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미친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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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
작품등록일 :
2024.08.02 21:04
최근연재일 :
2024.09.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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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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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DUMMY

멋진 남자와 미친 새끼가 대립을 한다면 이기는 것은 보통 멋진 남자다.


이것은 아주 유서 깊은 전통으로, 저 오래된 기사도 소설들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미친 새끼와 멋진 남자 중 분명히 멋진 남자이므로 이놈을 못 잡아 죽일 것도 없다.


저놈을 좀 보라.


“이걸 보시죠!! 제가 직접 새겨 넣은 문양인데, 두개골의 돌출부 라인을 타고 내려가는 게···.”


광대는 갑자기 흥분한 시점부터 계속 나에게 뼈다귀들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그것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부터 했다.


“왜 죽였지?”


“예?”


곧바로 돌아오는 당황한 물음. 나는 다시 말했다.


“왜 죽였나고 물었다.”


“어···그게 중요한가요···?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여길 보시면 이 해골에 새긴 해골은 대···.”


“말하기 싫다면 알았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설명하는 뼈다귀들도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다.”


“뼈, 뼈다귀라니···.”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설명이나 해라. 왜 여기서 나갈 수 없는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존자가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광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일단 앉으시죠. 1번 방이 응접실입니다.”


나는 뒤도는 광대를 보며 다시 미친 새끼와 멋진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냥 죽일까?’


고민하는 동안 광대는 이미 굴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일단 그를 따라갔다.


응접실 안에 들어선 순간,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홍차다!!!”


그렇다. 광대는 나를 위해 홍차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홍차 좋아하십니까? 이건···.”


“고맙다!!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으워어어어어!!!!!”


광대가 심히 당황했다.


“아, 아니 이게 그 정도로···.”


나는 광대에 대한 모든 편견을 버렸다.


사람 좀 죽이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양심과 인성을 논할 수 없는 시대다.


유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광대가 푹신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입을 열었다.


“예, 그럼 홍차가 우러날 동안은요, 왜 제주도 탈출이 불가능한지 말씀드리죠.”


내가 자리에 앉자 광대가 말했다.


“제주도 전체를 휘감고 있는 몬스터가 있다는 건 아십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크기의 몬스터는 아직까지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적이 없는데. 제주도와 연락이 끊긴 게 그럼 그놈 때문인가?”


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놈이 섬 전체를 휘감고 같은 해양종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며 3년째 버티고 있죠.”


“잠깐, 그런데 휘감고 있다고?”


“예.”


나는 잠깐 내 상식을 점검했다.


“그럼 제주도 밑의 땅을 파고들고 있다는 뜻인가?”


광대가 부정했다.


“아,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합니다. 잠깐 기다려 보시지요.”


광대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여기 사진이 있을 텐데···아, 여기 있습니다.”


그가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소용돌이 보이시죠? 그놈의 사냥 방식입니다. 끊임없이 바닷물을 들이마셔서 섬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립니다.”


그의 말대로 제주도 해안가에 엄청난 규모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A급이라고 해도 저런 거력은 당해낼 수 없다.


S급이 아닌 이상 죽는다는 뜻이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


광대가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전체가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만, 놈은 일종의 고리 형태로 제주도의 해저 암반에 감겨 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는 왜 못 떴지? 그것도 저놈 때문인가?”


내 질문에 광대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 저 몬스터가 내뿜는 에너지가 워낙 강해서 남아나는 전자기기가 없습니다.”


배도, 비행기도 막히고 전자기기도 박살났다면 소식이 끊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나는 제주도의 소식이 완전히 끊겨 버린 이유를 완전히 이해했다.


그때쯤 홍차가 다 우러났다.


나는 광대가 건네는 홍차를 받아들었다.


“그건 그렇고, 넌···잠깐?! 홍차잎이 없어?!”


나는 크게 놀랐다. 홍차잎은 역시 씹어먹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예? 홍차잎은 당연히 걸러야지요?”


광대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 내가 신사도에서 밀리다니!


충격에 홍차를 입에 대지 못할 때였다.


쿠구구구···.


방공호를 넘어 이 근방, 아니 섬 전체를 울리는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광대를 돌아봤다. 광대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 몬스터가 들이마셨던 바닷물을 뱉는 겁니다.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지요. 다만 저희 방공호는 안전할 겁니다.”


그의 말대로 방공호가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동은 도무지 멈추지를 않아서 나는 밖으로 나가기를 요청했다.


광대는 받아들였다.


“지하가 진동이 좀 심하기는 하지요. 나갑시다.”


나는 진동에 더욱 부서지고 있는 방공호 위의 폐가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물론 홍차는 한입에 비웠다. 광대 것까지.


“아, 훨씬 낫군.”


내 뇌까림에 광대가 웃었다.


“저도 가끔은 답답하답니다.”


나는 근처에 적당한 곳을 찾아 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광대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요. 이름이 뭡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상천이다. 너는 이름이 뭐지?”


광대가 씩 웃었다.


“오귀스트입니다. 충주 오씨지요.”


나는 그 재미없는 농담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돌려차기로 광대의 배를 걷어찼다.


쾅!!


광대가 비명을 질렀다.


“끄어어어업···!!”


그는 곧 바닥에 엎드려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이상천 씨발새끼···.”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 욕설에 나는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저리도 천박한 언행이라니!!


과연 조선 시대에 천민으로 분류될 만했다.


나는 정중히 광대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퉤!!”


광대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그가 마침내 화를 내려던 찰나, 나는 선수를 쳤다.


“적이다!!!”


내 말을 듣자마자 나는 크게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다.


적이라니?


내 눈이 입에게 물었다.


“적이라니? 도대체 어디에?”


입이 답했다.


“그딴 건 없어, 씨발새끼야.”


나는 내 입을 후려쳤다.


그러든 말든 광대도 놀라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나의 방정맞은 입의 폐해다.


사과하려던 찰나 이번엔 나의 감각이 입에게 말했다.


“병신아. 저기 있잖아!!”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또 놀라서 감각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아니나다를까.


짙은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서 있었다.


전부 같은 옷은 아니지만 색깔은 용케 맞췄다.


“이런···.”


광대는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재빨리 그에게 물었다.


“저들은 누구지?”


그가 답했다.


“그, 제 과거사가 좀 있습니다만. 지금 설명할 이야기는 아니고, 간단히 말하자면 적입니다. 저를 죽이고 싶어 하지요.”


광대가 나를 돌아봤다.


“도와주실 거죠?”


그의 눈이 불쌍하게 반짝였다.


나는 홍차까지 대접해 준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일단 질문을 했다.


“왜 너를 죽이려고 하지?”


광대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혁명이 실패했기 때문이지요.”


그 순간.


쐐애액!!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무언가.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칼을 뽑았다.


카앙!!


칼날과 무언가가 부딪혀 소음을 냈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천천히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는 단검.


주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분명한 아티팩트다.


그것도 상위의.


“그것은 혁명 따위가 아니다!!”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상대편에서 외쳤다.


상당히 분노한 기색이었다.


“배신자 오귀스트!! 이제 죽어라!!!”


그 말이 들린 것과 동시에, 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콰아앙!!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우리를 포위하는 적들의 속도가, A급에도 뒤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숫자는 무려 스무 명을 넘었다.


“뭐지?”


광대가 머리를 잡아뜯었다.


“젠장, 망했어요. 아주 망했어.”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


“어떻게 저 많은 인원이 A급의 힘을 낼 수 있는 거냐? 광대, 대답해라.”


광대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티팩트입니다, 그것도 S급의···일반인을 A급 이상으로 만들어 줄 만큼 강력하지요. 다만 오래가진 않습니다.”


무려 S급의 아티팩트.


전 세계를 뒤져도 몇 개 없는 물건이다.


나는 조용히 칼을 뺐다.


그러고는 칼춤만으로 게이트 내부를 통과했을 나를 상상했다.


“···.”


미친 채로 춤추는 광경만이 생각났다.


상상력의 한계로 그 이상의 무언가는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상황을 재현해 보기로 했다.


너무도 멀쩡한 정신을 가진 나지만, 미친 척을 해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월!!! 월!! 월!!!!”


보라, 나의 눈물겨운 희생을!


“멍!! 월!! 월!! 컹컹!!!”


광대가 나를 돌아봤다.


그때쯤 나는 이미 개처럼 네 발로 기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앞발로 내 등을 가리켰다.


“설마···타라고요?”


나는 짖었다.


“월!! 월월!!”


광대가 심유한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결국은 내 등 위에 앉았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오, 하늘이여···.”


그가 뭐라든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죽여라!!”


“놈들이 뭔가 한다! 공격!!!”


나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있던 적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외치기 시작했다.


실로 위기다.


나는 뒷다리에 힘을 집중하고 저 먼 산 쪽을 바라봤다.


단숨에 돌파할 생각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합체.”


“예?”


광대의 당황하는 소리에 나는 씩 웃었다.


곧바로 돌파.


콰앙!!


지면을 박차고 최대한의 속도로 튀어 나갔다.


“으아아아악!!!!”


광대가 내 등 위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그 점을 이용했다.


“월월월월월월월!!!!!!”


“으아아아아악!!!!”


“월월월월월!!!”


“으아아아악!!!”


각각의 개소리가 한데 섞이자 엄청난 화음이 조합되었다.


좋게 말하면 도발, 내 의도대로 말하면 엿먹이기다.


나는 나의 음악적 자질에 강한 확신을 느끼며 내달렸다.


“저 씨발새끼들!!”


“달리면서 돌을 던져!!”


“아티팩트 발동해!”


뒤에서 우리를 쫓는 적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 이상천 합체모드가 만만해 보이나 보다.


나는 그들의 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가속을 준비했다.


“흡···.”


잠시 숨을 모았다가,


“좆!!!”


발사!!


콰우우우우웅!!!


내가 뭘 부순 건진 모르겠지만 속도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끄아아아악!!!”


광대가 지르는 비명과 함께 나는 한없이 느려진 세상을 질주했다.


길게 늘어나 보이는 나무와 폐가들, 부서진 도로와 폐허···.


장관이다.


그리고 화룡점정이 끼어들었다.


-8km 전속력으로 직진하십시오. 전방에 개병신, 개병신이 있···.


“좆까아!!!!”


나는 전력을 다해 오른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망할 8km직진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는 굳게 다짐하며 달렸다.


신사의 체면은 구겨졌지만, 홍차의 은혜를 갚는다 치면 사실 별로 어려울 것도 아닌 일.


A급 하위권의 적들로는 나를 추격할 수 없다.


나는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았다.


제주도 중앙에 자리한, 어찌 보면 제주도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거대한 산.


백두산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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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젠틀맨 발작 24.09.05 10 0 12쪽
17 안 죽임 24.09.04 11 0 11쪽
16 젠틀맨 티칭 24.09.03 11 0 12쪽
15 젠틀맨 탭댄스 24.09.02 11 0 12쪽
14 젠틀맨 심판 24.08.30 12 0 12쪽
13 젠틀-맨 24.08.29 13 0 11쪽
12 호상 24.08.28 12 0 11쪽
11 마지막 오케스트라 24.08.27 14 0 12쪽
10 문제해결 24.08.26 14 0 11쪽
9 S급 24.08.23 14 0 12쪽
8 젠틀맨 댄스 24.08.22 15 0 12쪽
7 재회 24.08.21 13 0 12쪽
6 왕후장상 24.08.20 16 0 12쪽
5 젠틀맨, 승리 24.08.19 17 0 12쪽
4 젠틀맨, 조우 24.08.16 19 0 12쪽
3 젠틀맨, 귀환 24.08.15 24 0 11쪽
2 젠틀맨, 임무 투입 24.08.14 25 0 12쪽
1 젠틀맨, 등장 24.08.13 7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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