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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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작품등록일 :
2024.08.04 20:38
최근연재일 :
20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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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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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급 게이트

DUMMY

2화


게이트 입장에 동의하는 버튼을 누른 뒤 방석구는 눈을 질근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여전히 지휘통제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바뀐 자신의 방에 앉아있었다.


“내가 직접 게이트로 들어가지 않는구나···.”


각성했지만 전투스킬을 부여받지 못했던 방석구는 혹여나 맨몸으로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눈앞에 있는 9개의 모니터 중 유독 크기가 큰 중앙에 있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띠링


[임무 - 고블린 20마리와 홉 고블린 1마리를 처치하시오.]

[보상 – 마정석 10kg]


알림 메시지가 떴다가 10초 후 사라지며 화면 오른쪽 위에 미션 목록이 고정되었다.


보상을 보자 석구는 자신이 각성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정석 1kg당 10만원이니 보상이 100만원이네···.”


게이트가 나타난 후 각성자가 속출한 일명 ‘각성의 날’ 이후 마정석은 금과 은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스트리밍 방송 수입이 끊긴 후 처음으로 벌게 되는 돈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화면 속 반 루이즈는 미동이 없었다.


[마스터.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키보드 옆에 있던 헤드셋에서 반 루이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올리자 방석구의 눈빛이 변했다.


화면은 [더월드] 그 자체였다.


화면에 표시된 스킬창과 미션 목록은 [더월드]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위치와 폰트까지도 똑같았다.


왼손은 키보드에, 오른손은 마우스에 댄 후 마우스를 움직이니 화면에 있던 반 루이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고블린을 잡을 겁니다.”


[마스터의 명을 따릅니다!]


반 루이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블린 5마리가 등장했다.


방석구는 반 루이즈의 스킬 중 하나인 [은신]을 시전 후 고블린을 공격했다.


태생 3성인 반 루이즈의 공격에 고블린들은 단 일격에 목이 날아갔다.


다섯 번의 공격으로 다섯 마리의 고블린을 처치했다.


이제 남은 고블린은 15마리.


반 루이즈의 고유 스킬 중 하나인 무기 교체 단축키를 눌렀는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단검뿐이었다.


반 루이즈의 주 무기이자 방석구가 반 루이즈를 플레이할 때 주력으로 사용하던 무기가 단검이었다.


“반씨, 괜찮나요?”


[몸이 아주 가볍습니다.]


“좋습니다. 이대로 보스까지 쭉 달릴게요.”


키보드와 마우스를 쥔 방석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방에 반 루이즈가 소환되었을 때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게 힘들었다.


방석구가 대인기피증이 있으면서도 [더월드] 비공식 랭킹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더월드]를 플레이할 때만큼은 말도 더듬지 않고, 간결하고 확실하게 오더를 내리는 팀장이자 지휘관이었다.


팀원들이 실수하면 다독여주기도 하고, 멋진 장면을 만들면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리더.


남은 고블린 15마리도 은신을 펼치며 일격에 처치했고, 이제 보스인 홉 고블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홉 고블린은 고블린보다 체력이 더 높았고, 덩치도 더 컸다.


이제부터 방석구의 진가가 나올 시간이었다.


방석구는 반 루이즈의 몸을 이리저리 조종하며 빠르게 치고 빠지며 홉 고블린의 체력을 서서히 깎아나갔다.


홉 고블린에게 단 일격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홉 고블린의 체력이 바닥났을 때 은신을 사용한 후 홉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띠링


[E급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 – 마정석 10kg]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안내 메시지가 사라지자 화면 속 반 루이즈가 다시 지휘통제실로 복귀했다.


“수,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반 루이즈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이, 일어나세요. 계속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펴, 편하게 앉아요.”

“마스터의 명을 따릅니다.”


반 루이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구석에 있던 소파에 앉았다.


방석구는 다시 시선을 모니터 화면으로 옮겼고, 방금 클리어하고 나온 E급 게이트에 [제로]라는 이름이 등록된 것을 확인했다.


E급 게이트 클리어 시간은 5분.


대한민국 최단기록이었다.


대한민국에 나타난 게이트는 기준이 있었다.


E급 게이트는 E급 각성자 10명 또는 D급 각성자 3명, C급 각성자는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게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이 정한 기준이었다.


게이트의 난이도가 오를수록 기준은 달라졌고, 현존하는 최악의 난이도인 S급 게이트는 S급 각성자가 무려 10명이 있어야 클리어 가능했다.


방석구가 E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이전 기록은 솔로 플레이 기준 1시간이었다.


그마저도 B급 승급을 앞둔 C급 중에서는 최상위 각성자가 세운 기록이었다.


‘반씨가 C급 각성자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말이군···.’


[대한민국 공지 – E급 게이트 클리어 최단 시간 경신.]

[플레이어 – 제로(대한민국)]

[클리어 시간 – 5분]


화면이 아닌 눈앞에 정신없이 펼쳐지는 안내 메시지.


대한민국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메시지.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장을 비롯해 부청장의 눈앞에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제로라고? 대한민국 각성자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나?”

“저도 처음 듣습니다.”


대한민국 각성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 각성자들은 본인의 실명이 곧 플레이어 이름이었다.


대한민국에 제씨라는 성씨가 있긴 하지만 [제로]라는 이름은 평범한 이름이 아니었다.


“최단기록이 세워진 게이트 주변 CCTV 확인하고, 우리나라에 제씨 성을 가진 사람 중 제로라는 이름이 있는지 신속히 파악하도록. 5대 길드에서 가로채기 전에 우리 각성자 관리국이 먼저 접촉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관리국 부청장인 이현욱이 고개를 숙이고 관리국 청장실을 빠져나갔다.


“제로···. 제로라···.”


대한민국 랭킹 1위이자 S급 플레이어인 정혁은 세계 4위의 플레이어였다.


1위가 미국, 2위가 러시아, 3위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순위였다.


일본의 랭킹 1위 플레이어는 정혁에 조금 못 미치는 세계 5위.


세계 랭킹은 레벨과 시련의 탑 등반 층수를 반영해 순위를 매겼다.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 소속인 정혁은 각성자 관리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고, 각성자 관리청은 정혁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며 상위 랭커들을 각성자 관리청 소속으로 이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각 방석구는 여전히 반 루이즈와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지휘통제실에 있었다.


E급 게이트 한 번 돌며 방석구는 레벨이 3으로 올라있었고, 반 루이즈와의 교감도는 21이 되어 있었다.


방석구는 인벤토리를 열어 마정석 10kg가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반씨, 첫 사냥 어땠어요?”

“마스터의 컨트롤에 제 몸을 맡긴 것밖에 없습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반 혹은 루이즈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초면인데 반말은···.”

“마스터께서 저를 편하게 대해주실수록 교감도가 더 빨리 오를 것 같습니다.”


교감도라는 말에 방석구는 용기를 내어 반에게 말했다.


“아, 알겠어. 앞으로 반이라고 부를게.”

“감사합니다. 마스터.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반 루이즈의 교감도가 10 올랐습니다.]


“진짜네? 교감도가 100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스터의 명령이 우선입니다.”

“의지대로라···. 그러면 자동사냥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더월드]는 자동사냥 시스템이 없었다.


애초에 자동사냥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사냥이라는 말에 방석구가 솔깃했다.


반 루이즈는 방석구가 뽑은 첫 영웅이다.


앞으로라면 더 많은 영웅을 뽑게 될 텐데 방석구가 한 명 한 명 컨트롤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이제 막 각성했기 때문에 반 루이즈가 본인 대신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전 중의 특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E급 게이트 공략은 방석구에게는 생소한 방식이었다.


각성티비에 있는 영상 속 플레이어들은 팀을 꾸려서 본인들이 직접 게이트를 공략했다.


하지만 방석구는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방에 있었다.


지휘통제소라는 이름이 붙은 방에.


반 루이즈를 대하는 게 여전히 불편하지만 대신 싸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전함을 느꼈다.


***


“근방에 있는 CCTV를 모두 열람했는데, 플레이어가 들어간 흔적이 없습니다.”


각성자 관리청 1팀장인 김영재가 부청장인 이현욱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게 말이 되나? 모두 확인해본 것 맞아?”

“맞습니다. 조사원들을 파견해서 조사도 했지만, 게이트 근처에 인적도 없었을뿐더러 그 시각에 게이트에 들어간 인원도 없습니다. CCTV 한 번 보시겠습니까?”


이현욱은 김영재의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10분가량의 영상에는 게이트 근처에 플레이어는 고사하고 사람의 형체도 없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소멸했다.


“귀신인가···.”

“저도 의문입니다. 처음 보는 일이라···.”

“일단 청장님께는 내가 보고하겠네. 자네는 외국에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해서 보고하게.”

“알겠습니다.”


각성자 관리청은 [제로]라는 인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팀장님. 도대체 뭘까요?”

“글쎄다.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 정말 귀신이 있는 걸까?”

“게이트도 열렸는데, 귀신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팀장님 귀신 무서워하세요?”

“귀신 안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나···.”

“전 안 무서워요. 제가 공포영화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각성자 관리청 1팀의 매니저 이아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정말 귀신이 아니라면 특종이잖아요. 당장 관리청으로 모셔와야죠.”

“무조건 데려올 수는 없지. 외국 스파이일 수도 있으니···.”


각성자 관리청은 외국인 플레이어를 받아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귀화한 플레이어를 관리청 소속 플레이어로 등록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5대 길드는 상황이 달랐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 대한민국 재벌가 1위부터 5위까지의 기업은 대한민국 5대 재벌가에서 5대 길드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게이트가 열린 후에도 그 순위와 명성이 바뀌지 않았다.


돈으로 플레이어를 사들였고, 귀화한 플레이어도 등급 여하에 따라서 길드 플레이어로 등록했다.


배신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게 치렀다.


각성자 관리청은 플레이어 간 살인을 금기했다.


정부 소속이기도 했고, 자칫 잘못하다간 관리청이 해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5대 길드는 달랐다.


인재는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배신자는 적극적으로 처단했다.


랭킹 1위 정혁이 각성자 관리청 소속이었지만 2위부터는 오대 길드 소속이었다.


오성, 화인, 무한, 유승, 극동


5대 길드는 지속해서 몸집을 키우며 각성자 관리청을 위협했다.


E급 게이트 최단 시간 클리어라는 공지가 뜨자마자 5대 길드도 움직였다.


정작 방구석에 있는 방석구는 관심이 없었다.


현존하는 각성자 최고 등급이 S급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본인은 EX급이었다.


실명이 거론되면 날벌레들이 꼬일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인 건 실명이 아니라 플레이어 [제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E급 게이트를 클리어하자마자 수백 개의 메시지가 방석구의 메시지함에 쌓였다.


각성자 관리청은 물론이고 5대 길드, 소규모 길드에서도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 SNS에서 DM을 받아본 적이 없던 석구는 이 상황이 얼떨떨했지만, 메시지함의 알림을 꺼버렸다.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고, 섣불리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투 스킬이 없었기 때문에 밖은 위험했다.


반 루이즈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지만 이제 단 한 개의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뿐이다.


“반, 오늘 E급 게이트 몇 개 더 돌려고 하는데. 괘, 괜찮지?”

“마스터가 괜찮으시면 저는 무조건 괜찮습니다.”


방석구는 하루에 한 판만 하고 컴퓨터 전원을 끄는 유저가 아니었다.


방석구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인적이 드물거나 아예 없는 게이트를 2개 더 발견했다.


결과는 6분 컷.


더 빨리 클리어할 수도 있었지만, 반의 교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작에 조금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5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랜덤 영웅 소환상자 (★~★★★) x 1]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2 n1******..
    작성일
    24.08.27 07:37
    No. 1

    게임 속에 들어가거나 게임을 하는것도아니고 일일히 인공이가 조작으로 사냥하는게 가능함? 현실도 턴제인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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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플레이어 제로 +1 24.08.25 88 8 13쪽
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0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0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1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8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5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3 6 13쪽
16 빌런 수용소 +1 24.08.18 142 8 12쪽
15 불편한 조우 24.08.17 147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0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5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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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8 9 13쪽
10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09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0 9 14쪽
7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4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2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4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1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 E급 게이트 +1 24.08.05 303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7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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