게 물었다. 그가 답했다.


“자네한테 그런 게 중요한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반응에 남자가 씩 웃었다. 칼을 든 A급 앞에서도 상대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S급다웠다.


“나는 S급 헌터 정운이라고 하네. 낯간지러운 별호들도 있네만 밝히진 않겠어.”


그의 눈에서 순간 뇌광이 번뜩였다. 상대를 꿰뚫어보는 듯한 통찰을 담은 눈이었다.


“예, 그건 알겠고. 제가 좀 급해서요. 지나가도 될까요?”


“자네 예의가 없군?”


나의 간절한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나는 다시 시도해볼까 생각했지만 정운의 말이 더 빨랐다.


“사람을 죽였나?”


“예?”


“시치미 떼지 말고. 피 냄새가 난다네”


그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검을 왼손에 바꿔 쥐면서 대답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요.”


“누굴 죽였지?”


“아, 그···김민정이라고 싸가지없는 여자가 하나···.”


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친구. 나도 알지. 참 싸가지가 없어.”


“그렇죠? 그 말씀을 들으니 제가 좀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콰지지직!!


파멸적인 소리와 함께 뇌전이 내 몸을 노리고 쏘아졌다. 조금의 예고도 없는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다.


“개···!”


쩌어엉!!


간신히 공격을 흘려냈다. 왼손에 검을 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극한의 기술이 필요한 상황.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건 맞으면 가루가 된다.


“이걸 막아?”


정운은 나를 죽일 뻔 했음에도 뻔뻔한 얼굴로 놀라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는 굵은 번개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나는 일 초에도 몇 번씩 파지법을 바꾸며 그 공격을 흘려내야 했다.


“자네는 재능이 보이는군.”


저 새끼가 뭐라하든 간에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좌수검의 궤적이 일순 달라졌다.


파직!


뇌전을 따라 타고 들어가서 흐름을 끊어낸다. 검을 타고 내 팔에 파괴적인 뇌전이 전해지려는 순간, 검극을 틀어 번개를 완전히 끊어냈다.


팍!


“오?”


“큽···.”


뇌전이 일부 팔에 전해졌다. 조금 늦고 말았던 것이다.


팔 전체가 저렸다. 안 그래도 위험하던 왼손이 타격을 입었다.


좋지 않다.


“자네,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방금 그건 어떻게 한 건가?”


“그, 비켜 주시죠? 씨···씹탱아?”


저린 왼손을 잡고 치료실 쪽으로 걸어갔다. 정운의 황당한 시선은 무시했다.


“자네, 방금 나한테 뭐라고···.”


뒤늦게 그의 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치료실의 문을 닫아 버렸다.


쾅!


그곳엔 최민정이 불안한 시선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살피던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번개가···.”


“레이디, 본인이 사고를 좀 쳤소. 일단 갑시다.”


챙그랑!!


최민정을 잡고 창문을 부수며 뛰어내렸다. 최민정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욕을 했다.


“야! 씨발 너 뭔 개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야!!”


나를 쫓아오기 시작한 뇌전 덩어리를 본 모양인데 저 피키츄는 내 알바가 아니다. 언제나 미친 새끼에게는 병먹금이 답이다.


건물 밖 도로를 달렸다. 앞으로 몇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몇십 킬로미터는 달려야 살 수 있다.


그렇게 지부 구역을 벗어나려던 순간.


쾅!!



-전방에 과속 개새끼가 있···.



체내 내비가 안내를 시작한다. 눈앞에 어디선가 날아온 헌터 하나가 자리한 것이다.


쾅!


왼쪽으로 꺾자마자 한 명 더. 아예 방향을 틀자 또 한 명이 나타났다.


‘A급 3명.’


거기에 여유롭게 쫓아오는 S급 한 명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전투는 불가피한 것.


저린 왼손 대신 오른손에 칼을 쥐었다. 곧장 전투를 시작하려던 순간이었다.



[모두 멈추게.]



누군가의 말이 뇌리를 강타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강력한 의지였다.


‘S급!!’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뇌전을 다루는 공능을 이용해 무협소설에나 나오는 짓을 했다. 뭐라고 불렀지? 혜광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왜!! 개새끼야!!”


멈추라 한다고 멈출 이유는 없다. 일단 외치고 봤다.


S급, 아니 정운이 나를 묘한 눈길로 보다가 말했다.



[저자의 범행은 내 권한으로 무죄임을 보증하겠네. 그의 행동은 합당한 것이었어.]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갑자기 이렇게 도와준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정운이 씩 웃었다. 나를 둘러싼 3명의 A급 헌터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정운이 말했다.



[죽은 여자가 먼저 죄를 지었지. 그 죄목은 ‘싸가지 없음’ 일세.]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




이후 발생한 모든 문제는 정운이 해결해줬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가 이렇게 말하기는 했다.


“자네는 인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걸세.”


그런 존재가 될 일은 없겠지만 일단 그 말 덕분에 살았으니 고마운 말이긴 하다. 나는 타격을 입어 버린 내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정부 한강 지부는 나에게 홍차와 물자를 지급해 줬을 뿐만 아니라 최민정과 나를 베타 4팀이 기다리는 정부 본부로 보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당연히 정운이 힘을 쓴 것이겠지. 그가 왜 나에게 갑자기 호의적으로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내가 그의 공격을 잘 받아내어서가 아닐까.


그런 이유로 추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 몸을 살려줬다면 그는 실로 병신이 맞다. 나는 조용히 정운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병신→개1병신.’


정운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나는 내 수정된 평가를 그에게 들려줄 필요가 없게 되었는데,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의 입은 나조차 통제할 수 없으니까.


사건의 전말을 듣는 동안 점점 날카로워져서 이제는 살아있는 칼날이 되어 버린 최민정은 저쪽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 최민정은 치료를 받았고 우리는 S급의 보증에 의해 고문받을 일도 없게 되었으며 팀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상 문제는 더욱 깊어진 것이, 나는 정부 인사를 살해한 이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나는 높은 확률로 비공식적인 장소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당장 나를 멀리서 감시하는 헌터만 해도 여러 명이다. 감지나 투시 능력자에 의해 내 몸에 있는 작은 흉터까지도 모두 보고되었을지도 모른다.


변태 새끼들.


이제 와서 보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실로 음흉하다. 저 더러운 눈초리로 어디까지 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어쩌다 보니 S급을 등에 업은 루키가 되지만 않았더라면 이미 신체검사를 명목으로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하려 들겠지. 특급 범죄자라는 팻말을 붙여서.


느껴지는 시선들에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꺼져!!”


나는 거칠게 소리쳤다. 상대는 잠시 멈칫했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갑자기 진정하고는 내게 걸어왔다.


“이상천 씨. 본부 이동 전까지 지내실 곳을 안내드리겠습니다.”


나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냥 따까리였나.


남자를 따라 그들이 배정한 내 방으로 향했다. 곧 떠날 장소이긴 하지만 이곳은 지금 나에게 상당히 중요한 곳이다.


오랜만에 홍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홍차를 꺼내 놓았다.


하지만 그런 내 기대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지고 말았다.


“?”


방은 가구가 부서지고 쓰레기로 가득했다.


어떤 연유로 파괴된 뒤 고치지 않은 모양인데, 이런 방을 내게 배정한 심리는 뻔하다.


정운이 떠나 버렸으니 눈치 볼 것 없다는 거다.


김민정 수사관은 성격이 더럽긴 했지만 주변 인맥이 상당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정부 측은 내 행동을 정부에 대한 도전으로 볼 터. 이런 식의 견제는 있을 법한 일이다.


놀라긴 했지만 여기에 대해 분노나 불안감을 느낄 만큼 심리전에서 밀릴 생각은 없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한 자세로 칼을 뽑아 들었다. 나를 안내한 남자가 기겁했다.


“이, 이 일은 제 소관이···!”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하는 건 쓰레기 분쇄다. 나는 맹렬한 기세로 칼을 휘둘렀다.


가가가각!!


목재 가구와 쓰레기들이 분쇄기에 들어간 듯 불규칙적으로 갈려 나갔다.


쿠궁....


방 전체에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나는 그 먼지마저도 베어가른 뒤 남자를 돌아봤다.


“다른 방은 없나?”


나는 웃으며 물었다.


“내가 손수 쓰레기도 치워 줬는데, 이딴 방 쓸까?”


아무 죄 없는 남자를 정부와 나의 사이에 섰다는 이유로 핍박하려던 때였다.


“그쯤 하시지요.”


김민정에 이은 양복 차림의 여자2다. 나는 그녀에게 엿을 날렸다.


슬프게도 무시당했다.


“박혜민이라고 합니다. 듣긴 했지만 정말 제멋대로이시군요.”


마치 말 안 듣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엿을 날렸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A급 헌터분을 이런 곳에 데려다놓을 수는 없지요. 다른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좆까!!”


나는 엉망이 된-애초에 엉망이었지만-방에 들어가서 문을 쾅 닫았다.


나는 여기서 지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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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백두산 24.09.09 12 0 12쪽
19 제주 24.09.06 13 0 12쪽
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3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3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 문제해결 24.08.26 15 0 11쪽
9 S급 24.08.23 15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4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8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6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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