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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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작품등록일 :
2024.08.04 20:38
최근연재일 :
20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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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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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박사

DUMMY

7화


반과 김재현은 서서히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크 30마리를 처치하세요.]

[보상 – 마정석 50kg]


변이 게이트에서 얻었던 마정석의 양보다 적은 양이었다.


김재현의 직업은 전사.


양손에 각각 검을 한 자루식 쥐고 있었다.


D급 플레이어여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쾌속 베기와 쾌속 찌르기.


방석구는 김재현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금방 감을 잡았다.


[더월드]를 플레이할 때도 민첩에 특화된 영웅들을 조작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빠르게 치고 빠지고를 반복할 때 느낄 수 있는 손맛이 일품이었다.


김재현은 말이 없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암살자만 해도 엄청 강해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무리 지어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신형을 날렸고, 순식간에 5마리의 오크들을 처리했다.


방석구는 반을 자동 모드에서 반자동으로 돌려놓고 김재현을 컨트롤 하기 시작했다.


눈앞에는 세 마리의 오크가 다가오고 있었고, 반과 함께 합공했다.


반이 몸을 날려 오크들의 시선을 먼저 끌었고, 김재현은 쾌속 찌르기로 오크의 목을 관통했다.


반은 시선만 끌뿐 전투에 개입하지 않았고, 오로지 김재현 만으로 3마리의 오크를 처리했다.


김재현은 할 말을 잃었다.


“······.”

“어떤가요?”

“제, 제가 한 게 맞나요?”

“정확히는 제가 했죠. 재현씨의 몸을 빌려서요.”


김재현은 각성의 돌로 각성을 한 후 줄곧 훈련에 임했다.


무한 길드에서는 최고의 검술 선생들을 붙여주었고, 하루가 멀다 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급 장비들과 무한 길드 소속의 A급, B급 플레이어들과 게이트를 돌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각성한 후 1년이 지났고, 김재현은 자신과 비슷한 등급의 플레이어들과 파티 사냥을 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길드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처음으로 길드원이 아닌 사람들과의 파티 사냥을 하러 들어간 게이트가 D급 변이 게이트였다.


변이 게이트는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사전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10명의 파티원 중 다섯 명이 사망했다.


패닉과 공포.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공포를 직면한 순간이었다.


남아있는 파티원들이 크게 다쳤고, 눈앞에는 변종 오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김재현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근접 딜러인 자신이 앞장서서 변종 오크들을 막는 것.


자살행위라는 것을 알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다.


김재현이 한 발을 내딛자마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게이트 밖이었다.


“처음입니다. 이런 느낌···.”

“종종 이렇게 도와줄게요. 그러면 플레이어 등급도 빨리 올라갈 겁니다.”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애초에 재현씨에게 목적을 가지고 접근을 한 건 아니라서요. 제가 그나마 이름을 알고 있는 D급 플레이어가 재현씨 라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빠르게 마무리하고 게이트 몇 개만 더 돌게요.”

“아, 알겠습니다.”


[D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김재현 플레이어와의 교감도가 올랐습니다.]


“응? 플레이어에게도 교감도가 적용되나?”


D급 게이트를 공략한 후 김재현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10이었던 교감도가 20이 되어 있었다.


[플레이어와의 교감도가 100이 되면 게이트 외부에서도 [링크]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


“재현씨. 오늘 혹시 바쁜 일 있나요?”

“없습니다.”

“인벤토리 보니 물약은 든든하게 들어있네요. 오늘 좀 늦게까지 돌아봅시다. 잘만 하면 승급도 가능하겠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이트 밖에서는 김재현과 메시지로 소통했고, 게이트 내부에서는 [링크]로 소통하며 근처에 있는 D급 게이트를 5개 더 공략했다.


“이 정도면 C급도 괜찮겠는데요? 가보실래요?”


재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C등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네. 좋습니다.”


C급 게이트는 D급보다는 버거웠지만, 반의 활약으로 D급 같은 C급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C급 게이트를 돌던 중 김재현의 몸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


“제, 제로님. 저 C급으로 승급했어요.”

“축하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은혜는 나중에 갚으시고, 재현씨 저와 약속 하나 해주셔야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세요. 가족에게도요. 우리 둘만 알고 있는 비밀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C급으로 승급한 것은 대충 둘러대겠습니다.”

“좋습니다. 아직 내 능력과 존재를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인 걸로만 알고 계세요. 그럼 또 연락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방석구는 김재현에게 시전했던 [링크]를 해제했다.


김재현이 C급으로 승급과 동시에 김재현과의 교감도가 100을 달성했다.


원래는 C급 게이트를 더 공략하려 했으나 승급으로 인해 교감도가 30이나 올랐다.



***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은 여전히 플레이어 [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성별, 얼굴, 직업, 능력이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플레이어 이름이 [제로]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플레이어.


메시지를 보내도 응답이 없으니 의미 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플레이어 커뮤니티에 [제로]가 올린 글이 신경 쓰였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을 계획.


대한민국 플레이어와 기자들에게 가하는 일침.


지금 당장은 하급 게이트를 돌고 있어서 눈에 띄지 않지만, 시련의 탑을 등반하기 시작하게 되면 해외에서도 [제로] 플레이어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각성자 관리청 1팀장인 김영재는 [제로]가 공략한 게이트들을 취합해 부청장인 이현욱에게 보고했다.


“꾸준하게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구먼···. 빌런 여부는 파악되었나?”

“빌런이 개입된 사건들에서는 플레이어 [제로]가 연루된 사건은 하나도 없습니다.”

“참으로 수수께끼네. 더 강하게 들이대자니 더 멀어질 것 같고···.”

“하급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으니 조만간 탑 등반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아 참 특이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특이사항?”

“무한 길드 김재현 플레이어라고 아십니까?”

“알지. 김재일 길드장의 순자 아닌가?”

“며칠 전 C급으로 승급했습니다.”

“C급으로 승급하는 플레이어가 한 둘인가···. 그게 특이사항이야?”

“그, 그게 아니라. C급으로 승급하기 직전에 C급 게이트를 단신으로 공략했습니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조만간 5대 길드와의 회의가 있으니 그때 한 번 확인해봐야겠군.”



***


방석구는 김재현을 버스 태워 준 뒤 하루에 C급, D급 게이트를 가리지 않고 10개씩 공략했다.


그 결과 탈리아도 교감도 100에 도달했다.


방석구의 레벨은 29가 되어 있었다.


“이제 곧 30이네. 탈리아 교감도 100 기념으로 자동 사냥 한 번 해보자.”


석구는 CCTV로 인적이 드문 C급 게이트를 하나 찾았고, 게이트 입장 버튼을 눌렀다.


[C급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오크 전사 10마리, 오크 마법사 10마리를 처치하세요.]

[보상 – 마정석 70kg]


게이트에 입장하자마자 탈리아는 반의 단검에 독을 발랐다.


반은 독이 발린 단검을 들고 오크를 향해 신형을 날렸고, 오크 전사의 목덜미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끄웨웩.”

“끄어어.”


일부 오크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절명했고, 오크 마법사은 탈리아가 뿌린 독에 중독되어 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하나둘씩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석구는 두 사람이 전투하는 것을 보고 손이 근질거렸지만, 자동 사냥의 수준을 확인하고 싶었다.


반의 움직임과 탈리아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던 석구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반과 탈리아를 컨트롤 하는 것과 비슷한 패턴으로 전투가 전개되었다.


싱크로율 80%


꽤 높은 수준의 자동 사냥임에도 석구는 여전히 팔을 개고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C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30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 랜덤 영웅 소환 상자 (★~★★★★) x 1]


“태생 4성?”


반과 탈리아가 지휘통제소로 돌아오자 석구는 이온 음료를 건넸다.


“수고했어. 자동으로 사냥해보니 어때?”

“저는 마스터의 컨트롤이 더 좋습니다.”

“저도요. 마스터가 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거든요.”


탈리아의 몸쪽 꽉찬 돌직구에 석구는 마시던 음료를 허공에 뿌렸다.


“푸흡.”

“괜찮으세요? 마스터?”


탈리아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석구에게 다가오자 석구가 손사레를 쳤다.


“괘, 괜찮으니까 자리에 앉아있어.”


탈리아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인벤토리를 열었다.


“자, 또 한 명의 새 식구를 맞이할 시간이야. 랜덤이긴 한데, 각자가 원하는 영웅이 있나?”

“흠···. 제가 딜러고 탈리아가 서포터니 힐러가 한 명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자만 아니면 돼요.”

“그럼 남자 힐러가 나와야겠네?”


음료 대신 아이스 커피를 마시던 반이 말했다.


“남자인 힐러는 [더월드]에서도 몇 명 없지 않습니까? 그 미치광이 박사만 아니면 될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네···. 저도 그 미치광이 박사는 좀···. 여자 힐러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전 자신 있거든요!”


방석구는 [더월드]의 힐러들을 떠올렸다.


어느 게임이나 딜러는 많지만 힐러는 귀하다.


종류도 많이 없을뿐더러 조작이 어려워서 대부분은 딜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석구는 반과 탈리아가 말하는 미치광이 박사를 떠올렸다.


독특한 캐릭터였다.


힐러인데 탱커인 영웅.


영웅인데 겉모습은 몬스터에 가까운 영웅.


주사기를 항상 들고 다니며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주사기를 날리는 영웅.


“일단 상자 한 번 열어볼게. 누가 되었든 잘 지내보자고.”


석구는 영웅 소환 상자를 열었다.


푸슈슛


지휘통제소에 보랏빛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보라색?”


반 루이즈를 뽑을 때도, 탈리아를 뽑을 때도 모두 파란색 빛이었다.


“서, 설마 4성? 제발!”


석구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보랏빛 연기가 잦아들자 족히 3m는 넘는 거구가 한 명 서 있었다.


“그, 그렉 박사?”

“씨발!”

“거, 거짓말···.”


새로 소환된 소환인을 보며 내뱉는 말이 모두 달랐다.


좀처럼 욕은 하지 않을 것 같이 생긴 반 루이즈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고, 탈리아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렉이에욥. 잘 부탁해욥. 마스터.”

“자, 잘 부탁해요.”


3m가 넘는 거구에 자줏빛 근육질 몸.


세 번째 영웅은 힐러이자 탱커인, 반과 탈리아가 원하지 않았던 그렉 박사가 소환되었다.


미치광이 박사 그렉.


[그렉] ★★★★☆

[계열] 힐러 / 탱커

[스킬] 스테로이드 / 주사 맞을 시간! / 약 먹을 시간! / 단단해지기

[교감도] 10 / 100

[시너지 영웅]


[더월드]를 플레이할 때는 그렉이 다른 영웅들에 비해 몸집이 큰 정도라 생각했는데, 현실에 등장한 그렉은 외형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마스터, 시키실 일은 없나욥?”


생긴 것과는 다른 귀여운 말투.


“이,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오지마. 씨발! 저리가!”

“다가오기만 해봐. 얼굴에 독을 뿌려버릴 거야!”


그렉은 반과 탈리아의 말에 표정이 침울해졌다.


“그렉은 잘못 없어욥.”


그렉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자, 다들 환영해줘야지. 그렉씨가 슬퍼하잖아. 보기보다 착한 영웅일 수도···.”


석구의 말에 그렉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


띠링


석구가 그렉을 다독이는 사이 눈앞에 그렉의 정보창이 생성되었다.


[닥터 그렉]


마법 공학 도시 핀더델의 의과대학 수석 졸업생.


의학 개발에 힘써오던 수재.


부와 명성을 모두 가졌지만 정작 그렉이 원하는 것은 화목한 가정이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렸고, 아내를 닮은 예쁜 딸아이도 한 명 있었다.


하지만 비극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마법 공학을 의술에 접목해 의료역사의 한 획을 그을 논문 발표회가 있던 당일.


자신의 가족이 의문의 살인마에 의해 몰살당했다.


발표회가 끝나고 돌아온 집은 그렉이 알던 집이 아니었다.


사방에 튄 피와 아내와 딸의 싸늘한 주검만이 그를 맞이했다.


그렉에게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었다.


아내와 딸을 따라갈까도 생각했지만, 이대로 죽는다면 아내와 딸을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딸의 장례식을 치른 뒤 그렉은 잠적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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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도의 등장 +1 24.08.27 63 7 13쪽
24 도발 +1 24.08.26 73 6 13쪽
23 플레이어 제로 +1 24.08.25 88 8 13쪽
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0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0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1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8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6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3 6 13쪽
16 빌런 수용소 +1 24.08.18 142 8 12쪽
15 불편한 조우 24.08.17 148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0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59 9 13쪽
12 재앙의 전조 +1 24.08.14 177 9 13쪽
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8 9 13쪽
10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09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0 9 14쪽
»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5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2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4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1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2 E급 게이트 +1 24.08.05 303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7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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