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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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작품등록일 :
2024.08.04 20:38
최근연재일 :
20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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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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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불편한 조우

DUMMY

15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석구를 향해 아는 척을 했다.


이진상.


석구가 공장에 다닐 때 석구의 선임자.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하는데, 이진상은 그 말의 표본 그 자체였다.


신입이 들어오면 군기를 잡는답시고 이유 없는 짜증과 갈굼 그리고 욕설까지 내뱉었다.


공장장의 귀에도 들어갔지만, 노동조합에 가입된 직원을 함부로 해고할 순 없었다.


결국 신입을 다른 파트로 이동시켰고, 그 후로 신입을 이진상과 같은 파트로 배정하지 않았는데, 계속되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석구가 배정받게 된 것이었다.


“오, 오랜만입니다. 진상 주임님.”

“맞네. 와, 못 알아보겠는데? 잘 지냈냐?”

“그, 그럭저럭요.”

“옆에 계신 분은···.”


이진상은 석구보다 탈리아에 관심이 더 있는듯했다.


“지인입니다.”

“지인?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을 알게 되었데? 석구 네가 알고 지내기엔 좀 과분한 분 아니냐?”


오래간만에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진상은 여전히 방석구를 하대했다.


석구의 근처에 있던 소환인들은 당장이라도 이진상을 찢어 죽일 기세로 쳐다봤다.


이진상은 그런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너 각성은 했냐?”

“네.”

“오, 너 같은 얼간이도 각성하긴 하는구나? 직업이 뭔데?”

“비밀입니다.”

“비미일? 우리 사이에 비밀도 있냐 석구야. 형은 진작에 각성해서 지금 좀 잘나가거든 혹시 옆에 계신 지인분이랑 소개팅 좀 시켜 주면 안 되냐?”


진상의 태도에 탈리아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석구의 별도 지시가 없었으므로 참고 있었다.


대인기피증을 넘어선 대인공포증.


석구의 눈앞에 있는 이진상도 대인공포증이 생기게 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각성을 하게 되면 복수를 할까 고민을 했었다.


반과 탈리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이 두 영웅이라면 이진상을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얼굴을 안 본 지 시간이 꽤 흘렀고, 이진상 및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을 처리한다고 해서 대인공포증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인공포증은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탈리아의 포옹으로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되고 있었고, 소환인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을 대하는 게 조금은 편안해지고 있었다.


“싫습니다.”


석구는 용기를 내었다.


공장을 다니며 괴롭힘을 당할 때는 내지 못했던 용기.


“하, 나 이 새끼 많이 컸네? 석구야, 각성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졌지?”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법.


석구는 이진상의 말을 무시한 채 이진상을 지나쳐서 걸어갔다.


그때 이진상은 석구의 어깨를 잡아끌며 손바닥으로 석구의 뺨을 때렸다.


순간 석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환인들은 지휘통제소를 나서기 전 어떤 일이 있어도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명령을 받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반과 탈리아, 평소에도 평온한 표정을 짓는 그렉과 벨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겨내야 해.’

‘나 스스로 이겨내야 해.’

‘난 지휘관이다. 지휘관답게 행동하자.’

그때 울리는 알림.


띠링


[히든 특성 획득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히든 특성 획득 조건 – 대인공포증 완치]

[히든 특성 – 지휘관의 지휘봉]

[지휘통제소 외부에서 지휘할 수 있습니다.]


알림이 사라지고 석구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지휘통제소에 있던 12개의 화면.


손으로 스윽 스윽 허공을 휘저으니 석구가 원하는 대로 바뀌는 화면.


‘그래. 난 지휘관이었지. 다른 지휘관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진상은 석구의 반격이 없자, 다시 한번 팔을 치켜들어 올렸다.


“워, 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190cm가 넘는 거구가 석구와 이진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지, 진일도님?”


진상은 석구의 멱살을 내려놓고 진일도에게 예의를 갖췄다.


“패, 팬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뭐 하고 있었나요?”

“아, 오랜만에 예전 직장동료를 만나서요. 교육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이라···.”


원래 진일도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석구의 [강제징집]스킬로 인해 플레이어 제로에게 복종하게 되었고, 그 후로 거주지를 석구가 사는 도시로 옮겼다.


각성의 날 이후 흉흉한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어서, 부모님을 언제든지 보호할 수 있도록 내린 석구의 지시였다.


진일도는 석구가 사는 도시의 자경단이 되었다.


진일도는 석구와 눈이 마주쳤다.


“허, 헉. 마, 마스터?”


석구는 고개를 가볍게 끄떡였고, 검지를 을 입에 대었다.


“아, 알겠습니다.”


진일도가 석구에게 존대하자 이진상은 당황했다.


“일도님, 이 녀석과 아는 사이인가요? 석구 이 새끼 은근히 발이 넓네?”

“이 새끼? 방금 뭐라고 했냐?”

“이, 일도님 왜 그러시는 거죠?”

“조용히 따라와라.”


이진상은 영문도 모른 채 일도를 따라갔고, 네 명의 소환인들은 석구의 근처로 모였다.


“마스터, 당장 가서 죽여버리겠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저도 저 더러운 입에 독을 때려 넣고 싶어요.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그렉, 사람을 평생 바보로 만드는 물약 있어욥. 허락해주세욥.”


부들부들


벨라는 말없이 온몸을 떨고 있었다.


“벨라, 괜찮니?”

“마스터, 사냥하게 해주세용. 사냥하고 싶어용.”


벨라의 눈이 매섭게 변했고, 일도를 따라가는 이진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들 진정해. 너희들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을 뿐이야. 다들 표정도 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소환인들에게 석구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각성의 날 이후 사람들은 지금껏 가져보지 못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허약한 사람이 플레이어가 되어 근육질의 몸이 되기도 하고, 마법사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은 비각성자를 손쉽게 처리할 힘을 갖게 되었다.


범죄 사건에 대해 정부는 특별 대책을 내놨고, 대한민국의 각성자를 관리하는 관리청이 각성의 날 이전 경찰과 검찰이 하던 일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모든 범죄자를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범죄 가능성이 있거나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플레이어는 빌런으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었다.


이진상 또한 빌런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석구는 네 명의 소환인과 함께 방이 있는 고깃집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주문을 마치자 진일도에게서 연락이 왔다.


- 마스터, 죄송합니다.

- 왜요?

- 제가 마스터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 녀석이 손찌검을 못 하게 손목을 부러뜨렸을 겁니다.

- 일부러 맞은 거니까 적당히 하고 돌려보내요.

- 그, 그게···. 이미 피떡이 되도록 혼냈습니다.

- 그럼 적당히 치료비나 쥐여 주고 돌려보내는 게 낫겠네요.

-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 자경단 하느라 수고가 많아요. 조만간 같이 탑 등반이나 하도록 하죠.

- 마스터께 칭찬을 들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마스터를 따르는 충직한 종입니다. 어찌 하늘께서 저에게 존대하시는 겁니까. 부탁드립니다. 마스터. 저를 막 대해주십시오.

- 아, 알았어.

- 감사합니다. 저의 하늘이시여.


진일도에게 이유 없이 두들겨 맞은 이진상은 억울했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방석구에게 뺨을 한 대 때린 일밖에 없는데, 갑자기 진일도에게 끌려가서 피떡이 되도록 맞았다.


“씨발! 좆같네. 공장 다닐 때만 해도 얼굴도 못 쳐다보던 새끼가. 뭐? 싫습니다?”


각성의 날 B등급으로 각성한 이진상은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이 새끼 멀리 못 갔을 것 같은데···. 적당히 겁 좀 주고 옆에 여자 전화번호나 얻어야겠어.”


이진상은 거래소에서 회복 물약을 구매해 들이킨 후 방석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석구는 고기를 먹으며 새로 얻은 특성에 관해 얘기했다.


“이제 지휘통제소 밖에서도 지휘가 가능할 것 같네.”

“오. 진정한 지휘관이 되셨군요. 마스터. 그럼 외부에서의 첫 지시를···.”


반은 석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구의 앞에 나타나 석구의 뺨을 갈긴 이진상이라는 놈을 어떻게서든 처리하고 싶었다.


이진상이 진일도를 따라가기 전 반 루이즈는 이진상에게 추적 장치를 심어뒀다.


추적 장치가 부착된 사람은 몸에 추적 장치가 붙었는지 인지할 수 없었다.


반은 이진상이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서성거리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 사실을 석구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오랜만에 식사를 하는 석구가 마음 편하게 식사하도록 두고 싶었다.


식사를 마친 석구 일행은 고깃집을 나섰고 길거리를 걸었다.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는 것까진 의미 있는 외출이 되었지만, 이진상을 만난 이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얼른 지휘통제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이진상이 방석구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벨라의 마법으로 탈리아가 변장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얼굴과 몸매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석구 일행이 마침내 인적이 없는 공원으로 들어서자 이진상이 방석구에게 소리쳤다.


“방석구!!!”


이진상은 단검을 꺼내 들고 석구에게 달려들었다.


푸슛


단검을 들고 있는 팔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끄아아악!”


오른팔 팔꿈치 아래가 잘린 이진상은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서 뒹굴었다.


4성이 된 반 루이즈는 한 가지의 무기를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부메랑처럼 생긴 무기는 던지자마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원거리 공격용 무기였다.


“이, 이 새끼가! 감히!”


이진상이 시뻘게진 눈으로 방석구를 노려보자 탈리아가 이진상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


짜악


탈리아는 이진상의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쪽이 왜···.”

“더러운 입 다물어라.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석구의 소환인들은 석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1원칙으로 하고 있었지만, 주인인 석구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때는 석구의 지시 없이 석구를 보호하는 것이 2원칙이었다.


이진상의 행동은 2원칙에 해당했다.


그렉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주사기를 이진상의 허벅지에 쑤셔 박았다.


“으헤헤?”


이진상의 몰골은 처참했다.


잘려 나간 오른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탈리아의 손찌검으로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


그렉의 주사로 인해 침을 흘리며 실실 웃고 있었다.


벨라의 주변에는 어느새 10개의 어둠의 구체가 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석구의 얼굴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각성 후 강력한 소환인들이 자신을 따르게 되었을 때 복수를 포기했다.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던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한 외출에서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보낸 후에 이진상을 마주쳤을 때도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이진상이 석구의 눈앞에 나타났고, 이번엔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렉, 원래대로 돌려놔.”

“알겠어욥.”


그렉은 이진상에게 다시 주사기 한 방을 꽂았고, 원래 정신으로 돌아왔다.


“이 씨발새끼야! 내가 너 죽여버린다. 방석구!”


석구는 그렉에게 제압당해 엎드려 있는 이진상에게 다가갔다.


“나에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유? 푸흐흐 사람 괴롭히는데 이유가 있나.”

“이유가 없이 지금 날 죽이려고 했단 말이지?”

“겁만 주려고 했다고!”

“왜지? 왜 겁을 주려고 한 건데?”

“진일도 그 새끼한테도 이유 없이 맞았거든. 분풀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했다. 왜!”

“더는 못 들어주겠네. 너 같은 새끼들은 감방에서 주는 밥도 아까워.”


석구는 울분을 토하듯 말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보여줄게. 네가 사람 잘 못 건드렸다는 걸.”


석구는 이진상을 뒤로한 채 천천히 걸어갔고, 벨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벨라 주위에 있던 어둠의 구체는 하나씩 이진상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웁, 사, 살려줘. 씨발!”


벨라는 구체를 조종해 바로 터트리지 않고, 또 다른 숨겨진 힘을 사용했다.


미노타우로스에게 사용했던 스킬.


바닥에 엎드려 있던 이진상이 보라색 구체안에 갇혔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석구는 지금이라도 벨라를 말릴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풀어주면 또 쫓아오고, 또 찾아올 것이다.


벨라는 구체를 폭발시키기 전 석구를 쳐다봤고, 석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퍼엉


굉음을 내며 이진상의 몸이 허공에서 폭발했고,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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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도발 +1 24.08.26 73 6 13쪽
23 플레이어 제로 +1 24.08.25 88 8 13쪽
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0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0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1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8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5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3 6 13쪽
16 빌런 수용소 +1 24.08.18 142 8 12쪽
» 불편한 조우 24.08.17 148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0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59 9 13쪽
12 재앙의 전조 +1 24.08.14 177 9 13쪽
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8 9 13쪽
10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09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0 9 14쪽
7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4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2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4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1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2 E급 게이트 +1 24.08.05 303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7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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