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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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작품등록일 :
2024.08.04 20:38
최근연재일 :
20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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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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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집 (2)

DUMMY

10화


각성의 날 이전 진일도는 전국구 보스.


주먹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잘 쓸 자신 있었고, 부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보스였다.


진일도가 김재현에게 올 때 부하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은 대리인과의 재대결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끄어억.”


반의 단검이 진일도의 살을 스칠 때마다 진일도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진일도의 HP가 30까지 떨어졌을 때 탈리아는 해독으로 진일도의 몸에서 독을 빼냈고, 진일도를 강하게 잡고 있던 그렉도 서서히 힘을 빼고 있었다.


HP가 10에 도달하자 그렉이 팔을 풀며 진일도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피가 멎는 주사기를 꽂았다.


석구는 진일도의 HP가 1이 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세 명의 영웅이 모든 동작을 멈추자 석구가 [강제징집]을 시전했다.


슈우욱


[강제징집에 성공했습니다.]

[진일도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제로에게 절대복종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성공.


석구는 그렉을 직접 컨트롤 하며 진일도에 힐링 스킬을 시전했다.


진일도의 HP는 1에서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끄어어?”


기절 직전에서 정신을 차린 진일도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정신이 드나요. 일도씨?”


진일도의 귓가에 석구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도는 석구의 말에 대답했다.


“마, 마스터? 미천한 몸을 거두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강제징집]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진일도는 곧장 몸을 엎드리며 허공을 향해 예를 갖췄다.


김재현은 진일도의 모습이 낯설었다.


“재현씨,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 하죠. D급 게이트는 제가 닫을 테니, 인제 그만 가셔도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방금 보고 들은 모습은 발설하지 마세요.”

“넵.”


김재현은 플레이어 제로가 정신을 조작할 수 있는 마법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추측은 하지 않았다.


김재현이 게이트를 나가자 석구가 일도에게 말했다.


“일도씨. D급 게이트 정도는 혼자 처리할 수 있죠?”

“물론입니다. 마스터. 맡겨만 주십쇼.”

“자리에서 일어나 일도씨의 충성심을 보여주세요.”

“충!”


진일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돌진했다.


오크 30마리를 처리하는 임무.


S급 플레이어인 진일도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오크에게 쇄도해 주먹을 휘둘렀고, 주먹 한 방에 오크들이 서너 마리씩 나가떨어졌다.


오크 사냥을 하는 일도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새로 섬기게 된 주인의 첫 명령.


각성의 날 이전부터 일도는 누군가의 아래였던 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싸움에 두각을 드러냈기에, 보스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에도 일도는 누군가의 2인자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누군가를 섬기는 게 이토록 행복한 일인지 처음 느낀 일도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했다.


[D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보상 – 마정석 50kg]


공략에 성공한 후 D급 게이트가 닫혔고, 세 명의 영웅과 일도는 게이트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석구는 현재 징집 가능 대상 목록을 켰다.


[현재 징집 가능 대상 – 0명]


“응? 이건 또 뭐야···.”


[강제징집] 스킬을 익힐 때만 해도 100명이었던 대상이 0명이 되어 있었다.


석구가 징집 현황판을 켜자 최상단에 진일도의 이름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죄다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일도씨. 남상현이라고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제 오른팔입니다.”

“박두석은요?”

“제 왼팔입니다.”

“아···.”


그제야 석구는 징집 현황판에 있는 목록이 모두 진일도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일도를 징집하자마자 진일도의 부하들까지 모두 함께 징집된 것이었다.


“오히려 좋네···.”


[강제징집]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웠다.


HP 1을 맞추는 것도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이었고, 100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한 것도 사실이었다.


극동 길드에 소속된 플레이어를 전부까진 아니어도 대부분 석구에게 복종하게 된 셈이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또 부르도록 할게요. 가봐도 좋아요.”

“마스터를 모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마스터는 저의 하늘이십니다. 하늘을 모시는 저에게 하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번에 부르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진일도는 생각 이상으로 아부가 심한 사람이었다.


회의실 영상으로 봤을 때나, 김재현에게 접근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니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진일도가 자리를 뜨자 세 명의 영웅은 다시 지휘통제소로 복귀했다.


“다들 수고했어.”

“축하드립니다. 마스터.”

“축하해요. 마음 같아선 독살하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네요.”

“축하해욥. 그렉 후임이 생겨서 기뻐욥.”


다들 자신의 방식대로 석구를 축하했다.


[강제징집]의 첫 대상을 떠올릴 때 진일도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김재현의 등급을 올려줄 목적으로 D급 게이트로 부른 상황이었고, 진일도가 제 발로 미끼가 되어 다가온 것이다.


탈리아를 희롱할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릴까도 생각했는데, [더월드]를 플레이할 때는 더한 욕도 들어봤다.


부모님 안부를 묻는 유저는 기본이고, 가벼운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설을 내뱉는 유저,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유저 등등.


그런 말을 들을수록 석구는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말 몇 마디에 휘둘린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이 지휘하는 팀의 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비록 게임 속이긴 했지만, 석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휘관이 된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해온 것이다.


각성의 날 이후 각성자가 된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약자로 평생을 살며 무시와 핍박 속에 살다가 각성한 사람들은 여러 부류로 나뉘었다.


강자가 되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한 플레이어가 있던 반면, 과거의 자신과도 같았던 약자들에게 힘을 과시하는 부류.


석구는 전자도 후자도 아니었다.


최우선은 생존이었다.


레벨이 35까지 오르면서 여전히 전투 스킬이 하나도 없었다.


유일 직업 지휘관.


단일 개인 능력으로는 최약체로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S급 플레이어 혹은 그 이상급의 소환 영웅들과 100명의 징집병사.


방석구의 생존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


석구에게 강제징집 당한 진일도는 D급 게이트 공략 후 극동 길드로 돌아가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는 제로 플레이어에게 복종을 맹세했습니다.”


진일도의 뒤로는 진일도를 따르는 무리 99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극동 길드장인 최철희 길드장과 불화가 있었습니까?”

“불화는 없습니다.”

“갑자기 복종을 맹세한 이유가 뭡니까?”

“그분이 제가 모셔야 하는 하늘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직 전국구 보스 진일도.


최철희 길드장과의 관계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알려졌고, 하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길드 회의 때 제로 플레이어의 대리인과의 마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저는 제 할 말을 했으니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종료합니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보고 있던 극동 길드장 최철희는 곧장 진일도에게 연락했다.


“진일도! 이게 무슨 짓이오!”

“안 그래도 연락하려 했는데 먼저 연락이 왔군. 최철희 길드장,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요.”

“이유라도 들어보지. 이유가 뭐요?”

“나를 하대할 수 있는 건 제로님 밖에 없소. 마지막 경고요. 이유? 그딴 건 없어.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지.”

“오성의 이만복 길드장에겐 어떻게 얘기할 거요?”

“아 참 당신 이만복 회장의 딸랑이였지.”

“네 이놈!”

“마지막 경고라고 했을 텐데···. 나와 내 부하들이 당장 길드 사무실로 쳐들어가면 감당할 수 있겠소?”

“······.”




최철희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극동 길드는 진일도와 그의 부하들이 주축이었고, 진일도가 없는 극동 길드는 속이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석구도 지휘통제소에서 반, 탈리아, 그렉과 치킨을 먹으며 기자회견을 보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막내가 일을 잘하는 군욥.”


그렉이 닭 다리 두 개를 동시에 입에 넣으며 말했다.


“휴···. 그렉. 내가 다리 한 개 남겨놓으라고 몇 번을 말했냐? 의대 수석 졸업은 구라친 것 아니냐?”

“그렉, 수석 졸업 맞아욥.”

“또 주문하면 되지. 그렉, 먹성이 좋으니 앞으로 10마리는 시켜야겠네.”


지휘통제소는 석구의 새로운 스킬 획득 기념 파티가 한창이었다.


“마스터, 언제 탑을 등반할 건가요?”


석구의 옆에 꼭 붙어있던 탈리아가 말했다.


“고민 중이야. 사실 이 세 명으로도 충분하긴 한데 레벨 40 보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 중에서 한 명만 입장 가능할 수도 있으니···.”


시련의 탑은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었다.


플레이어 기준으로 솔로 플레이만 가능했다.


만약 한 명만 입장할 수 있다면, 딜러인 반으로 등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


“다 썰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늘에게 충성을!”


진일도를 따라 하는 반을 보며 석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대한민국이 떠들썩 한 사이 옆 나라 일본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일본의 랭킹 1위 플레이어 스즈키 렌이 시련의 탑 35층 등반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뉴스 채널들은 스즈키 렌의 방송을 특집으로 편성했고, 기자들은 멈춰있는 대한민국의 시련의 탑 등반에 관해 도발하는 기사를 냈다.


S급 플레이어의 숫자는 일본이 근소한 차이로 대한민국을 앞서고 있었다.


의문의 플레이어 제로에 관한 기사도 다루었는데, 그래봐야 스즈키 렌을 따라오려면 아직 10년은 더 걸린다고 도발했다.


석구도 스즈키 렌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사무라이 정신을 이어받은 사무라이의 집안의 후손.


각성의 날 이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각성의 날 이후 사무라이의 명맥을 이어받은 자.


사실 석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았다.


[더월드] 비공식 랭킹 1위 시절.


그때 당시 사용하던 아이디인 stone00에 대해 악성 기사를 쏟아냈던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었다.


미국은 stone00에 대해 게임강국 대한민국의 보물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일본은 그러지 않았다.


이유 없는 갈굼과 괴롭힘을 경험해봤던 석구는 온라인에서만큼은 전사였다.


일본과의 온라인 스페셜 매치 때 늘 참석했으며, 매번 압도적인 플레이로 승리했다.


[더월드] 일본 유저들에게 stone00은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플레이어 제로도 마찬가지였다.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 stone00과 닮아있다면서 왜 대한민국에는 키보드 워리어를 후하게 평가하냐는 식이었다.


stone00에 대한 언급이 있는 기사를 보고 석구는 분노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유 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본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지휘통제소.


안되는 것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한 장소.


석구는 지휘통제소에서 전 세계 게이트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E급부터 가자.”


석구는 E급 게이트부터 A급 게이트까지 일본의 게이트를 공략했고, 그 결과 일본의 E급부터 A급까지의 게이트 최단 기록 공략자가 플레이어 [제로]로 바뀌어 있었다.


자존심의 문제.


일본 영토에 대한민국 국기를 꽂은 거나 다름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명백한 영토 침범이라고 대한민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영토 침범?


플레이어 제로는 게이트만 공략했을 뿐 일본 영토 어디에도 침범당한 흔적이 없었다.


오히려 고마워할 일 아닌가?


석구는 게이트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인 게이트만 공략했고, 일본 국민들은 되려 플레이어 [제로]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게 되었다며 일본 방위성의 주장을 반발했다.


[강제징집] 스킬로 일본 랭커를 징집한 것도 아니었고, [링크]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더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지만, 석구는 방법을 달리했다.


플레이어 제로의 행동은 일본 랭킹 1위 스즈키 렌을 자극했다.


스즈키 렌은 시련의 탑 35층 등반 이후 탑 등반을 멈췄다.


일본 방위성으로부터 게이트들의 최단 기록 경신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플레이어 [제로]의 기록을 깨기 위해 하급 게이트를 반복 공략하게 된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S급 플레이어가 했던 의미 없는 짓을 일본의 랭커들이 따라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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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도의 등장 +1 24.08.27 63 7 13쪽
24 도발 +1 24.08.26 72 6 13쪽
23 플레이어 제로 +1 24.08.25 88 8 13쪽
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0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0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1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8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5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3 6 13쪽
16 빌런 수용소 +1 24.08.18 142 8 12쪽
15 불편한 조우 24.08.17 147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0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59 9 13쪽
12 재앙의 전조 +1 24.08.14 177 9 13쪽
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8 9 13쪽
»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09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0 9 14쪽
7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4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2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4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1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2 E급 게이트 +1 24.08.05 302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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