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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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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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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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오케스트라

DUMMY

결론부터 말하자면 쓰레기 가득하던 방도 제법 지낼 만하다.


쓰레기를 창밖으로 모조리 던져버리고 나니 멀쩡한 방이 되었기 때문.


쓰레기를 던졌을 때 아래에서 누군가 처맞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철저하게 무시했다.


정부 놈들이 뒤지든 말든 그게 내 알 바인가.


물론 가구는 하나도 없어서 바닥에 누워 자야 했지만 한국인은 본래 방바닥의 민족이다.


조금 불편할지언정 못 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똑같았어. 내 경우에는 처음에 아예 창고를 줬다고, 시-발.”


최민정이 한 말이다. 나는 어느새 말끔히 나은 그녀와 야외에 나와 있었다.


이곳은 운동장 정도로 쓰였던 것 같은 공터였는데 훈련하는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지만 영양가가 없으므로 그만두었다.


최민정이 질문을 계속했다.


“그래서? 넌 그냥 참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했어?”


“칼을 뽑아서 방을 난도질했다. 웬 여자가 와서 다른 곳으로 안내하려 하길래 그냥 거길 쓰겠다고 했지.”


최민정의 반응이 예상이 간다.


“뭐? 거길 그냥 들어갔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쓰레기는 다 창밖으로 던져 버렸지. 곧 누군가가 와서 문을 미친듯이 두들겼는데 칼 들고 나가니까 도망가더군.”


“와, 넌 진짜···.”


최민정의 존경심 담긴 시선을 받으며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감각했다.


아, 어찌 이것보다 더 평화로우랴.


최민정도 잠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듯했다.


그녀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까지 제법 오래 걸렸다.


“본부 이동까진 이틀 남았고···뭐 할 거야? 또 깽판 놓을 거야?”


이제는 조금 기대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명상이나 할까.”


다시 말하지만 이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말투는 굉장히 불편하다. 내 본연의 개성 넘치는 말투를 못 쓴다는 것은 참으로···.


“너. 또 좆 같은 생각하고 있지?”


나는 부정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저벅. 저벅.


누군가 다가온다.


이제는 싫증이 날 만큼 여러 번 반복된 상황. 목적은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를 괴롭히려는 것이겠지.


“이상천 님, 최민정 님?”


누군가 하고 봤더니 갑자기 나타나 깐죽거리던 그 여자다. 날 다른 방으로 안내하갰다던 여자.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박씨였던 것 같은데.


“이상천 님은 어제 뵈었지요? 어제는 경황이 없었으니 다시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는 박혜민 전···.”


“아, 좆까아.”


“네?”


나는 저 여자를 고작 두 번 봤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저 면상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좆까시고. 아, 깔 좆이 없나? 됐고. 용건만 빠르게.”


최민정은 옆에 서서 관망하는 눈치였다. 박 어쩌고 하는 여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두 분, 본부 이동 전에 작전에 참가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수뇌부 판단으로, 여러분은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으아아아악!! 그래, 할게. 하면 되잖아? 아니 씨 이 애미없는 년은 왜 아침부터 시비를 털지?”


나는 갑자기 분노에 휩싸였다. 곧바로 칼을 뽑아 들었는데 전임자의 결말을 아는 박 어쩌고는 곧장 도망쳤다.


“히익!!”


“진작 그럴 것이지.”


“편리하네.”


최민정이 날 도구 취급하는 건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계속해서 바람을 즐겼다. 최민정도 오랜만의 평화를 만끽하는 모양인지 더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이번 작전은 저번 패배의 피해를 수복하기 위한 것으로, 일부 적에게 점령당한 마포를 완전히 되찾는 데 주력한다. 인선은···.”


나와 최민정이 갑작스럽게 투입된 작전은 저 남자가 떠드는 내용과 같다.


내가 아직 적진에 있었을 당시 벌어진 큰 전투는 비단 내가 있던 곳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거의 한강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한데, 대부분의 위치에서 정부군은 패배했다.


인력의 차이 때문이다.


화기나 전차 같은 강력한 무기가 점점 사라지고 해제자와 초능력자가 그 빈틈을 메꾸는 가운데 압도적인 인구수를 가진 반군 쪽이 우세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반군의 리더가 A급을 초월한 초능력자라는 말도 들렸다.


아직 루머에 불과하지만 한 명이 죽어서 9명뿐이던 S급에 한 명이 추가됐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직접 전투에 나선 적은 없다 했으니 잠정적인 위험이지만 무시할 순 없다.


마포에 투입될 전력이 전멸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휘발성 높은 전력인 내가 차출된 건 전략적으로도 맞는 구실이 있는 결정이었다.


“······헌터조는 그대로 5인체재를 유지하고, 일반군은 방어선을 밀면서 전진한다. 주요 전투는 결국 헌터들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나는 질문을 했다.


“난 어떡합니까? 팀도 없는데.”


단단한 눈빛을 가진 지휘관이 말했다.


“이상천, 최민정은 잉여 전력이므로 독자적인 판단을 허용한다. 다만 아군을 공격할 경우는···알 것이다.”


그가 마지막 말을 붙인 의도는 간단했다.


김민정 살해 사건과 같은 일을 벌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다만 너무 노골적이기는 했다.


나도 바보는 아니라서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최민정은 무기를 잃어버렸고 할 줄 아는 게 죽은 척밖에 없으므로 내가 챙겨야 한다.


나는 최민정을 잠시 돌아봤다. 그녀도 나와 눈을 맞췄다.


그때쯤 각 팀들이 움직일 세세한 동선까지 설명을 마친 지휘관이 말했다.


“각자 위치로.”


“위치로!!”


군인들이 해산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방을 나섰다.


용산에서 마포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나와 같은 헌터들은 뛰어가기만 해도 문제가 없다.


일 층에 내려와 보니 이미 기다란 군용차량의 행렬이 보였다.


놀라운 것은 군인들의 무장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소총을 한 자루씩 갖고 있었다.


“총의 구조를 바꿔서 다시 생산하고 있어. 그래봤자 게이트 근처에선 못 버티지만 대인용으로는 쓸 수 있는 거지.”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눈치챈 최민정의 말이었다. 그녀는 어디선가 커다란 총을 받아서 짊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났냐고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이거? 주웠는데?”


창고에 놓여 있었는데 주인이 없는 게 가져가도 될 것 같아서 그냥 가져왔다고 한다. 세상에.


우리는 남은 군용차량에 타고 마포로 이동했다.


운 좋게도 서울에는 게이트가 몇 개 안 생겨서 자동차가 망가지는 일은 드물었다.


부우웅-


차 소리를 배경으로 폐허가 된 서울과 근근이 살아가는 주민들이 보였다.


5000만에 육박하던 한국 인구는 현재 추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사실 헌터의 숫자는 매우 부족하다.


이 지부 하나에 A급이 넷이나 있으니 헌터의 숫자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이 지부는 적의 주요 전력과 힘싸움을 할 만큼 중요한 지부다.


정부 본부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지부인 것이다.


본부까지 감안한다 해도 한국의 정식 A급 헌터 수는 10명 안팎. 그마저도 지방에 있던 자들은 행방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등급 높은 몬스터들은 그 숫자를 세기도 어렵다.


세계가 이 정도로 망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합정동으로 진입합니다.”


빼앗긴 곳은 상암, 성산, 중동, 망원. 넓이로 보면 마포구의 절반은 먹힌 셈이다.


강서에서 넘어온 적들의 기습에 의한 것이었다.


“팀별로 작전지 이동. 무전 활성화합니다.”


나와 최민정은 그다지 열심히 싸울 생각은 아니었다. 대충 넘어가서 칼질이나 몇 번 하고 돌아올 요량.


건물이나 좀 부수면 열심히 싸운 걸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요즘 신사도로 실현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조금 침울한 상태다.


내심 나의 마지막 오케스트라를 만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투입.



무전이 헌터 팀들에게 울려 퍼지고, 가지각색의 등급과 능력을 지니 헌터들이 북서쪽을 향했다.


적들은 화기를 비롯해 민간인들이 사용할 무기가 적은 만큼 방어선을 구축하지 않았다.


대신 가야 할 길에 함정을 깔아 두고 매복하고 있을 것이다.


헌터들이 신속하게 할당된 지역으로 향하는 가운데 나는 최민정과 함께 직진을 시작했다.


대충 아무데서나 숨어 있을 생각이었다. 조금 달리니 작은 상가 하나가 보였다.


“들어가자.”


이 층으로 올라가자 커다란 미술학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곳이었는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었다.


물론 그 중 절반은 포격에 잡아먹혀 박살이 나 있었지만.


“어릴 때 생각 나네.”


최민정이 학원에 들어서며 탁자를 한번 쓸었다. 오래 쌓인 먼지가 손가락을 따라 지워졌다.


“아, 시발.”


그녀는 황급히 손을 탁탁 털었다. 나는 근처에서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았다.


어린이용인지 아주 낮고 작다.


나는 챙겨온 가방을 열었다. 최민정의 호기심 담긴 시선을 받으며 나는 홍차를 우려내기 위한 과정을 시작했다.


먼저 홍차 잎을 조금 꺼내서 물과 함께···.


콰아앙!!


“이 개새끼!!!”


누군가 벽을 부수고 뛰어들어왔다. 하지만 내 시선을 그쪽을 향하지 않았다.


날아온 돌 파편에 의해 내 소중한 홍차잔이 박살 난 것이다.


놈은 눈치 없이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감히 누나를 죽여?! 넌 내가 찢어···.”


“끄으아아아아아!!!!!!!!!”


나는 격분했다. 티타임을 방해하다못해 내 잔을 박살 내?


“뭐,뭐야···.”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미친놈이 한 명 서 있었다.


내가 죽인 A급 여자의 동생이다. 마찬가지로 A급이지만 그리 강해 보이진 않았다.


전에는 내 오케스트라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지만 이젠 죽여야 할 대상이 되었다.



-전방에 장애물이 있습니다. 들이받으십시오.



이 새낀 누구야?


누군가 내 몸속에서 명령을 내리는데 누군지는 모르겠고 일단 그 말을 따랐다. 어차피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던 차였다.


뻐어억!!


“크흑···!!”


놈이 작게 침음성을 내뱉었다. 나는 바로 칼을 뽑았다.


“이···야!! 누나가 죽었는데 화는 내가 내야···.”


놈이 반성을 시작했는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참격을 날렸다. 햇빛을 받은 검이 은빛 궤적을 그렸다.


스겅!!


미술학원 전체에 기다란 자상이 남았다. 나는 어렵지 않게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쿠궁-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음. 상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씨발!!”


내가 외쳤는지 놈이 외쳤는지 누군가의 욕설이 들려왔다. 나는 상가 밖으로 몸을 던지는 놈을 향해 달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너!! 미친년 동생!!”


내 호칭에 놈이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에 대응하여 칼을 높이 들었고 놈은 또다시 욕을 했다.


“씹···.”


살기 가득하던 눈에 다급함이 어린다. 자기가 화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상대가 화를 내니 당황한 것.


병신이 따로없다.


“야! 피아 구분은 해야 할 것 아냐!!”


와중에 간신히 뛰쳐나온 최민정이 나에게 화를 낸다.


그제서야 아까 욕을 한 게 그녀였다는 걸 깨달았다.


난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단은 저놈이 먼저다. 나는 칼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엄마 없이 큰 놈!! 병신!! 누나랑 붙어먹···.”


아, 이건 좀 심했나?


죄송.


홱!!


도망치던 놈이 뒤돌아본다. 양손에 수투를 끼고 있었다. 놈이 외쳤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파앙!!


허공을 때리는 주먹. 동시에 강대한 충격파가 나를 향한다.


순수 물리력이었다. 나는 검을 들어 똑같이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쿠웅-!


놈의 눈이 커졌다.


나는 생각했다.


내 티타임을 방해해?


씨발, 넌 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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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2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2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3 0 11쪽
»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5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6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20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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