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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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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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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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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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수용소

DUMMY

16화


빌런.


각성의 날 이후 신종 빌런들이 대거 생겨났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수감자 중에서도 각성자가 나왔고, 갑작스러운 힘을 얻게 된 그들은 탈옥을 감행했다.


각성은 약자와 강자,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았다.


각성자 관리청이 생기고 빌런을 소탕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다시 질서가 찾아오고 있었는데, 이진상 같은 빌런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지휘통제실로 돌아온 석구는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대인공포증 완치.


뺨 한 대 값치고는 엄청난 이익이었다.


만약 이진상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진상이 다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


이진상이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마주쳤을 것이고,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다들 고마워···.”


석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네 명의 소환인들을 바라봤다.


“마스터, 저는 마스터를 지키기 위한 검입니다. 누구든 마스터를 해하려고 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 오늘은 온종일 안아줄게요.”

“마스터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주사가 준비되어 있어욥.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욥.”


각자의 방법으로 석구를 위로했고, 벨라는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마스터, 저 잘했어용?”

“응. 잘했어. 너희들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는데···.”

“손을 더럽힌 게 아니에용. 나쁜 녀석을 사냥한 거에용. 그렇죠? 언니, 오빠, 그렉삼촌.”


반과 탈리아, 그렉이 벨라의 말에 동의했다.


석구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 원샷 했다.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유일 직업으로 지휘관이 되었고, 네 명의 소환인은 석구만을 바라보며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마스터, 저도 한 캔만 주십시오.”


반 루이즈가 석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저도!”

“저도욥.”

“저도 주세용. 이제 3성 돼서 미성년자 아니랍니당.”

“그래. 다 마시자. 맥주는 많고 밤은 기니까.”


석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은 분주했다.


최상위 랭커들의 탑 등반을 관리해야 했고,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빌런들을 체포해서 빌런 수용소에 집어넣어야 했다.


빌런 수용소.


대전에 새로 설립된 빌런 수용소는 대한민국의 빌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었다.


관리청 소속 플레이어들이 게이트 및 탑에서 얻어오는 부산물인 마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최대 수용 인원은 10만 명이었다.


현재 빌런 수용소에 수감된 빌런은 5만 명.


각성의 날 이전에 범죄자였던 인원이 대부분이고 각성하자마자 힘을 남용하여 빌런이 된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보안 기술이 점점 강화되어 지금은 탈옥을 꿈꿀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관리청장인 최민성은 빌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상태에서 각성의 날을 맞이했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석구는 지휘통제소에서 이진상 사건을 계기로 빌런 목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진상은 각성의 날 이전이었다면 범죄자가 아니었겠지만,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빌런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빌런을 죽일 수는 없었다.


중국에서 일어난 게이트 브레이크는 당장 세계 어디에서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고,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면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최악의 경우 범죄자들을 전장에 투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석구는 문득 그렉의 말을 떠올렸다.


‘평생 바보로 만드는 물약 있어욥.’


“그렉, 혹시 바보로 만드는 물약은 얼마나 만들 수 있어?”

“얼마나 필요하신데욥?”

“물약 한 병 정도에 몇 명 정도 투약할 수 있을까?”

“물약 한 병이면 100명에게 투약하고도 남아욥.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하면 한 병에 1000명까지도 가능해욥.”

“다른 방법이라면?”

“가스 형태로 만들면 되욥. 일명 바보 가스에욥.”

“50병만 만들어줘. 필요한 재료는?”


석구는 그렉이 적어준 재료를 거래소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그렉이 물약을 만드는 동안 관리청장 최민성에게 연락했다.


- 제로입니다.

- 네. 제로님 안녕하십니까. 게이트 브레이크를 북한에서 막아주신 걸 어떻게 보상해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 보상은 괜찮습니다.

- 그래도···.

-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저와의 비밀이나 잘 지켜주시면 됩니다.

- 아! 물론입니다. 무덤까지 갖고 가겠습니다.

- 좋습니다.

- 그나저나 어쩐 일로 연락을 다 주셨습니까?

- 지금 빌런 수용소 수감 인원이 총 몇 명이죠?

- 약 5만 명 정도입니다.

- 그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 안 그래도 그걸로 요즘 머리가 좀 아픕니다.

- 인권 단체에서 빌런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어서요.

- 인권이라···.

- 각성의 날 전에 정리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사태까지 오게 되었네요.

- 제 방식대로 한 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혹시 다 죽이실 겁니까?

- 아뇨. 저 그렇게 악랄하진 않습니다. 관리가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드리죠.

- 매번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 죄송합니다.

-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주셔서 저와 저희 부모님도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수고 좀 해주세요.

- 그럼 언제 실행하실 계획입니까?

- 이번 주 중으로 할 예정입니다. 일 처리 끝나고 말씀드리죠. 몇 가지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석구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최민성에게 알려줬고, 그 시간부터 약 3시간 동안 교도관들을 수감동이 아닌 다른 건물에 있도록 부탁했다.


그렉은 예정대로 50병의 물약을 모두 완성했고, 살포할 수 있는 가스 형태로 만들었다.


의대생 출신인 그렉이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냐 물어보니 그렉은 의사가 안 되었으면 마법 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렉, 조심히 다녀와.”

“알겠어욥. 맡겨만 주세욥.”


그렉의 면역력은 무적에 가까웠다.

본인의 몸으로 실험을 했으니,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물약에 내성이 있었다.


석구는 빌런 수용소의 수감동 CCTV 화면을 띄웠고, 그렉을 수감동에 소환했다.


하얀색 가운 차림에 마스크를 쓴 그렉이 수감동에 등장했다.


수감자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석구는 그렉을 통해 수감동의 모습을 보고 있었고, 옆에 띄워놓은 화면에 있는 지도를 보며 그렉을 컨트롤 하기 시작했다.


푸쉬쉬 푸쉬쉬


그렉은 바보 가스를 하나씩 살포하기 시작했다.


수감동에는 서서히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씨발! 이 연기는 뭐지?”

“우리 다 죽이려고 하는 거 아냐?”

“교도관! 교도관 어딨어!”


자욱한 연기에 잠에서 깬 일부 수감자들이 철장을 잡고 흔들며 소리쳤고, 때아닌 소란에 수감자들이 한 명씩 깨어나고 있었다.


“우헤헤?”

“뭐,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저녁 식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같은 방 동료가 바보가 된 모습을 본 수감자도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5만 명의 빌런 전원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석구가 바보 가스를 살포하는 계획을 세울 때 그렉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혹시 바보 가스를 살포하면 똥오줌도 못 가리는 거 아냐? 그러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되욥. 바보 가스로 바보가 된 빌런들은 제가 내린 지침을 지키게 되욥.”

“어떤 지침을 내릴 건데?”

“10가지 정도 내릴 계획인데, 더 추가할 수도 있어욥. 그리고 특이사항에 플레이어 제로에 대한 복종 항목도 넣어둘거예욥.”

“특약까지···. 그렉, 진짜 천재였구나···.”


빌런 수용소 5만 명은 단순한 바보가 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난동 및 탈옥을 결심하지 않고 성실히 수감생활을 하는 모범 빌런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석구에게 5만 명의 사병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빌런이라 찝찝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렉이라는 든든한 훈육 조교가 있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빌런 수용소를 향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중에는 국민의 혈세로 범죄자들의 배를 불린다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석구는 그렉이 작성한 지침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빌런 수용소는 수감자 대다수는 플레이어.


즉 시련의 탑에 언제든 입장할 수 있었다.


탈옥의 우려가 염려되었지만, 탑 공략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빌런 수용소로 돌아오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석구와 그렉은 이 점을 활용했다.


수감자들은 매일 1회 이상 탑을 공략할 것.


탑 권장 인원을 철저히 준수하며 자신의 등급에 맞는 반복 공략 가능한 층만을 공략할 것.


탑에서 얻는 마정석은 모두 빌런 수용소로 반납할 것.


매월 플레이어 등급별로 마정석을 가장 많이 반납한 수감자에게는 특별 보상 지급.


특별 보상이라고 함은 탑 공략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직업에 맞는 무기 혹은 특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침을 정했다.


바보 가스 살포가 완료된 후 그렉은 확성기를 들고 지침을 설명했다.


수감자들의 상태창에는 그렉이 설명한 지침이 등록되었고, 환기를 통해 가스 성분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그렉은 지휘통제소로 복귀했다.


“이야, 그렉 또 한 건 했네. 자, 여기 시원한 맥주 한 캔 받아.”


그렉이 복귀하자마자 반이 맥주를 한 캔 건넸다.


탈리아와 벨라도 그렉을 칭찬했다.


그렉은 눈물을 글썽였다.


[더월드]에서 받지 못했던 따뜻함을 이곳에서 받고 있었다.


“다들 고마워욥.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은 마스터가 직접 세우신 거 예욥. 그렉은 거들기만 했을 뿐이에욥.”

“그래도 그렉의 능력이 아니었으면 수감자들은 다 몬스터밥 신세가 되었겠지···.”


수감자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재앙에 대비하려면 한 명 한 명이 허투루 죽어서는 안 됐다.


석구는 관리청장 최민성에게 작전이 끝났음을 알리며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석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최민성에게 충격이었다.


‘도대체 제로님의 능력은···.’


각성의 날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전혀 새로운 유형의 플레이어였다.


그저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를 잡기에 특화된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인지 빌런 수용소도 언젠간 무력으로 파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추측했었다.


한 편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5만 명의 수용자가 모두 플레이어 제로의 말에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전 빌런이 아니니까요. 수감자들을 제 의지대로 석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수감자들이 수거해오는 마정석은 5대 5로 나누시죠. 제가 5를 갖고 나머지 5는 각성자 관리청 예산으로 사용하십시오.”

“저,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수용소 관리는 관리청에서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그저 관리하기 편하게 만들어드린 것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수입원도 하나 늘었고요.”


마정석을 5대 5로 나누자는 말에 최민성은 걱정을 잊게 되었다.


역시 걱정을 잊게 해주는 데는 금융치료만 한 것이 없었다.


최민성은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빌런 수용소에 대한 입장문을 내놓았다.


플레이어 제로의 능력으로 인해 빌런 수용소 수감자들은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고, 상황은 수월하게 진행 중.


그리고 빌런 수용소에 들어가는 세금은 빌런들이 자급자족할 예정.


└ 제로는 도대체 못 하는 게 뭐냐?

└ 설마 북한에서 게이트 브레이크 내려오는 걸 막은 것도 제로가 한 일인가?

└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음.

└ 북한 좋은 일 시킨 거잖아 그러면.

└ 김용직이가 평양 디펜스 하고 있었는데, 미노타우로스 다음 목적지가 어디겠냐?

└ 그런데 빌런들이 교화가 되긴 하나? 교화될 거였으면 진작 되었겠지···.

└ 믿고 기다려보자. 각성자 관리청장이 헛소리했겠냐.


플레이어 커뮤니티에는 최민성이 내놓은 입장문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최민성의 입장문은 한 달이 지난 후 한 줄의 뉴스 속보로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게 된다.


[속보! 대한민국, 마정석 세계 최다 수거 국으로 등극.]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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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1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1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2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9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6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4 6 13쪽
» 빌런 수용소 +1 24.08.18 143 8 12쪽
15 불편한 조우 24.08.17 148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1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60 9 13쪽
12 재앙의 전조 +1 24.08.14 177 9 13쪽
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9 9 13쪽
10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10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1 9 14쪽
7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5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3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5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2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2 E급 게이트 +1 24.08.05 303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8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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